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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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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 "대구 팔거천에서 쓰담달리기 했어요"
"비록 짧았지만 어린이들과 함께 팔거천에 발을 담그고 물속 쓰레기를 수거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비가 오면 물이 넘치고 가물면 다소 물이 줄더라도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은 하천 살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18일 대구 북구 팔거천 일대에서 팔거천지킴이(대표 정유진)와 함께하는 '쓰담달리기' 행사가 열렸다. 쓰담달리기는 스웨덴에서 시작돼 북유럽 등으로 확산한 '플로깅(Plogging)'을 우리말로 바꾼 용어로, 쓰레기를 주우면서 조깅하는 환경운동이다. 이날 행사에는 팔거천지킴이에 소속된 여러 단체가 참여해 주민들의 물속 쓰레기 줍기 활동을 도왔다. 특히 책마실도서관의 '팔거천 책방 쉼터'를 비롯해 그나라어린이도서관에서 '물속 보물 쓰레기 찾기', 동천동 우리마을교육나눔에서 '팔거천엔 우리가 살아요', 미술가 바바트에서 '쓰담 야외 스케치' 등 다양한 부스를 마련해 큰 호응을 얻었다. 참여 주민들은 집게를 들고 물속 쓰레기를 줍고, 팔거천을 그려보기도 했다. 물신(아쿠아 슈즈)을 신은 아이들과 함께 쓰담달리기에 참가한 그나라어린이도서관 박성원 관장은"대형 폐기물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하지만 오래된 생활 쓰레기는 여전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특히 팔거천 군데군데 진행되는 공사 탓인지, 하류에 있는 보를 한 번씩 막는 탓인지 하천 바닥의 돌에 이끼가 많이 끼어 걷기가 불편했다"고 말했다. 한편 팔거천지킴이는 현재 17개 단체가 연대한 일종의 '연합단체'이며, 주민 주도의 생태하천 복원에 힘을 모으고 있다. 최근엔 기후위기 학습 일환으로 '기후위기대응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기후위기대응학교는 그동안 △하천과 마을 그리고 기후위기 △팔거천지킴이와 하천활동 △팔거천 모니터링 △하중도 모니터링 △기후위기와 대구시 탄소중립 정책 △농민과 기후 위기 △기후 위기와 먹거리 △시민 햇빛발전소 △기후위기 대응 실천활동 등의 활동을 펼쳤다. 팔거천지킴이 정유진 대표는 "한 번이라도 팔거천에 발을 담가본 사람, 한 번이라도 팔거천에서 쓰레기를 주워본 사람, 한 번이라도 팔거천을 그려본 사람은 팔거천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며 "쓰담달리기는 또 다른 팔거천 지킴이 활동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자연을 활용하고 누리는 것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조경희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이 지면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지난 18일 팔거천지킴이와 함께하는 '쓰담달리기'에 참가한 어린이와 활동가들이 물신을 신고 물속 쓰레기를 줍고 있다. 정유진 팔거천지킴이 대표 제공지난 18일 대구 북구 팔거천에서 열린 '쓰담달리기'에 참가한 활동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유진 팔거천지킴이 대표 제공
[결혼] 강신우(전 영남일보 편집국장)씨 장녀 승민양
최봉철(최부영·서민아씨 차남) ♥ 강승민(강신우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박은영씨 장녀)25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318 마리아쥬스퀘어(02-541-5007).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사랑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는 두 사람이꽃과 나무처럼 걸어와서 서로의 모든 것이 되기 위해오랜 기다림 끝에 혼례식을 치르는 날세상은 더욱 아름다워라-이해인 '사랑의 사람들이여' 중
[영남타워] 이순신이 필요 없는 나라
허구연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로 기억한다. 1980~1990년대 프로야구 해설자로 이름을 떨치던 시절 한 TV 중계방송에서 이런 말을 던졌다. "좋은 수비는 절대 화려하지 않습니다." 관중은 대개 안타성 타구를 멀리서부터 달려와 멋지게 슬라이딩 캐치하는 외야수의 플레이에 열광한다. 물론 이 또한 평가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허구연의 생각은 달랐다. 정말 잘 맞은 타구도 평범한 타구처럼 처리할 만큼 위치 선정이 뛰어난 수비수를 더 높이 쳐줬다. 상대 타자의 습관, 성향 등을 미리 파악한 후 타구 방향을 예측해 수비 위치를 이동(수비 시프트)하는 전술적 플레이를 제시한 셈이다. '수비 시프트' 개념이 확실치 않던 시절, 허구연의 해설은 야구가 아니라 철학처럼 들렸다. 문제는 이 같은 지능적 수비가 일견 너무 평범하게 비쳐 인기가 없다는 점이다. MLB(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내년 시즌 수비 시프트를 금지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관중은 아슬아슬하지만 화려하고 묘기 같은 수비를 더 좋아하는 게 사실이다. 이런 관중의 태도는 때때로 해당 팀 전체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나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수비를 잘한다는 개념마저 왜곡시킨다. 만약 관중이 국민이고, 화려한 플레이의 외야수가 국가 지도자라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궁지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소방관·경찰관·응급구조대원 등은 사건이 발생한 지점(혹은 시점)에서 활약하는 영웅이다. 하지만 애초에 궁지에 빠지지 않도록 조용히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은 속성상 빛나지도 않고 영웅 대접받기는 더 어렵다. 