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월드 테이블 에티켓 (7·끝) 호텔의 조식과 일·중식 상식
◇ 호텔의 조식 호텔의 조식은 콘티넨털식과 아메리칸식 두 종류가 있습니다. 콘티넨털식은 영국을 제외한 유럽식의 조식을 의미합니다. 빵과 음료만으로 이뤄진 간단한 식사로 커피 혹은 우유나 홍차, 주스, 초승달 모양의 크루아상, 브리오슈 등의 롤빵류에 버터나 잼, 요거트 등이 따라나오죠. 부족하다 싶으면 감자요리나 달걀, 소시지 등 일품 요리를 추가하면 됩니다. 아메리칸식은 미국에서 퍼져나간 조식메뉴로 가짓수가 좀 많아요. 주스, 시리얼, 롤빵, 토스트, 베이컨, 와플, 팬케이크, 계란요리, 밀크, 홍차, 과일 등이 어울리죠. 미국식은 계란요리가 참 다양합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계란 요리를 제대로 주문하지 못합니다. 요리상태별 용어가 있는데 이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아무거나 달라"고 하면 그것도 조리사에 대한 결례이죠. 마구 으깬 계란 프라이를 '스크램블드 에그(Scrambled egg)'라고 하며 보통 햄이나 베이컨을 나이프로 잘라 먹습니다. 프라이 종류로는 흰자위만 살짝 익힌 걸 '서니 사이드 업(Sunny sideup)', 한면을 완전히 익히면 '오버이지(Overeagy)', 양쪽을 뒤집어 익히면 '턴드오버(Turnedover)', 완전히 익히면 '오버하드(Overhard)'라고 합니다. 토스트 상식 하나 더. 토스트한 식빵에 양상추, 베이컨, 치킨 등을 넣어 볼륨감이 있는 샌드위치를 '아메리칸 클럽하우스 샌드위치'라고 하고 빵 위에 햄, 양상추, 치즈 등을 얹은 걸 오픈 샌드위치, 베이컨(B), 양상추(Lettuce), 토마토(T)만 넣은 샌드위치를 'BLT 샌드위치'라고 합니다. ◇ 풀코스 중식당 엿보기 중국 음식 맛의 원천은 '불맛'입니다. 일식은 '눈맛'이라고도 하죠. 중식은 지역별 요리 스타일이 다르고, 평생 먹어도 다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감히 중식을 운운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곰발바닥, 살아있는 원숭이 골, 제비집 등 인간의 상상력이 허용하는 한 기괴한 요리를 개발해내는 게 또한 중국 조리사입니다. 중국 요리는 일명 '청요리(淸料理)'라고 합니다. 중국요리도 우리처럼 황실과 민간의 합작입니다. 불로초를 구했던 진시황제는 부하 서복에게 제주도 전복을 진상토록했다는 기록도 나오죠. 다 아시다시피 중국요리는 크게 북경·사천·광동·남경요리도 나눠집니다. 각 요리의 특징은 인터넷에 들어가면 충분하게 공부할 수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단지 세계적인 진미로 알려진 '만한전석(滿漢全席)'에 대해서 알아보죠. 이 요리는 청나라때 발흥합니다. 대단한 미식가였던 강희대제가 회갑을 맞아 예순이 넘은 노인 3천여명을 초대해 만주요리와 한나라 요리 200여종을 선보였는데 이게 만한전석입니다. 여기에는 상어지느러미, 제비집, 곰발바닥, 낙타의 등, 원숭이골, 표범의 태반 등 중국 전지역의 진귀한 재료가 총망라됩니다. 현재 홍콩의 동해, 베이징의 방선반장(倣膳飯莊) 등에서 맛을 볼 수 있는 풀코스 요리값은 한화로 800만~1천500만원입니다. 서양의 일반 레스토랑의 에티켓은 어느 정도 보편화됐지만, 중식당 이용 에티켓은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중식당 테이블은 회전하는데 이를 고안해 낸 사람이 수잔이라는 여인으로 일명 '수잔 테이블'이라고 불립니다. 앉는 서열이 있습니다. 별실의 경우 안쪽이 상석이고 입구쪽이 말석이 됩니다. 돌릴 때는 반드시 시계방향으로 돌려야 됩니다. 중앙에 받침접시가 놓여지고 사기로 된 스푼 같은 숟가락 '렝게'도 놓입니다. 렝게는 받침용 접시와 젓가락 사이에 놓이게 됩니다. 