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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이를 함부로 키우나 .3]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심리 DNA까지 대물림
# 1부동산업으로 큰돈을 번 김태준(가명·42)씨는 매사 적극적이고 기민하고 사교성도 좋다. 하지만 만 3세 때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쭉 살았다. '믿을 놈은 하나도 없다' '오직 자기 힘으로 살아 남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고 돈을 벌었다. 젊은 나이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재산을 모았다. 대신 타인으로부터 무시를 받을 때 물불을 가리지 않고 분노를 터뜨린다.김씨에겐 10세 아들과 8세 딸이 있다. 제대로 못 배운 그는 아들만큼은 공부를 잘 시키고 싶다. 그런데 아들이 기대에 못 미칠 땐, 소리를 지르고 야단치고 화를 냈다. 어릴 땐 아들을 발가벗겨서 집 밖으로 내쫓기도 했다. 얼마 전엔 공부하지 않고 유튜브만 본다며 "너 같은 건 공부할 필요 없다"면서 아들이 아끼는 장난감들을 때려 부쉈다. # 2중학교 교사인 박미영(가명)씨의 엄마는 고등학교 교사였다. 박씨는 어린 시절 여러 학원을 전전해야 했고, 학원을 마치고 늦게 귀가하면 과외선생이 그를 기다리곤 했다. 늘 1등이기를 강조했던 엄마는 더 잘하기를 원했다. 몇 년 전, 박씨의 딸이 초등학교에서 쓴 글을 봤다. '엄마는 학교 선생님이신데 세련되고 똑똑하고 나에게 늘 헌신하신다. 내가 잘되기를 가장 원하시고, 가끔 내가 동생들과 싸우거나 할 때면 무섭게 혼도 내시고 때리기도 하신다'는 내용이었다. 박씨가 엄마에게 느꼈던 비슷한 감정을 딸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 박씨의 딸이 어린 동생한테 한숨을 푹 쉬면서 "이것밖에 못해. 도대체 너는 커서 뭐가 될래.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어떻게 아이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는가 싶어 깜짝 놀랐다. 그 말은 박씨가 어릴 적 엄마에게 들었던 소리였다. 부모는 자신이 '내면화'된 대로 양육자녀는 양육된 대로 답습해 '내면화'부모 상처를 아이에게 투사하지 않고자기 내면 치유해야 아이 심리도 건강전문가들은 부모의 양육방식이 자녀 마음의 밑바탕을 형성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모는 자신이 '내면화'된 대로 자녀를 양육하고, 자녀는 양육된 대로 내면화한다는 것이다.옛말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듯 자식은 부모의 특징을 빼닮는다. 생물학적인 DNA가 아니라 부모와 자녀 간 심리적 상호역동성에 의해 자식은 부모의 심리 DNA를 그대로 이어받는다. 컴퓨터로는 소프트웨어, 스마트폰으로는 앱에 비유할 수 있으며, 통상 '본을 뜬다'고 했을 때 그 본이다. 대상 관계이론 전문가들은 "사회성의 기초가 되는 양육자와의 최초 관계인 '내적대상관계'란 개념을 이해하면 부모와 자식 간의 대물림하는 심리적 상호역동성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김씨는 어릴 때부터 부모가 자신을 함부로 대했다고 했다. 아버지는 김씨를 무시했단다. 그는 자라면서 자기 존재는 무시 받아도 되는 가치 없는 사람으로 내면화된 것 같다고 했다. 대상관계이론으로 보면, 내적대상관계가 부정적으로 형성됐기 때문에 타인과 관계를 형성할 때, 특히 자식들과의 관계를 형성할 때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김씨의 내면에 부모로부터의 무시감, 분노감이 안착된 결과, 자신의 아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아들을 무시하는 방법으로 대응한 것이다. 김씨의 아들은 어린 시절 발가벗겨져 집 밖으로 쫓겨날 때 '우리 아버지가 나를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또 스마트폰을 본다며 장난감을 부수는 아버지를 보면서 엄청난 공포감과 부당함을 느꼈을 것이다. 김씨는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무시감과 분노감을 아들에게 퍼붓고, 아들은 그 느낌을 고스란히 대물림한 것이다. 김씨는 스스로 생후 36개월 동안 내면화된 심리적 원형을 탐색하고, 부모로부터 받은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박씨의 경우 어린 시절 바쁘고 엄격한 엄마보다 따뜻하고 함께 놀아줄 엄마가 필요했다.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 채찍질하는 아이보다는 즐거움과 웃음이 넘치는 아이로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야 했다. 그렇지 못했던 박씨는 자신의 내면에 충분히 다 자라지 못했던 상처받은 또 다른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박씨에게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에 대한 1차 가해자는 엄마였지만, 딸에게 이어지는 2차 가해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이 같은 정서적 대물림은 옛날식 '가풍(家風)'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대물림은 그대로 계승해도 좋겠지만, 김씨와 박씨의 사례처럼 부정적인 것이라면 대물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영호 <사>한국가족상담협회 대구가족상담센터 소장은 "아이들의 심리상태가 건강하려면 부모가 아이에게 투사하지 않고 부모의 상처받은 내면을 치유해야 하며,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분리된 개인적 인격체로 살아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부모와 자식 간에 정서적 대물림이 끊어지지 않고 문제점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공동취재단: 영남일보 사회부 이효설기자,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이제상 본부장■ 김영호 대구가족상담센터 소장"본 보이는 부모 바꿔야 자녀 마음의 병 고친다""양육자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본'(本)은 피양육자인 자녀의 본으로 그대로 전승됩니다. 부모의 본은 요즘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앱을 한번 설치하면 없애거나 바꾸기 쉽지 않습니다."<사>한국가족상담협회 대구가족상담센터 김영호〈사진〉 소장은 부모와 자녀 간 심리적 상호역동성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양육자는 생후 36개월 동안 자녀에게 본을 심고, 그것은 큰 틀에서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김 소장은 "10대 청소년이 심리치료가 필요할 경우 아이들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그 엄마부터 대상으로 치료한다"면서 "이는 본을 보이는 부모를 바꿔야 자녀들이 바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김 소장은 최근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10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우려했다. 특히 자녀들이 엄마와의 특별한 일대일 관계를 형성해야 할 시기에 그 과업을 이루지 못하면서 성격장애를 비롯해 우울증, 불안장애, 경계선 증후군 등 각종 정신질환이 발병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생산성과 개인의 성공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여성의 육아·가사에 대한 공로를 인정하지 않아 발생한 결과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김 소장은 "유아기 동안 아이들에게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아이에게 엄마가 매달려 있어야 하지만, 사회에선 그걸 무시한다. 엄마는 사회적 성공을 원하고, 국가는 풍부한 여성 노동력을 활용하고자 한다"며 "이런 논리로 사회제도를 설계한 게 문제"라고 짚었다.김 소장은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동들은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대상과 상황에 쉽게 빠져버린다고 우려했다. 그는 "엄마와의 애착 관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는 아이는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 자신의 욕구를 해결해 줄 대상을 찾아다닌다"며 "스마트폰과 게임에 쉽게 빠져 쾌락적이고 즉각 만족을 주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데 집중한다. 엄마 품에서 부드러운 맛, 행복했던 느낌이 없다면, 남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도 생길 수 없다"고 했다. 공동취재단 ▨ 공동취재단 : 영남일보 사회부 이효설 기자,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이제상 본부장
2024.01.03
대구경북 새 50년 향한 '첨단산업 경제 영토' 넓어진다
대구경북의 경제영토가 넓어지고 있다. 2차전지(배터리)·로봇·반도체·ABB 등 각종 첨단업종 기업들을 담아낼 그릇(기업 집적지)이 많아져서다. 대구는 수성구 유일의 디지털혁신산단인 '알파시티'를 비롯해 제2국가산단·군위군이 새 경제영토로 주목받고 있다. 경북에선 포항과 구미가 배터리 특화단지, 반도체특화단지로 새 출발 한다. 여기에 바이오생명(안동), 원자력수소(울진), SMR(경주·소형모듈원전), 베어링 (영주) 집적지가 신규 산단 목록에 올랐다. 대구 디지털 엔진 '제2수성알파시티 개발'대구편입 군위 복합공항도시 탈바꿈달성 2국가산단 서비스로봇 등 재편대구의 산업 지형도가 확연하게 넓어지고 있다. 대구시가 줄기차게 첨단 업종 기업유치 및 연관 산업 인프라 확충에 노력한 결과다. 생산도시로서의 위용도 갖춰가고 있다. 먼저 그간 의료시설 없는 '의료지구'로 비판받아 온 수성의료지구는 조성 15년 만에 정보통신기술(ICT)과 소프트웨어 중심의 혁신산단인 '수성알파시티(대흥동 일원)'로 변신하고 있다. 수성구 유일의 산단이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발표한 전국 5개 '디지털 혁신지구'에 지정되면서 대구 미래성장 중심지로 도약할 기회를 맞았다. 이전 기업에 정부 재정이 대폭 지원돼 '제2의 판교'와 같은 도심 속 'ICT 특구'로 성장할 수 있게 됐다. 비수도권 최대 ICT기업 집적지인 수성알파시티는 관련 기업 170여 곳이 입주해 있다. ABB(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산업의 기반이 될 블록체인 기술혁신지원센터도 12월 부산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개소했다. 정부 재정 지원을 토대로 관련 기업유치가 활성화되면 UAM(도심항공교통)과 로봇, 헬스케어 등 대구의 미래 주력산업도 기반이 한층 탄탄해질 전망이다. 삼성이 투자한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수성알파시티에 연구개발을 담당할 테크센터를 설립한다. 대구 디지털 산업의 엔진 역할을 할 '제2수성알파시티 개발 계획(18만평 추가 개발)'도 확정된 상태다. 지난해 7월 대구시에 편입된 군위군은 대구경북신공항 개항(목표 2030년)을 통해 항공과 산업, 관광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공항도시로 탈바꿈한다. 무엇보다 반도체, 항공물류, 첨단 모빌리티, 지식서비스 등 신산업의 허브와 비즈니스·상업 지구가 갖춰진 '에어 시티'가 건설된다. 초광역 공항경제권이 구축되는 것이다.달성군은 계속 경제영토를 확장 중이다. 2009년 처음 국가산단(구지면)을 품에 안은 후 14년 만에 제2국가산단( 화원읍·옥포읍 일대)을 거머쥐게 됐다. 공단 면적은 304만2천㎡(92만평)이다. 미래 모빌리티와 로봇 기업들을 하나둘 담는 일이 남았다. 산업용 로봇에서 서비스로봇으로 전환시키는 디딤돌이 될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조성사업(달성군 유가읍·총사업비 1천997억원)'도 올해부터 본격 조성에 들어간다. 국가산단(구지면) 2단계 부지에는 양극재 생산기업인 <주>엘앤에프가 55만8천여㎡(17만평)에 대규모 2차전지소재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두산그룹 계열의 두산리사이클솔루션도 인근 부지에 공장을 짓는다. 최운백 대구시 미래혁신성장실장은 "산업구조 재편의 핵심은 유망 기업을 유치해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타지 청년들이 대구로 올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3대 도시 영광 회복과 대구 미래 50년 먹거리 발굴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경북 포항 배터리·구미 반도체 특화 단지안동·의성 바이오, 영주 첨단 베어링동해안 에너지·김천 모빌리티 확장포항의 배터리 산업은 철강을 잇는 경북의 주력산업이 되고 있다. 경북도의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2019년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전국에서 최초로 '사용후 배터리'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매개로 포항은 배터리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경북도는 2030년까지 도내에서 양극재 연간 100만t 생산, 매출액 70조원, 고용창출 1만5천여 명을 예상하고 있다.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해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총사업비 489억원)'도 착공돼 2025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경북 동해안은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 중심으로 각광받는다. 2022년 신한울 1호기가 12년 만에 준공돼 본격 가동 중이고, 신한울 2호기도 올해 상반기쯤 상업 운전에 들어간다. 신한울 3·4호기 또한 2032년과 2033년 각각 준공 예정이다.세계시장을 선도할 수소 에너지 생산 기반도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지난해 7월 총사업비 1천918억원 규모의 수소연료전지발전클러스터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2028년까지 포항 블루밸리 산단에 국내 최대 수소연료전지 기업 집적화단지가 완성된다.구미는 최근 631만여㎡(1천91만평) 규모의 국가산단이 비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방산혁신클러스터, 첨단전자산업 자원순환 클러스터 등 굵직한 국책사업을 유치하면서 옛 영광을 다시 찾을 기회를 잡았다.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는 2032년까지 생산유발 효과 5조3천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2조8천억원이 예상된다. 6천500여 명의 고용창출도 기대된다. 경북의 모빌리티 산업벨트는 김천을 중심으로 확장 중이다. 김천은 자동차튜닝안전기술원, 드론실기시험장, 자동차주행시험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 2027년 준공 예정인 튜닝안전기술원 건립엔 629억원이 투입된다. 교육수요는 연간 2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준공된 한국교통안전공단 김천 드론자격센터는 국내 유일한 비가시권 드론자격센터다. UAM(도심항공교통) 등 자율비행·장거리 드론 등장에 따른 각종 자격체계 개발을 전담하게 된다. 안동·의성 등 북부권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 산업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안동은 경북바이오산업단지 내 연구개발, 비임상지원, 임상시료생산을 맡고 있다. 바이오 선도기업도 소재해 전(全)주기 지원 시스템을 갖췄다.의성은 바이오소재 산업의 핵심인 세포배양 메카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3월 개소한 경북세포배양산업지원센터는 바이오 관련 기업의 연구개발과 행정·재정적 지원을 위해 의성바이오밸리 일반산단(2025년 준공)내 기업 유치업무를 총괄한다. 지난해 경북 북부권 최초의 국가산단(베어링)으로 승인받은 영주도 주목받고 있다.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2024.01.02