세계적 경영 리더인 댄 히스는 '반복되는 문제의 핵심을 뚫는 힘'이라는 부제가 달린 저서 '업스트림(상류로)'에서 '문제는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문제가 발생한 지점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 문제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댄 히스의 통찰은 허구연의 해설과 궤를 같이한다. 위기를 자초하거나 방치하지 말고 선제적 대응을 하라는 것.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는 팽창의 경험을 거의 가져보지 못한 민족이다. 고구려 광개토대왕 때 정도를 제외하면 '수비의 역사'로 일관한다. 위험에 늘 노출되고 위기상황은 반복됐다. 그럴 때면 또 늘 그렇듯 영웅이 등장한다. 이는 DNA처럼 유전됐다. 대한민국의 많은 조직은 '문제가 발생해야 수습하는 패턴'에 익숙해져 있다. 태풍 '힌남노'에서 보듯 피해는 반복되고 정부·지자체는 뒤늦게 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을 피우니 어찌 이렇게 판박이일 수 있는가. 참으로 희한하다. 미국이 반도체·자동차·바이오 등 미래산업 패권을 쥐기 위해 '미국 내 생산 땐 인센티브'라는 행정명령을 내릴 것을 알고도 선제 대응하지 않은 것은 또 뭔가. 출범 4개월 지난 윤석열 정부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경제적으로는 IMF급 고환율 위기, 정치적으로는 여당 내홍과 부인 리스크, 대외적으로는 4강 외교력 부재 그리고 대북정책의 '담대한' 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뭐 하나 쉬워 보이는 게 없지만 국정 지지율 30% 턱걸이가 말해 주듯 뚜렷한 해결책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강한 대한민국에 걸맞은 리더십을 기대했지만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되레 '기본부터 배우라(South Korea's president needs to learn the basics)'고 일갈했다. 참으로 모욕적이지 않을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대통령 주변의 권력 놀음은 참으로 한심하다. 그래도 누군가는 '상류로' 올라가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이순신'만을 기다릴 순 없다.변종현 편집국 부국장변종현 편집국 부국장
[동네뉴스] 세계를 누비던 은수마을버스 경북 청도·경산에 오다
"이 여행은 중도에 차(車) 고장으로 하루 종일 어느 처마 밑에서 옥수수만 뜯다 올지도 모릅니다."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의 저자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여행작가 임택(62). 그는 생전 처음 와보는 경북 청도·경산에 들어서기 전 일행에게 경고 아닌 경고를 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그는 "지난 삼척 여행 땐 은수가 고장났다. 차를 고치는 동안 정자에 앉아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냈다"면서 "여행은 인생과 닮아서 계획대로 되지 않는 데 매력이 있는 거 아니냐"고 했다. 폐차를 6개월 앞둔 서울 종로 12번 마을버스를 구입해 677일 동안 오대륙 48개국 여행을 다녀와 화제가 됐고, 당나귀와 함께 80일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도 한 임 작가가 지난 26~28일 사흘간 청도와 경산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임 작가를 비롯한 일행을 태우고 이른 아침 서울 광화문을 출발한 '은수마을버스'가 청도 화양읍의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펜션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를 조금 넘긴 한낮이었다. 고장이 잦아 언제 도착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엄포와 달리 비교적 일찍 도착했다. 경산 이경희씨, 청도 박부강씨, 전북 전주에서 온 임양근씨가 미리 와 기다리고 있었다. 세계를 누빈 버스답게 창문에는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고 , 내·외부에는 세계 각국의 문자로 쓴 낙서가 빼곡했다. 버스에서 내린 이는 임 작가를 비롯해 김병목·오상오·노정숙·백종현·박혜원·정애영·김은자·안종호씨 등 모두 9명. 임 작가가 페이스북 친구들과 함께한 국내여행에 참여한 적 있거나 이번에 처음 동참한 사람도 있다. 연령대는 50~70대. 시인·수필가·화가·음악가, 그리고 은퇴한 비행기 조종사 등 다양한 경력의 사람들로 구성돼 있지만, 모두 여행을 좋아하고 임 작가의 책을 감동 깊게 읽은 사람들이다. 여장을 풀고 일행이 가장 먼저 간 곳은 청도 유호연지. 연꽃이 지고 잎만 무성한 저수지 둑길을 걸어 군자정에 앉았다. 이 마을에 정착하게 된 고성이씨와 저수지 조성 당시의 유래에 대해 살펴본 후 싸움소를 기르는 농장 견학을 위해 이동했다. 다음날 일정에 소싸움 경기 관람이 포함돼 있어서다. 임 작가는 '여행은 버리러 가는 것'이라는 말을 가슴에 담기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이번 여행의 원칙을 여행 전 미리 문자로 공지했다. '자신의 일은 철저히 자신이 한다' '철저히 게으른 여행' '종이컵·비닐컵 등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개인 컵과 수저, 수건을 준비하고 음식물 등 쓰레기를 최소로 줄이기' 등이 강조됐다. 숙소로 돌아온 이들이 각자 준비해 온 식재료로 저녁을 지어 먹은 것도 '여행원칙'과 관련이 있는 듯했다..둘째날 청도 화양읍 송금리 마을을 둘러보고 와인터널을 거쳐 소싸움 경기장을 찾았다. 홍팀 '대들보'와 청팀 '사이다'의 대격돌이 펼쳐졌다. 일행은 각자 얼마간의 우권을 구매해 승부의 짜릿함도 맛보았다. 이후 일정이 자유시간이란 점도 특이했다. 말 그대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루지를 타러 가거나 청도읍성과 석빙고를 구경하러 갔다. 저녁에는 한자리에 모여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는 시간을 마련했다. 