식사중에는 접시 끝에 걸쳐놓고, 끝나면 젓가락받침대에 놓으면 됩니다. 중식의 기본 소스는 간장, 식초와 고추기름입니다. 혼자가는 것보다 6~8명이 함께 가는 게 제대로 된 맛을 음미할 수 있습니다. 메뉴 읽는 법도 알아둡시다. 한자로 적혀 있어 아예 읽지 않는 이들이 많습니다. 메뉴명은 보통 4자가 많습니다. 중국의 메뉴 구성에는 다소 예외가 있지만 그 구성은 조리법, 주재료의 이름, 재료는 자르는 법으로 정리됩니다. 풀코스 중식은 일명 '정탁요리(定卓料理)'라고 합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맨처음 곰발바닥 같은 특선명채가 나오고 다음은 식욕을 돋우는 냉채류가 나옵니다. 다음 상어지느러미 등 희귀요리~해산물~가금류~육류~채소류~생선류~수프류~식사류~감채류(찹쌀떡탕, 옥수수탕 등)~과일로 이어집니다. 수프의 경우 중국빵(花卷)으로 찍어먹어도 좋습니다. 우리가 가장 신기해 하면서 오해하는 요리가 제비집 수프죠. 일반인들은 시골 처마에 흙투성이 인 제비집을 어떻게 식재료로 활용할 수 있나 의아해 합니다. 강남갔다 돌아온 제비가 아니라 '바닷제비'를 의미합니다. 바닷제비가 해초를 타액으로 굳혀가며 절벽에 지은 집인데, 꼭 건조한 한천처럼 무척 단단해 단가가 엄청나게 비쌉니다. 색의 선명도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눠집니다. 1등급은 관연(官燕), 2등급은 모연(毛燕), 3등급은 전연사(全燕絲)로 구분됩니다. 바닷제비는 같은 곳에 몇번이나 집을 짓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첫번째 집은 해초만으로 집을 짓기 때문에 무척 질감이 좋습니다. 일부 동남아시아 해안 절벽 근처에 사는 어부 중에는 전문 제비집 수집상이 있는데 2~3시간 목숨을 걸고 따온다고 합니다. 대구 전가복 요리붐을 일으킨 연경반점 손보충씨가 지인들에게 서비스로 잘 내는 누룽지탕의 유래도 흥미롭습니다. 누룽지를 바삭바삭하게 튀긴 뒤 걸쭉한 소스를 뿌려먹는 사천요리의 대표격입니다. 이 요리는 궁중의 요리사와 하인의 실수로 태어납니다. 원래는 반년간 자연건조시킨 것을 튀겨냈지만 오늘날에는 철판에 밥을 놓고 구워낸 것을 튀겨서 냅니다. ◇ 일식 엿보기 일본요리의 근본은 무사의 집안에서 생겨난 '본선요리(本膳料理)', 다도식에서 유래한 '회석요리(懷石料理)', 사찰 등지에서 생겨난 '정진요리(精進料理)', 오늘날 요정이나 연회석상에서 주로 나오는 '회석요리(會席料理)'등으로 분류됩니다. 본선요리의 경우 1즙3채(국물 한 가지에 요리 3가지), 2즙5채, 3즙7채 등이 있는데 가장 보편적인 게 2즙5채입니다. 회석요리는 사찰 등의 수도승이 배고픔을 참기 위해 품속에 넣어두었던 돌멩이를 '회석(懷石)'이라 부른 데서 유래합니다. 정진요리는 동물성 식품을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식품만 갖고 만든 요리입니다. 통상적으로 일식 식탁에는 두 종류의 젓가락이 있습니다. 공용인 대나무젓가락과 양쪽 끝이 가늘게 되어 있는 삼나무 젓가락입니다. 밥을 먹을 때도 우리와 달리 왼손으로 밥 공기를 들고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쥔 뒤 들고 먹습니다. 코스 요리명도 알아두시죠. 전채는 '젠사이(前菜)', 맑은국물류는 '스이모노(吸物)', 생선회는 '사시미', 조림류는 '니모노(煮物)', 구이류는 '야키모노(燒物)', 초회는 '스모노(酢物)', 된장류는 '미소시루', 절임류는 '고노모노', 과일 디저트는 '구다모노'라고 불립니다. 생선회의 경우 샐러리 같은 향초잎이 곁들여지는데 이를 '쓰마(妻)'라고 합니다. 생선구이도 크게 세 종류가 있습니다. 소금을 뿌려 구우면 '시오야키(鹽燒)', 간장을 발라 구우면 '데리야키(照燒)', 된장에 절였다가 굽는 '미소쓰케야키(味澮燒)' 등이 있습니다.
2010.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