[인재가 지역을 바꾼다] 프롤로그…인재 개념을 인구 전체로 넓혀 모두가 '평생 현역' 활약
인구 구조청년층 두터운 수도권 '항아리형'대구-경북 고령화 전형'역삼각형'일자리 찾아서 떠나는 현실 방증대구와 경북의 인구 감소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청년 층의 유출이 심각하다. 인구 구조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수도권은 청년 층이 꽤 두터운 '항아리형'이지만, 대구와 경북은 고령화의 전형적인 모습인 '역삼각형' 구조를 갖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1월 기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인구 가운데 20~39세가 712만8천256명으로 60세 이상 634만3천491명 보다 많다. 지난 2014년부터 수도권 청년 층은 늘 노인 층보다 많았다. 반면 대구와 경북은 정반대다. 대구 인구 중 20~39세는 56만3천879명으로 60세 이상 66만9천973명보다 적다. 경북의 고령화는 더 심하다. 경북지역 60세 이상은 87만4천604명으로 20~39세 50만9천111명보다 훨씬 많다. '경제 허리'로 불리는 40~59세의 경우 대구는 77만6천806명, 경북은 80만2천201명이었다. 불과 10년 전인 2014년은 달랐다. 대구의 20~39세는 67만7천173명, 40~59세는 86만1천769명, 60세 이상은 43만8천702명이었다. 경북도 각각 66만9천명, 88만5천703명, 63만2천243명으로 청·장년층이 두터웠다. 비수도권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대구와 경북에서 청년 층이 빠르게 줄어든 모습이다. 청년 층의 수도권 유출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구와 경북지역 청년 층 유출 배경은 '일자리'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와 경북의 20대(20~29세) 고용률은 각각 54.2%와 55.9%다. 서울의 63.0%, 경기도의 64.9%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 또 2021년 기준 대구를 떠난 인구 2만4천명 중 19~34세가 절반 가까이인 1만 1천명에 달한다. 청년 층이 대구를 떠난 주요 이유는 직업(60.3%)이었다. 경북을 떠난 청년 9천명 중 대부분이 수도권(78.8%)에 정착했고, 전출 사유도 직업(56.9%)이 가장 많았다.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 층을 억지로 막을 수 없다. 청년 층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수도권에서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경력단절여성과 은퇴한 장년층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1월 기준 대구 지역 경력단절여성은 6만9천 여명에 이른다. 경북은 6만2천명이다. 대구는 전년과 비교해 거의 변동이 없고, 경북은 4천 명 정도 늘었다. 박은희 대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상적인 인구 구조는 경제활동인구가 많은 항아리 모양이지만, 학령인구 감소, 고령화 등으로 이런 구조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지방소멸과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선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일자리, 외국인 노동자 활용 등 다양하고 획기적인 방안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지방 정책尹정부 '지방시대' 4대특구 계획지역이 소멸대응 전략 짜서 주도대구경북 '지역특화형 비자사업'지방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중앙정부의 일방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정책은 실패를 거듭했다. 일자리, 교육, 문화 등의 인프라가 수도권으로 몰리는 상황이 가속화됐고, 지방은 고사 직전의 위게 내몰렸다.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기치로 내걸고 지역 주도의 정책으로 전환했다.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를 아우르는 '지방 4대 특구' 조성 계획이 대표적이다. 중앙정부는 세제 감면과 규제 특례, 재정 지원을 하고 지방정부는 지역 특색에 맞는 전략을 짜도록 했다. 특히 도심융합특구의 경우 지방정부가 기본방향 및 산업 육성방안까지 직접 설계토록 했다. 소멸 위기에 맞선 지방의 전략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대구와 경북은 인구 유출을 막고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구는 신산업 육성을 통해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들을 붙잡을 계획이다. 5대 미래신산업(ABB·반도체·로봇·UAM·헬스케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부터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도 신청할 예정이다. 대구 기업의 인력 수급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 받아들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북은 이미 지난해부터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에 적극 나선 상태다.경북은 지자체, 기업, 대학을 연계해 인재를 양성하는 'K-U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포항의 2차전지, 구미의 반도체 등 시·군별 특화 전략사업을 중심으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기업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지방 주도의 혁신 생태계 조성이 핵심이다. 다만, 일부 지자체의 지방소멸 대응 전략은 아직 미성숙 단계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인구 감소지역인 대구 남구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률이 전체 134억원 가운데 3억7천900만원으로 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정된 예산과 기획력 부족을 하소연하기도 한다. 경북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생존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한정된 예산과 기획으로 한계를 느낀다. 기존의 인구증가 정책을 시행하는 것만 해도 벅찰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jh@yeongnam.com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해외 에선노인인구 비중 28.9%인 일본지방창생법·1억 총활약 플랜청년에 국한하던 인재개념 확대지방소멸, 인구 감소라는 단어가 나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가 일본이다. 지난 7월 발표된 일본 총무성 인구동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 기준 일본인은 1억2242만3038명이다. 전년에 비해 80만523명이 감소했다. 감소 폭이 1968년 조사 이후 가장 컸다. 인구 감소에다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20년 기준 일본의 노인 인구 비중은 28.9%에 달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경제에 치명적이다. '잃어버린 30년'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지방소멸 문제도 심각하다. 일본 정부는 저출산, 초고령화,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05년 도쿄 인구집중 방비, 지방 정주 여건 확보 등을 담음 '지방창생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16년에는 '1억 총활약 플랜'을 내놓았다. 50년 뒤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고, 여성과 노인을 포함해 1억명이 모두 활발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계획이다.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대한민국은 물론 대구와 경북도 곱씹어 볼만한 정책이다. 인재의 개념을 청년에만 맞춘 게 아니라 '인구' 전체로 넓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넓히고 있다.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의 외국인 채용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2067년 외국인이 일본 총인구의 10.2%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대한민국도 최근 이민청 설립 등 새로운 외국인 정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북은 지역특화형 비자를 통해 인구 증가 효과를 맛보고 있다. 지방소멸을 주도적으로 극복하려는 일본의 지자체도 생겨나고 있다. 일본 호쿠리쿠(北陸) 지역의 광역지자체인 후쿠이현이 대표적이다. 후쿠이현은 일본 제1의 행복도시로 불린다. 지역의 경제기반이었던 안경·섬유산업이 쇠락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의료·헬스케어·우주항공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면서 정주하고, 찾아오는 도시로 변모했다. 첨단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대구와 경북의 도시가 참고할 만하다. '평생 현역'이라는 풍토가 강하다. 인구를 인재로 대접하는 셈이다.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는 "전체 인구가 잉여나 유휴 없이 모두가 활약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지역 차원에서 인재의 활력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지방시대, 지역민 모두가 인재다
한국의 인구 감소는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달 29일 한국의 세계 최저출산이 국방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지난해 3분기(7∼9월) 합계출산율은 0.7명을 기록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섯은 '한국은 소멸하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한국 인구 감소 속도가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유럽을 능가할 수 있다"고 했다. 영국의 인구학자는 한국이 인구소멸 1호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발표된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에 따르면 50년 뒤 한국 인구는 3천622만명으로, 2023년(5천167만명) 대비 1천545만명 줄어들 전망이다. 인구 오너스(Onus) 시대에 접어든 셈이다. 인구 오너스는 생산연령 인구(15~64세)가 줄어들고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성장이 지체되는 현상을 뜻한다. 비수도권의 처지는 더 암담하다.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면서 비수도권은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지난해 11월 기준 인구 구조를 보면, 수도권은 젊은 층(20~39세)이 상대적으로 많은 '항아리형'이지만, 대구경북은 60세 이상의 비중이 높은 '역삼각형'이다.이에 영남일보는 지방이 '인구 댐'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는 인식 아래 '인재가 지역을 바꾼다'는 연중 시리즈를 시작한다. 지난해 대구경북의 소멸과 생존 문제를 다룬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 스스로의 인구 활력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그 해법의 하나로 '인재 혁명'을 제시한다. 인구를 단순히 숫자가 아닌 질적 개념으로 접근, 지역민 모두의 활력을 높이면 지방도 활기를 되찾을 수 있고 인구 댐의 붕괴도 막을 수 있다. 영남일보는 연중 시리즈를 통해 '대구경북형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 가능성과 '다시 현역' '떠나지 않는 청년', 제2의 국민인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을 고찰한다. 인재 혁명의 산실 역할을 해야 하는 지역 대학을 진단하고, 지방소멸기금 활용 현장도 찾는다. 인재가 돌아오는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한 대구경북의 정책과 노력도 담을 예정이다. 또 올 연말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지역 인재혁명'(가칭) 포럼도 개최한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2010년 작성된 월드 매퍼(World Mapper)의 대한민국 인구 카토그램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수도권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카토그램을 다시 만든다면 수도권의 영역이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 서울, 경기, 인천을 합친 수도권 인구는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는다.