임 작가의 여행이야기와 하모니카 연주 등 장기자랑도 펼쳐졌다. 임 작가는 "8월 초 안동 채화정을 방문했는데 거기서 경산에 산다는 이경희씨를 만났다. 그의 주선으로 이번 청도·경산 여행을 계획하게 됐다"며 이곳을 오게 된 상황을 설명했다. 이동 중 버스 안에서도 여행 이야기를 풀어놓던 그는 "동네 언덕길을 힘겹게 오르는 마을버스를 보며 쳇바퀴 돌 듯 정해진 코스로 달리는 버스가 쉰 줄에 들어선 내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래전부터 50대가 되면 여행가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는데 처지가 비슷한 낡은 마을버스와 함께 세계여행을 떠난다면 훨씬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실행에 옮겼고 다녀온 후 글을 썼다"고 했다. 또 "당나귀 동키호택과 함께한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이야기도 부지런히 쓰고 있다. 한국어로 완성되면 영어와 스페인어 번역판을 낼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마지막 날 은수마을버스는 경산 남천면 와이너리 '비노캐슬'에 들렀다. 일행은 숙성실 등을 둘러보며 지역에서 생산하는 MBA포도로 와인을 생산하는 한성식 대표로부터 발효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음도 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청도·경산 일정이 끝났고, 은수마을버스는 서울로 돌아갔다. 아쉽기는 배웅하던 이들도 마찬가지. 이경희씨 등은 "추억을 얼마나 가득 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은수마을버스가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글·사진=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와인터널이 있는 경북 청도 화양읍 송금리에 도착한 은수마을버스.청도소싸움장을 찾은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의 저자 임택 작가.마을버스 여행팀이 싸움소 농장 견학 후 마을의 큰 느티나무를 배경으로 단체 촬영을 하고 있다.청도 유호연지의 군자정에서 셀카를 찍고 있는 임택 작가(맨 앞)와 마을버스 여행팀.
"잊지 말자" 8월29일은 경술국치일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날을 잊지 말고 되새겨 두 번 다시 치욕을 겪지 말자."8월29일은 1910년 일제에 의해 국권을 강탈당한 날이다. 이날 광복회 대구시지부와 경북도가 제112주기 경술국치일을 맞아 각각 추념식을 가졌다.먼저 광복회 대구시지부는 지부 학습체험관에서 추념식을 가졌다. 일본제국주의에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긴 치욕스러운 역사를 되새기고 마음의 각오를 새로이 하기 위해 마련한 추념식에는 오상균 광복회 대구시지부장을 비롯해 각 지회장, 사무장 등이 참석해 순국선열과 애국 영령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특히 대구경북항일기념탑 내 국기 게양대에 조기(弔旗)를 달아 국치일의 의미를 되새겼다. 조기 게양은 '대구시 국기게양일 지정 및 국기 현창에 관한 조례'에 따라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국치일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실시됐다. 2014년 제정된 조기 게양 의례에 따르면 1년 중 현충일과 경술국치일에만 조기게양을 하도록 하고 있다. 오상균 지부장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한 처칠의 말처럼 비록 치욕의 역사이지만, 이를 돌아보고 미래를 다짐하기 위해 조기 게양 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더 많은 시민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한편 29일 오전 경북 안동시 임하면 경북독립운동기념관 대강당에서는 경북도가 주최한 국치일 추념식이 거행됐다. 반만년 역사에서 외세에 민족의 정통성을 처음으로 훼손당한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열린 이날 행사에 도내 광복회원과 보훈단체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추모벽 참배, 식전공연, 국민의례, 약사보고, 추념사, 독립군가 제창, 만세삼창 순으로 진행됐다.참석자들은 민족의 국권을 일제에 빼앗긴 아픈 역사를 되새기는 한편, 순국선열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며 아픈 역사를 되새기고 나라 사랑 정신을 함양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대신해 참석한 박세은 경북도 사회복지과장은 추념사에서 "경술국치일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아픔의 날이다. 잃어버린 국권을 회복할 수 있었던 건 선조들의 크나큰 희생 덕분"이라며 "더 이상 아픈 역사가 되풀이하지 않도록 가슴속 깊이 새기고, 앞으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의 나라 사랑 정신을 기리는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변종현기자 byeonjh@yeongnam.com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29일 광복회 대구시지부 회원들이 추념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112주기 경술국치일 추념식이 29일 경북독립운동기념관 왕산관에서 열렸다. 추념식에 앞서 참석한 광복·보훈단체 관계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동네뉴스] "선비복 입어보니 조선의 선비가 된 것 같아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대구 달성 도동서원을 둘러보고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문화관광 행사가 열려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도동서원은 지난 20일 유교문화 활성화 사업 일환으로 전통문화 체험과 도동서원 일대를 관광하는 '시간의 깊이를 맛보다 '를 진행했다. 