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이춘호기자의 카페로드] 902번 지방도 따라 카페투어...산바람 쐬며 커피 한 잔, 붙잡고 싶다 이 가을…
가창댐에서 헐티재로 향한다. 초행인 사람들은 최정산과 앞산 사이에 형성된 가창댐의 물빛, 그리고 상당한 높이를 자랑하는 산세, 깊이가 느껴지는 싱그러운 바람, 댐을 품으며 가설된 둘레길을 걷는 도보족, 물찬 제비처럼 날렵하게 라이딩하는 바이크·사이클족의 활기찬 종아리 근육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연신 '굿, 모든 게 좋군!'을 연발하게 된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가창댐 삼거리에서 우회전. 갑자기 이쪽 세계에서 저쪽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감이 빠른 사람들은 왠지 모를 섬뜩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6·25전쟁 때 이 언저리에서 끔찍한 학살이 자행된다. 보도연맹에 연루된 상당한 수의 인사들이 총살당한다. 당시 '학살장으로 끌려간다'란 말을 세인들은 '골로 간다'로 풍자했다. 뒤늦게 시월문학회가 생겨 나 유족을 위로하고 매년 죽은 영령을 위해 진혼제와 병행해 문학제를 연다.달성군 가창면과 경북 청도군 각북면의 경계에 우뚝 선 헐티재. 팔조령과는 물성이 다르다. 헐티재가 더 고즈넉하다. 그 재가 두 팔을 좍 벌린다. 가창댐 삼거리~가창댐 상류~정대숲~루소의 숲~각북면~풍각면으로 이어지는 17㎞ 남짓한 902번 지방도. 그 좌우 계곡에 혈맥처럼 들어 앉은 이런저런 반짝거리는 아트 포인트를 다 체험하려면 족히 한 달은 소요될 것이다. 좌우로 전개되는 풍광에선 으스스 할 정도의 '야성(野性)'이 느껴진다. 봄철에는 '벚꽃길', 가을에는 '단풍길'로 사랑받는다. 한겨울에는 잎 하나 허락지 않는다. 너무나 앙상한 활엽수 군락이 하절기엔 숨겨놓았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멀리서 보면 동면 중인 거대한 짐승 같다. 2000년을 넘어서면서부터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입소문이 날 수밖에 없었다. 가창댐 삼거리~정대숲~각북면~풍각면 17㎞ 구간봄에는 벚꽃, 가을엔 단풍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갤러리·카페·문화촌…곳곳에 화가·문인들 아지트건축가 남편의 흔적 담긴 게스트하우스도 입소문대구 시민의 식수원이기도 한 가창댐 상수도보호구역과 맞물려 그린벨트로 보호받고 있다. 그래서 환경이 덜 망가졌고 다른 곳보다 더 좋은 풍광을 유지할 수 있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 구간은 비포장길이었다. 화전민 근기라야 제대로 살 것 같은 오지라서 세인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져 있었다. 각 계곡의 막다른 지점에는 영험한 기운이 도사리고 있다. 산신각, 상여집, 무당집, 말기암 환자 등이 의지할 만한 공간이었다. 1980년을 거쳐 90년대로 접어들면서 탈도심 전원파로부터 제2의 인생 거점 공간으로 인기를 끈다. 덩달아 감이 빠른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발 빠르게 곳곳에 포진된 허름한 시골집을 사들였다. 평당 가격은 날로 치솟고…. 형편이 괜찮은 이들은 서둘러 거기에 새로운 전원주택을 짓기 시작한다. 소설가 김원일도 잠시 정대숲 맞은 편 야산의 까무룩한 풍광이 좋아 거기에 집필실을 마련하기도 했다. 바로 옆에는 지역 서각계의 리더 중 한 명인 이주강의 집도 있었다. 덩달아 화가와 시인의 집, 갤러리, 카페, 문화촌, 식물원, 조경원, 별장 등이 가세했다. 1990년대 후반쯤 청도군 각북면 오산리 중턱에 깃을 튼 복합문화공간은 '비슬문화촌'이었다. 정인표 촌장과 김영자 소장(도예가) 부부는 2000년부터 10년 이상 신개념 게릴라 콘서트를 펼쳐갔다. 한때 '바람의 뜰'이란 카페도 운영했다. 도예가 이복규, 일본인 아키야마 준도 각북면에 들어와 산다. 마지막 행렬에 가세한 예인은 건축가 이용민이다. 그는 오래 암 투병을 했다. 그러다가 여기다 싶은 곳을 발견한다. 여생을 재밌게 보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버전의 '송내헌(松內軒)'을 짓는다. 유달리 소나무가 수북한 청도군 각북면 금천리 마을회관 언저리에 있다. 올해 고인이 된 그는 공간을 아내에게 남기고 훌쩍 세상을 떠난다. 덕분에 아내는 핫플 하우스테이 '유유자적〈작은 사진〉'의 주인이 된다. 그 공간은 심플하면서도 상당히 유니크하다. 건축 관련 책, 솔 향기 머문 수다, 거기에 커피 향이 매칭된 신개념 공간. 그 하우스테이가 20대들로부터 입소문이 난 모양이다. 밤 10시가 넘으면 주위 어르신의 잠자리를 생각해 달빛 정도로 대화 농도를 조절해야 되는 게 이 공간의 불문율이다. 심야의 '달빛커피' 한 잔이 어울리려나.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경북 청도군 각북면 관광농원 군불로가 새롭게 마련한 '로카커피'. 한때 군불로는 찜질방·세미나실 등을 갖춰 탈도심 가든형 관광농원으로 단체 손님한테 큰 인기를 얻는다. 2010년을 넘어서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 영업이 부진했는데 로카커피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픈한 공간이다. 커피 한 잔을 품고 쾌적한 야외 테이블에 앉으면 벽천형 폭포와 앙상블을 이루는 메밀밭과 백일홍이 깊어가는 가을날의 정취를 돋워준다.
2021.10.29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이춘호기자의 카페로드] 핫플과 베이커리 카페(3)…한때 말이 뛰놀던 곳…멍 때리며 힐링
카페지앵은 그 희망과 절망 사이에 힐링스러운 다리를 놓는다. 베카 사장이 되려면? 원시인의 수렵 정신만큼이나 치열한 프로 근성이 요구된다. 그런 의뭉스러운 단상을 취재수첩에 적어가면서 서늘한 가을바람이 일렁이는 최정산 정상부에 진을 친 '대새목장'으로 차를 몰았다. ◆스산한 그렇지만 야릇한20일 오전 10시30분. 요즘 달성군 핫플 베카로 알려지기 시작한 '대새목장'(해발 760m)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 정경은 한마디로 스산하지만 무척 야릇하다. '여기 사장, 트렌드를 제대로 읽고 계시네'란 독백이 절로 흘러나왔다. 2018년 봄 최정산 자락에 오픈해 평일에도 줄 서게 할 정도로 대박을 친 인근 핫플 베카인 '오 퐁드 부아'도 조금 긴장할 것도 같다.여긴 말 대신 커피와 빵, 그리고 힐링을 키우는 목장이다. 대새? '대구의 새로운 목장'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음악이 바람보다 먼저 아는 척한다. 에디 히긴스 재즈 트리오 톤의 여리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아주 느릿한 피아노 연주가 발목을 슬금슬금 긁고 지나간다. 목장 입구의 표정만으로 봐선 영업을 하는지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번듯한 건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입구 마굿간 건물은 뻥 뚫린 지붕, 허물어져 앙상해진 벽체를 그대로 방치, 아니 살려뒀다. 내부를 힐끔 들여다보니 전등도 달려 있고, 앉을 수 있는 자리만 깨끗하게 정리해주고 나머지는 손을 안 댔다. 그게 요즘 통하는 감각이다. 