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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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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십상시
십상시(十常侍)가 또 소환됐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향해 "십상시의 일은 이제 그만하라"고 일갈했다. 김정숙 여사의 옷값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5년 전 무수한 언론의 화제가 됐던 '문재인의 금괴'가 다시 떠오른다"는 탁 비서관의 발언에 대한 반응이다. 허 대변인은 "국민들이 정말 공정하고 정의롭고 평등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지 이제라도 자성할 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십상시는 중국 삼국지 시대 직전인 후한 말기 황제를 조종해 부패한 정치를 행한 환관 집단이다. 오늘날 간신의 대명사로 쓰인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십상시라는 단어가 있었다. '문고리 권력 3인방'을 비롯,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한 비서진을 지칭한다. 문재인 정부에선 친문 비서진을 가리킨다. 문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려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최근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019년 5월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문 대통령을 '달나라 사람'이라고 칭하면서 지록위마(指鹿爲馬·윗사람을 농락하고 권세를 함부로 부림)를 거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주변 사람들에게 대통령을 더 이상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문 십상시를 향한 경고였다. 지난해 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십상시 논란이 불거졌다. "경제도 방역도 인사도 다 잘 되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다. 국민이 느끼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인식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대통령이 '십상시'에 둘러싸여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임기 내내 반성과 성찰 없이 자화자찬으로 일관한 모습을 보면 터무니없는 논란은 아닌 듯하다. 조진범 논설위원
[자유성] 혼밥과 겸상
2018년 12월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시중에 대통령이 혼자 밥을 먹는다는 얘기가 떠돈다. 혼밥하시우?"라고 질문했다. 문 대통령은 "허허허"라고 웃었다. 문 대통령의 '혼밥 논란'은 중국에서도 불거졌다. 중국 베이징의 한 식당에선 '문재인 대통령 세트'를 판다고 한다. 2017년 12월 문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당시 이틀 연속 중국 당국 관계자들의 동행 없이 아침 식사를 하면서 '혼밥 외교' 논란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식사 정치'가 화제다. 윤 당선인은 14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회 회장단과 꼬리곰탕을 먹었다. 15일에는 경북 울진 산불 피해 당시 소방관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 짬뽕전문점을 찾았다. 16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등과 김치찌개, 17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과 피자·파스타를 먹었고, 18일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김기현 원내대표·정진석 국회 부의장과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21일에는 경제6단체장들과 도시락 오찬 회동을 가졌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대통령이 된다면 '혼밥'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으로선 '겸상'을 통해 소통 의지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겸상은 상대를 신뢰하고 대우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수평적 관계에서 비롯된 소통이 겸상의 미덕이다. 직장 상사가 자신의 권위나 권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강한 회식 문화와는 전혀 다르다. 윤 당선인이 초심을 잃지 않고 '겸상 정치'를 계속하기를 바란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뿐아니라 지지하지 않는 사람과도 식사 자리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조진범 논설위원
지난 2018년 12월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시중에 대통령이 혼자 밥을 먹는다는 얘기가 떠돈다. 혼밥하시우?"라고 질문했다. 문 대통령은 "허허허"라는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문 대통령의 '혼밥 논란'은 중국에서도 불거졌다. 중국 베이징의 한 식당에선 '문재인 대통령 세트'를 판다고 한다. 2017년 12월 문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당시 이틀 연속 중국 당국 관계자들의 동행 없이 아침 식사를 하면서 '혼밥 외교' 논란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식사 정치'가 화제다. 윤 당선인은 14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회 회장단과 꼬리곰탕을 먹었다. 15일에는 경북 울진 산불 피해 당시 소방관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 짬뽕전문점을 찾았다. 16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등과 김치찌개, 17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과 피자·파스타를 먹었고, 18일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 부의장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21일에는 경제6단체장들과 도시락 오찬 회동을 가졌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대통령이 된다면 '혼밥'하지 않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으로선 '겸상'을 통해 소통 의지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겸상은 상대를 신뢰하고 대우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수평적 관계에서 비롯된 소통이 겸상의 진정한 미덕이다. 직장 상사가 자신의 권위나 권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강한 회식 문화와는 전혀 다르다. 배려, 양보, 화합의 덕목이 요구되는 게 겸상이다. 윤 당선인이 초심을 잃지 않고 '겸상 정치'를 계속하기를 바란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 뿐아니라 지지하지 않는 사람과도 식사 자리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조만간 더불어민주당 인사와도 밥 먹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조진범 논설위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5일 경북 울진군 울진읍 한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다. 이 식당은 산불 화재 때 소방관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했던 곳이다.