[노벨문학상 산책] 해럴드 핀터 '축하파티'…예술가와 시민으로서 추구하는 정치적 비전과 진실
끔찍한 곤경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으로서,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주된 의무는 우리의 삶과 사회의 '진정한'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굽힐 줄 모르는 확고하고도 맹렬한 지적 결단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사실 그것은 강제적인 것입니다. 만약 그러한 결단을 우리의 정치적 비전으로 구현하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가 거의 놓쳐 버린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는 희망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예술, 진실 그리고 정치성: 노벨상 수상 연설', 2005)◆핀터의 부조리성과 정치성2005년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극작가 해럴드 핀터(1930~2008)는 1950년대 말에 등단해 반세기 계에 걸쳐 29편의 극작품뿐 아니라 27편의 영화 대본, 그리고 시와 소설, TV와 라디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특히 '핀터레스크'라는 형용사가 옥스퍼드 사전에 수록될 정도로 독특한 핀터랜드의 지형도를 그려낸 그의 극작품은 20세기 새로운 현대 연극의 전통 생성에 주요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등단과 동시에 핀터는 사무엘 베케트를 선구자로 한 부조리극 전통을 확립한 마틴 에슬린에 의해 부조리극작가로 분류됐다. 에슬린의 부조리극 비평은 예술과 정치를 분리하는 이분법적인 냉전 시대 미학을 반영한 것으로, 현대 드라마의 전통을 부조리극과 정치극으로 양분해 파악하는 입지를 취한다. 따라서 현대 연극 비평의 정전 역할을 자처한 에슬린이 주도한 부조리극 비평은 핀터와 그의 극작품을 정치적 관심이 전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핀터의 정치성을 배제하거나 부조리성으로 대체하는 읽기를 해왔다. 이러한 읽기는 '핀터레스크'를 탈정치적인 부조리극작가의 작품의 특성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핀터는 198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중반, 두 번에 걸친 극작 중단 선언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관심과 극작품의 정치성을 명확하게 밝혔다. 첫 번째는 정치극에 전념하기 위해 이제 정치성이 분명하게 부각되지 않은 기억극을 쓰지 않겠다는 공언, 두 번째는 한 시민으로서 정치적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더 이상 극작을 하지 않겠다는 결단 표명이었다. 1980년대 중반 선언 이후 본격화된 그의 부조리성과 정치성에 대한 열띤 논의는 정치적 은유라고 할 수 있는 초기 '위협희극'까지 소급하여 그의 작품은 "그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늘 정치적"이었다는 결론으로 수렴됐다. 2005년 극작 중단 선언 이후 그의 노벨상 수상과 연설 '예술, 진실 그리고 정치성'은 예술가와 시민으로서 그의 정치적 비전과 추구해온 진실을 통해 그의 극작품의 세계, 핀터랜드를 구축해온 정치성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런던 이스트엔드에 정착한 유대계 이민 2세로 핀터가 겪은 제2차 세계대전 경험과 해크니에서의 성장과정은, 그의 극작가로의 수업 시대인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자전적 소설과 극으로 각색한 '난쟁이들'(1952∼1956/1990)에서 냉소적인 마크 길버트처럼, 그를 "본능적 아웃사이더"로 어떤 체제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반대자'로서의 그의 성향을 형성하는 데 밑바탕이 되었다. 그가 보고 경험한 전후 체제적 권력이 초래한 "인간에 대한 인간의 비인간성의 이미지들과 공포"와 이러한 체제적 억압에 대한 거부와 저항 의식이 그의 삶과 연극의 무대를 전개하는데 근간을 이룬다. ◆21세기 파국의 시대의 '축하 파티'핀터의 대표작으로는 그의 첫 성공작 '생일 파티'(1957)를 들 수 있지만, 가장 활발했던 극작 시기는 '옛 시절'(1971), '배신'(1978) 등과 같은 기억극을 쓰던 시기였다. 그러나 본인은 '방' 안에 갇혀 '몽유' 상태에 빠져 있던 시기였다고 평가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마지막 한 잔'(1986), '산악 언어'(1988) 등과 같은 '명백한 정치극'을, 그리고 정작 본인은 정치성을 주장하지만, '기억극으로의 귀환'으로 평가되기도 한 '축하 파티'(2000)를 마지막으로 한 일련의 후기 정치극을 쓴 뒤 극작 활동을 중단했다. 핀터의 마지막 작품이자 그 특유의(핀터레스크) 정치극이라고 할 수 있는 '축하파티'는 2000년 초연부터 통상 첫 작품인 '방'(1957)과 함께 공연되고 있다. 43년의 시간 간격을 두고 쓴 두 작품의 동시 공연은 두 작품의 상호텍스트적인 읽기를 유도한다. 1950년대 그리고 21세기가 막 시작되는 시점의 런던을 각각 배경으로 해, 핀터도 지적했듯이, 두 작품 모두 '폭력'을 주제로 다룬다. 각각 다른 시기에, 다른 극작 방식으로 동일한 주제를 다룬 첫 그리고 마지막 작품을 동일한 무대에 올리는 것은 '핀터랜드'의 지형도를 조망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지배와 종속의 게임'을 다루는 위협희극으로 분류되는 첫 작품 '방'은 정치적 은유의 우회적인 방법으로 폭력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면, '축하 파티'는 직설적인 풍자의 방식으로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노벨상 수상 연설을 비롯하여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핀터는 우리가 인간의 존엄성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긴박한 파국적 현실을 맞이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권력 유지에만 관심이 있는 정치가들의 담론이 만들어낸 "거짓말의 거대한 태피스트리"에 둘러싸여, 우리의 생각은 마비가 되고 그 이면에 있는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예술가는 더 이상 모호한 은유적 의미들을 만들어내는 거울 비추기 놀이로 진실을 추구할 수 없게 되었고, 이에 극작가로서 그는 거울을 깨뜨릴 때가, 즉 극작을 중단할 때가 되었음을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선언에 앞서 그가 마지막으로 쓴 작품이 바로 '축하 파티'이다. '축하 파티'의 무대인 런던의 최고급 레스토랑은 정치적 언어로 평등주의를 위장하고 있지만 엄격한 위계질서의 계급 피라미드 구조의 자본주의 시스템의 축소판이자, 탐욕과 형편없이 추락한 지성의 수준이 지배하는 사회로 전락해버린 "대처 집권 이후 영국의 소우주"를 보여준다. 저속한 물질주의적 포스트모던 문화의 찬양과 존속을 위한 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레스토랑은 돈과 권력의 위력으로 특권 계급이 된 천박한 포스트모던 인간들을 위해 격조 높은 최상의 서비스로 럭셔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파티를 제공한다. 그러나 '생일 파티'를 비롯하여 다른 후기 정치극 '파티 타임'(1991), '달빛'(1993)의 파티처럼 이 파티 또한 그 이면에 숨어 있는 폭력적이며 야만적인 파국의 현실을 드러내 보이는 의식으로 전용되고 있다. '축하 파티'에 등장하는 '젊은 웨이터'는 젊은 시절 웨이터로 일하다 해고를 당한 경험이 있는 핀터를 연상시킨다. 젊은 웨이터는 그 레스토랑이 그에겐 자궁과 같은 곳으로 거기에서 나와 탄생을 하는 것보다 머물고 싶다고 고백한다. '생일 파티'의 스탠리처럼, 그는 '방' 밖 '실재의 사막'으로 나가는 것보다 '매트릭스' 속에 머물기를 선호한다. 그러나 그는 레스토랑에서 준수해야 할 엄격한 원칙을 어기고 세 번이나 파시스트적인 웅변을 늘어놓는 천박하고 무식한 포스트모던 인간들의 대화에 품위와 전통을 상징하는 모더니스트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끼어드는 "부적절한" 개입을 감행했다. 그들의 대화에 한 번 더 끼어들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그의 마지막 독백은 그에게 세계를 내다 볼 수 있는 망원경을 사준 할아버지를 따라 "거짓의 태피스트리"를 벗어나는 결단에 이르게 된 핀터의 혼란스러운 심정을 담고 있다. 정문영은 계명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대영미드라마학회장, 계명대 인문과학연구소장, 여성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서 '정문영의 시네마크리티크'를 연재하고 있다. 2002년부터 열린대학 솔N이락의 공동대표로 시민인문학을 위하여 일하고 있다. 서울대와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현대드라마와 비평이론을 전공했고, 해럴드 핀터를 비롯하여 주요 현대드라마작가들, 소설, 연극, 영화의 상호매체성, 각색연구, 한류연구 분야에서 다양한 주제들에 관한 연구와 강의로 활발한 저술과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Pinter at Sixty'(Indiana University Press, 공저), '현대비평이론과 연극'(동인), '해럴드 핀터의 정치성과 성정치성'(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해럴드 핀터의 영화 정치성'(동인) 등외 다수, 논문으로는 'Hallyu and Film Adaptation: Maids of Decolonization in Park Chan-wook's The Handmaiden'(Korea Journal), 'Stage as Hyperspace: Theatricality of Stoppard' (Modern Drama)를 비롯하여 다수가 있다.공동기획 :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 HK+사업단정문영 계명대 명예교수가 번역한 해럴드 핀터의 책. 2000년 국제핀터학회(런던)가 마련한 70세 생일파티의 주인공 핀터의 '축하파티' 낭독 후 리셉션에서 해럴드 핀터(왼쪽)와 필자. 정문영 (계명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2023.12.29