여긴 빈티지 중 빈티지 라인을 자랑한다. 벽을 타오르는 한삼 덩굴, 풀 한 포기의 물성도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입구 안내판에 '커피 한 잔이 포함된 입장료가 8천원'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그 문구가 없었을 때는 무례한 경우를 많이 당했다. 얌체처럼 무단으로 들어와 놀다 사라진 사람들이 적잖았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입장료를 받았다. 짠, 효과가 단번에 나타났다. 역시 값을 치러야 '품격'이 나오는 모양이다.오전 11시 오픈이다. 여긴 최정산 정상부(해발 905m) 바로 아래 평평한 초지 구역. 한여름에도 선선한 가을바람이 인다. 정상부는 군사지역이라서 오랫동안 민간인이 들어갈 수 없었다. 미군 미사일 기지 때문이다. 그게 철수하자 그 언저리에 '포니목장'이 들어선다. 5년쯤 있다가 2017년 산 아래로 내려가 재오픈했다. 현재 30마리 정도의 말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은 경산에서 옮겨 온 통신부대가 근처 정상부로 이전해 와 있다. 하늘 뷰 '대새목장'달성군 최정산 폐허된 목장터앙상한 지붕과 벽 그대로두고목장분위기 살린 빈티지 카페못 둘레 나무그늘따라 테이블하늘 그대로 내려앉는 포토존◆포니목장은 대새목장으로 변하고대관령 양떼목장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 자리에 2000년 초 오리불고기 식당이 있었다. 그 식당은 이후 가창면 주리산 아래로 내려가 '취경'으로 자릴 잡는다. 오리불고기 카페로 유명해졌다. 정상부에 유명한 포토존이 있다. 외로이 서 있는 버드나무 한 그루다. 운무가 자욱할 때 기막힌 사진을 낚을 수 있어 사진작가들이 좋아들 했다. 목장 시절 그 옆으로 말을 위한 산책 울타리도 쳐져 있었다. 포니목장이 사라진 뒤 황량하게 방치돼 있었다. 정상부로 향하는 길 입구도 막아 놓았다. 목장 폐허 자리를 마케터의 입장에서 유심히 살펴본 우직한 사내가 있었다. 모 지역신문 사진기자 출신인 엄익삼(37). 1년 남짓 신문사 생활을 미련 없이 청산하고 새로운 인생을 빚어냈다. 부모가 운영하던 현풍읍 원교리 포산고 근처 장길산가든 자리를 대뜸 베카로 바꾸자고 부모를 설득했다. 아버지는 속으로 '그건 아니다' 싶었지만 자식 이길 부모가 누가 있겠는가. 아버지는 나름 탄탄한 삶을 살아오셨다. 읍내에서 뉴스타 사진관과 신화 예식장을 운영했고 나중에는 식당까지 차렸다. 그렇게 해서 이 식당은 2017년 현풍에서 가장 이색적인 핫플 베카로 탄생된다. 바로 '161커피스튜디오'다. 일단 식당 앞 광활하게 펼쳐진 논을 주시했다. 이게 물건이 될 것 같았다. 식당 앞 논을 갈아엎어 잔디광장으로 둔갑시켰다. 광장 너머는 축구장 몇 개 넓이의 논이 해변처럼 널려 있다. 멀리 비슬산, 디지스트와 테크노폴리스에 드문드문 지어진 아파트촌도 점점이 보인다.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전혀 없다. 다들 바다, 산, 강, 계곡 등을 끌고 들어오는데 그는 논을 오브제로 활용해 성공한 것이다. 일부 젊은이들은 논도 잔디광장인 줄 안다. 논 뷰 '161커피스튜디오'현풍읍 식당을 카페로 개조광활한 논을 풍경으로 활용비슬산·아파트촌도 한눈에핑크뮬리 심어 이색 포토존아이들 위한 모래밭도 있어◆가능한 한 손대지 말자평소 사용하던 이런저런 카메라 20여 개를 소품으로 전시했다. 인천·부산 등지를 뒤져 해묵은 산업용품까지 구입해왔다. 미싱 상판도 테이블로 활용했다. 들어갈 땐 1층이지만 테라스에서 보면 2층이다. 커피는 2013년 월드커피로스팅챔피언십 챔피언인 일본 커피광 고토 나오키의 커피를 선택했다. 시그니처 커피로 조금 특별한 '소금커피'를 골랐다. 그리고 라테 거품 표면을 인화지로 생각해 그 위에 분말을 정교하게 분사해 사진 속 이미지를 재현해낸다. 자기 얼굴이 새겨진 라테, 자연 입소문이 날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시도한 건 포토존 강화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핑크뮬리 포토존을 만든다. 여기저기도 괜찮다 싶어 핑크뮬리를 벤치마킹해갔다.엄익삼은 프랜차이즈 유전자를 갖고 있다. 전국의 핫플 베카 순례를 하면서 이 업만의 특성을 분석해 나갔다. 그렇게 해서 2호 베카를 준비했다. 대새목장 자리도 평소 눈여겨둔 곳 중 하나다. 최근 경산 영대 캠퍼스 근처에 '월화수(月花水)' 베카도 열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키즈 베카를 염두에 뒀다. 아이의 맘이 가는 곳에 부모의 맘이 가고, 그래야만 베카도 롱런할 수 있다고 봤다. 161카페부터 아이와 반려견을 허용한다. 대새목장에서 성공한 키즈존 모래밭도 161광장에 적용해 호평을 받는다.◆거울이 된 대새못대새목장의 기본 콘셉트는 목장 분위기를 살리는 것. 대형 우유 통을 합판을 이용해 직접 만들어 드문드문 설치 했다. 200여m 길이의 대새못은 거울이다. 주변의 나무 그늘에 테이블을 10곳 정도 조성했다. 맑은 날 하늘이 그대로 내려앉는다. 연인은 연인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편히 쉴 수 있게 존을 잘 구분했다. 두 동의 마굿간은 모던하다. 항상 재즈뮤직이 곰돌이 인형처럼 손님한테 안긴다. 꼭 논산훈련소 시절 내무반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손님도 보이지 않고 해서 재즈뮤직을 베개 삼아 잠시 눈을 감았다. 실내는 어둑했다. 동굴에 들어온 것 같았다. 16개의 녹색 철제 기둥, 7개의 큰 통유리창을 통해 목장의 전경이 중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다가선다. 무채색 공간인데 기분은 너무나 유채색. 대새못 주변에는 수종이 다양하지 못하다. 해발이 높기 때문이다. 태풍이 밀려오면 골바람이 이 언저리를 초토화시켜 버린다. 여러 수종이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했다. 지금 보이는 저 수종들이 이 땅에 적응한 질긴 놈들이다. 대새못 옆 한 나무. 그 그늘이 자못 인상적이다. 그 테이블은 손님들이 가장 혹하는 포토존. 한 팀이 떠나니 다른 손님이 부리나케 달려와 거기에 앉는다. 소곤소곤~ 재잘재잘~. 스트레스가 중화되는 소리로 들렸다. 상단부 테라스 자리에 앉아 커피 홀짝 거리며 그 광경을 소금쟁이 움직임처럼 음미해 본다. 멀리 비슬산 연봉과 라테 거품 같은 구름이 대새못 수면에 양떼처럼 얼비치는 맑고 홀가분한 가을날 오후랄까!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한때 미군 기지가 들어서 일반인이 출입하지 못했던 가창면 최정산 정상부. 부대가 나가자 포니목장이 들어서고 그 목장이 나가자 연이어 베이커리 카페 대새목장이 새로운 쉼터로 다가선다. 대새못 옆 나무그늘 아래 테이블은 멋진 포토존이다.대새? '대구의 새로운 목장'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말 대신 커피와 빵, 힐링을 방목하는 곳이라 여기면 된다.대새목장의 기본 콘셉트는 목장 분위기를 살리는 것. 폭격 맞은 듯한 마굿간을 원형 그대로 활용했다.현대인에게 커피 한 잔과 빵 한 접시는 하나의 경전과 같이 숭고한 기운을 내뿜는다. 현풍읍 포산고 네거리 근처에 있는 '161커피스튜디오' 옥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잔디광장, 아이와 깔깔대며 평화롭게 놀고 있는 부모들의 일상이 가을바람 못지않게 싱그럽다. 멀리 대형 축구장 몇 개를 연결해 놓은 듯한 광활한 논이 이 카페의 앞뜰이나 진배없다.