[조진범의 피플]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 "인공지능과 전재산 건 대결? 3점 놓고 두면 무조건 이길 자신 있다"
세계랭킹 1위 프로바둑 기사 신진서 9단이 인공지능과의 '내기 바둑'을 둔다면 3점을 놓겠다고 했다. '신공지능'(신진서+인공지능)으로 불리는 신 9단은 "전 재산을 걸고 둔다면 인공지능에 3점을 놓겠다. 100% 이긴다는 것은 아니고 이길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인공지능보다 약한 게 아니라 인공지능이 너무 강하다"고 밝혔다. 춘란배와 LG배에서 우승하며 세계대회 2관왕에 오른 신 9단은 올해 한·중·일 바둑삼국지인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에서 4연승으로 한국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7점 놓으면 '즐겁게' 두실 수 있을 겁니다. 저한테 쉽게 지지는 않으실 겁니다." 타이젬 바둑 4단에 랭크돼 있는 아마추어 바둑애호가로서 굉장히 궁금했다. 도대체 몇 점을 '깔면' 세계랭킹 1위의 프로바둑 기사와 승부가 될 것인지. 신진서(22) 9단은 엷게 웃으며 7점을 제시했다. '정석'으로만 둔다는 단서를 달았다. 세계 최고의 '수읽기'를 자랑하는 신 9단이 날카로운 수로 마구 흔들어 댄다면 아무리 7점이라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7점은 신 9단의 배려가 담긴 접바둑 치수이다. 신 9단의 별명은 '신공지능(신진서+인공지능)'이다. 바둑이 인공지능에 정복당한 지 꽤 오래됐다. 지난 2016년 당시 세계 최강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1대 4로 패했다. 요즘 프로바둑 기사는 인공지능을 참고서로 삼아 공부한다. 신 9단은 인간으로선 생각하기 어려운 수를 두면서 신공지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최근 신 9단은 천하무적이다. 지난해 춘란배와 LG배를 연달아 우승해 세계대회 2관왕에 등극했고, 한중일 바둑삼국지인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에서 4연승으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농심배 한국 2연패의 주역이다. 신 9단은 지난해 농심배에서 5연승으로 한국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박정환 9단과 함께 일찌감치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대표로도 뽑혔다. 바둑계에서 가장 '핫'한 신 9단을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만났다. ▶ '신공지능'이라는 별명이 마음에 드나."인공지능이랑 가장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별명이라 당연히 좋다. 인공지능이랑 가장 비슷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좀 있다." ▶ 중국 커제 9단의 '화장실 발언'을 듣고 어땠나. (중국의 1인자 커제 9단은 올해 농심배에서 신 9단에게 완패한 뒤 중국판 유튜브 빌리빌리(bilibili)를 통해 '지인의 전언'임을 전제로 "신진서는 나의 77번째 수를 본 뒤 착점하지 않고 화장실에 갔다. 상대가 두기 전 다녀와야 하는 규칙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신 9단의 치팅(cheating)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이었다.) "처음에는 커제 9단이 중국 팬들을 위한 방송을 했겠거니 생각을 했다. 지게 되면 중국 팬들한테 쓴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데, 변명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말을 한 것 같은데, 질이 좀 안 좋았다. 일류기사라면 말의 무게감이 다르다. 예전에는 라이벌 기사들이 서로에 대한 존중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신 9단은 농심배 우승을 확정 지은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명 기사일수록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의도한 바가 아니더라도 중국 팬들이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며 커제 9단을 향해 '점잖게' 충고하기도 했다. 신 9단의 의연한 태도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신 9단은 한동안 바둑 매너가 좋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어렸을 때 승부욕이 강해 상대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안 좋은 습관들이 있었습니다. 바둑을 둘 때 조절이 안 됐습니다. 그래서 바둑을 안 둘 때라도 매너를 항상 좋게 하자고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커제 9단이 세계랭킹 1위였던 시절 신 9단을 무시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는데. (커제 9단은 신 9단보다 3살 많다.)"그때 커제 9단이 동급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화는 나지 않았는데, 이겨서 갚아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게 세계대회 결승에서 커제 9단에게 지고도 바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박정환 9단이라든지, 이창호 사범님처럼 겸손하게 인터뷰를 했으면 존중했을 것이다." 신 9단은 2019년 제4회 백령배, 2020년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에서 커제 9단에게 패했다. 신 9단은 "커제 9단이 백령배 결승에서 왜 돌을 던지지 않느냐는 식으로 바닥에 드러눕는 행동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고 했다. ▶최근의 승부 흐름을 보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올해 한국 기사들에게 몇 번 졌다. 중국 선수들에게는 한 번도 안 졌다. 중국 기사와 대국할 때 모든 걸 다 쏟아붓기 때문에 세계대회에서 성적이 잘 나는 것 같다. (승부에 대한) 간절함도 제일 크지 않나 생각한다." ▶세계랭킹 1위인데, 간절함은 어떤 의미인가."올해 들어 비로소 세계랭킹 1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랭킹 1위 소리를 들으면 약간 부끄러웠다. 세계대회 우승 경력이 너무 약했다. 지금은 세계대회 우승을 3차례 했고, 농심배 우승도 있기 때문에 세계랭킹 1위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커제 9단은 세계대회에서 8회 우승했다. 이창호 9단은 21회, 은퇴한 이세돌 9단은 18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기풍은 어떠한가."일단 이기는 바둑을 두는 편인데, 선택권이 있을 때 항상 전투 쪽으로 가는 것 같다." ▶프로기사들은 유리하다 싶으면 모험을 하지 않는데 신 9단은 상대를 부러뜨린다는 인상을 준다."수가 보이면 두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안전하게 뒀을 때 승률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집 바둑으로 간다고 해서 100% 이기는 게 아니다. 선택권이 있으면 계가 바둑으로 가지 않고 끝내는 길로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대회를 3개 꼽는다면."2020년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와 2020년 LG배, 2022년 농심배다. 삼성화재배에선 마우스 미스의 영향으로 커제 9단에게 우승컵을 내줬고, LG배는 세계대회 첫 우승이었다. 올해 농심배에선 중국 미위팅 선수와 재대국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2020년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1국에서 신진서는 마우스 오작동으로 패하는 아픔을 맛봤다. 2020년 LG배에선 4강에서 커제 9단을 이기고, 결승에서 박정환 9단을 제압했다. 신 9단은 당시 박정환 9단과의 대결에 대해 "운이 좋았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운이 따랐던 것 같다"고 했다. 