초등생 3명을 포함해 모두 20여 명이 참가한 이날 행사는 도동서원 운영위 김돈희씨의 배향 인물 소개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중정당(中正堂)에서 선비복 입어보기, 은행잎 책갈피 만들고 좌우명 갖기, 나의 행장 미리 써보기 등을 체험했다. 또 도동의 풍류음악회에 참가해 내방가사 낭독을 감상했다. 이어 비가 오는 가운데에도 십이정려각, 한훤당(寒暄堂) 고택, 유가사, 현풍 도깨비시장 등을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비복 입어보기' 체험에서 정시율(학정초등 3년) 군은 실내에서 쓰는 유건과 외출할 때 쓰는 갓, 그리고 과거 급제 후 쓰는 어사화까지 써보는 기회를 얻었다. 선비복을 갖춰 입은 정 군이 뒷짐을 지고 마치 모델처럼 워킹 장면을 연출하자 참가자들은 환호와 함께 큰 박수를 보냈다. '행장'은 원래 사후에 지인이 써 주는 것이지만 이날 체험에서는 자신의 행장을 미리 써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경북 칠곡 석적읍에서 온 구귀련(69)·신성해(65) 씨는 '살아갈 날보다 남은 날이 적은 자신을 돌아보며 지금처럼 나누고 베풀면서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 것'이라고 행장을 적었다. 이들은 "우연히 행사에 참가해 의미 있는 체험을 했다. 기회가 되면 자주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 참여자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도동서원 중정당은 100년 전만 해도 여성은 올라갈 수 없는 금녀의 장소다. 여성 참가자들은 서원 고택 마루에 앉아 한들 권숙희 작가가 전하는 내방가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한복을 곱게 입은 남헌(南軒) 조명자(대구 달성·76) 씨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가사를 들으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도동서원은 유교문화 활성화에 의미를 더해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해 눈길을 끈다. '은행잎 책갈피 만들기'가 대표적인 예다. 도동서원의 상징인 500살 은행나무의 은행잎을 이용해 책갈피를 만들어 참가자들이 소장할 수 있도록 한 것. '행장 쓰기' 또한 다른 향교나 서원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프로그램이다. 선비·유교 문화를 느끼고 삶의 방향을 설정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됐다. 도동서원 청년 유사 이상희 씨는 "처음 시행된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도동서원이 지역 문화관광의 중심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시간의 깊이를 맛보다' 행사는 성균관 유교문화 활성화 사업단이 주관하고 도동서원 운영위가 주최한다. 지난 7월 1회차 행사를 가졌으며 11월까지 총 일곱 차례 진행한다. 글·사진=조경희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도동서원 문화관광 '시간의 깊이를 맛보다'에 참가한 학생 등 시민들이 중정당에서 '선비복 입어보기' 체험을 하고 있다.도동서원 문화관광 '시간의 깊이를 맛보다' 행사에 참여한 신성해·구귀련(경북 석적읍) 씨가 선비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네뉴스] 대구 고산새마을회·샤프론 프론티어 봉사회, 제77주년 광복절 기념 나라사랑 독도 탐방
"독도에 발을 내딛지 못했지만 선상에서 바라본 우리땅 독도는 정말 너무 아름답고 자랑스러웠어요." 대구 고산새마을회와 샤프론 프론티어 봉사회 회원이 지난 19~20일 이틀간 '제77주년 광복절 기념 나라사랑 독도 탐방' 행사를 가졌다. 고산 새마을 청장년회원과 대학생회원, 샤프론 프론티어 봉사단 소속 중고생 및 학부모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독도탐사대는 19일 새벽 대구를 출발해 이날 오전 울릉도에 도착했다. 울릉수토역사전시관과 나리분지 등을 둘러본 이들은 이튿날 목적지인 독도로 향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배가 정박할 수 없게 됐고, 결국 갑판 위에서 독도를 바라보며 사진 촬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탐사대는 당초 독도에 입도해 지난 광복절에 손도장을 찍어 만든 대형 태극기를 독도경비대에 전달하고, 우리땅 독도를 둘러볼 예정이었다. 울릉도로 돌아온 탐사대는 독도박물관 앞마당에서 나라사랑 태극기 플래시몹 공연을 펼친 후 손도장 태극기를 한광렬 독도박물관 관장에게 전달하고 독도박물관 관람을 했다. 회원들과 학생들을 이끈 박준구 새마을 단장과 김정아 샤프론 단장은 "짧은 기간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학생들이 잘 따라 주어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고, 학생들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마을 학생회에서 활동하는 서한별씨 (영남대 3년)는 "독도에 직접 발을 딛지 못해 아쉬운 맘도 있지만 배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나라사랑을 다시 한번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글·사진=천윤자시민기자kscyj83@hanmail.net<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제77주년 광복절 기념 나라사랑 독도 탐사대'가 지난 20일 독도박물관에서 대형 손도장 태극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당초 손도장 태극기는 독도에 입도해 독도경비대에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기상상황으로 배가 정박하지 못하면서 한광렬 독도박물관장에게 전달됐다.독도탐사대가 울릉도에 조성된 독도기념관에서 '나라사랑 태극기 플래시몹' 공연을 펼치고 있다.기상 상황이 나빠 독도에 입도하지 못한 탐사대원들이 아쉬움을 달래듯 선상에서 독도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일제시대 인도네시아에 끌려간 조선인 위안부와 독립열사 이야기 소설이 되다