2021.08.27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이춘호기자의 카페로드] 핫플과 베이커리 카페(2)...이미지에 중독된 'SNS 문화', 핫플은 영원히 정복될 수 없다
아이들이 늘 문제였는데 이젠 걱정 안 해도 된다. 수천 평 크기의 전원 베카로 가면 아이들 잠시 방목시켜 놓고 동행한 지인들과 '수다 타임'을 편하게 만끽할 수 있다. 유럽에서나 가능했던 야외에서의 행복한 시간이 대한민국에서도 가능해진 것이다. 전국 237개 시·군·구, 거기에 족히 10여개씩 멋진 베카가 있을 것 같다. 그 수가 3천 개에 육박한다. 이제 베카 세태의 이면 속으로 들어가 보자. 슬픈 풍속도인지는 몰라도 가장이 아버지였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반세기 전만 해도 엄존했던 '아버지 밥 한 그릇'이란 문화도 '구습'으로 폐기처분됐다. 식사 때 메뉴 선택권도 아버지에게 없다. '친구 같은 가부장 시대'가 개막된 탓이다. 대신 요즘 아버지는 고교 동창회에 부쩍 목숨을 걸고 등산 아니면 걷기, 자전거 타는 데 공을 들인다. 대신 '엄마의 밥상'은 더욱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다. '가사(家事)'란 말도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집밥보다 더 진지한 착한 식당, 그게 도처에 널렸다. 굳이 집에서 식재료 낭비하고 생고생해가며 요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량의 식재료, 그리고 레시피까지 첨부돼 제시간에 배송되는 밀키트. 그것 때문에 굳이 요리학원에 다닐 필요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아파트 공간에서 차지하는 부엌 면적은 점점 줄고 있다. 대신 커피 마시고 와인 파티하기 좋은 '바텐룸'이 인기다. 덩달아 아침 식사도 사라지고 있다. 밥 문화가 빵 문화로 대체되는 것 같다. 아침과 점심을 겸한 브런치(BRUNCH) 카페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쯤이다. 그 무렵부터 빅 브랜드가 독식했던 대로(大路) 상권도 거리와 골목 상권한테 조금씩 밀리기 시작한다. 대신 홍대 앞, 가로수길, 경리단길, 송리단길, 황리단길, 봉리단길, 기장 바닷길 등과 같은 이면 핫플 상권이 새로운 강자로 등장 중이다. 죽었던 공간이 해바라기처럼 웃기 시작한다. 조선소, 철공소, 목욕탕, 정미소, 막걸리 공장, 섬유공장, 농협 창고, 제주도 감귤창고…. 이들 공간에 청년장사꾼이 입주하고 있다. 빛나는 틈새로 테마 베카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 세상의 새로운 규칙댓글·구독·조회수가 여론 선도핫플 상권, 대로 상권 뛰어넘어핫플에 목매지만 충성하진 않아대기업 회장님도 SNS 마케팅◆스마트폰과 베카 그게 가능한 건 2007~2008년 출시되기 시작한 스마트폰 때문인 것 같다. 이놈은 '천하무적'. 현대판 영웅이자 슈퍼스타. 미국과 중국의 최강 권력도 조만간 넘어설 것이다. 다국적기업 CEO, 세계 각국 정상들도 그들 앞에선 한없이 약해진다. 그걸 활용하고 역이용해서 롱런하려 한다. 몸값 10조원, 올해 상반기 연봉 19여억 원, 그런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도 세상의 권력이 스마트폰(이하 폰)에서 나온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굳이 체면 구기는 걸 자청하면서까지 사진을 난사한다. 마트에서 카트를 끄는 장면, 요리하거나 자식의 근황도 공유한다. 며칠 전엔 '방탄소년단 아미(팬)가 되어 보련다'고 고백했다. 바로 요즘 잘나가는 회장님들의 에지 가득한 신개념 마케팅 전략이다.폰은 무소불능의 영역이다. 조물주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폰이 바로 '갓(GOD)'이다. 지구 반대편 외국인의 일상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앱을 클릭하면 지구 정지 궤도(지상 3만6천㎞)에서 지구의 현재 모습도 볼 수 있다. 폰은 금세기 최고의 망원·현미경이다. 그 폰 때문에 시골과 도시의 욕구 구분도 사라진다. 폰에서 멀어지면 거기가 시골(?)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국가·민족 간 문화 차이도 조금씩 깎여나간다. 지금 모두가 폰을 들고 있다. 수십 억명이 하나의 몸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얼마나 혁명적 상황인가. 세상의 돈과 권력이 온라인에서 창조된다는 것. 그걸 알아버린 차세대 비즈니스 천재들. 그들이 세계적 부호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아마존의 베 조스, 알리바바의 마윈, 카카오 왕국의 김범수, 배달의 민족을 만든 김봉진…. 자잘한 일상이 폰을 통해 초 단위로 공유된다. 이 난감한 흐름을 기존 일간지 정보망이 제대로 포착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신문 기사보다 더 막강해진 댓글·구독·조회수가 새로운 여론을 선도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식당을 넘어서고 있다. 내가 카페문화를 주시하는 이유도 폰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카페는 새로운 대륙이다. 중세·근대·현대를 넘어선 영역이다. 그것에 필요한 욕망을 베카가 증식해나가고 있다.욕망 간파한 카페지앵아침식사보다 브런치에 커피호텔 레스토랑도 카페에 밀려철공소·목욕탕·정미소·창고…죽은 공간을 베이커리 카페로◆이젠 카페 권하는 사회한때는 '성공 권하는 사회'였지만 감이 좋은 사람들은 '성공의 덫'을 눈치챈 것 같다. 될 수 있는 일과 될 수 없는 일의 한계를 간파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에 집중하자' '욜로 마인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란 일과 쉼의 황금분할 등을 성찰하기 시작한 것 같다. 물론 아직 '방콕'으로 몰리는 청년백수, 생계의 절벽으로 내몰린 배달족도 있지만 그들도 그들만의 일상을 즐기는 방법을 곧 강구할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세계 팝 시장의 왕자로 부상하고 국악계의 다크호스인 이날치 밴드가 세계적 뮤지션 콜드플레이의 앨범 작업에 피처링을 했다. 엄청난 사건이다. 우린 경제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문화적으로도 선진국으로도 진입 중이다.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최정예 폰족들이 '브라보 마이 코리아'를 연호하고 있다. 지난 세기 한강의 기적. 그 과정에 '묻지 마 학살'이 관계자들에 의해 자행되었다. 전화 한 통이면 모든 민원이 해결되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상, 가히 권세가들의 세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끼리끼리 해 먹는 게 점점 어려지는 세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30대 야당 대표가 태어났다. 찌질하게 살기 싫어 자연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 자연인, 그리고 육지 생활을 미련 없이 정리하고 제주도로 내려가 '소낭' 같은 게스트하우스를 차린 미래파 인생들이 전국 뷰 포인트를 특화시켜 주고 있다. 이게 폰으로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 그 매개체도 단연 베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트위터, 카카오…. 이 영토는 기존 오프라인 아날로그 종족이 잉태했던 삶의 문화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남의 체면을 존중하지만 결코 자기 의견, 그리고 자신의 자존감은 철저하게 지키려 한다. 그리고 예전 밥상머리 앞에서 형성시켰던 가족문화를 카페 테라스로 옮겨 놓는다. 기자는 그동안 푸드 로드를 통해 제주도와 울릉도를 포함한 동·서·남해 주요 도시를 돌면서 대를 잇는 장수식당, 별미식당, 식재료 연구가, 식객, 제철 식재료 1번지 등을 추적했다. 이 흐름은 탤런트 최불암을 '국민식객'으로 만든 KBS1 푸드인문학 프로그램이랄 수 있는 '한국인의 밥상'과 궤를 같이했다고 생각한다. ◆맛집 신드롬 급랭이제 고만고만한 일반 식당의 진기는 거의 소진됐다. 맛있는 식당 정보가 점점 영양가를 잃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이 코로나19가 발악하기 시작했고 그 여세와 함께 되레 '국민 수다방·국민사랑방'으로 등극한 베카 신드롬과 무관하지 않다. 우중충하고 칙칙한 포스의 예전 식당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베카 스타일과 공유되려 한다. 김밥집도 '김밥카페'라 해야 더 어필되고 한식당도 '한식카페'라 해야 더 주목받는다. 커피는 커피숍보다 카페에서 먹어야 제격이란다. 일반 식당도 커피를 후식으로 내고 있다. 편의점에 가도 1천~2천원대 가성비 좋은 커피를 살 수 있다. 커피는 '국민의 숭늉'으로 사랑받는 중이다. 그 옆으로 다가선 빵은 밥을 압도한다. 호텔 레스토랑도 베카한테 밀려났다. 전국의 족보 있는 유명 식당도 카페 스타일로 디자인되고 있다. 대를 이은 2·3세들에 의해 레시피는 더욱 현대화되고 그 과정에 레시피조차 대폭 수정된다. 야수떼처럼 발호(?)하는 숱한 먹방·쿡방의 난립, 스스로 권위를 잃고 말았다. '자중지란'이랄 수 있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취재를 위해 전화를 걸어 먼저 신분을 밝혀도 그들은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광고영업사원인 줄 알고 단번에 '우린 그런 것 안 한다'면서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어버린다. 