신 9단은 올해 LG배에서 중국의 양딩신 9단을 꺾고 2년만에 우승컵을 되찾았다. ▶양딩신 9단과의 LG배 결승 1국에서 초반 많이 불리해 이기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있었다."LG배 직전에 삼성화재배에서 박정환 9단에게 패해 더 이상 준우승은 안 된다는 각오로 대국에 임했다. 양딩신 9단이 막판에 착각을 해서 운 좋게 이겼고, 결국 우승까지 하게 됐다. 세계대회 결승이라 양딩신 9단이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사실 결승에서는 별 게 다 걱정이 된다." ▶농심배에선 중국의 미위팅 선수와 재대국 끝에 승리했다. 첫판 시간승이 무효로 처리됐는데. "팩트만 이야기하면 서로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 재대국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려고 하는 순간 일본 기원에서 이미 재대국 판정을 내렸다. 당시 판세가 50대 50의 박빙이었는데, 사실 끝까지 두면 이겼을 것이다. 재대국이 결정이 나면서 무조건 이겨야겠다고 독하게 마음을 먹었고, 승리의 원동력이 됐던 것 같다." ▶농심배에 출전한 나머지 동료 선수들이 우승이 결정되고 무슨 말을 했나."고생했다고 말하더라. 고맙다고 한 선수도 있었다. 사실 농심배에서 좀 부진했는데, 지난해 농심배에서 5연승으로 올해 4연승으로 우승을 결정지어 마음의 부담이 좀 덜어진 것 같다." ▶하루에 바둑 공부는 어느 정도 하나."시간으로 보면 그렇게 많지 않다. 예전에는 10시간씩 했는데, 지금은 6시간 정도 한다. 인공지능과 두면서 공부를 한다. 카타고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포석, 중반, 끝내기 가운데 가장 어렵다고 여겨지는 분야는."끝내기가 어려운 것 같다. 특히 초읽기에 들어가면 아직도 정신을 잘 못 차린다. 모든 기사들이 그런 것 같다. 아무리 끝내기가 강한 기사라도 초읽기가 시작되면 힘들어 한다. 끝내기에서 실수하면 만회할 수 없어 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끝내기가 제일 무섭다." ▶바둑을 둘 때 몇 수 앞까지 보나."개인적으로 다섯 수라고 말하고 싶다. 필연적인 곳에서는 30~40 수도 읽을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 변수가 있으면 다섯 수 이상을 내다보기 어렵다."신 9단에게 '다섯 수'는 가장 효과적인 착점을 의미한다. ▶전 재산을 걸고 인공지능과 대결하다면 어떻게 두겠나."3점을 놓겠다. 2점에는 절대 못 건다. 3점을 놓고 두면 무조건 이길 자신이 있다. 100% 이긴다는 것은 아니고 이길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인공지능보다 약한 게 아니라, 인공지능이 너무 강하다. 인공지능은 실수가 없을 뿐아니라 판단이 100% 정확해 인간과 차이가 너무 난다. ▶앞으로 어떤 기사가 되고 싶나."한국의 1인자를 하셨던 분들을 보고 많이 배운다. 조훈현 사범, 이창호 사범, 이세돌 사범, 박정환 사범이 어떤 생각을 갖고 바둑을 뒀는지, 또 바둑 끝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배우고 있다. 배움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할려고 한다." 조진범 논설위원 jjcho@yeongnam.com신진서 9단이 한국기원 3층 회의실에서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조진범 논설위원 jjcho@yeongnam.com중국의 커제 9단이 농심배에서 신진서 9단과 대국하고 있다.
[자유성] 어용지식인
"권력을 갖는 데 따르는 위험·고통이 얼마만 한 것인지 느끼시게 될 것이다.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권력을 잘 사용하기를 부탁한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전 이사장이 10일 KBS 대선 개표방송 막바지에 한 말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며 던진 충고의 메시지인데 묘한 느낌을 준다. 유 전 이사장의 입에서 권력의 부작용이 거론될 줄은 몰랐다. 문재인 정권 들어 '어용지식인'을 자처했던 유 전 이사장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스피커 역할을 충실히 했다. 지난 총선 때 보수진영에서 세종대왕이 나와도 안 찍는다고도 했다. 지식소매상의 타이틀을 달고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사랑을 받았지만, 진영 논리에 매몰돼 추락한 지식인의 민낯을 보여줬다. 유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은 "어용지식인은 삼겹살을 좋아하는 채식주의자라든지 친일파 독립운동가라는 말처럼 대단히 기만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실 윤 당선인을 향한 유 전 이사장의 지적인(?) 당부는 이질적이다.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 듯하다.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권의 청부업자 역할을 했던 사람"(한동훈 검사장)이 맞나 싶다. 뒤늦은 자기 고해로 읽힌다. 권력을 잃고 새삼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시치미 뚝 떼고 다시 '그냥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감탄스럽기도 하다. 윤석열 정권이 곧 들어선다. 어쩌면 보수 친화적인 어용 지식인이 등장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당선 기자간담회에서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국민통합을 실천하려면 입에 혀처럼 구는 어용지식인을 멀리해야 한다. 조진범 논설위원
[월요칼럼] '내로남불 시즌2' 안 된다
'지긋지긋한 5년'. 한 줄 평으로 이만한 게 있겠나 싶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소셜미디어 글이다. 대선 사전 투표 첫날인 4일 올라왔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냉소적 비판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디 진 전 교수뿐인가. 많은 진보 인사들이 문재인 정권을 비판했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낸 김경율 회계사, 민변 출신의 권경애 변호사, 홍세화 작가도 가세했다. 진보 논객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라는 책에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문 정권은 지난 5년 내내 내로남불과 편 가르기로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줬다. '조국 사태'는 대한민국을 두 동강 나게 한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 연설에서도 "첫 민주 정부는 김대중 정부"라고 말해 편 가르기 논란을 일으켰다. 직선제를 통해 선출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차치하고라도 첫 문민정부였던 김영삼 정부마저 민주 정부로 인정하지 않은 발언이다.문 정권은 국민을 실망시키는데 도가 텄다. 내로남불이 정권의 DNA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듯하다. 청와대는 최근 특수활동비와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유가 가당찮다. "국민의 알 권리와 정보공개제도의 취지, 공개할 경우 공익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도대체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과 공익이 무슨 상관인가. 가뜩이나 김정숙 여사의 옷값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해외에서 패션쇼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향해 특활비의 투명한 집행과 공개를 요구했던 문재인 정권이 이제 국익을 방패 삼아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참으로 지긋지긋한 이중잣대다. 항소가 아니라 당당히 공개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거리낄 게 없다면 더욱 그렇다. 