['부활하는 김천' 상공업 발전사]〈7〉모빌리티 물류 거점도시
지난 4월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독일 등 선진국에서 친환경 물류수단으로 널리 쓰이는 '화물용 전기자전거 도입'을 위한 규제 개선 및 제도적 기반 마련을 정부 관계 부처에 권고했다. 글로벌 물류기업 아마존이 영국·프랑스·독일 등에서 도심 내 근거리 배송에 친환경 모빌리티인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활용하며, 이를 통해 런던에서만 연 500만개 배송할 계획이다. DHL은 영국·독일·네덜란드·미국 등에서 배송용으로 활용하고 있다.친환경 화물용 전기자전거 배송을 도입한 나라들은 화물용 전기자전거 중량을 300㎏(독일)에서 650㎏(프랑스)까지 허용하고 미국·영국·일본·캐나다는 제한이 없는 반면 우리나라는 승용 전기자전거에 한해 중량을 30㎏ 미만으로 제한하고, 화물 운송용 전기자전거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다. 세계 화물용 전기자전거 시장 규모는 약 1조2천억원(2021년)이며, 2030년까지 연평균 11.4%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DHL의 실증 결과에 따르면 전기자전거 배송은 탄소 배출량을 22%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2022년 '경북 스마트 그린물류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받은 김천시는 경북테크노파크 등과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활용한 배송 등을 실증해 왔다. 김천혁신도시 공기업 한국도로공사는 '스마트 물류사업'을 통해 고속도로 네트워크를 활용한 물류사업을 추진 중이며,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쿠팡은 김천 일반산업단지에 배송센터 건립을 앞두고 있다. 스마트그린물류 규제자유특구 배송차량 줄여 탄소배출 감소 공영 주차장 여유 부지 활용'도심 분산형 물류 거점' 마련 고속도로 주변 유휴지 등 확보 로봇·드론 배송 상용화 추진 ◆경북 스마트 그린물류 규제자유특구경북 스마트 그린물류 규제자유특구의 과제는 김천시 황금·율곡동, 일반산단 등 73.78㎢를 무대로 △도심 생활물류 통합플랫폼 기반 구축 △친환경 근거리 배송 서비스 실증을 통한 물류 신산업 육성이다. 김천시 관계자는 이를 통해 △배송 차량 운행을 최대한 억제하는 데 따른 탄소배출 감소, 도심 통행여건 개선 효과 △도심 배송 시스템 일대 혁신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경북테크노파크가 사업을 주관해 메쉬코리아, 리턴박스, 피엘지, 모토벨로, 누리기술 등의 기업은 다품종 소량 중심의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초소형 물류센터) 자동화 플랫폼 구축 및 도심 근거리 특화 통합형 배송 거점(MCC·초소형 도심 분산형 거점) 연계를 통한 '도심 물류 통합플랫폼' 실증을 수행하고 있다.쿠팡, 피엘지,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 비엔씨테크, 이삼사코리아, 에코브, 에임스 등은 생활물류 통합플랫폼 기반의 친환경 고효율 라스트마일(마지막 배송구간) 배송체계와 화물용 3륜 전기자전거를 활용한 배송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도심형 친환경 근거리 배송 서비스' 실증을 수행 중이다. 최근엔 모터, 컨트롤러 등 화물용 전기자전거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기업 HL만도도 합류했다.이 과정에서 이들은 실증지역의 도심 공영주차장에 주차타워를 세워 주차기능을 유지하는 가운데 확보된 여유부지를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지난해 10월 김천시의회에서 '김천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일부를 개정해 도심 분산형 물류거점을 마련하게 됐다. 현행 주차장법은 주차장 내의 부대시설(물류 집배송시설 포함)을 허용하지만, 총면적의 20%를 초과할 수 없다. 단, 지방의회의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40%까지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김천시는 규제자유특구로서의 이점을 활용, 허용 범위보다 넓은 물류센터를 실증지역인 율곡동과 황금동에 짓고 있다.윤상영 김천시 미래전략과장은 "대형 물류회사는 도심 분산형 물류거점까지만 물품을 배송하고, 라스트마일은 지역 주민이 화물용 전기자전거 등 친환경 이동수단을 이용해 배송하는 방식"이라며 "자연환경 개선과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도심에 비해 배송량이 적은 농촌은 가까운 몇몇 면을 묶어 그 중심에 물류거점을 두고 운용하면 무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송비용의 53%가 라스트마일 비용임을 고려하면 도심 분산형 물류거점은 주민 소득 증대에도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도심 분산형 물류거점은 김천과 같은 도농복합형 도시보다는 서울을 비롯한 인구 밀집지역에 시급한 시설로 꼽힌다. 박성근 경북테크노파크 센터장은 "한국은 1인당 연간 택배 물량이 100건을 넘어선다. 독일, 중국, 프랑스 등 해외 주요국의 2배다. 여기에 배송 차량으로 인한 대기오염, 교통혼잡, 주민 피해 등을 고려하면 속히 개선할 문제"라고 지적했다.박 센터장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주차장만 도심 분산형 물류거점으로 활용해도 1만4천여 개의 생활 물류시설을 만들 수 있다. 경북테크노파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화물용 전기자전거(최대 300㎏ 적재)를 이용해 실증지역 택배 물량 30% 정도를 소화하는 게 목표다. 화물용 전기자전거 5대면 택배 배송용 트럭 1대를 대체할 수 있다.화물용 전기자전거는 고부가가치산업이며, 1천여 종에 이르는 화물용 전기자전거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 가운데는 완성차 기업의 1차 협력업체 등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또, 자동차부품과 유사점이 많아 김천 및 대구경북의 관련 기업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참여할 수 있다.박 센터장은 "(화물용 전기자전거 제작은) 잘할 수 있는 분야인데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 유럽의 경우 아마존이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이용한 배송계획을 발표하자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며 "아마존의 전기자전거 부품 절반은 HL만도의 제품이다. 우리도 우체국 집배용, 읍·면·동사무소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용 등으로 공공부문의 수요를 늘려가며 민간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했다.윤상영 과장은 "화물용 전기자전거 배송은 실증을 통해 충분한 사업성이 확보된 만큼 자전거법 개정을 계기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김천은 앞으로 쿠팡이 들어오는 등 화물용 전기자전거 상용화에 따른 배송물량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도로공사 김천 스마트 물류센터한국도로공사가 김천일반산단 내에 스마트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김천시와 협업형태로 2020년 11월부터 추진된 물류센터는 1만1천250㎡ 부지에 6천14㎡ 규모이며, 내년 초에 완공된다. 김천 스마트 물류센터는 향후 고속도로 주변 유휴지 등을 활용해 물류거점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도로공사의 물류센터 운영 및 물류기술 테스트베드로 활용된다.이를 위해 도로공사는 지난 10월, 물류 전문기업 4곳과 '김천 스마트 물류 복합시설 활용 기술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에 의해 연구·개발·실증 과정을 거친 스마트 물류기술을 스마트 물류센터에 적용하는 등 첨단 물류기술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은 물류 자동화 로봇 등의 신기술과 드론 배송기술을 실증할 계획이다.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경북 스마트 그린물류 규제자유특구' 사업의 실증을 위해 제작한 화물용 전기자전거.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실증하고 있는 모습. 김천시 율곡동에 건립 중인 가칭 '주차복합 생활물류센터' 조감도.