식당 취재가 하나의 '민폐'로 간주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겨우 권위를 가진 프로그램이 있다면 KBS의 '전국은 지금'과 '생생 정보통', SBS '생활의 달인' 정도.푸드로드 이후 후속 시리즈물을 고민했다. 그렇게 해서 '오너 셰프를 찾아서'란 코너를 꾸렸고 이번 여름에 생각해 낸 게 바로 '카페로드(CAFEROAD)'이다. 올해 5회를 맞고 있는 영남일보 주최 커피 & 베이커리 축제 활성화를 위한 일환이기도 하다. ◆카페지앵의 등장디지털 세상, 새로운 '식문화 탐험가'가 등장했다. 바로 베카를 사수하는 '카페지앵(카페 주인)'이다. 그들은 새로운 세상의 욕망을 사업으로 연결하려 한다. 식당이 지고 카페가 대세라는 걸 눈치챈 것이다. 카페가 식당을 통폐합하고 있다. 물론 잘나가는 베카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해 어디 가나 비슷한 천편일률의 매대 위 빵만으로 승산이 없다는 것도 잘 안다. 베카는 점차 빵과 밥을 합친 브런치 전문 베카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런 곳 중 하나가 서울 잠실권과 맞물린 송리단길 핫플 베카로 등극한 '라라브레드 송파점'. 베카의 상투적 흐름에 매몰된 지역 업주라면 그 영업전략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거기는 빵이 주가 아니다. 요기가 될 만한 브런치를 메인 메뉴로 주문하게 만들고 그것과 연결해 매대에 진열된 빵과 디저트를 부 메뉴로 선택하게 만든다. 폰족의 성향을 간파해야 된다. 이들은 절대 한 가게에 충성하지 않는다. 조금 슬픈 사실이지만 그들은 자기에게조차 충성할 줄 모른다. 오히려 빅 데이터에 충성하고 셀카의 셔터 음에 충성한다. 이게 바로 영웅본색이 아니라 'SNS 본색'이다. 폰족은 어쩜 '현대판 미아'인지도 모른다. 그 본성을 카페지앵이 사업적으로 잘 이용하는 중이다. 집에서는 대화가 없는데 희한하게 베카에 오면 다들 말문이 열린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폰 속으로 자맥질한다. 이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하나의 '문화'로 이해해야 된다. 전화 통화보다 그들은 문자와 이미지를 더 믿는다. 빵맛보다 더 자극적인 문자와 이미지 맛에 중독되어가고 있다. '아직 거기 몰라' '거기는 반드시 가 봐야 된다'고 하는 신상 핫플에 목을 맨다. 하지만 그 핫플의 문을 열고 나올 때쯤이면 새로운 핫플이 그들을 유혹한다. 하루에 하나씩 핫플 투어를 해도 핫플은 영원히 정복되지 못할 것이다. 이게 핫플 시대의 희망과 절망이랄까? 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이춘호기자의 카페로드] 핫플과 베이커리 카페(3)에서 계속됩니다스마트폰은 금세기 최고의 망원·현미경이다. 자잘한 일상이 인스타그램·유튜브·페이스북 등을 통해 초 단위로 공유되며 댓글·구독·조회수가 새로운 여론을 선도하고 있다. 핫플레이스의 맛보다는 이미지에 중독, 그것은 하나의 문화다. 베이커리 카페가 그 욕망을 증식해 나가고 있다.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자연의 한 풍경, 그걸 캔버스로 걸어놓은 듯한 통유리창 앞에 커피를 들고 서면 한없이 바쁘기만 한 일상도 잠시 평화롭게 내려앉는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핫플 카페는 너도나도 대형 통유리창을 경쟁적으로 달고 있다. 동굴 같은 카페 실내에서 바라 보는 자연 풍광은 그냥 보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빼어난 시각적 효과를 드러낸다.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이춘호기자의 카페로드] 핫플과 베이커리 카페(1)...핫플의 조건, 맛보다는 뷰
◆대한민국 식문화 랩소디스카이 뷰, 오션 뷰, 리버 뷰, 레이크 뷰, 마운틴 뷰, 팜 뷰…. 다들 '뷰(VIEW)' 때문에 난리도 아니다. 현재 핫플 카페들이 그 뷰를 독점하고 있는 중이다. 산과 바다, 강, 호수, 벌판, 논과 밭, 과수원, 하늘 등 뭔가 한 방이 있다 싶으면 그걸 품고 카페를 짓는다. '카페 춘추전국시대'가 맹렬하게 들끓고 있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이 '카페 공화국'으로 팽창하고 있다. 이들 카페의 승부처도 뷰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시그니처 메뉴도 중요하지만 아무튼 SNS를 주름잡는 핫플 대형 카페들은 하나같이 양손에 커피와 빵(디저트와 브런치 포함)을 거머쥐고 있다. 다방, 커피숍, 레스토랑, 베이커리숍, 갤러리, 문화센터 등을 하나로 묶어 놓은 듯한 '베이커리 카페'(이하 베카) 시대가 절정기를 맞고 있다. 최근 새로운 기획 시리즈인 '카페로드(CAFEROAD)' 현지 조사차 전국의 핫플 베카를 모니터링해봤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몇 곳이 있다. 도담삼봉과 고수동굴을 품은 충북 단양군 가곡면 사평리 두산마을 산 정상부 단양 패러글라이딩장 바로 옆에 2016년 문을 연 '카페 산(SANN)', 여수시 돌산읍 바닷가에 있는 예술랜드 리조트 내 '라피끄'와 바로 옆 리조트 '핀란드의 아침' 옆에 있는 '모이핀'(핀란드어로 '안녕 핀란드'란 의미),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 '휴일로'와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쉬어갓(She a GOD)', 청도군 매전면 운문산 해발 600m 고지에 들어선 '아미꼬뜨', 달성군 최정산 정상부 '대새목장', 팔공산 '시크릿가든'과 '헤이마', 청도 유등연지 근처 '오브제토'와 '덕남', 2015년 동구 신천동에서 1호점을 내고 이후 수성못점, 아산점, 부산 기장점, 경산점, 서울 익선동점 등 전국에 10여 개의 가맹점을 낸 '우즈(WOO'Z)', 이밖에 25년 전 탈도심 갤러리 카페 시대를 연 가창댐 옆 '동제미술관 카페' 등이다. 기자는 그동안 전국의 식문화를 향토사와 연계한 '푸드로드(FOODROAD)' 기획시리즈에 20여 년 집중했다. 일종의 '팔도 한식 기행'이랄까. 덕분에 대구의 맛과 멋, 대구음식견문록, 대구 빵 이야기, 경북의 산채를 찾아서, 국밥 등 몇 권의 푸드 관련 저작물을 펴낼 수 있었다. 수십 년 내공이 쌓인 유명 식객, 식문화 연구가들과 손을 잡고 한국음식문화를 연구하는 모임체도 만들었다. 제주도권의 양용진, 통영·남해권의 이상희, 호남권의 김준, 부산·경남권의 최원준, 음식 유래 연구가인 박정배와 김성윤 조선일보 음식전문기자도 가세했다. 그 기행을 하는 동안 나는 이 나라의 식문화가 얼마나 많이 변화 중인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세상의 욕망은 더 반듯하고 배려심 깊고 더 냉철해지고 있었다. 국가보다 국민이, 지자체보다 시민이 더 성숙해지고 있었다. '내가 누군지 알아'란 시대착오적 특권 의식도 점차 퇴출되고 있었다. 회장·총장·대장이라 해서 부하를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됐다. 살림은 여자의 몫이란 말도 옛말이다. 요리는 남녀 공유물. 한때 결혼한 여자를 지칭하던 '출가외인(出嫁外人·시집간 딸은 친정 사람이 아니고 남이나 마찬가지란 의미)'도 죽은 말이다. 반려견이 가축이 아니라 '가족'에 편승했다. 상속에 있어 장남에 대한 배려도 없다. 남녀 구분 없이 N분의 1이다. 여성은 더 이상 '어머니'가 아니다.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등극했다. 6~7년 전쯤 그 여전사를 향해 영혼의 쉼터 같은 '세컨드 하우스'가 다가선다. 바로 멋진 뷰를 품은 베카다. 그들에겐 또 다른 '성소(聖所)'다. 머슴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커피를 '경전' 대하듯 한다. 평일 오후 웬만한 핫플 베카는 여성들에 의해 독점된다. 쓰담 쓰담한 분위기, 가끔 남편과 영상통화도 하고 아이와 동행한 이들은 풀밭 테이블 위에 놓인 빵과 커피를 품고 앉아 소소한 얘기를 푼다. 커피 한 잔과 한 접시의 빵, 그게 그들의 '소우주'다. W2면에 계속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이춘호기자의 카페로드] 핫플과 베이커리 카페(2)에서 계속됩니다최근 최강 뷰를 자랑하고 있는 청도군 매전면 운문산 해발 600m 고지에 자리한 베이커리 카페 '아미꼬뜨'. 그린벨트도 피하고 넓은 임도까지…, 어찌 이런 곳에 카페를 차릴 생각을 했을까, 주인 부부의 열정이 놀랍기만 하다. 알프스 산록에 여행을 온 듯 멍 때리는 손님들이 수북하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비경의 산중 카페다.여수시 돌산읍 외딴 섬에 들어선 여수 예술랜드 리조트, 그 바닷가에 성채처럼 오픈한 대형 베이커리 카페 '라피끄', 포토존 천국의 계단은 입소문을 탔고, 올 화이트 톤 때문에 손님은 잠시 그리스 산토리니섬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충북 단양군 가곡면 단양패러글라이딩장 바로 옆에 2016년 오픈한 '카페 산'. 국내 첫 산정상에 세운 베이커리 카페로 불린다. 루프톱에 서면 일망무제, 해발 600m 고지 아래로 점핑하는 패러글라이더의 역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카페 산 제공〉2015년 대구 도심에서 베이커리 카페 시대를 선도했던 '우즈'가 경산 시내 한 야산 솔숲을 품은 프리미엄 스페이스를 오픈했다. 우즈는 현재 기장점, 아산점, 서울 익선동점 등 10여개의 가맹점을 열었다.