무엇이 두려워 감추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낙하산 근절'도 허언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공기업의 낙하산 보은 인사는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실은 어떤가. 낙하산 천지다. 국회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8개 금융공공기관에서 받은 임원 및 이사 현황'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 5년간 금융공공기관에 임명된 친정부·친여당 성향의 낙하산 인사가 63명에 이르렀다. 낙하산 인사가 금융공공기관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낙하산 알박기 인사'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처 퇴직자 일부가 공공기관 고위 간부로 재취업했다.오는 9일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진 전 교수는 '지긋지긋할 5년'이라고 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언뜻 이해가 된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안 된다. 달라져야 한다. 문 정권에서 일어났던 일이 반복되면 패닉에 빠지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선거가 돼야 하고, 진정한 국민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도 끝나야 한다.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 공정한 대통령, 소통하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야 한다.'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가 새삼 절실하게 다가온다. '내로남불 시즌2'는 절대 안 된다.조진범 논설위원조진범 논설위원
[조진범의 피플] 홍장표 KDI 원장 "소득주도 성장,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세계 경제가 어수선하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 경제에도 불똥이 튀지 않을 리 없다. 도대체 한국 경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 홍장표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을 만나 한국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17일 세종시에 위치한 KDI를 찾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구에서 KDI까지 가는 데는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KTX 오송역에 내려, BRT 노선의 B1 버스를 타면 된다. KDI 1층 로비에 붓글씨 액자가 걸려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KDI 개관을 기념해 쓴 '번영을 향한 경제 설계'이다. 장혁순 KDI 대외협력실장은 "감정을 받은 결과, KDI 건물에 걸려 있는 미술작품 가운데 가장 비싸다"고 했다. 홍 원장은 지난해 5월 제16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말이 많았다. 홍 원장의 이력 때문이다.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홍 원장은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의 설계자이다. 스스로도 논란을 잘 알고 있다. 홍 원장은 "어디 가더라도 소문이 금방 났다. 청와대 갈 때도 그랬고, 소득주도 성장 특위에 있을 때도 논란이 됐다. 이상하게 좋던 싫던 화제의 인물 비슷하게 됐다"라며 웃었다. 홍 원장은 대구 출신이다. 대구 달성고를 졸업했다. 홍 원장의 모친이 수성구 시지에 살고 있다. 친형은 대구에서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전세계 유례가 없는 듣도 보도 못한 정책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실험실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소득주도 성장의 배경은. "소득주도 성장 이론이나 정책 체계는 하늘에서 떨어진 게 절대 아니다. 뿌리는 거시경제학을 만들었던 케인스까지 간다. 중요한 분수령도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IMF(국제통화기금), 월드뱅크에서 나왔던 얘기인데, 성장과 분배를 대립적으로 보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또, 수출과 내수 가운데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 없다는 흐름이 있었다. 그런 흐름 속에 문 정부가 과거 정부와 다른 정책을 새롭게 추진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유례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은 정치적 공방으로 이해한다." 홍 원장이 거론한 케인스(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영국의 경제학자로 거시경제학을 창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스로 소득주도 성장을 평가한다면."절반의 성공, 절반의 아쉬움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많은 분이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을 최저임금이라고 이해하는데, 틀리지 않은 이야기다. 다만 소득주도 성장은 훨씬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경제 패러다임에서 투자, 수출 못지않게 소비와 내수가 중요하다. 성숙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수출과 더불어 튼튼한 내수 시장이 필요하다. 세계화의 속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터지고 역세계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나치게 수출 하나에만 의존했을 경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충격에 완전히 노출 된다. 내부의 성장 기반은 당연히 내수이고 서비스 시장이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제조업 기반에 서비스를 접목해야 하는 과제를 감안하면 (소득주도 성장은) 우리나라가 가야 할 방향이다." ▶절반의 아쉬움은 뭔가."최저임금 정책이 자영업자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게 아쉽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일부 부작용이 있었다. 특히 고용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부담을 갖게 되면서 속도 조절이 불가피했다. 최저임금은 올리되 대대적인 자영업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어려움들을 다 커버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한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성장과 분배 중 성장 파트와 관련해 분수령에 와 있다. 특히 성장 잠재력의 지속적인 저하가 예상된다. 빠른 고령화와 저출생이 성장 잠재력 저하를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인데,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저출생 고령화에 대응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 사회, 문화 모두 바뀌어야 한다. KDI가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을 연구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나."일본의 경제 구조와 다르기 때문에 일본의 정책을 100% 답습할 수 없다. 단시간 내에 출생률 저하를 막기는 어렵다. 저출생 고령화 사회에서 잠재 성장률을 높이려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생산 현장에 관여하지 않은 분들을 유인한 것이다. 