2023.12.28
자율주행 인프라부터 연결성 강화까지 '교통시스템 신흥강자'
모빌리티(mobility)는 일반적으로 이동성을 편리하게 하는 각종 서비스나 이동수단을 폭넓게 일컫는 용어다. '목적지까지 빠르고 편리하며 안전한 이동'이 핵심이며 자율주행차, 드론, 마이크로 모빌리티, 전기차 등 각종 이동수단과 차량호출, 카셰어링, 승차 공유, 스마트 물류, 협력 지능형 교통체계(C-ITS) 등 다양한 부문의 서비스가 있다. 김천시는 일찍부터 김천혁신도시 공기업인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연계한 '모빌리티사업'(모빌리티 특화도시 김천)을 추진했고, 송언석(김천·국민의힘) 의원은 입법 활동과 정부 관련 부처와 업무 조율 등을 통해 사업을 뒷받침해 왔다. 최근 잇따라 준공된 (자동차)튜닝안전기술원과 드론자격센터는 향후 김천 중심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할 핵심시설이다.실시간 탐지·로드킬 방지 등안전한 스마트 교통환경 구축김천휴게소 환승 시스템이나고속도로 위 UAM 활용 구상재난상황 드론 서비스도 계획지난 10월30일 송언석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김천, 대한민국 모빌리티 중심도시로의 도약)는 김천시,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도로공사가 추진하는 모빌리티사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송 의원은 "지역구(김천) 국회의원으로서 김천이 '미래형 교통 중심도시'로의 도약에 따른 인프라 확충 등에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며 "튜닝안전기술원과 드론자격센터는 전국의 관련 기업과 인력이 김천으로 모여들게 하는 등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모빌리티 지원센터로 지정될 예정인 등 김천이 대한민국 모빌리티산업의 전초기지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요약했다. ◆김천시, 모빌리티 특화도시 추진홍성구(김천시장 권한대행) 부시장은 "김천시는 미래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협업해 첨단자동차 검사연구센터를 운영 중이며, 자동차 튜닝산업을 지원할 자동차 서비스 복합단지를 조성하고, 모빌리티 튜닝산업 지원센터도 건립한다"고 밝혔다.이어 "첨단 미래기술을 접목한 가운데 새로운 교통인프라를 구축할 '모빌리티 특화도시' 조성사업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김천시는 △실시간 도로 위험탐지 △로드킬 예방 △스마트 도로 통합관리 등을 통해 자율주행 기반을 다지고 있다. 도로 위험 탐지 솔루션은 상습 결빙구간 등에 설치된 AI 시스템을 통해 차량의 주행 소음을 분석해 결빙상태를 파악한다. 로드킬 예방시스템은 도로 주변에 접근 감지기를 설치해 동물 접근을 막고, 차량의 서행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스마트도로 통합관리는 김천시청 관용 차량에 특수카메라를 장착, 운행 중에 도로상의 문제점을 파악해 즉시 조치하도록 한 시스템이다.모빌리티 특화도시 공모사업을 통해 △김천혁신도시 하이브리드형 DRT(수요응답형 교통체계) △교통 사각지대 교통복지형 DRT △MaaS(융합형 통합교통서비스) 체계 구축 △전기버스 무선충전 서비스 등도 추진하고 있다.◆한국교통안전공단의 미래 모빌리티 정책방향은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세계적으로 모빌리티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다방면의 혁신이 추진되는 등 교통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김천시도 모빌리티 중심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모빌리티 특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등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또 "교통안전공단은 자동차·도로·철도·항공 부문과 미래 모빌리티를 포함한 모든 교통분야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한다"며 "올해는 모빌리티 대전환의 원년으로, (국민) 일상에서의 모빌리티를 구현하기 위해 조직개편 등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교통안전공단은 한국 모빌리티산업 활성화 전담기관으로서 모빌리티 혁신법에 따른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지자체 모빌리티 개선계획 수립 △모빌리티 특화 규제 샌드박스 운영을 추진한다. 김천시가 추진하는 모빌리티 특화도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인프라 구축 방향 △안전성과 서비스 활성화 기준 마련 등도 지원한다.교통안전공단은 김천의 경우 도로·철도망에 걸쳐 경북도 교통중심지로서의 인프라를 갖추고 우리나라 도로·교통 부문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는 공공기관(교통공단, 도로공사)도 위치하는 등 모빌리티 중심도시로 발전할 기반을 가진다고 평가했다.다만 △이원화된 도심기능(원도심과 혁신도시) △역내 단거리 이동수단 부족 등을 김천 교통의 문제점으로 봤다. 지역 여건에 맞는 첨단 모빌리티 기술의 단계적 도입을 통해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와 연계한 첨단모빌리티 활성화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산업과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고 모빌리티 분야에도 변화와 혁신이 일고 있다"며 "데이터와 아이디어가 핵심 경쟁 원천이 되고, 선도기업이 플랫폼을 선점해 부가가치를 선점하는 무한경쟁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그는 "한국도로공사는 이용자 중심의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하는 고속도로를 지향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고속도로에서의 모빌리티 혁신은 새로운 교통수단을 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를 위해 C-ITS와 같은 차세대 기반시설 첨단화와 자율주행 시범지구 운영 등을 통해 새 교통수단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도로공사는 모빌리티 혁신의 핵심인 이동수단 간의 연결성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존 대중교통과 미래 모빌리티가 연계된 복합환승휴게소 건립, K-MaaS(융합형 통합교통서비스) 등 통합 서비스체제 구축 등이 있다.우선 경부고속도로 김천휴게소에 DRT 환승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다. 대중교통 소비자가 출발지 버스터미널에서 발권한 승차권을 이용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수요에 응답한 고속버스로 환승, 전국 각지의 목적지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도로공사는 DRT 환승시스템을 통해 주민들의 이동권 확대, 버스터미널 이용객 증가 등의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도로공사는 고속도로상에서의 UAM(도심항공교통) 활용 계획도 세우고 있다. 여기에는 고속도로 관리, 도로망 기반 이착륙장 개설 등의 방안이 있다. 이를 통해 고속도로 거점 UAM 배송망과 복합 환승 공간을 확보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이밖에 재난 발생 등 긴급한 상황에서 구호물품을 신속히 공급하는 '물류 및 재난 대비 드론 시범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재난현장과 가까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드론을 이용한 구호물품 공급으로 인력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으며, 인력 투입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요긴한 구호수단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송언석 의원이 주최한 '김천, 대한민국 모빌리티 중심도시로의 도약'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27
[무한 상상과 도전 정신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상주 .5 <끝>] 강영석 상주시장 인터뷰
호국(護國)의 도시이자 전통적 농업 도시인 상주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미래 산업을 주도할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를 발판삼아 첨단산업 도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또 과학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농업의 저변 확대를 통해 국내 농업의 혁신 거점도시로 거듭난다는 목표도 세웠다. 영남일보는 이 같은 상주의 변화상을 조명한 '저력 있는 호국의 도시 상주' '무한상상과 도전 정신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상주' 시리즈를 전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연재했다. 항몽·항일의 중심지였던 상주 호국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스마트팜·2차전지 등 상주 산업의 미래를 다뤘다. 또 천혜의 자연과 역사·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K-콘텐츠 도시'로의 성장 가능성도 엿봤다. 시리즈를 마치며 강영석 상주시장을 만나 지역 산업의 발전 방향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호국도시 걸맞게 군부대 유치 전력ICT 활용 미래농업 스마트팜 선도청년농업인 육성·정착도 적극 추진매년 20~30명 선발 최장 3년간 수당모자페스티벌·곶감축제 더 알차게"▶상주는 역사의 고비마다 나라를 지켜낸 전투가 있었던 곳이다. 호국 도시라는 자부심이 클 것 같다."상주에서 일어난 전투 중에서 화령장 전투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6·25전쟁 당시 수세에 몰리던 우리 국군이 화령장에서 대승을 거두며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 전투 덕분에 북한의 남침이 지연됐고, 한국군은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또 상주에는 임진왜란 때 조선 중앙군과 왜병의 선봉 주력부대가 최초로 싸운 임란북천전적지라는 곳이 있다. 당시 800여 명이 호국 영령으로 산화했고, 선조는 상주 전역에 복호(부역의 면제)를 내려 그 뜻을 기릴 정도였다."▶호국 정신을 바탕으로 추진 또는 구상 중인 사업들이 있는지."상주 호국의 역사는 지역을 찾는 이들에게 중요한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6·25전쟁 첫 승리의 역사적 공간은 화령장전투전승기념관으로 변모했고, 매년 9월 열리는 화령장전투기념행사도 올해 15회째를 맞았다. 특히 지난해부터 상주시는 군부대 유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상주는 호국 도시라는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일 뿐만 아니라 사통팔달의 교통망, 넓은 면적, 다양한 지형 등은 군의 작전과 임무 수행에 최적지다. 대구 군부대가 상주에 온다면 인구 증가와 함께 지역 상권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군상생타운 조성을 통해 교육과 의료 등 상주의 주거여건도 크게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령화, 일손 부족, 기후위기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있다. 지역 농업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앞으로 농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농업으로 변화할 것이다. 상주도 이에 맞춰 농업의 미래를 준비 중이다. 이 중심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상주스마트팜혁신밸리가 있다. 상주스마트팜혁신밸리에서는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체계적인 스마트 농업이 선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 전문성을 갖춘 청년 농업인 육성을 비롯해 스마트팜 관련 연구와 실증분석도 이뤄진다. 스마트팜은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과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농업의 미래다. 상주스마트팜혁신밸리 내 청년창업보육센터에서는 매년 50명 정도의 청년 농업인이 교육을 받으며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실제 농사를 짓고 있다. 상주시는 상주스마트팜혁신밸리에서 교육 받은 청년농업인이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각종 연계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청년 농업인의 교육, 주거, 창농이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우리의 역할을 해나가겠다."▶지역 정착을 위한 청년 정책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상주시는 청년들이 지역에 들어와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창업형 후계농 및 영농정착 지원사업을 통해 매년 청년 농업인 20~30명을 선발해서 최장 3년간 80~1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해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있다. 또 최대 3억원의 융자 지원을 통해 농지와 시설하우스 등 영농기반시설 마련을 지원한다. 이뿐만 아니라 △청년농부 참여형 마을영농 육성사업 △청년농부 육성지원 △초보청년농부 멘토링지원 △청년농업CEO 농어촌진흥기금 지원 △청년농업인 커뮤니티 △청년농부 창농기반 지원 등을 통해 청년 농업인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상주시는 '청년의 상상이 실현되는 도시, 상주!'라는 비전 아래 청년 유입 증대, 청년 생활인구 확대, 청년 유출 방지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산업 다각화가 필요해 보이는데."상주시의 주요 시정 목표 중 하나가 '산업의 균형을 맞추는 경제상주'다. 비중이 높은 농업을 계속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2차, 3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상주시가 준비하는 미래 신산업은 전기차 등의 필수 부품인 2차전지다. 