[이춘호 전문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권 마지막 조청명가 경일식품...한과명인들이 찜한 진짜 糖…프랜차이즈 치킨 소스에도 들어갑니다
농경사회 때만 해도 '쓴맛의 미학'이 건재했다. 하지만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국면이 달라진다. 쓴맛은 약(藥)의 영역으로 밀려나고 대다수 식단은 단맛한테 지배된다. 단맛이 단연 현대인에게 황홀한 존재로 군림하게 된다. 근대로 접어들면서 사람의 혀를 녹여낼 만한 여러 가지 감미료가 등장한다. 대표적인 게 '설탕'이다. 현재 식품공학자들이 분류한 바에 따르면 무려 50여 종의 각종 감미료가 유통되고 있다. 가히 '단맛 인플레이션 시대'가 개막된 것 같다. 조청이란 설탕·물엿처럼 정제糖 아닌 식혜 전통방식 졸인 농축액 대기업의 단맛에 밀렸다가 힐링식품으로 새롭게 조명우린 오래 '물 엿 권하는 사회'에 길들여졌다. 그런데 물엿에 지친 소비자 사이에서 '조청(造淸)'이 힐링식품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조청은 고두밥과 엿기름을 같이 넣고 삭힌 뒤 따뜻한 곳에 두면 식혜가 되는데 이때 건더기를 제거하고 당화된 물만 졸여 내면 된다. 수분을 더 제거하면 엿이 된다. 조청의 '청(淸)'자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선다. 왜 '맑은 청'일까? '곡물(녹말)의 물성을 불길로 다스려 앙금처럼 순수한 형태로 추출한 천연의 단맛'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건 아닐까.아무튼 조청은 설탕과 꿀과 물엿의 접점에서 태어난 것 같다. 조청은 이전 농경사회에선 절대적인 천연 감미료였다. 식혜(감주)에서 발원된 조청을 더 굳히면 '갱엿'이 되고 그걸 더 늘리면 흰엿이 된다. 갱엿은 워낙 붉은 기운이 감돌아 일명 '핏엿'으로도 불렸다.1970년대까지만 해도 조청은 한국인에겐 최강의 당원(糖源)이었다. 대표 한과였던 강정을 만들 땐 어김없이 물엿 대신 조청을 사용했다. 하지만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대기업이 가성비 좋고 빠른 시간 내 단맛의 효과를 내는 물엿(초창기에는 '이온 물엿'이란 이름으로 출시됨)의 시대를 연다. 마치 다듬잇돌이 다리미로 대체되는 것과 비슷한 정황이었다.최고로 손꼽힌 까닭1980년대 가짜 조청 판치자조합만들어 성분 분석·공개'경일조청 엄지척' 평가받아쌀가공품 품평회서 장관상강릉·봉화·의령·서산·보은…전국 한과명인들의 '원픽'◆대구권 마지막 조청공장그 많던 조청 공장은 모두 어디로 가고 없을까? 현재 대구에는 조청 만드는 공장이 하나도 없다. 오뚜기 등 대기업 식품회사가 가내수공업 형태로 이뤄지던 조청 공장을 고사시켰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전국적으로 남아 있는 건 스무 곳 남짓. 경북에는 의성, 안동, 점촌, 김천 등 7곳 정도만 남아 있다. 반면 농가에서 가마솥을 이용해 전통방식으로 조청을 손수 제조하는 형태는 되레 증가하고 있다. 농식품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마을기업·농업인 대상 소규모 창업기술시범 사업 덕분이다. 다행히 절벽으로 내몰리던 국내 전통 조청 산업이 새롭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봉화 고산협곡 산사에 사는 지욱 스님은 홍도라지 조청을 만드는 게 유명해져 지난해 KBS 인간극장에서 '금쪽같은 우리 스님'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에서 주목받는 두 명의 남성 한과 명인이 있다. 바로 김규흔과 최봉석이다. 김규흔은 국가 지정 전통 한과 제조 기능 명인 겸 대한민국 한과 명장 1호(약과 분야)다. 그는 '한가원'을 개관했다. 한가원은 국내에서 유일한 한과문화박물관. 최봉석은 국내에서 가장 핫한 곳으로 평가받는 강릉시 사천면 모래네 한과 마을에서 '갈골한과'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두 한과 명인이 지역의 한 조청 공장을 통해 재료를 매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명인도 안심하고 사용할 정도로 믿을 만한 조청이란 의미였다.경북 경산시 자인면 읍천리 경일식품. 창업자 김규섭(76)이 만들고 있는 예청 조청이다. '예청(藝淸)'은 2013년 만든 경일식품의 식품 브랜드 명칭이다. 현재 두 명의 한과 명인을 비롯해 봉화 닭실한과, 의령 조청한과, 서산 생강한과, 보은 대추한과, 순창 문옥례 식품, 비비큐 치킨 등 전국 20여 군데에서 예청을 사용한다.◆우여곡절 한국 조청산업현재 대기업 조청이 중소기업 조청을 쫓아낸 상태다. 화학적 가공을 통해 저렴하면서도 단맛은 강하게 낼 수 있는 액상과당·가공감미료 등으로 불리는 물엿의 독점적 지배로 인해 영세한 조청업자는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1950~60년대까지만 해도 조청 업자들은 호경기를 누렸다. 대기업이 지방으로 내려올 도로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던 탓도 있다. 특히 설 명절이 가져다주는 2개월의 조청 특수는 엄청났다. 이로 인해 관계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대구의 경우 1975~80년에 30여 업체가 난립했다. 명덕네거리 근처에만 5곳, 태평로에는 3곳, 비산동에 3곳, 계대 앞, 수도산, 동촌, 칠성동 등지에 산재해 있었다. 이들 중 충남·남문·남부식품 등 3인방이 지역 조청 산업을 선도했다. 그 시절 조청 수요는 그만큼 대단했다. 조청이 흥할 때 국수 공장도 호경기였다. 이와 연장해 참기름, 방앗간, 떡집 등도 1천500여 개도 흥청거렸다. 시장 다각화 노력 대구 조청공장 한곳도 없고 전국 스무곳·경북 7곳 명맥 金 대표 두 아들 가업 승계 브랜드 개발·선물용 디자인 간편한 소포장 제품도 출시하지만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직후 물량을 앞세운 기업형 사슴·공작·닭표 조청 등이 선제공격을 했다. 뒤이어 대기업 물엿 군단이 재래식 조청 공장을 압도해 버린다. 2010년 기준 대구에는 딱 한 개의 조청 공장만 남게 된다. 이제 고인이 된 김원도 사장이 운영했던 '신일식품'이다. 한국 조청산업도 우여곡절의 세월을 보낸다. 흥미로운 사실은 업자들이 오랫동안 쌀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늘 쌀이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정부미 가격도 너무 들쭉날쭉했다. 연간 3번 정도의 파동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니 맘 놓고 쌀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업자들은 옥수수 혹은 쌀 싸래기 등을 이용해 조청을 제조해야만 했다. 경일식품도 2002년부터 겨우 쌀조청을 만들 수 있었다.그런데 2008년 7월11일 한국 조청 업계에도 희망이 찾아든다. 그날 금강산 관광을 하던 박왕자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격돼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로 인해 남북관계는 경색되고 북으로 맘대로 흘러가던 쌀이 일제히 스톱된다. 그로 인해 전국 쌀창고마다 쌀이 남아돌게 된다. 덕분에 업자들은 광복 이후 처음으로 마음껏 쌀로 조청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명문거유 집안 조청장수반세기 조청 외길을 걸어온 김규섭 대표. 그는 명문 거유 집안 출신이다. 그의 13대조 방조 할배가 바로 학봉 김성일이다. 하지만 생계만은 누가 책임질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안동시 길안면 배방리에서 정미소를 운영했다. 지인과 동업을 했는데 기술이 없어 7년 만에 빈손이 되고 만다. 청송에서 태어난 그는 23세 때인 1968년 먹고살기 위해 맨손으로 대구로 온다. 그 어름부터 결혼하던 31세까지 일정한 직종 없이 날품팔이 신세를 면치 못한다. 철공소에도 들어갔고 길거리에서 소금, 사과, 병아리 등 별별걸 다 팔았다. 지인이 수성구 범어동 현재 범어 대성당 근처에서 '제일 제이소'란 조청공장을 괜찮게 운영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 공장에 취직할 수 있었다. 부산물로 나온 조청 찌꺼기를 근처 목장·양계장 등에 팔러 다녔다. 그때는 수공업 형태로 조청을 만들었다. 지름 1.5m 정도의 무쇠솥을 무연탄으로 가열해 조청을 만들었다. 그때는 직접 열이었지만 지금은 150~170℃의 보일러의 열기를 간접열로 활용한다. 그는 계명대 대명동 캠퍼스 근처 미도극장 옆 화신 엿 공장에서 5년 더 경험을 쌓는다.그 이전 대구 시절에는 자기 브랜드도 독자적인 자본도 없었다. 남의 시설에서 임차경영을 하던 때였다. 1985년 9월 자신만의 조청을 만들기 위해 대구를 떠나 경산으로 거처를 옮긴다. 이후 경산 중산동, 다음엔 경산 2공단, 6년 전 청도 운문댐 수원과 맞물린 현재 자리로 이전한다. 그 시절에는 정체불명의 비위생적인 짝퉁 조청이 상당히 유통됐다. 당시 암갈색 조청은 탄 것이란 인식 때문에 잘 어필되지 못했다. 조금 노르스름한 빛깔이 더 잘 팔렸다. 그래서 악덕업자들은 아황산나트륨 등을 투입해 짝퉁 조청을 몰래 팔았다. 1980년대 중반, 보다 못한 지역의 조청 업자들이 모여 조합을 만들었다. 희망로 옆에 사무실도 개소했다. 가짜를 근절하기 위해 조합원의 조청부터 성분을 분석해 공개했다. 뚜껑을 열고 보니 '경일 조청이 짱'이란 평가를 받게 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비록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지만 조청의 질감만은 수제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한과 명인들이 이 조청을 찜한 건지도 모른다. 2014년에는 농식품부가 주최한 쌀가공품 품평회에서 '톱10'에 선정돼 장관상을 받는다. 김 대표의 가업은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세상은 디지털 세상으로 돌변했다. 조청산업도 특화시킬 필요가 있었는데 김 대표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두 아들(기홍·시홍)이 자신의 직장을 버리고 가업을 승계한다. 홈페이지도 만들고 예청이란 브랜드도 개발하고 걸맞은 선물용 포장지도 디자인했다. 조청 다각화를 위해 '떡볶이데이'를 겨냥해 30g짜리 '꼬마조청'도 출시하기도 했다. 경일식품은 현재 조청 재료로 연간 2천t의 쌀, 1천t의 옥수수를 사용하고 있다. 쌀조청 이외에도 기능성을 보강하기 위해 생강 조청, 도라지 조청 등도 선물용으로 개발했다. 경산시 자인면 읍천리 300. (053)856-6724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조청은 고두밥과 엿기름을 같이 넣고 삭힌 뒤 따뜻한 곳에 두면 식혜가 되는데 이때 건더기를 제거하고 당화된 물만 졸여 내면 된다. 수분을 더 제거하면 엿이 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조청은 한국인들에겐 최강의 당원(糖源)이었다. 대표 한과였던 강정을 만들 땐 어김없이 물엿 대신 조청을 사용했다. 하지만 80년대로 접어들면서 대기업이 가성비 좋고 빠른 시간 내 단맛의 효과를 내는 물엿의 시대를 연다. 마치 다듬잇돌이 다리미로 대체되는 것과 비슷한 정황이었다.조청 외길 인생을 걸어 온 '경일식품' 김규섭 대표. 그가 경산시 자인면에서 운영하는 이 공장은 대구권 마지막 공장표 조청으로, 전국의 한과 명인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21.07.30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집밥해결사' 밀키트, 이젠 건강식으로 즐겨요