여성과 은퇴한 고령층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다만, 준비가 덜 돼 있기 때문에 교육 훈련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초중고, 대학을 나오면 끝이 돼서는 90세까지 버틸 수 없다. 평생 교육이 엄청나게 중요하다. 교육의 투자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홍 원장은 최근 내국세의 20.79%가 연동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의 구조 개편을 주장, 교육계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미국와 중국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나."코로나 펜데믹부터 이야기해야 되겠다. 코로나 팬데믹은 대통령께서 표현하셨듯이 전례 없는 위기였다. 위기 속에 발견된 게 국민적 단결력이었다. 정부 정책에 불만도 있겠지만, 큰 틀에선 굉장히 협조적이었다.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경제 회복 속도가 빠르다. 회복이 빠르면 기회가 온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도 마찬가지다. G2의 갈등 국면에는 양면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미국과도 잘 협력해야 하고, 중국과도 잘 지내야 한다. 원자재나 소재 부품에서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요소수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중국에서 예상치 못한 이상한 일이 발생하면 우리한테 충격이 온다. 리스크 요인인데, 반면에 기회 요인도 왔다. 외교관들 얘기를 들어보면 백악관에서 한국의 우선 순위가 급부상했다. 반도체, 2차전지 등 미국이 필요한 것을 한국이 갖고 있다. 한국의 지위가 높아졌다. 중국과의 관계는 협력 관계이면서 동시에 경쟁 관계이다. 지금 미국은 중국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핵심 기술을 못 쓰게 한다. 우리한테는 나쁘지 않은 좋은 기회인 셈이다."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찮은 것 같다."인플레이션이 새해 경제의 화두가 됐다. 초기에는 일시적 공급망 혼란으로 봤는데, 점점 나아가 이제는 에너지 문제로 넘어갔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의 불확실성 때문에 유가가 단기에 안정화되기 힘들다. 모든 나라가 에너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중국은 화석 연료를 감축하고 있고, 유럽은 풍력 발전량 감소와 천연가스 공급 부족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의 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는 느리다. 인플레이션 문제는 이런 것들이 잠재돼 있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단 비축 물량을 늘려야 한다. 외교도 엄청나게 중요해졌다. 중국은 인프라를 깔아주고, 일본은 원조사업을 통해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우리는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취임하고 부동산 연구팀을 만들었다. 과제는 뭔가. 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성적을 평가한다면."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지 못한 요인은 복합적이다. 공급 부족 문제도 없지 않았지만, 부동산 수요관리 정책과 관련해 아쉬움이 있다. 코로나19로 돈이 풀리고, 저금리가 되는 상황이 집값을 부추길 수 있는데, 유동성 관리 대책이 미흡했다. 대출 규제 정책도 좀 더 빨리 나왔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집값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인데, 국민과 공유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부동산 연구팀을 출범하게 됐다. 국토연구원, 조세연구원 등 외부와의 네트워크도 늘릴 생각이다." ▶KDI 수장으로서 각오를 말해달라."지난해 KDI는 50주년이고, 올해는 새 50년의 원년이다. 한국 경제, 사회가 어디로 가야 될 것인지, 큰 그림을 그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가 아젠더 제시와 헤쳐나가야 할 문제 등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제시할 생각이다." 홍 원장은 지난해 11월 KDI의 기존 연구조직을 '3부 3실 1센터 4팀'으로 개편했다. 부동산연구팀, 플랫폼경제연구팀, 인구구조대응연구팀, 미래전략연구팀이 신설됐다. 글·사진=조진범 논설위원 jjcho@yeongnam.com홍장표 KDI 원장이 집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 원장은 사진 촬영을 위해 마스크를 잠시 벗었고, 인터뷰를 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다.KDI 본관 1층 로비에 걸려 있는 액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쓴 '번영을 향한 경제설계'라는 붓글씨 작품이 담겨 있다.
[자유성] 레딧 이재명
'레딧(reddit)'은 미국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다. 미국 개미 투자자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인터넷 커뮤티니다. 레딧이 '뜬금없이' 우리나라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는 영미권 커뮤니티가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때문이다. 이 후보는 최근 TV토론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우크라이나 대통령 리더십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했다.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어서 나토(NATO)가 가입을 해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라고 했다. 이 후보의 발언이 '레딧'에 공유됐다. 레딧에는 '한국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토론회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를 자극해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했다'는 내용과 함께 토론회 영상도 게시됐다. 해외 네티즌의 비판이 쏟아졌다. "아돌프 히틀러의 침공이 폴란드의 잘못이고 일본의 침략이 한국의 잘못이라는 말이냐"라는 댓글도 달렸다.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국제적 망신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우크라이나 국민께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서 사과를 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폄하 논란은 이 후보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도력이 부족한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아마추어 대통령'이라고 했다. 지금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은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도 키예프가 함락될 위기에도 수도를 지키며 항전 의지를 담은 영상을 통해 국민을 독려했다. 미국의 피신 제안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후보는 비난이 거세지자 "본의와 다르게 일부라도 우크라이나 국민 여러분께 오해를 드렸다면 제 표현력이 부족했다"라고 사과했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 후보의 논란과 해명 과정을 담은 기사를 트위터에 공유했다. 포털사이트에 레딧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이재명'이 뜬다. 조진범 <논설위원>'레딧'에 공유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우크라이나 관련 발언 영상 캡쳐.