상주시는 2차전지 실리콘 음극재 제조기업인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이 입주한 청리일반산업단지와 그 주변인 공성면 용안리 및 평천리 일원을 묶어 2030년까지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200만㎡)를 조성할 계획이다. 2차전지 소재·부품·장비 관련 제조기업 집적은 물론, 산·학·연·관 협력이 활발히 이뤄지는 2차전지 산업생태계를 모두 갖추는 것이 목표다."▶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앞으로 운영 계획이 있다면."지난 10월 처음 열린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은 축제기간 10만여 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모자'를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축제인 데다가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에도 일찌감치 선정돼 사람들의 관심이 컸던 것 같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번 축제의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 내년에는 더 즐거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또 내년 1월12~14일에는 상주곶감축제가 북천시민공원에서 열린다. 곶감축제는 세계모자페스티벌에 버금가는 상주시의 대표축제다. 단순히 농·특산물 판매에 그치지 않고 모두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끝으로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지난 22일 상주시공공산후조리원이 문을 열었고, 내년에는 복합 상주시립도서관도 개관을 앞두고 있다. 어느 해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내년에도 대내외 상황이 어려울 것 같지만, 시민과 동행하며 어려움을 잘 돌파하겠다. 또 상주의 미래를 위한 중장기적 비전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소홀하지 않겠다. 다가오는 2024년 갑진년 여러분께 행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하며 함께 지혜를 모아갔으면 좋겠다."대담=박종진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정리=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 기자 zone5@yeongnam.com강영석 상주시장이 상주스마트팜혁신밸리 활성화를 비롯한 지역 농업의 고도화와 더불어 2차전지 산업 육성 등 지역산업의 다각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생애 초기 엄마와 관계·경험이 일생의 심리 밑바탕"
전문가들은 생후 36개월 동안 형성된 양육자와의 관계가 향후 인생의 바탕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 시기를 원만하게 보내지 못한 아이는 청소년이 됐을 때 성격장애 등 다양한 정신병리 현상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정신분석학의 양대 산맥 가운데 하나인 대상관계 이론가들은 생후 36개월을 '마(魔)의 36개월'이라 부른다. 생애 초기 형성된 주양육자(주로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경험이 개인의 일생 동안 타인을 이해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기본 틀로 작동하고 평생 살아가는 심리적 밑바탕이 된다고 본다. 미국의 소아정신 분석가인 마가렛 말러(M. Mahler)는 유아가 만 3세가 될 때까지 혼자 있을 때와 엄마와 상호작용할 때를 관찰했다. 이를 통해 유아와 엄마의 공생적 관계로 시작해 분리·개별화 과정을 밝혔다. 그 결과물이 '유아의 심리적 탄생'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유아의 생후 36개월간 심리 성장단계를 엄마와 자녀의 관계발전이라는 시각에서 크게 3단계, 즉 정상적 자폐기, 공생기, 분리-개별화기로 나누었다. 유아가 3단계를 순조롭게 완성하면 대상 항상성(Object consistency)을 획득해 양육자로부터 심리적 독립을 이룬다. 대상 항상성이란 엄마가 잠깐 사라져도 자신이 버려진 것이 아니며 얼마 후 엄마가 다시 돌아올 것이므로 불안을 느끼지 않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스스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안정된 심리상태를 말한다. 자폐기(~3개월)의 신생아는 아직 자궁 내부에 있듯이 현실로부터 차단된 폐쇄된 심리체계를 형성하며, 이 시기를 잘못 보낸 아이들은 후천적인 자폐증이라는 정신질환을 갖게 된다. 공생기(~18개월)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주양육자와 아이가 완벽하게 밀착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절정기는 생후 4~6개월이다. 이 시기를 원만하게 보내지 못한 아이는 청소년이 되었을 때 외부로부터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격장애'라는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분리-개별화기(19~36개월)는 유아가 엄마로부터 독립되어 나오기를 시도하는 시기다. 이 시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면 정신질환이 잠복돼 있다가 15세 전후로 어느 시기에 발현되며, 그 정신질환을 '경계선 증후군'이라 부른다. 청소년기에 도둑질을 하고 거짓말을 하며, 게임·스마트폰·만화 등 쉬운 자극에 정신을 빼앗기는 아이로 자란다. 송유미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장은 "최근 10대 청소년의 정신질환이 급증한 것은 어린 시절인 생후 36개월간 엄마와 아이 간의 상호작용에 문제가 발생한 일이며,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면서 "자녀에게 충분한 사랑과 보호를 줄 수 있는 엄마의 시간, 아빠의 시간이 줄고 있고, 만 3세도 되지 않은 자녀들의 90% 이상이 어린이집에 맡겨지는 현실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공동취재단
[누가 아이를 함부로 키우나 .2] 생후 36개월 기간 불안정한 돌봄, 청소년기 '애착 장애' 노출
# 최민경(가명·대구시 달서구)씨는 세 살 때 부모가 별거에 들어가면서 엄마 곁을 떠나 할머니, 아빠와 함께 살았다. 2년간의 지루한 이혼소송 끝에 아빠는 어린 딸 민경이의 면접교섭권을 얻는 대신, 민경이를 엄마에게 인도하고 돈을 벌기 위해 외국으로 떠났다. 민경이가 중학생이 될 무렵, 귀국한 아빠는 엄마와 재결합해 남동생을 낳았다. 민경이는 학업에 집중이 되지 않고 무기력하기만 했다. 학교에선 그를 학업 부적응자로 분류한 것 같았다. 엄마는 학교에 수십 차례 불려 가 "졸업만 하게 해달라"고 간청해 겨우 고교 과정을 마쳤다.현재 민경씨는 정신과 병동에서 우울증으로 입원 중이다. 고교 졸업 후엔 미용기술, 캘리그래피(Calligraphy), 도자기 등을 배우려 시도했으나 지속하지 못했다. 대신 집에서 엄마를 욕하고 때리고 소리를 지르고, 동생을 괴롭히고 방을 난장판 만드는 등 민경씨의 행동을 견디지 못한 부모는 원룸을 얻어서 그녀를 내보냈으나, 나중엔 정신병원으로 보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애착 장애로 인한 우울증 환자다. 생후 36개월 엄마의 품에서 자랐으나 부모의 계속된 다툼으로 인해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했고, 별거 후엔 할머니의 손에서 자라다 다시 엄마의 품으로 돌아가는 등 애착 대상이 두세 차례 바뀌었다. 불안장애, 우울증을 비롯해 여러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주양육자 자주 바뀌는 불안감잘못된 세살버릇 평생 갈 수도만1세 후 90%가 어린이집 이용조건 없는 '충분한 돌봄' 필요부모가 생후 36개월의 중요성을 알지 못해 불충분한 양육을 하면서 아이의 잘못된 세 살 버릇을 여든까지 키울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민경씨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했다. 그 결과, 생후 36개월 동안 심리적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 아동이 정상적으로 발달하기 위해서는 조건 없이 충분한 돌봄을 주는 성인이 최소 1명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최소 생후 36개월 동안 주양육자의 돌봄이 있어야 안정적인 애착이 생성된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와 아동 간 부적절한 애착이 형성돼 '애착 장애(Attachment disorder)'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애착 장애는 이후 친밀한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야기한다. 애착 장애가 있는 사람은 부부관계와 부자 관계를 비롯해 모든 사회적 관계를 적절하게 형성하는 데 곤란함을 겪는다. 하지만 생후 36개월 동안 주양육자와의 애착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간과하거나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애착 장애가 형성되는 시점과 발현되는 시점이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생후 36개월 이내 부모의 불충분한 돌봄으로 인해 아이가 내면의 상처를 입지만, 이러한 애착 장애는 만 15세 전후 청소년기가 돼야 드러나기 때문이다. 영유아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양육은 2010년대 이후 보편화되고 있다. 만 36개월 이하의 영아가 어린이집에 맡겨지는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영유아 주요 통계에 따르면 전체 영아 가운데 만 0세와 만 1세, 만 2세의 경우 어린이집 이용률이 2008년 각각 10.6%, 35.9%, 55.8%였다가 2018년에는 18.7%, 77.6%, 89.7%로 상승했고, 2022년에는 24.9%, 86.2%, 92.8%로 또 상승했다. 만 0세의 경우 4명에 한 명꼴로 어린이집에 다니고, 만1세 이후로는 거의 90% 이상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송유미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장은 "생후 36개월 동안 안정적인 애착이 형성되도록 주양육자의 무조건적인 사랑, 충분한 돌봄이 필요하고, 그 시기에 애착 대상(주양육자)이 자주 바뀌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어 송 소장은 "직장 때문에 돈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생후 36개월도 안 된 핏덩이를 아무 데나 맡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중학교 다닐 때쯤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례를 너무나 많이 본다"고 안타까워했다.▨ 공동취재단 : 영남일보 사회부 이효설 기자,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이제상 본부장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희망인재 프로젝트 '송년의 밤'…"어려운 이웃에게 희망 베풀길"
영남일보와 대구사회복지관협회가 공동 운영하는 지역 우수인재 양성프로그램 '희망인재프로젝트' 송년의 밤 행사가 26일 영남일보 지하2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배성로 영남일보 회장과 대구사회복지관협회 소속 복지관장을 비롯해 희망인재 장학생, 희망멘토단, 익명의 후원자인 '키다리 아저씨', 희망인재 졸업생 등 13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대학생 멘토들과 멘티 장학생들이 준비한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멘토·멘티들의 댄스·노래 공연, 김정윤 멘토의 성악 공연 등 다채로운 무대가 꾸며졌다. 희망인재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있는 대구경북내과의사회의 장학증서 전달 시간도 가졌다. 대학생 멘토 2명, 희망인재 멘티 장학생 3명이 증서를 수여 받았다. 대학생 멘토단과 희망인재 장학생들의 정책제안서 발표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19일 열린 11월 월례모임에서 멘토단과 장학생들은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책제안서를 작성해 이날 최종본을 발표했다. 해당 제안서에는 △인간 배아 대상실험의 윤리적 문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효율적 개선 △일본 원전 오염수 처리를 대하는 태도 △대도시-농촌간 교육 불평등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영남일보 배성로 회장은 인사말에서 졸업을 앞둔 장학생들에게 "희망인재프로젝트는 개개인의 선한 마음이 널리 뻗어나가 이어지는 '선순환'이 목적이다. 언제 어디서나 프로젝트를 잊지 말고 자신보다 어려운 환경이나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여기서 배운 점들을 그들에게 꼭 베풀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홍렬 월성종합사회복지관장도 "희망인재프로젝트에서 '희망'이란 단어가 눈에 띈다. 여러분도 세상의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불빛이 되어 힘든 세상 속에서 큰 역할을 해내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희망인재프로젝트는 언론과 사회과 지역 청소년들의 꿈을 응원한다는 취지로 2013년 발족한 프로그램이다. 대구지역 5개 복지관에서 매년 선발한 50명의 장학생과 28명의 대학생 멘토들이 비전캠프·진로컨설팅 등 월례모임, 자유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익명의 후원자 그룹인 키다리아저씨들의 후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장학생들은 서울대·고려대·연세대·경북대·부산대·영남대 등 국내 주요 대학으로 진학했으며, 의료·법조·방송·경찰·공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꿈을 이어가고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포토뉴스]기념촬영하는 2023 희망인재 프로젝트 26일 오후 대구 동구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2023 희망인재 프로젝트 송년의밤'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포토뉴스]2023 희망인재 프로젝트 송년의밤 26일 오후 대구 동구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2023 희망인재 프로젝트 송년의밤'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2023.12.26