'밀키트(Meal Kit) 신드롬'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밀키트, 이는 'Meal(식사)+Kit(세트)'라는 '식사 세트' 의미로 '쿠킹 박스' '레시피 박스'라고도 불리며 '가정간편식(HMR)'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예전 여러 식재료를 한꺼번에 가정으로 배송해주는 '식재료 꾸러미'와도 조금 차이를 보인다. 가정간편식은 이미 어느 정도 요리가 되어 있어서 데우거나 약간의 첨가로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반면, 밀키트는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을 말한다. 진화하는 밀키트 시장 메뉴에 맞게 손질된 재료와 소스 요리 초보자도 10~15분이면 뚝딱 간편하면서도 조리하는 즐거움 줘 CJ·이마트·야쿠르트도 제품 출시 코로나 영향, 시장 2년새 5배 급증◆요리에 소질없어도 무방조리 전 냉장 상태의 식재료를 배송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길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신선한 재료를 직접 요리해 외식보다 저렴하면서도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요리 초보자도 밀키트 제품을 이용하면 10~15분 만에 찌개나 볶음 등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또한 현관문 앞까지 배달돼 따로 장을 보지 않아도 된다. 모든 재료가 잘 손질돼 있어 따로 씻거나 다듬는 번거로움도 없다. 이에 편의성을 갖추면서도 직접 조리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처음부터 밀키트가 대박을 친 건 아니다. 나름 시행착오를 거쳤다. 한동안 밀키트가 '핫'했지만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가격이 비싸고 밀키트로 출시되는 메뉴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밀키트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본격적인 성장세로 돌아선 것. 밀키트 배달 사업은 2008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됐다. 외식물가가 비싼 스웨덴에서 스타트업 '리나스 맛카세'가 손질된 식재료를 정기 배송하면서 본격화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2012년 스타트업 기업인 '블루에이프런'이 밀키트 배달 서비스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밀푀유나베가 첫단추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345억원이던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천882억원으로 442% 급증했다. 국내 밀키트 문화의 첫 단추는 국물요리인 '밀푀유나베'였다. 배춧잎과 깻잎, 고기를 잘라 겹겹이 냄비에 쌓은 뒤 끓이는 밀푀유나베는 조리가 까다로운 음식이다. 하지만 밀키트를 활용하면 단 20분 만에 요리를 완성할 수 있어 손님 초대용 메뉴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레스토랑 외식 메뉴를 밀키트로 만든 'RMR(레스토랑 간편식)', 해외여행을 못가는 아쉬움을 달래주는 '글로벌 이색 메뉴 밀키트'까지 등장했다.국내 밀키트 시장은 2016년부터 불이 붙는다. 프레시지, 마이셰프, 닥터키친 등 스타트업이 개척했다. 이후 밀키트 시장이 커지자 한국야쿠르트 등 식품업계와 GS리테일과 이마트 등 유통업계까지 모두 뛰어들어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1위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2019년 4월 밀키트 전문 브랜드 '쿡킷'을 처음 선보인 CJ제일제당은 현재 20여 종에 불과한 밀키트 메뉴를 100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신메뉴 개발엔 특급호텔 근무 경력이 있는 CJ 소속 셰프 11명이 참여할 모양이다.이마트는 지난해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던 자사 밀키트 브랜드를 '피코크'로 합쳤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협업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상품군을 늘리고 있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은 최근 200여 종의 밀키트를 모아놓은 밀키트 전문관을 열었다. 롯데백화점은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 '셀럽스픽'을 출시했다. 국내 식품 전문가들이 선정한 전통식품을 재료로 한 밀키트를 선보이는 일종의 '편집 브랜드'라 보면 된다.친환경농산물 제품 출시경북친환경영농법인 '진정한팜'전국 농가 200여곳과 계약 재배닭고기·장어…솥밥시리즈 인기참외 넣은 들기름국수도 선보여"가성비 좋은 양질의 메뉴 강점"◆경북친환경영농법인 친환경 밀키트 출시무농약 유기농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가격이 월등히 비싸서 건강을 생각하지만 쉽게 구입 못하는 소비자가 많다. 코로나로 인해 면역증강에 더욱더 관심이 집중돼 있는 요즘 무농약 유기농 농산물이 주목을 받고 있다.친환경 농산물, 하지만 여러 제약조건이 많다. 특이하게 우리나라엔 친환경 농산물 전문 도매시장이 없다. 서울 가락동 농산물시장이나 대구 매천시장 등은 생산지 농장에서 소비자로 바로 직거래하는 유통 구조다. 친환경농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는 한살림이나 아이쿱자연드림 같은 곳은 소매점이다. 따라서 건강하고 좋은 최상급의 식재료를 구입해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나 레스토랑 업주는 산지의 농장과 직거래를 하거나 소매점에서 매입을 해야 한다. 소형의 오너셰프가 운영하는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한 비스트로나 비건 베이커리 같은 경우는 한살림이나 자연드림에서 식재료를 매입해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기 때문에 판매단가가 당연히 비싸질 수밖에 없다.전국 200여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서울·경기권, 경북 일부의 1천여 학교에 단체급식용 친환경농산물을 납품하고 있는 올해 16년차 경북친환경영농조합법인(이사장 고병훈). 군위에 있는 이 법인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재고가 쌓이고 매출까지 반토막 난 것. 고민을 하다가 파워 푸드블로거 겸 푸드디렉터 전문양씨의 제안으로 공동으로 '진정한팜'이라는 브랜드를 가진 친환경 밀키트를 돌파구로 정했다. 매일 법인 내 마련된 밀키트 키친 스튜디오로 출근하는 전씨는 밀키트 시장이 아직 사각지대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가정간편식은 뭔가 부실하고 여느 밀키트는 건강이 취약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겨주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솥밥시리즈, 스키야키, 닭갈비, 민물장어에 이어 샤브샤브, 카레 등 기존 밀키트에서 모방할 수 없는 20여 종의 신감각 음식을 공급할 계획이다.가장 인기가 좋은 건 시그니처 챕터 1인 '친환경솥밥시리즈'. 6종의 채소와 닭고기로 구성된 '채소닭고기솥밥' '버섯새우솥밥' '가지소고기솥밥' 등 6종의 솥밥시리즈를 출시한데 이어 장어솥밥과 문어솥밥까지 추가했다. 숯불에 구운 허브장어를 쌈채소와 함께 세트로 출시했는데 진정한팜 온라인쇼핑몰에서 4시간 만에 품절사태가 일어났다. 참외를 넣은 '들기름비빔국수'는 여름을 겨냥했는데 오이 대신에 참외를 넣었다는 게 포인트. 현재 솥밥밀키트는 모든 계층이 다 좋아하는 핫 메뉴로 자리를 잡았다. 메뉴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모씨는 "제대로 된 음식을 해먹을 겨를이 없는 시절이 됐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전국에선 드물게 친환경 전문 밀키트를 개발했다. 누구나 아는 메뉴를 양질로 가성비 좋게 구성했다는 게 우리 밀키트만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신선도 유지어렵고 포장 과다...해결해야 하는 문제점도 많아아직 손봐야 하는 부분도 많다. 밀키트의 최대 단점 중 하나는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유통기한이 4~5일 이내로 짧다는 것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건비 부담이 크다. 또 사전 주문 방식을 통해 가정으로 배달되는 경우가 많아 수요 예측이 어려운 점도 문제다.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만들어 배송하는 시스템인데 수요 예측이 쉽지 않고 신선식품이다 보니 신선도를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렵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야채를 얼리면 색이 변질되거나 식감이 나빠져 냉동 밀키트에 필요한 급속 냉각 기술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고 말했다. 비싼 가격도 문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보통 2인 기준 평균 1만원이 넘는 가격이 직접 재료를 사서 해 먹는 것보다 비싸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또 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포장지를 과다하게 사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 밀키트 제품들은 각 재료가 따로 포장돼 있어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밀키트, 이는 'Meal(식사)+Kit(세트)'라는 의미로 '쿠킹 박스' '레시피 박스' 라고도 하는데 '가정간편식(HMR)'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메뉴에 맞게 손질된 재료와 양념까지 공급하기 때문에 별다른 요리기술이 필요치 않은 게 특징이다. 사진은 군위에 있는 경북친환경영농조합법인 친환경농산물 전문 밀키트 브랜드 '진정한팜'이 올해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채소닭고기솥밥' 밀키트.밀키트 내용물을 냄비에 넣고 밥을 짓기 직전. 밀키트는 메뉴에 맞는 수제 소스까지 함께 포장되어 있다.재택근무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간편하게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밀키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21.06.25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청년 茶인 김태인 "비싼 茶는 10g에 130만원, 이걸 어떻게 마시나…직접 만들어 봅시다"