[자유성] 인(人)의 장막
2004년 3월 12일, 대한민국 국회는 난장판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때문이다.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국회의장석을 봉쇄했다. 탄핵안의 가결을 막기 위해 '인(人)의 장막'을 쳤다. 야당 의원들은 경호원을 동원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끌어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끌려나가면서 울부짖었다. 인의 장막은 실체적 의미와 비유적 의미로 나뉜다. 실체적 의미는 물리적인 침입이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실제로 사람들이 장막을 만들었을 경우이다. 일부 인사가 권력자로 향하는 언로(言路)를 독점했을 땐 비유적 의미로 사용된다. 인의 장막은 '철의 장막'(Iron Curtain)에서 파생된 용어로 추정된다. 철의 장막은 영국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이 처음 말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미국에서 연설을 하면서 종전 후 냉전시대를 철의 장막에 비유했다.요즘 정치권에서 인의 장막은 비유적 의미로만 사용된다.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되면서 물리적인 인의 장막은 사실상 사라졌다. 통상 최고 권력자가 잘못 판단할 때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다고 비판한다.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들에게 모두 적용되는 용어가 아닐까 싶다. 인의 장막에 가리게 되면 권력자는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간신들이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하면서 판단력을 잃게 된다. 건전한 비판은 비난으로 들린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남탓'으로 돌리게 된다. 간신들은 권력자의 믿음을 배경으로 삼아 호가호위(狐假虎威)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인의 장막에 갇혔다. '문고리에 휘둘린 식물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비선실세 의혹 등으로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로 탄핵되고, 구속되는 아픔까지 겪었다. 신년 특별사면으로 석방돼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퇴원 후 대구 달성군에 머무를 예정이다.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에 사저를 마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사저의 위치가 문제다. 외부인의 시선에 쉽게 노출돼 사생활 보호에 취약하다. 실제 사저 인근에 고층아파트가 우뚝 서 있다. 마음만 먹으면 사저를 관찰할 수 있다.사실 박 전 대통령은 대중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정치인으로 활동할 때 '신비주의'라는 꼬리표까지 붙었을 정도이다. 달성 정치권의 한 인사는 "달성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바닥 정치'를 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그런 박 전 대통령이 하필 사방팔방 탁 트인 곳에 사저를 마련했을까. 상당히 고급스럽기도 하다. 사저에 방 8개, 엘리베이터가 2대 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인사들은 "박 전 대통령의 뜻이 아닐 것이다"라며 고개를 젓는다. 박 전 대통령을 내세워 이득을 취하려는 일부 인사에게 이용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한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진실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그나저나 인의 장막 논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박 전 대통령이다. 실로 안타깝다. 조진범 <논설위원>박근혜 전 대통령이 매입한 대구 달성군 전원주택 전경. 영남일보DB
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 제3회 최재형 상 공모...상금 1천만원
사단법인 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이사장 문영숙)가 오는 3월 15일까지 제3회 최재형 상을 공모한다. '최재형 상'은 지난 2020년부터 시행했다.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페치카 정신에 맞는 사람을 추천을 받아 심사를 거쳐 선정한다. 최재형 선생의 페치카 정신은 나라사랑, 민족애,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을 의미한다. 시상은 최재형 선생 순국일인 4월 7일 최재형 순국추모 102주년 기념식장에서 열린다. '최재형 상' 본상 개인 1명에게 상금 1천만 원과 상패가 수여된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영남타워] 리더십의 선택
'새삼' 리더십을 생각하게 된다. 선거의 해다 보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단어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있다. 우리나라와 대구경북의 지형에 영향을 주는 무대다. 원래 유권자가 주인공이지만,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자가 주인공 역할을 한다. 국민의 대표가 되기 때문이다. 대구 중구-남구 주민들은 새 국회의원까지 뽑아야 한다. 참 많은 리더를 선택해야 한다. 리더십 앞에 '새삼'이라는 사족을 붙인 것은 타성(惰性)에서 벗어나야 되겠다는 다짐에서다. 타성은 오랫동안 변화나 새로움을 꾀하지 않아 나태하게 굳어진 습성이다. 새로운 접근 방식만이 타성을 타파할 수 있다. 일부 정치인의 행보도 영향을 미쳤다. 곽상도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이 그렇다. 곽 전 의원은 대구 중구-남구 보궐선거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 아들이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게 드러나 의원직을 사퇴했다. 한편으론 다행스럽다. 곽 전 의원은 의원직 사퇴 전 유력한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됐다. '문재인 정부의 저격수'로 불렸던 곽 전 의원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적인 모습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대구는 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었다.홍 의원은 지도자답지 않은 모습으로 비난을 받았다. 홍 의원은 윤석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합류 조건으로 대구 중구-남구 보궐선거에 측근의 공천을 요구했다. 어이가 없다. 속된 말로 얍삽한 느낌마저 준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선대본부 합류에 미적댄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든다. 또 공천 요구가 들통나자 자신을 비난한 권영세 의원을 향해 "방자하다"라고 말했다. 실로 방자하기 이를 데 없는 말이다. '도대체 대구시민을 얼마나 쉽게 봤으면 그랬을까.' 열불도 난다. 홍 의원은 지금 대구시장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2일 소통채널 '청년의 꿈'에서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3월9일(대통령 선거) 이후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대구경북 정치권이 확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지겹도록 나오는 말이다. 선거 때마다 등장한다. 당연한 흐름일 수도 있다. 변화를 외치는 도전자는 늘 나오기 마련이다. 재미있는 것은 유권자들도 변화를 요구한다는 데 있다. 기성 정치권을 비판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주장한다. 문제는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태도다. 