[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고대 사람들의 얼굴과 그들의 생애 ①
사람의 '얼굴'을 사전적으로 정의하자면 머리 전면부의 구조를 일컫는 것으로 눈, 코, 입, 귀가 붙어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초까지는 얼굴이라는 용어는 몸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었고 당시에는 '낯'이라는 말이 얼굴의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 얼굴의 어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형태'라는 같은 의미를 지닌 '얼'과 '골'의 합성어로 보기도 하고, '얼'은 정신, '꼴'은 형태로 이해하여 사람의 정신이 얼굴을 통해 드러난다고도 한다. 사람의 얼굴은 신체 중에서 다른 사람의 눈에 가장 잘 띄어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고 자신의 상태나 감정이 표정을 통해 드러나기에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속담의 소재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얼굴에 관한 기록이나 사진이 남아있지 않은 옛사람들이 죽었을 때 살은 전부 썩어 버렸고 머리뼈만 남아있다면 우리는 그 머리뼈의 주인공이 생전에 어떤 얼굴이었을지 궁금하다.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바로 '얼굴복원'이다. 얼굴복원은 머리뼈를 분석해 얼굴의 생김새를 부위별로 예측하고 추정된 얼굴 구성 요소를 머리뼈 위에 만들어 위치시킨 후 피부를 입힘으로써 완성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얼굴복원의 주된 목적은 과학수사 영역에서 신원이 파악되지 않는 변사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머리뼈의 구조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하고 객관적인 얼굴 예측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소위 '과학적' 얼굴복원은 지금으로부터 약 130년 전 유럽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이를 기본 개념으로 한 얼굴복원이 신원확인 수사에 도입된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았으니 서구의 얼굴복원 역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짧은 시간이다. 얼굴복원은 우리나라에서 신원확인 수사의 수단으로 쓰이기 전 역사 속 유명 인물과 고인골에 대한 얼굴 연구에 먼저 활용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1999년에 시작해 20개월에 걸쳐 진행된 김대건 신부의 얼굴복원인데 김대건 신부의 머리뼈를 3차원 복원하여 한국인을 대상으로 연구된 얼굴 예측 자료에 적용해서 완성한 우리나라 '과학적' 얼굴복원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였다. 이후 국내 연구진에 의해 한국인에 대한 얼굴 형태소 예측법과 평균 얼굴 물렁조직 두께 자료 수집 연구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얼굴복원을 위해서는 아래턱뼈를 포함한 머리뼈의 보존 상태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위턱뼈, 광대뼈, 코뼈, 아래턱뼈 등 얼굴뼈가 온전히 남아 있어야 얼굴복원이 가능하지만 얼굴뼈 부위 가운데 양쪽 중 어느 한쪽이라도 남아 있다면 소실된 부위는 보존된 쪽을 참고해 완전한 형태의 머리뼈 복원을 시행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필자는 얼굴복원이 가능한 머리뼈 8개체를 확보해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신원확인실, 미술작가 등과 법의학적 얼굴복원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2019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총 여섯 명의 얼굴복원에 성공했다. 이에 얼굴복원된 무덤의 고고학적 발굴 성과를 포함해 이 여섯 명의 삶의 모습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우리가 경북 경산 임당유적에서 가장 먼저 복원한 얼굴은 임당5B2호의 주곽에서 확인된 주피장자의 얼굴이다. 경산 임당유적 내에는 그들의 분묘 축조 및 장례 전통에 따라 여러 개의 분묘를 덧붙여 쌓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임당5·6·7호분이다. 이는 당시 경산지역의 최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수 세대에 걸쳐 같은 곳에 분묘를 축조하면서 그들의 지위를 유지하고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전략에서 쌓은 기념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분묘 중에 5B호라고 명명된 것은 앞서 축조된 5A호의 북동쪽에 붙은 분묘이다. 유물 부장양상을 통해 임당5A호는 남성의 무덤으로 보고 5B호는 여성의 무덤으로 보았다. 사실 5B호는 5B1호와 2호 즉 두 개의 분묘인데 5B1호는 이 지역의 전형적인 분묘 축조 방식에 따라 창(昌)자형의 주곽과 부곽 구조로 축조되었고 5B2호는 5B1호의 북쪽에 좁고 긴 모양의 주곽을 축조하고 그 아래에 부곽도 좁고 길게 이어 붙인 다소 특이한 형태이다.이렇듯 임당5B2호는 5B1호의 바로 옆에 붙어 있고 분묘의 규모가 다른 고총에 비해 작은 편이며 유물의 부장량도 적기 때문에 5B2호의 주인공은 질병이나 사고 등 비정상적인 죽음으로 인해 축조된 무덤으로 이해되었다. 또 경산지역의 전형적인 고총의 형태도 아닌 것으로 보아 5B1호의 배장묘로 추정됐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임당5B2호 부곽에서도 순장자가 매장된 흔적이 확인되었기에 5B1호와 깊은 관계가 있겠지만 배장묘로 제한해서 볼 이유는 없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아무튼 임당5B2호 주곽에 묻힌 주인공은 임당유적에서 발견된 사람뼈 가운데 손가락뼈와 발가락뼈까지 모두 확인, 가장 완전하게 남아 있었다. 다만 위턱과 아래턱의 일부 치아는 사후에 소실되어 있고 코뼈를 포함한 머리뼈 몇 곳에 사후 골절과 손상이 관찰됐다. 하지만 얼굴복원을 진행하기에 거의 완벽에 가까운 보존 상태였다. 이 뼈에 대한 우은진 교수(세종대 역사학과)의 생물(체질)인류학적 소견은 21~35세의 여성(적)으로 판단했다. 며칠 전 김재현 교수(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는 이 골반뼈를 관찰한 결과 출산의 흔적도 보인다고 하니 여성임이 더욱 분명해졌다. 주피장자는 금동제 굵은고리귀걸이를 착용하였고 오른손에는 은제 반지를 끼고 있었으며 녹색과 청색의 작은 옥 74점을 연결한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이러한 고고학적 정황도 얼굴복원 후 복식 연출에 가미했다. 하지만 귀걸이의 착용 방식을 추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귀 아래에 두는 정도로 복원했다.'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며 눈은 말없이 마음의 비밀을 고백한다'고 했던가.... 1천500년 전 사람의 눈과 얼굴을 말없이 쳐다보며 그들의 비밀스러운 삶을 상상해 본다.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임당5B2호 발굴 상태.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2023.12.22
[별 따라 이야기 따라 영양에 취하다 .11·〈끝〉] 오도창 영양군수 인터뷰 "영양, 낯설어서 끌리는 곳…알고 보면 더 매력적인 힐링 여행지로"
밤이면 별들이 쏟아지는 '별천지'. 영양군을 한마디로 수식하는 단어다. 자작나무숲, 송하계곡, 국제밤하늘보호 공원 등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청정함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어 '대한민국 청정 1번지'로 꼽히는 곳이 바로 영양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이 영양의 전부는 아니다. 빛깔 좋은 고추와 사과, 산나물, 고랭지 채소 등 영양이 자랑하는 특산물부터 민족의 얼이 담긴 수많은 역사·문화 유산까지 영양은 다채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에 영남일보는 '별 따라 이야기 따라 영양에 취하다' 시리즈를 통해 영양의 주요 역사문화자원과 관광명소, 축제 등을 집중 조명했다.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영양만의 특색있는 매력을 알리고, '문향의 고장'으로 불리게 된 배경 등 흥미로운 이야기도 덧붙였다. 시리즈를 마치며 오도창 영양군수를 만나 지역 문화·관광 정책의 성과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이번 시리즈를 간략하게 평가한다면."별과 이야기, 영양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 최초 국제밤하늘공원으로 지정된 영양은 육지에서 밤하늘을 가장 밝게 볼 수 있는 곳이다. 또 오일도·조지훈·이문열 등 걸출한 문인을 배출한 문향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런 영양의 이미지를 잘 표현한 내용으로 시리즈가 구성돼 있어 뜻깊었다."▶코로나19 이후 자연 친화적인 명소가 각광받고 있다. 영양군의 관광 정책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포스트 펜데믹 이후 관광 트렌드는 '생태관광 1번지'로 거듭나고자 하는 영양군의 정책 방향과 잘 맞아떨어진다. 영양은 야외 활동과 레저 여행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수요에 부합하는 맞춤 여행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MZ세대의 여행 트렌드에 맞는 친환경 힐링 여행지로 거듭나기 위해 영양군은 국내 최대 규모 '영양자작나무숲'의 명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은 낯선 곳, 그러나 낯설어서 끌리는 곳, 알고 보면 더욱 매력 넘치는 영양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영양의 다양한 축제도 하나의 관광 자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영양산나물축제는 지역을 넘어 국내 대표 산나물축제로서 매년 5월 일월산 및 영양읍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는 경북 최우수 축제로 선정될 만큼 성공한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은 매년 8월 말~9월 초에 열리는 국내 대표 고추 축제다. 70여 생산 단체와 농가의 엄선된 고추뿐만 아니라 다양한 농특산물을 선보이고 있다. 조지훈예술제는 청록파 시인인 조지훈 선생을 기리기 위해 매년 5월 영양산나물축제 기간 시인의 생가가 있는 일월면 주실마을 일원에서 진행된다. 축제 시기에 맞춰 영양을 찾는다면 다양한 경험들로 여러분의 여행을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영양은 원놀음 전승지이자 문학의 고장이기도 하다. 유무형 문화 자원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영양군은 원놀음의 보다 체계적인 계승, 발전을 위해 올해 원놀음전승위원회와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향후 목표는 원놀음의 경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등재다. 원놀음의 원형을 고증하고 복원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현재 운영 중인 지훈문학관을 리뉴얼 중에 있고, 오일도 문학관 조성 기본계획 용역을 통해 영양문학테마공원의 효과적인 활용 방안도 찾고 있다. 이외에도 장계향 선생이 남긴 조선시대 반가의 음식문화를 담은 음식디미방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체험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영양군은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다양한 문화재가 분포돼 있다. 일월산과 포도산 등에는 동학과 천주교와 관련한 역사적인 장소도 있고, 무속인들에게 성지처럼 여겨지는 일월산과 황씨부인당도 있다. 앞으로 일월산은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코스를 개발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포도산은 삼의계곡 야영장과 연결한 등산로를 만들어 캠핑족의 발길을 유도할 계획이다."▶지역 문화·관광 분야의 전반적인 현황과 앞으로 계획은."영양군에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비롯해 역사적 의미를 지닌 유적과 문화재 등이 산재해 있다. 또 앞서 이야기한 산나물축제, 영양고추 H.O.T페스티벌, 지훈예술제 등 다양한 축제도 열린다. 빅데이터와 공공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영양을 방문한 이들의 수가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방문자 평균 체류 시간이 422분으로 전국 기초단체 평균(206분)보다 두 배 이상 길었다. 검색 유형으로는 자연 관광 분야 비중이 31.1%였고, 소셜미디어 언급량은 영양자작나무숲이 가장 많았다. 최근 트렌드인 친환경 힐링 여행에 걸맞게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여행 편의를 향상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문화·관광 외에 앞으로 추진할 역점 사업에 대해 소개해 달라."민선 8기 2년 차를 맞은 현재 전체 공약사업 중 완료된 사업이 3.6%, 완료 후 추가목표를 세워 계속 추진 중이거나 반복되는 사업이 17.8%, 정상 추진 중인 사업이 78.6%로 대부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몇 가지 중요한 사업을 꼽으라면 우선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들 수 있다. 영양군은 올 한 해 양수발전소 유치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고, 이제 결과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외에도 국립 영양자작나무 숲체원 유치, 국립멸종위기종복원 교육관 건립은 물론 공군 관사 유치 등 인구 유입 정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두 번째는 '살맛 나는 부자 농촌 만들기'다. 농가 소득 향상을 위해 홍고추 전국 최고 수매가 보장제를 실시하고, 부족한 농업일손 확보를 위해 외국인 계절 근로자 도입을 확대해 왔다. 셋째로는 원활한 교통망 확충이다. 군민의 숙원인 국도 31호선 선형개량사업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또한 통행량이 많거나 위험한 영양 내부 교통망 정비에도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끝으로 군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영양군은 고령화, 저출산 영향으로 그야말로 인구절벽에 내몰려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올 한 해 군민의 일치단결된 모습에서 희망을 찾았다. 양수발전소 유치라는 목표를 두고 전 군민이 하나 돼 뜻을 모으고 군정에 협력해 줬다. 위기 앞에서 함께 극복하고자 일어선 군민의 모습은 지속 가능한 영양군의 미래를 꿈꾸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가올 영양에 희망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지금처럼 군민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목표를 위해 의견을 나누며 앞으로도 함께 노력해 나가자는 말씀을 전한다. 희망찬 영양을 위한 행복한 변화, 군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을 때 꿈꾸던 미래가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대담=박종진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정리=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오도창 영양군수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여행 편의 향상에 중점을 둔 지역 관광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12.21