"이역만리 타국 땅 인도네시아에서 살다 간 위안부 소녀들의 한(恨)과 징용으로 끌려와 대한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조선 청년들의 애국정신을 그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분들의 삶이 부디 역사책에 기록되고 기억되길 바랍니다." 지난 10일 경북도청 동락관 세미나실에서는 좀 특별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경북 예천 출신으로 1993년부터 인도네시아에 이주해 살고 있는 교민 이태복(63)씨가 소설 '암바라와(Ambarawa)'를 들고 고향을 찾은 것이다. 출판기념회에는 김호운 소설가협회 이사장, 김학동 예천군수, 작가의 중학교 은사인 류용순씨, 대구·안동지역 문인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소설 '암바라와'는 일제시대 인도네시아에 끌려간 조선인 위안부와 독립열사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이다. 인도네시아 위안부였던 고(故) 정서운 할머니의 증언과 인도네시아로 끌려와 포로감시원으로 지내다 고려독립청년당을 결성해 항일운동을 한 이활(본명 이억관)의 생애를 토대로 쓴 소설이다. 이 작가는 "2014년 우연히 한인신문에서 태평양전쟁 때 인도네시아 스마랑에 조선인 소녀 150명이 위안부로 끌려왔다는 사실을 접한 뒤 암바라와 수용소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창작 동기를 설명했다. 그 후 5년에 걸쳐 암바라와 수용소 현장을 취재하며 당시 상황을 낱낱이 채록하고 4년 동안 30번 넘게 고쳐 쓰며 소설을 완성했다. 주인공은 일제에 속아 자바섬 암바라와로 끌려온 조선인 소녀 서영과 암바라와에서 일본군에게 포로로 잡힌 연합군을 감시하는 조선인 청년 성일이다. 작가는 서영과 성일의 사랑을 통해 조선 소녀들에게 가한 일제의 만행과 성일이 만든 항일운동 조직 고려독립청년당의 활동을 풀어낸다. 혈맹 당원이었던 손양섭·민영학·노병한 열사가 일본인 간부 12명을 사살하고 산화한 '암바라와 의거'를 삽입하는 등 머나먼 암바라와에서 펼쳐진 민족의 슬픔과 격동의 역사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광복 후에도 위안부 소녀들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처럼 소설 역시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생을 마쳐야 했던 조선인 청년들과 소녀들의 안타까운 삶으로 끝을 맺는다.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소설에는 암바라와 성(城) 등 잔인했던 역사의 현장을 담은 사진이 함께 수록돼 아픈 역사를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김호운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은 "소설 암바라와는 적도의 나라 자바에 흩뿌려진 조선 포로감시원과 위안부의 연대기다. 작가는 우리에게 삶의 화두 같은 질문을 소설 속에서 던진다"고 평했다. 한편 이 작가는 2015년 계간 '문장' 시 부문에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고 현재 한국문협 인도네시아지부 부회장, 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화가이며 사진작가이기도 한 이씨는 2015년 '붓과 렌즈로 보는 인도네시아' 서양화 개인전과 2018년 대구국립중앙도서관에서 '암바라와 위안부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글·사진=천윤자시민기자kscyj83@hanmail.net<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지난 10일 이태복 작가가 경북도청 동락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신작소설 '암바라와' 출판기념회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태복 작가가 신작소설 '암바라와'의 창작 동기와 집필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동네뉴스] 대구 신매광장서 주민과 함께하는 77주년 광복절 행사
광복절인 15일 대구 수성구 신매동 신매광장에서는 마을주민을 비롯해 지역 학생, 봉사자, 새마을회 회원들이 함께하는 특별한 광복절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선 태극기 나눔, 기념식, 주민 손도장 태극기 만들기, 태극기 페이스 페인팅, 나라사랑 플래시몹, 해선 스님 민족정기 붓 로드링쇼 퍼포먼스 등이 다채롭게 진행됐다. 특히 무대에서 검무를 춘 해선 스님은 펼쳐 놓은 흰 천에다 붓으로 태극기와 77년 전 독립만세를 부르던 모습을 그린 후 '광복, 되찾은 빛은 세계 중심국가' 라는 글씨를 써 넣어 참가자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지역의 초중고생과 대학생은 태극기를 든 채 나라사랑 플래시몹 공연을 펼쳤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고산1동 새마을회는 3·1절 등 국경일마다 1천 개의 태극기를 무료로 나눠 주며 나라사랑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오는 19~20일에는 독도를 방문해 이날 만든 손도장 태극기를 독도경비대에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글·사진=천윤자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15일 대구 수성구 신매광장에서 열린 주민이 함께하는 광복절 행사에서 해선 스님이 '민족정기 붓 로드링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주민과 함께하는 광복절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 손도장 찍기'를 하고 있다.손도장을 찍은 태극기를 들고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지역 초중고생 및 대학생들이 '나라사랑 플래시몹' 공연을 펼치고 있다.15일 대구 수성구 신매광장에서 주민들이 77주년 광복절 기념식을 하고 있다.
