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밀어낸 장마전선에 대구경북은 '폭염경보'…본격적인 무더위 시작
"아따 오늘은 아침부터 푹푹 찌네요."22일 오전 11시쯤 대구 달서구 보건소 앞에서 만난 유순덕(여·72)씨는 "보건소에 볼 일이 있어 아침 일찍 나왔는데 너무 더워서 놀랐다"며 "좀 전에는 폭염 경보 문자가 오더라. 진짜 무더위가 시작되는 것 같다. 일도 해야 하는데 앞으로 더 더워질까 봐 겁난다"고 말했다.태풍 '개미'의 영향으로 장마 전선이 북상하면서 대구경북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경북 일부 지역에서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후 점차 범위가 확대돼 21일부터는 대구경북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22일 오전 10시를 기해 대구(군위 제외)와 경북 영천, 경산, 고령, 성주, 칠곡, 예천, 의성, 포항 지역에선 폭염주의보가 폭염경보로 격상됐다. 폭염 경보는 일 최고기온이 35℃ 이상 이틀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지역별로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경주시 감포읍이 37.3℃로 가장 높은 수은주를 기록했다. 또 대구 동구 신암동과 포항 호미곶면이 각 35.4℃, 35.3℃를 기록했다.기상청은 대구경북 지역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면서 가마솥 더위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태풍 개미가 중국과 대만 부근으로 북상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에 고온다습한 공기를 유입해 세력이 더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고기압 세력이 장마 전선을 밀어내며 대구 등 남부 지역이 고기압 영향권에 든 것이다.강남영 경북대(지리학과) 교수는 "넓은 시각에서 보면 라니냐와 지구 온난화 효과로 인해 높아진 해수면 온도가 우리나라 쪽에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을 강화하고 있는 패턴이다. 여기에 태풍의 영향으로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돼 일시적으로 고기압 세력이 더 강화됐다"고 설명했다.통상적으로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불볕 더위가 시작된다. 그러나 현재 태풍 개미의 이동 경로에 따라 전선의 변동성이 커 장마가 언제 끝날지는 미지수다.다만, 전문가들은 장마전선이 대구 등 남부 지역까지 남하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구경북 지역은 이미 본격적인 폭염 시기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장마 전선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중부 지역에는 많은 비를 뿌릴 수 있다"면서 "대구경북 등 남부 지역은 한동안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 폭염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기상청은 한동안 대구경북 지역에 평년(최저기온 20~24℃, 최고기온 28~33℃)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경북 북부 지역은 장마 전선의 영향 아래 들면서 23일 오전부터 비가 가끔 내리겠다.기상청 관계자는 "온열 질환 발생 가능성이 크니 야외 활동과 외출을 자제하고, 건강관리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지난해 8월 2일 대구 남구 앞산에서 바라본 대구 도심 모습. 사진은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했으며 높은 온도는 붉은색으로, 낮은 온도는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대구경북 폭염특보 발효현황. 연한색은 폭염주의보, 진한색은 폭염경보를 의미한다. 대구지방기상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