강영석 상주시장 "K-배터리 선도 지방 위기 극복"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구현'을 기치로 내걸었다. 이에 경북도도 지역의 청년들이 지역에서 대학을 나와 지역기업에 취업해서 정주할 수 있는 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을 계획했다. 상주시도 2차전지 U시티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강영석〈사진〉상주시장은 K-Battery 글로벌 선도지역으로의 도약을 지방소멸 위기 극복의 제1방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강 시장은 2차전지 U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해 "2차전지 산업은 미래의 핵심산업 중 하나이며, 상주시는 2차전지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받아 경제적 도약을 실현할 계획"이라며 "2차전지 산업을 기반으로 지역의 자체적인 경제·문화·산업 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대학과 전문대학, 고등학교는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며, 시는 안정적인 주거시설과 의료·문화 등 정주 인프라를 조성해 청년이 지역에서 살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인구소멸과 경제 위축의 종합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전략이다. 강 시장은 2차전지 산업 인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2차전지는 전기차, 에너지 저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산업 성장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고, 이를 충족할 능력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시는 실무중심의 교육으로 학생들이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에서 배출된 전문인력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주거 및 의료시설, 문화 등 정주 인프라를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하수기자강영석 상주시장 인터뷰
[논설위원의 직터뷰] 김이진 대구염색산업단지 관리공단 이사장, 특허까지 보유한 박사 경영인…취임후 550억원 이상 원가절감 성과
국내는 물론,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설이 대구에 있다. 지금은 조금 빛이 바래긴 했으나 '섬유도시' 대구의 상징이자 자존심 같은 존재, 대구염색산업단지가 그렇다. 1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지역경제의 한 축이지만, 한때는 악취나 분진 등 대표적인 공해시설로 지목돼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입주업체의 다양한 자구노력과 대구시의 지원 등에 힘입어 소관부처인 환경부도 만족감을 표시할 수준으로 각종 지표가 개선됐음에도 불구, 아직 '인식의 벽'은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다. 120여 개 입주업체를 이끌고 있는 김이진(66·명지특수가공 대표)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은 이에 대해 "부족하다면 시설개선이든, 검증이든, 홍보든 더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간의 노력을 몰라줘서 아쉽고 안타까울 법도 한데 의외로 담담하다. 40년 정도를 '섬유인'으로 살아온 김 이사장의 스타일은 전형적인 직진형. 시쳇말로 '빠꾸'가 거의 없다. 핑계나 변명보다는 다짐과 실천이 우선이다. # '직진의 힘'은 자립심에서 비롯됐다김 이사장을 좀 아는 사람들은 그를 '작은 거인'이라고 부른다. 덩치는 작아도 배짱과 추진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고민과 판단까지는 신중하나, 일단 결정되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다. 그는 포항시 남구 장기면에서 3남2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경상도 말로 기마이가 좋아, 주위 사람 상당수는 그가 금수저여서 고생을 별로 모르고 살아왔을 것으로 지레짐작한다. 정미소집 아들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어릴 적 어느 순간 급격히 가세가 기울면서 청소년기 무렵부터 자의 반 타의 반 스스로를 챙겨야 했다. 어른이 되기도 전에 선택에 따른 책임을 오롯이 자신이 져야 하는 고달픈 상황을 일찍 마주하게 된 것이다.예나 지금이나 자립의 길은 만만치 않다. 봉산초등·장기중을 졸업한 뒤, 인문계를 고사하고 동지상고를 다닐 때부터 사실상 학업과 생계를 병행해야 했다. 힘든 나날이 계속됐지만 가슴 한쪽에서 꿈틀대는 야망과 욕심은 포기를 모르는 강인함을 심어줬다. 질곡의 세월을 견뎌낸 그는 우여곡절 끝에 영남대 대학원 섬유공학과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하며 공부와 연구의 일단락을 맺는 집념과 열정을 과시하기에 이른다. 특허를 갖고 있는 박사 경영인은 업계에서 매우 드물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섬유 및 화공을 공부했고 직장생활도 20대 중후반 무렵 섬유회사에서 시작했으니 절반 정도는 직장인으로, 나머지는 경영인으로 '섬유짬밥'을 먹은 지 40년 세월이 흘렀다. 당연히 공정이나 업계 사정에 밝을 수밖에 없었다. 40을 훌쩍 넘긴 나이에 회사를 꾸려가면서 공단운영에 대한 궁금증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이건 아니지 싶은데?' '저건 뭔가 잘못된 계산 같은 데?' 등과 같은 의문부호는 이사장직 도전의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하기에 이른다. 공적인 자리는 사익보다 공익을 앞세우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자 지론이다. 지난 7일 수상한 2023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섬유패션인 대상(경영혁신 부문)을 비롯, 임기 내 받은 각종 상은 김 이사장의 판단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군말 없이 증명했다.상·하수도 요금감면 관철시키고국비·시비 480억원 지원받아 악취 방지시설 투입…오염저감경쟁입찰 등 통해 발생한 재원업체별 증기·폐수 요금 감면 등 전부 입주업체 지원에 사용인근 주민 대상 공단 개방 행사소통·화합 이미지 개선 큰 역할그의 오늘 뒤엔 한눈에 반한 부인특유의 뚝심 섬유업계 '작은 거인''대한민국 섬유패션인' 대상 수상# 모범답안은 항상 현장에 있다김 이사장은 3수 끝에 2018년 제14대 이사장으로 당선됐고 2021년 재선에 성공했다. 초선 때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그는 임기 초반 견고한 관행 및 기득권과의 싸움에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했다. 역설적으로는 그의 존재감을 드러낸 기회이기도 했다. 외부에서 비롯된 감사요구가 잇따르면서 공단에는 한바탕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오해와 억측, 음해와 시기가 난무하는 거친 분위기 속에서 그를 지탱한 것은 원리원칙과 정도경영이었다. 김 이사장이 주력한 분야는 원가절감 및 국·시비 지원과 환경 부문. 관행을 바로 잡고 경쟁입찰 등을 통해 발생한 재원은 업체별 증기·폐수 요금 감면 등 전부 입주업체 지원에 사용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무던히 애를 썼다. 재임 기간 동안 발전 분야를 비롯, 폐수처리 분야·유연탄 분야·보험 분야에서 총 550억원 이상의 원가를 절감하는 성과를 일궈냈다는 것이 공단 측의 설명이다. 부조리나 독점에 따른 폐해 등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이 상당수를 차지했기 때문에 거센 저항과 반발은 당연했다. 해외출장을 포함, 현장에서 확인하고 자문회의 등을 거치면서 합리성과 효율성, 그리고 정직함으로 승부를 걸었고 공익을 실현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국·시비 지원에서도 그의 역량은 빛을 발휘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입주업체의 경영난이 심화되자, 그는 대구시와 국회의원 연석회의나 대구상공회의소 경제동향보고회 등 기회가 될 때마다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줄기차게 지원을 요구, 상·하수도 요금 감면을 관철시켰다. 또 국·시비 480억원을 받아 악취 방지시설에 투입, 먼지나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82%를 저감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체감이 가능할 정도로 개선된 공단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김 이사장은 인근 주민 등을 대상으로 공단 개방행사를 수차례 가졌다. 소통과 화합을 위한 행사는 이미지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혼자가 아니라 다 같이 웃어야 한다좀처럼 웃지 못했고 웃을 수도 없었던 홀로서기는 20대 후반 부인 강숙기(65)씨를 만나면서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단숨에 풍요로울 수는 없었으나 안정감과 함께 심적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눈에 반했다"고 했다. 눈빛이 살아있고 사람이 바르더라는 것이 이유였다. '일하고 결혼했고 술하고 사랑했다'는 그의 단골 레퍼토리가 비극적이지 않은 것은 강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 들어 부인이 좀 많이 아팠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고 고백했다. 돌이켜보니 잘해준 기억이 별로 없더라는 것이다. '앞으로 잘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여전히 서툴기만 하다. 40여 년 전 대구시 북구 침산동의 한 전셋집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한 이후 앞만 보며 달려왔다. 직장생활과 수학과외를 병행하며 생활비를 벌었고 부부가 같이 꿈을 키웠다. 슬하에 큰딸과 띠동갑인 셋째딸까지 딸만 셋을 둔 김 이사장은 자칭 '딸바보'다. 딸들뿐 아니라 사위들과도 각별하다. 함께 웃어야 진짜로 웃는 것이기에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 꽤 오래전부터 삶의 목표였다. 가족은 물론, 회사와 공단 관계자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김 이사장이 운영 중인 명지특수가공은 직물, 편조 원단 및 의복류 염색가공업체다. 그에게는 분신과도 같은 회사다. 회사원에서 대표가 된 전환점이자, 친구들의 정성과 응원이 집약돼 있어서 더욱 그렇다. 창업자금이 빠듯했을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흔쾌히 부족함을 메꿔준 친구들의 고마움은 지금도 감동이라고 했다. 경영이 본궤도에 오른 뒤 이자까지 쳐서 갚으려 했지만 원금 이외는 받지도 않아 마음의 빚은 여전하다. 그는 가족·회사·공단 가운데 회사를 1순위로 꼽았다. 다소 의외였고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논리에는 어느 정도 수긍을 했다. 몸담고 있는 회사가 잘돼야 가족 및 구성원들의 걱정과 근심이 줄어들고, 각각의 회사가 잘 돌아가야 공단 전체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김 이사장은 "치열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별다른 후회는 없다. 자식들도 앞가림을 할 수 있을 만큼 장성했기 때문에 이제 집사람 건강만 챙기면 큰 걱정은 없다. 회사도 안정적이다. 공단은 이전이라는 대역사를 앞두고 있어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임기 동안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하기에 염색공단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성과를 낸 이사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준영 논설위원 changcy@yeongnam.com김이진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이 재임기간 동안 실천한 경비절감과 국·시비 지원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2023.12.20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료개혁특위 "의료개혁 시기상 미룰 수 없는 과업…소통 통해 의견 좁힐 것"
경북대,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155명' 조정에 대구경북 타 대학 결정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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