"아직도 이런 변소가…" 50년된 마당 화장실 철거 현대식으로
"아직도 나무판자로 가린 변소가 있어요." 경북 청도 이서면 김잠석(87) 할머니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마당 한 구석에 자리한 화장실까지 가는 길은 마치 '십리'나 떨어져 있는 것처럼 멀게 느끼고 있었다. 더욱이 이 화장실은 나무판자가 가림막 역할을 하고 있다. 겨울에는 추워서 가기 힘들고, 여름이면 화장실 문이 없어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재래식이라 쭈그려 앉기에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이 때문에 김 할머니는 시집올 때 가져온 요강을 지금도 이용하고 있다. 사연을 접한 영남새마을공동체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이현희) 봉사자들이 지난 1~6일 엿새간 김 할머니의 집을 찾아 주거환경 개선 봉사활동을 펼쳤다. 판자 가림막을 걷어내고 50년 전에 만들어진 재래식 화장실을 철거했다. 대신 실내에서 할머니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현대식 화장실을 설치했다. 좌변기가 놓이고 레버를 누르니 물이 시원하게 내려갔다. 이를 지켜보던 김 할머니는 "이제 겨울에도, 여름에도 편하겠네. 고맙습니데이. 감사합니데이"라며 봉사자들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다솜둥지복지재단 조호진 사무국장은 "취약 농가의 주거복지 향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청도 일대에서 취약계층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주거환경 개선 지원사업을 진행해 고령·취약·홀몸 어르신의 삶의 질 향상에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다솜둥지복지재단과 영남새마을공동체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달부터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 사업인 '2022년 농촌家꾸기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농촌家꾸기사업은 노후·불량 주택으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겪는 취약계층 어르신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두 단체의 봉사활동은 9월 말까지 진행되며, 대상 지역은 경북·경남 일대 농촌이다. 주요 봉사활동은 싱크대·장판·전등 교체와 도배 등이다. 이현희 영남새마을공동체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기꺼이 나서준 다솜둥지복지재단과 농식품부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농촌지역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을 통한 농촌가꾸기 활동에 적극 나서 '떠나는 농촌에서 찾아오는 농촌'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변종현기자 byeonjh@yeongnam.com영남새마을공동체사회적협동조합 봉사자들이 지난 1~6일 청도 이서면 김잠석 할머니 집을 찾아 50년 전 설치된 재래식 화장실을 철거하고(왼쪽) 실내에 좌변기를 설치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알림] 야성송씨 재구종친회 2022년 정기총회 겸 여름 야유회
△야성송씨 재구종친회(회장 송진근) 2022년 정기총회 겸 여름 야유회= 14일 오전 11시, 청궁메기매운탕(대구도시철도 문양역 앞), 회비 세대당 2만원. 010-2515-0678, 010-3522-5087
[동네뉴스] 드라마 밖의 우영우…타악기 연주로 봉사하는 '자폐청년'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속 우영우 변호사처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남 다른 재능으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는 자폐 청년이 있다. 대구가톨릭대 관현악과에 재학 중인 박병준(22)씨. 그는 전문 타악연주자로 구성된 '신타카타카 타악앙상블'의 멤버이기도 하다. 드라마 밖의 수많은 '우영우'가 사회적 의사소통에 힘들어하고 있지만 다행히 박씨는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그는 드럼뿐 아니라 마림바·팀파니·실로폰 등 웬만한 타악기는 모두 다룰 수 있다. 동료 음악인과 함께 '신나는 예술여행 전국투어'를 할 만큼 실력도 인정받고 있다. 부산음악협회 학생콩쿠르, 경북음악협회 학생콩쿠르 등 비장애 학생과 함께 겨루는 대회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여러번 입상했다. 그는 보다 전문적인 음악공부를 위해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박씨가 장애 진단을 받은 때는 두 돌도 되기 전이다. 어머니 권혜옥(50·대구 수성구 노변동)씨는 "아들이 두 돌이 채 되기 전 또래 아이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다"며 "의사가 상담 후 경증 자폐 진단을 내려 충격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권씨는 이후 아들을 데리고 치료기관을 찾아다니며 언어치료, 심리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 각종 특수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중학생이던 박씨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보는 이가 나타났다. 대구오폐라하우스 오케스트라 이희정 단원은 한 교회 드럼아카데미에서 악보도 볼 줄 모르는 박씨가 한 번 들은 음정을 그대로 기억하고 표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씨는 바로 어머니 권씨에게 드럼을 제대로 가르쳐 볼 것을 권유했다. 이에 드럼을 배우기 시작한 박씨는 놀라운 속도로 습득하기 시작했고, 중학교 졸업할 무렵에는 혼자 학교를 오가고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상태도 좋아졌다. 대학에서 첫 방학을 맞은 박씨는 요즘 '신타카타카 타악앙상블' 멤버로 전국의 장애인복지관 등을 투어하며 연주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여수·부안·목포지역 장애인복지관에서 연주한 데 이어 8월 산청·증평·충주, 9월 전주·구례, 11월 영천 등 전국을 도는 연주 일정이 잡혀 있다.