2018년 12월. 중국 항저우에 있는 국립 차엽연구소 1회 심평강사반 수료증이 수여됐다. 지금 차와 관련된 자격증 중 중국에서 가장 핫한 자격증은 역시 심평사다. 소믈리에와 비슷하지만 협회에서 발급하는 것이 아닌 국가의 차 관련 부처에서 발급하는 국가공인 자격증이다. 1회 자격반에는 모두 50명이 입학했는데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대구의 김태인(39)씨가 그 과정을 이수했다. 물론 중국어에 능통해야 그 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 그는 그해 1~12월 중국 6대 차류의 심평에 관한 수업 관련 복건성 무이산(武夷山) 등 중국의 유명한 차 산지의 공장들을 방문하며 공부했다. 그가 중국에서 차 공부를 한 건 모두 7년. 이 중 2008년부터 3년간 중국 절강농림대를 졸업하며 '한중 차문화 교육의 비교'란 제목으로 학사논문을 작성한다. 이어 경북대 식품산업공학과 석사과정에서는 '청차의 산지별 품질 특성 비교'란 논문을 제출한다. 中 국가공인 '茶심평사' 茶문화운동가 집안의 아들 12세때 茶우리기대회 '으뜸상' 중국서 7년 공부하며 자격 획득 무이산 주변에만 茶공장 5천개 좋은茶 많지만 맛보기는 힘들어 청년 다도인의 꿈 범어동서 찻집 운영했지만 실패 취미와 직업은 다르다는 것 절감 쉽게 즐기기에는 문턱 높고 복잡'진짜' 분간하려면 만들줄 알아야 지난해 직접 만든 茶 제조등록 茶문화 대중으로 확산되는게 꿈그가 차와 인연을 맺게 된 건 12세 때. 영남차회 차우리기대회에서 으뜸상을 받아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사실 그의 집안은 차와 인연이 깊다. 어머니가 올해 40여년 경력의 차문화 운동가다. 푸른차문화연구원 오영환 원장이 바로 그의 모친. 모친은 2013년 '진여금차', 그 아들은 지난해 청차와 홍차를 세트로 한 '푸른차'를 제조등록했다. '모자동행 브랜드 차'가 탄생한 셈이다.중국에서 차 공부를 하다보니 멀리서 보는 차와 직업으로 품어야 될 차의 허와 실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취미로는 딱인데 직업으로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석사 과정 중 덜컥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2014년부터 4년간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차를 마시다'란 찻집을 직접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커피는 아예 메뉴리스트에 올리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된다. 몇 명이 오면 그 중 꼭 한 명은 커피를 주문했다. 주단골의 취향과 상당히 멀어지고 있었다. 결국 카페는 접고 다도교육자로 나서게 된 것이다.그의 중국인 아내도 차 전공자다. 그는 푸른차연구원과 공감대를 형성한 중국 국제차문화연구회, 항저우 수임대, 절강 농림대학교 등 모두 9번 한중교류행사를 진행했다.◆김태인의 중국 차기행중국은 지역마다 차엽연구소가 있다. 이 연구소들은 해당 지역 차의 품종, 재배, 가공 등에 관해 끊임없이 연구하여 보완하고 수정한다. 특히 복건성은 차나무의 삽목기술로 최초의 무성번식이 탄생한 곳이다. 아울러 최초의 홍차 정산소종, 최초의 청차 무의암차, 최초의 백차 복정백차의 근원 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복건성의 차 재배기술과 가공기술은 전통적으로나 실질적인 측면으로도 더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도 모르게 호칭을 사장님에서 선생님으로 부르게 될 정도로 공장마다 기술이나 연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엄청나다는 것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들의 좋은 차는 가격이 너무 비싼데다가 이미 도매상과의 계약으로 이들이 만든 좋은 차를 이들의 공장에서 마셔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쉽지 않았다. 모든 공장이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좋은 공장에서 차에 관한 좋은 이야기는 들어도 좋은 차를 마셔보기 어려우니 참 모순된 현실이었다."우리에게 좋은 차를 내어준들 이곳의 유통구조상 우리에게 소매로 판매하는 것도 어렵다. 우리처럼 방문하는 이들이 매일 수십 명씩 될텐데 매년 만들 수 있는 차의 양은 한정되다 보니 좋은 차는 아주 조금이라도 아까울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장에 싸인 모습으로만 구경한 차 중에 가장 비싼 차는 10g에 인민폐 8천위안, 한국 돈으로 130만원으로 감히 마셔 볼 수도 꺼내 줄 수도 없는 고급차도 있었다. 이렇게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이유는 몇몇 유명한 차나무 원료의 경매 낙찰가가 워낙 높은 데다가 차를 만드는 장인의 이름이 더해지면서 엄청나게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여러 공장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차를 많이 마시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원료의 중요성, 두 번째는 내가 가진 정보로 어떤 차에 대한 편견을 가지면 안되겠구나하는 것이었다. 같은 이름의 차를 마셔도 원료의 시기와 품질, 재배지역의 위치 등에 따라 맛과 향이 너무나도 달라지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 아무리 좋은 가공기술이 있다고 하여도 높은 등급의 원료가 주는 장점을 낮은 등급의 원료로는 기술적으로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또 차를 순수한 차로만 맛을 봐야지 상인들이 하는 말이나 책에서 읽은 이야기들에 현혹되는 순간 무엇이 진짜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된다. 중국의 무이산 주변 지역만 해도 크고 작은 차 공장이 대략 5천개 정도 있다. 이곳에서 매년 만드는 무이암차의 종류가 두 품종씩만 된다고 해도 한 해 나오는 차가 만 가지 정도는 될 것이다.◆김태인이 생각하는 한중일 차인한국의 차인은 현재 쇠락 중이다. 과거 차인들은 다도와 전통예절의 결합을 중시하였고 대부분 중년에 접어들어 '다도'를 배웠다. 젊은 세대들은 다도를 하는 것이 왠지 세련되지 못한 것으로 인식했다. 또 차에 관심이 있어 차를 배우러 가면 정작 차를 마셔보는 것보다 정신적인 부분과 차를 어떻게 우리는지에 대해 공부하고 예와 격식을 갖춰 손님을 대하는 방법을 배우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차회들이 있었음에도 정작 순수하게 차를 마셔보거나 좋은 차를 구별할 수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은 적었다. 오히려 다양하고 많은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은 차를 파는 곳들이었지만 이마저도 상술에 온갖 미사여구에 의해 차는 결국 '신성한 것'이 되고 말았다.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기기엔 문턱이 높아졌고 너무 복잡하고 거추장스러운 일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최근에 보면 서울이나 지방의 곳곳에서 특별한 차회나 유파에 얽히지 않은 새로운 젊은 차인들이 드문드문 생겨난다. 이게 새로운 물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현재 일본의 차인 역시 우리처럼 쇠락하고 있다. 과거 엄청난 고가였던 다구들이 중고 벼룩시장에 싸게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통을 이어가는 차인의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한국과 다른 점은 아직도 많은 사람이 차를 마신다는 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시중에 드링크 음료로 개발되어 편의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식당이나 가정에서도 아직 차를 마시고 있다. 전통을 이어가는 다도는 많이 쇠락하였어도 대중적으로 차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일본의 다성 센리큐(千利休)의 전통을 이은 오모도센케(表千家)와 우라센케(裏千家)등 여러 유파들은 현재 중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많은 학생들을 길러내고 있다. 일본보다 중국의 차인들이 현재 자신들 다도에 없는 엄격한 의례와 젠스타일의 '화경청적(和敬淸寂)' 정신에 매료되어 일본다도에 빠져들고 있다.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대학에 일본식 차실을 꾸며 교육하는 곳도 몇 군데가 있다. 일본다도는 일본문화 특유의 색채가 강하고 체계적이면서 역사적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는 편이라 외국인들이 배우기에도 매력적이다. 중국의 차인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차에 관련된 산업도 융성하게 발달하고 있다. 대학도 이에 맞춰 이과와 문과로 나누어 차를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대학과 연구기관이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과 기업에 강의하기도 한다. 중국 차인의 경우 한국·일본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개인단체나 유파에 의한 전통적인 다도의 전수로 차인이 되는 경우가 적다. 보편적으로 국가에서 만들어 놓은 자격증 제도에 의해 통일된 다도교육을 받는다. 한국과 일본은 각 유파의 형식이나 의례가 조금씩 차이나고 정신이나 행다가 통일되어 있지 않다. ◆덧붙이는 말사람들에게 차에 대해 올바로 이야기해 주려면 차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단순히 맛있게 우려내고 맛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차를 만들 수 없는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교육이지만 차가 나는 우리나라에서는 차를 만드는 교육까지 할 수 있기에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유명 산지들을 보면서 한국의 차 역시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유명한 산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고 현재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차를 만들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내가 만든 차를 마시고 많은 사람이 좋은 자리를 갖게 되고 서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대중이 갖고 있는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다시 잡아 주는 것이 내 차생활의 목표다. 이전세대가 이루어 놓은 전통을 지키면서 또 다른 차의 세계가 있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2018년 12월. 중국 항저우에 있는 국립 차엽연구소 1회 심평강사반 수료증이 수여됐다. 1회 자격반에는 모두 50명이 입학했는데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대구의 김태인씨가 그 과정을 이수했다. 그는 그해 1~12월 중국 6대차류의 심평에 관한 수업과 관련해 복건성 무이산(武夷山) 등 중국의 유명한 차 산지의 공장들을 방문하며 공부했다. 2020년 비로소 자신이 직접 만든 '푸른차'를 출시한다. 햇차를 만드는데 필요한 찻잎은 보성·하동 등지에서 갖고 온다. 현재 30㎏ 정도 만들지만 향후 500㎏으로 증량할 계획이란다.김태인씨가 지난해 제조등록한 '푸른차'(오른쪽)와 어머니 오영환 푸른차문화연구원장이 2013년 제조등록한 '진여금차'.김태인(오른쪽)씨와 어머니 오영환 푸른차문화연구원장. 그가 차와 인연을 맺게 된 건 영남차회 차우리기대회에서 으뜸상을 받은 12세때부터다.