변화의 의지를 내비치는데, 정작 선택의 순간이 오면 타성적이 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구 기초단체장의 면면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달성군과 중구-남구를 제외한 나머지 동구, 서구, 북구, 수성구, 달서구의 단체장은 모두 대구시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고위 공직자 출신 인사들이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최애템'인 셈이다. 대구 국회의원의 사정도 비슷하다. 고위 공직자 출신이 많다. 경륜이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게 공직자들이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변화를 주장하면서 공직자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게 다소 아이러니하다.홍 의원과 곽 전 의원, 고위 공직자 출신 인사들을 거론한 것은 대구경북 선거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후보의 진면목을 꼼꼼히 따지기보다 '타이틀'이나 '이름값'에 쉽게 마음을 열어 왔던 게 아닐까라는 고민이 든다.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대구 중구-남구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무공천을 결정했다. 대구 중구-남구 주민들은 어떤 기준으로 새 리더를 뽑을 것인가. '새삼' 궁금하다.조진범 사회부장조진범 사회부장
검단산업단지관리공단, 자문위원으로 정우창·최성탁씨 위촉
검단산업단지관리공단(이사장 김희구)가 중소제조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구가톨릭대 기계자동차공학부 정우창 교수와, 대구세무사회 최성탁 세무사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검단산업단지관리공단은 대구 소재 검단산업단지와 이시아폴리스 산업단지, 현재 분양중인 금호워터폴리스를 위탁, 관리하고 있다. 김희구 이사장은 "향후 법률 노무 등 중소기업에 필요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위촉해 중소기업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힘써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영남타워] '어용지식인' 유시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어용지식인'이다. 스스로 자랑스럽게 얘기했으니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아도 되겠다. 어용지식인은 권력자나 권력기관에 영합해 줏대 없이 행동하는 지식인이다. 그런데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권력자나 권력기관에 영합한 것은 맞지만, 줏대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줏대가 강한 편이다. 철저히 진영의 입장을 대변한다. 유 전 이사장의 진영 논리는 세종대왕에 대한 언급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보수정당에서 세종대왕이 나와도 안 찍는다"고 했다. 아무리 훌륭한 후보라도 보수진영 후보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이다. 달리 말하면 진보 진영에서 아무리 형편 없는 후보를 내세워도 찍겠다는 뜻이다. 무서운 '편 가르기'이다.유 전 이사장은 최근 세종대왕을 또 한번 이야기했다. '독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환생시키고 싶은 역사적 인물로 조선시대 과학자 장영실 선생을 꼽은 뒤 세종대왕도 살리고 싶다고 했다. "가장 훌륭한 일을 한 왕이 세종대왕"이라고 밝혔다. 환생한 세종대왕이 보수진영의 후보가 된다면 과연 무슨 말을 할까.유 전 이사장이 정치판에 다시 등장했다. 지난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재명을 말한다'는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나팔수로 나선 셈이다. 1년8개월 만의 정치평론이다. 지난해 4월 정치평론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렸다. 내년 대선이 끝날 때까지 유 전 이사장의 말을 지겹도록 들을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언론에서 유 전 이사장의 말을 반복해서 생산할 것이다. 화제성은 최고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대립구도가 형성돼 더욱 그렇다. 친문 진영은 유 전 이사장의 논리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결집할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이 무슨 말을 하든 믿을 것이다. 친문 진영에서 유 전 이사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반대로 보수진영은 코웃음을 칠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이 무슨 말을 하든 믿지 않을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은 도대체 어떤 말을 할까. 조국 사태 당시의 황당한 논리가 또 등장할 것인지 새삼 궁금하다. 유 전 이사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컴퓨터 무단 방출 의혹에 대해 '증거 인멸'이 아닌 '증거 보전'이라고 주장해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유 전 이사장의 등판은 확증편향 시대의 풍경화로 읽힌다. 대한민국은 '나노사회'로 변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2'를 통해 공동체가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파편화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노사회에서도 서로가 연결되기를 원하는데 혈연, 지연, 학연의 전통적인 관계가 아닌 취향과 선호에 의해 뭉쳐질 것으로 점쳐진다. 내편끼리만 '공명'하는 확증편향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흑백논리로 나눠진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분열의 길로 갈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은 1959년생으로 62세다. 2004년 한 강연에서 "30·40대에 훌륭한 인격체였을지라도, 20년이 지나면 뇌세포가 변해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된다. 제 개인적 원칙은 60대가 되면 가능한 책임있는 자리에 가지 않고, 65세부터는 절대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기가 다운되면 알아서 내려가야 하는데, 비정상적인 인간은 자기가 비정상이이라는 것을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유 전 이사장은 정상일까, 비정상일까.조진범 사회부장조진범 사회부장
[영남타워] 인재도시 대구, 분권의 출발
분권의 출발일 수 있다. 26일 미래인재도시 대구 비전 선포식이 열렸다. 사람을 키우는 대구, 꿈을 펼치는 대구, 인재가 모이는 대구에 대한 선언문이 발표됐다. 의례적인 행사처럼 보이고, 맨날 나오는 구호로 들리지만 간단치 않다. 대구의 문제를 대구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비수도권의 공통된 사안이기도 하다.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심각하다. 경향신문은 최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두번째 분단'으로 표현했다. 기득권에 포함된 수도권 언론이 분권 문제를 다루는 게 다소 어색하지만, '두번째 분단'이라는 인식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민족분단에 비유했다. 그동안 비수도권 언론은 줄기차게 분권을 요구해왔다. 영남일보는 현재 창간 76주년 기획으로 '대구경북 대선공약 시민이 나선다'를 통해 분권 운동에 불을 붙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기이다. 분권과 균형발전을 시대정신에 담아내야 한다. 걱정도 크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분권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됐다. 