아들이 음악을 하면서 어머니 권씨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성악교실에 참여하게 됐다. 동호회 활동도 하고 있는 권씨는 "요즘 자폐인을 다룬 드라마에서 우영우라는 주인공이 주목 받는 것을 보았다"며 "자폐인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따뜻하게 바뀌고 있는 것 같아 흐뭇하다"고 했다. 이어 "실제 우리 주변에는 아들과 같은 자폐인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일반인과 어울릴 기회가 적어 안타깝다"며 "그런 면에서 아들은 좋은 선생님과 동료들을 만나 행운이다. 앞으로 아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제몫의 삶을 잘살아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안고 있는 박병준씨가 마림바를 연주하고 있다. 어머니 권혜옥씨 제공박병준씨가 '신타카타카 타악앙상블' 멤버들과 공연하고 있다. 어머니 권혜옥씨 제공'신타카타카 타악앙상블' 멤버들과 공연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어머니 권혜옥씨 제공타악기연주자 박병준씨와 어머니 권혜옥씨. 천윤자시민기자공연 후 축하해 주러온 가족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는 박병준씨. 어머니 권혜옥씨 제공박병준씨의 재능을 처음 알아봐준 첫 번째 타악선생님인 이희정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어머니 권혜옥씨 제공
[영남타워] 삼국유사면, 문무대왕면, 사벌국면
라면이나 짜장면 이야기는 아니다. 1970년대 초등교실에 나돌던 난센스 퀴즈 중 '면은 면인데 못 먹는 면은?'이란 게 있다. 정답은 알다시피 '바다가 육지라면'이다. 못 먹는 면이 어디 그뿐이랴마는 아마도 1970년 조미미가 발표한 동명의 트로트 곡 영향으로 보인다. 이후 시대가 바뀌면서 '산타가 가장 싫어하는 면은? 울면!' 등으로 진화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육지에, 특히 지방에 '울면'이 수두룩하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군(郡)에 딸린 하부 행정구역인 면(面) 지역이 인구절벽시대 소멸 위기에 처하면서 울상이라는 것. 지자체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사람 보기 힘든 마을이 늘고 있다. 경북 군위군 고로면은 2021년 삼국유사면으로 이름을 바꿨다. 고려 승려 일연이 이곳 인각사에서 삼국유사를 저술한 점에 착안했다. 삼국유사면에는 인각사 외에도 일연공원·학소대·화산산성 등의 관광지가 있다. 그해 경주에서는 양북면을 문무대왕면으로 개명했다. 문무대왕은 신라 30대 왕으로 한반도 첫 통일국가 왕이다. 이곳에는 문무대왕 수중릉을 비롯해 기림사, 감은사지 3층석탑 등의 유적지가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도 이곳에 자리 잡았다. 상주시 사벌면은 2020년 사벌국면으로 변경됐다. 사벌국은 상주 최초 성읍국가로 상주 역사의 시작이라 하겠다. 100년간 써온 이름을 바꾸는 일이었지만 이들 세 지역 주민은 개명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왜일까.앞서 인천 남구가 2018년 구명(區名)을 '미추홀구'로 바꾸자 전국 지자체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미추홀은 백제 시조 온조왕의 형인 비류가 인천 문학산 일대에 정착하면서 붙인 지명이다. 생소했지만 구명은 브랜드가 됐다. 동구·서구·남구·북구 등 대도시에는 하나같이 방위 개념의 구가 존재한다. 지역 고유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먼 행정편의주의적 네이밍이 아닐 수 없다. 미추홀구 개명을 보면서 대구에서도 중구를 '국채보상구' 등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보수적 성향 때문이었을까 반향은 적었다. 지역 가치 재창조가 대구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는 사이 경북에선 눈여겨볼 개명 작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읍·면 이름이야 그만한 사연 하나씩 갖기 마련이지만 지명만 듣고선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심지어 그게 그거여서 차별성도 없다. 한자 지명인 탓도 있겠지만 지역 고유의 가치가 이름에 잘 드러나지 않은 까닭이다. 삼국유사면·문무대왕면·사벌국면은 일단 면 명칭만으로도 귀에 쏙 들어오지만(감탄할 만큼 이색적이다) 역사적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도 눈에 확 들어온다. 지명을 브랜드화하는 전략은 2015년 고령군 고령읍이 대가야읍으로 개칭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이외 경북에는 울진 금강송면, 청송 주왕산면, 포항 제철동, 경주 불국동 등 지역 정체성을 살린 행정지명이 더러 있다. 기업 영업은 크게 꿀벌전략과 거미전략으로 나뉜다. 전자가 소비자를 찾아 돌아다니는 발품 전략이라면 후자는 거미줄처럼 상점을 차려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전략이다. 경북 읍·면의 명칭 변경은 외지 관광객(혹은 귀농귀촌 인구)을 유인하는 거미전략에 해당한다. 23개 시·군마다 문무대왕면 같은 읍·면 이름 하나 정도 갖는다면 경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더 끌 수 있지 않을까. 단, 상점을 쌈박하게 꾸민 후엔 걸맞은 콘텐츠를 채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7월21일은 문무대왕의 날이었다. 문무대왕면의 콘텐츠라 하겠다.변종현 편집국 부국장변종현 편집국 부국장
[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운부암 느티나무를 만나러 가는 날