과연 차기 정부에서 제대로 된 분권 정책이 나올 것인지 의심이 간다. 영남대 교수를 지낸 김태일 장안대 총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에 대해 "정의롭지 못한 상황이다. 두번째 분단 구조에서 수도권이 비수도권을 식민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법을 분권으로 보면서도, 권력과 자원의 수도권 집중체제를 공고하게 이끄는 기득권과 겨룰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 공화국에 맞서 초광역 협력의 틀을 갖추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수도권 블랙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040년 글로벌 경제권, 통합대구경북'을 비전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인재도시는 초광역 협력의 바탕이다. 분권의 출발이라고 말한 이유다. 대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이 곧 사람이다. 젊은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비수도권 엑소더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간다. 수도권 블랙홀이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최근 5년 동안 대구를 떠난 인구는 7만5천946명인데, 이 가운데 20대(20∼29세) 청년들이 3만302명으로 전체의 39.9%를 차지했다.인재도시가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시민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수도권 권력다툼에 익숙해져서인지 '지역 인재'는 살짝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대구에서 자란 인재보다 그럴듯한 스펙을 갖춘 대구 출신의 인재를 더 선호하는 듯한 모습이 엿보인다. 영남일보 창간 특집 여론조사 대구시장 적합도 조사(만 18세 이상 8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자세한 사항은 선관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11.8%)과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7.1%)이 권영진 시장(19.1%)에 이어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어이가 없다. 김재원 최고위원과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대구를 위해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가. 반면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 류성걸 의원, 김상훈 의원의 지지율은 5%를 넘지 못한다. 스스로 존재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잘못도 있지만, 지역 인재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 영향도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구 인재와 대구 출신 인재의 차이점은 '절박함'에 있다. 대구에 살고 있는 인재들이 느끼는 절박함의 강도가 훨씬 세다.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도 마찬가지이다. 시민들이 절박함의 관점에서 대구 인재를 따뜻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 '사람의 발목을 잡기보다 키우는 대구'가 돼야 한다.조진범 사회부장조진범 사회부장
[영남타워] 권영진과 홍의락의 '쿨한 이별'
다행스럽다. '아름다운'까지는 아니지만 '쿨한' 이별은 되겠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홍의락 전 국회의원의 협치가 끝났다. 홍 전 의원이 대구시 경제부시장에서 물러났다. 로봇테스트필드 대구 유치가 마무리되고 원래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7일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홍 전 의원은 "대구 사회에서 권 시장에 대한 평가가 너무 인색하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홍 전 의원의 한마디에 권 시장은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최근 바닥 민심이 좋지 않은 권 시장에게 작은 위로가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홍 전 의원으로선 자신을 발탁한 권 시장에게 마지막 예의를 갖춘 셈이다. 사실 '불편한 동거'였다. 정치적으로 그렇다. 대한민국이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지 오래다. '편 가르기'라는 단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동지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이 고착화됐다. 문재인정권 들어 편 가르기는 심화됐다. 적폐 세력과 개혁 세력이라는 프레임 속에 극단의 정치가 횡횡하고 있다. '국민 통합'을 이뤄야 할 문재인 대통령은 말로만 통합을 외쳤다.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로 나라가 두 쪽이 났는데, 국민이 아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다. '사람이 먼저'라는 문 정권의 선전 문구를 뒤틀어 이야기하면 '내 사람이 먼저'가 된다. 문 대통령의 '내 식구 철학'은 인사를 통해 증명됐다. 문 대통령은 인사 원칙을 스스로 어기며 '내 식구'를 기용했다. 또 여권의 논리를 대변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TV토론회에 나와 당당하게 "진영 논리가 뭐가 나쁘냐"고 말했다. '어용 지식인'을 자처한 유 이사장의 논리는 지금까지 여권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권 시장이 홍 전 의원을 발탁했다. 두 사람 모두에게 '독배'였다. 홍 전 의원은 적폐 세력 밑에서 일하는 모양새가 됐고, 권 시장은 '내 편'을 적으로 돌린 꼴이다. 대구의 정치권은 권 시장과 홍 전 의원을 못마땅해했다. 일부 인사는 "권 시장이 똥볼을 찼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정말 그런가.대구 공직사회는 협치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협치는 대등한 관계에서 나온다. 대구시 공무원들은 권 시장과 홍 전 의원을 '동급'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대구시와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하는 '심부름꾼' 정도로 여겼을 것이다. 홍 전 의원이 부시장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대구 취수원 다변화'를 거론했을 때 대구시 일부 간부들이 분노(?)한 배경이다. 대구시 공무원들에게 '대구 취수원 다변화'는 권 시장의 공적이어야 한다. 홍 전 의원이 대구 취수원 다변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든지 간에 권 시장이 우선이다. 홍 전 의원은 권 시장 밑에서 일하는 부하일 뿐이다. 홍 전 의원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재선 의원 출신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했다. 어차피 대구 정치권이나 공직사회 비판은 홍 전 의원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권 시장도 간섭하지 않았다. 내부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지만 가만있었다.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협치를 명분으로 홍 전 의원을 발탁해 놓고 스스로 판을 깰 수도 없었을 것이다. 권 시장과 홍 전 의원의 깊은 속내를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쿨하게 마무리됐다. 대구 취수원 다변화, 로봇테스트필드라는 성과도 분명히 존재한다. 진영 논리에만 사로잡혔다면 얻지 못했을 성적표일 수 있다. 대구 전체가 권 시장과 홍 전 의원의 협치를 차분하게 평가할 시점이다.조진범 사회부장조진범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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