흰 구름 피어오르는 하늘을 보니 남태평양이 부럽지 않다. 오랫동안 친정 드나들 듯하는 운부암으로 간다. 창건 당시 상스러운 구름이 떠 있어 이름 지었다는 그곳을 향할 때면 구름보다 내 마음이 더 들뜬다. 미리 일정을 계획하고 가기도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문득 나설 때도 있다. 이곳을 좋아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기에 몇 군데 전화하면 누구든 동행이 된다.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이처럼 마음 가는 곳이 있다니 행운이다.우람한 일주문을 지나 솔밭 길에 들어서면 속세의 번잡한 일들은 이미 내 것이 아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은해사는 진작 관심에서 비껴있고, 곧장 계곡을 따라 나무와 풀꽃과 동무하며 걷다보면 신일지에 이른다. 번듯한 팔각 정자가 있지만 저수지 옆 돌 탁자에 죽은 나무 등걸을 잘라 만든 의자가 내 자리다. 이곳에서 마시는 차 한 잔, 어느 분위기 좋은 카페가 이보다 나을까. 청청한 여름도, 생강나무 꽃과 진달래가 피는 봄에도, 단풍 고운 가을에도,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조차도 이곳은 늘 나를 부른다. 가다가 산 쪽으로 난 오솔길로 들면 더욱 운치 있다. 오늘은 초록숲 속에서 주황색 산나리가 단연 돋보인다. 쉬엄쉬엄 걷다보면 단청 없는 소박한 암자가 나타난다. 보화루에 앉아서 내다보는 차경도 계절에 따라 멋진 산수화를 보여준다. 이곳을 기도처로 삼는 지인이 걸어놓은 서각과 불이문을 지나 계단에 놓아둔 와각도 정겹다. 굳이 불당에 들르지 않는다. 서편 요사채 뒤 나지막한 언덕에 자리한 오래된 느티나무가 내 기도처다. 처음 이 나무를 만났을 때 충격적이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치 오래된 나무는 속살은 시커멓게 타고 수피만 남아 있는데도 해마다 물을 길어 올려 잎을 틔운다.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꽂아 둔 곳에 잎이 나고 자랐다는 이 나무가 어느 해 여름 벼락을 맞았다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이 곳에서 촛불을 켜고 지성을 드리다가 불이 나는 바람에 속이 다 탔다고도 했다. 그 날의 참상과 흔적이 보이는 듯 살아온 흔적인 나이테도 다 지워버렸다. 애면글면 속 끓이는 자식 걱정에 모든 것을 다 주고도 더 줄 것이 없어 안타까워하는 늙은 어미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나무, 이 경이로운 나무 앞에 서면 생명의 존엄성에 저절로 고개 숙여진다. 나무를 알현하고 내려오는 길, 계곡의 물소리를 다음에 또 오라는 속삭임으로 들으며 속세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천윤자시민기자.kscyj83@hanmail.net<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동네뉴스] 대구 청곡복지관 '신나는 여름방학 마을학교'서 교통안전표지판 만들었어요
"게임과 놀이도 재미있었지만 우리 스스로 교통안전 표지판을 만든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요." 지난 19~21일 사흘간 대구 수성구 청곡종합복지관에서는 방학을 맞은 고산지역 초등생 3~6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신나는 여름방학 마을학교'가 열려 학생·학부모의 큰 호응을 얻었다. 첫날 진행된 '부모님과 함께하는 세대이해 - 응답하라 4010' 프로그램에선 어린이와 부모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아이스브레이킹 활동과 릴레이 꼬칼콘 빙고 게임으로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나눈 후 어린이들은 부모세대의 노래·과자·전자제품을, 부모들은 아이들이 즐기는 노래·과자·전자제품을 알아맞히는 퀴즈게임을 했다. 행사에 참여한 한 학모는 "아이세대는 카멜레온세대다.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가야 할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며 "아이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고 함께한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고 말했다. 둘째날에는 '어린이 자원봉사학교 청곡방범대-내손으로 만드는 안전 표지판'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스쿨존 교통안전을 주제로 안전표지판을 제작하는 활동이다. 아이들은 '신호등' '아이들' '일이삼사' 등 주어진 글제로 삼행시 혹은 사행시를 짓고 그림을 그려 넣는 등 직접 표지판을 만들었다. 완성된 안전표지판 세 개는 한국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본부에 전달됐으며, 공단 내 여러 장소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날은 특히 프로그램 진행에 앞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자원봉사 기초교육도 이뤄졌다. 마지막 날인 21일에는 '마음껏 뛰어놀자, 청곡 오락관' 행사가 열렸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아이들이 슬기롭게 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이날 복지관 전체를 놀이터로 내준 것. 정우영 복지사는 "평소에 할 수 없었던 다양한 단체활동과 신체활동을 통해 자연스레 긍정적 또래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리라 생각한다"며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한 덕에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글·사진=천윤자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지난 19~21일 대구 수성구 청곡종합복지관의 '신나는 여름방학 마을학교'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교통안전표지판을 만들고 있다.안전표지판을 만들기 전에 자원봉사 교육을 받고 있다.아이들 스스로 만든 교통안전표지판을 한국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본부에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병원 떠났던 대구 수련병원 전공의 700여 명, 복귀 시점 마지날에도 '요지부동'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탄력받는 정부의 의료 개혁…남은 숙제는 전공의 복귀와 의사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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