2021.05.14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당신의 커피취향은? 체질 분석하듯 테스트…카페 사장들의 단골 카페 '블랙로드'
이치훈(34·사장)·이호열(34·부사장)·문슬기(34·총괄 매니저)·배창훈(33·바리스타)·장재혁(28·메인 바리스타).5명의 교차점은 뭘까? '커피'다. 내친김에 국제적 명성을 가진 특별한 맛의 고품격 커피전문점(스페셜티 커피숍)을 추구한다. 대구를 베이스캠프로 찜한 이유가 있다. 한국 커피산업의 여명기를 밝힌 도시 중 하나가 대구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대구와 이런저런 인연이 있다. 그래서 자신들의 운명이기도 한 이 야심찬 커피숍을 국제적 규모로 키우려고 서울도 아닌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거리 언저리에 '블랙로드(Black road)'를 연초에 오픈했다. 커피명가, 핸즈커피, 다빈치, 모깜보, 시애틀 잠못 이루는 밤, 브릿지, 로스팅로보, 커피인, 피터스커피 등 대구발 커피 브랜드의 등장과 영업전략 등을 다면적으로 분석했다. "커피, 기호식품 아닌 문화" 절정의 맛 추구하는 5인방 국내 유일 커피탐험 마케팅 16종을 8~9가지 방식 추출 손님 취향 꼼꼼하게 체크해 출입부같은 '커피도감' 작성 재방문 때 취향저격 안내서 커피 마니아들을 위한 공간 1만원 안팎 '고퀄' 선택하면 리필 대신 맛보기 3잔 제공 인테리어도 커피맛에 집중 '과한 단맛' 디저트도 없어 서울·제주…전국서 찾아◆5인의 커피 탐험가블랙로드를 방문한 사람들은 느꼈겠지만 여느 커피숍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톡톡 튀는 독특한 영업방식이 커피맛 못지 않게 인구에 꽤 회자되고 있다. 이들은 커피를 기호식품으로 보지 않는다. 당당히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스스로를 커피 바다를 탐험하는 '커피 전도사'라 여긴다. 당연히 자부심이 대단할 수밖에. 커피를 대충 우려내 내놓을 수도 없다. 책에 의존한 정보도 최대한 검증하려 한다. 특정 커피 생산 국가의 토양·햇살·바람, 그리고 매년 달라지는 수급량과 가격, 수입업자의 동태까지도 방정식처럼 풀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연 세 차례 계획된 해외 커피산지 현지 방문은 현재로선 중단. 그들에겐 커피산업도 신종 IT산업이다. 애플의 전설이 된 스티브잡스, 페이스북을 만든 저커버거, 음식배달의 신기원을 개척한 배달의민족 대표 김봉진처럼 커피산업계의 풍운아가 되기 위해 블랙로드에 삶의 닻을 내렸다. 늘 '절정의 커피를 단골의 영혼 속까지 연결시키자'고 서로를 독려한다. 지구가 멈추는 순간까지 커피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저마다 하는 일도 성격도 달랐지만 이젠 한 목소리다. 커피에 배수진을 친 탓이다. 빡세게 오픈 준비를 했다.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커피서비스시스템을 찾아 나섰다. 국내엔 참고할 만한 커피점이 없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카페 '마메야'에서 결정적인 힌트를 얻었다. 그 공간에 들어가면 다른 잡념은 커피 속에 다 녹아버린다. 손님이 커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각별한 맨투맨식 손님 응대 방식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일단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커피콩을 다양한 방식으로 로스팅하고 그걸 여러 버전으로 핸드드립해서 최상의 방식으로 단골에게 서빙하는 매뉴얼을 구축하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매주 목요일 오후 4시30분 비상이 걸린다. 5인방의 혀는 새롭게 선택된 신종 커피의 물성의 장담점을 분석한다. 그걸 메뉴북에 새롭게 올려도 좋은 건지 피튀기게 '커핑토론'을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이들은 지금까지 무려 5천여 가지 커피 샘플의 맛을 봤단다. 그게 가능한가 싶다.◆특별하고 재밌는 커피도감5명의 스피릿은 소통한다.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너무 잘 안다. 죽도록 일하고 놀 때는 확실히 논다. 재충전 타임이 영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치훈과 이호열은 친구 사이, 문슬기는 영상학을 전공했는데 경남 거제도에 있다가 오픈 과정에 러브콜을 받고 합류했다. 작곡가의 꿈을 꾸던 장재혁은 매장을 관리한다. 그리고 한 달 전 가장 늦게 블랙로드맨이 되기 위해 가세한 배창훈은 정말 말수가 적다. 하지만 이 공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업무를 커버한다. 손님 응대 파트다. 입구 오른편 데스크 앞에 서서 커피탐험을 처음 떠나는 이를 도와준다. 그는 갓 입원실에 들어온 환자를 대하듯 초행길인 손님을 살갑게 맞이한다. 이후 무려 15분가량 손님한테 집중한다. 강배전인지 약배전인지 손님이 어떤 취향의 커피를 좋아하는지 체질분석하듯 꼼꼼하게 체크한다. 이들은 초심자보다 커피 마니아를 주타깃으로 정했다. 일반인은 여기 오면 너무 친절해 좀 당황한다. 안절부절못하면 취향에 맞는 다른 커피숍으로 가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해준다. 첫 방문자는 메인 커피를 먹기 전에 '커피식감 테스트'를 받게 된다. 각기 다른 맛을 가진 세 종류의 커피(내추럴·워시드(Washed)·무산소발효 계열)를 차례로 맛보게 한다. 내게 맞는 맛의 순위를 매기게 한다. 요즘 다들 신맛 계열의 커피를 많이 꺼린다. 그래서 신맛에 대한 반응도를 더 잘 살핀다. 그리고 민트·시나몬 등과 같은 허브향 커피에 대한 선호도도 파악한다. 그렇게 취향별로 디테일하게 정리한 노트가 바로 이 집의 랜드마크랄 수 있는 '커피도감'이다. 일종의 커피탐험 가이드북 겸 출입부다. 그게 이 집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현재 비치된 개인별 커피도감은 약 700매.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걸 감안하면 만만찮은 숫자다. 도감은 환자 진료기록표처럼 벽장에 꽂혀 있다. 입장하면 커피도감을 앉은 자리 앞으로 갖다 놓는다. 스태프는 커피도감을 보고 단골이 지금 어느 정도의 커피를 마시고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다음 단계의 커피를 권할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선 그 정도로 정성스럽게 손님의 눈높이에 맞게 고급지게 커피를 마시게 챙겨주는 살가운 커피점을 기자는 아직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서울, 제주도, 인천, 심지어 SNS 소문을 듣고 이 집을 찾은 프랑스 커피투어족도 있다. 지역의 커피숍 주인들도 다수 단골이다. 이용 빈도에 따라 단골도 초·중·고급으로 분류해 놓았다. 세 번 정도 방문하면 초급, 3개월 정도 출입을 하면 중급, 그리고 1년 정도 지나면 마스터로 분류한다. 단계별 배지를 선물로 달아준다. 손님들은 이게 모두 영업전략인 줄 알면서도 다들 은근히 감동한다. ◆16종의 커피예심과 본심을 거친 모두 16종의 커피 리스트업이 형성됐다. 비싼 건 한 잔에 1만8천원. 너무나 유명한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다. 1만원 안팎의 고퀄리티 커피를 마시면 리필해주는 대신 별도의 에스프레소 크기 잔에 세 종류의 다른 커피를 동시에 맛볼 수 있게 배려한다. 커피 종류에 따라 드립 방식도 8~9가지를 번갈아 사용한다. 허브향을 가미하고 싶을 땐 하리오, 신맛을 살릴 때는 오리가미 드립을 구사한다.1층은 2층 커피를 위한 전장이다. 하루 130~140㎏의 콩을 볶을 수 있는 미국산 로스팅기기인 '로링(Loring)'이 터줏대감 구실을 한다. 1억원 상당의 이 고급 기계는 한 번에 7㎏을 볶을 수 있다. 로스팅 책임자는 이호열. 그의 눈빛은 뉴욕 월가의 펀드매니저를 닮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수작업만이 능사는 아니라 여긴다. 어떤 바리스타는 10년 이상 일기를 적듯 로스팅 일지를 꼼꼼하게 적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굳이 그렇게 공을 들이지 않아도 된단다. 완벽에 가까운 커피 머신 탓이다. 노트북과 연동시키면 최적의 로스팅 제약조건을 자동적으로 빅데이터로 저장해 놓는다. 나머지는 기계가 알아서 다 챙겨준단다.직원들은 탐험가 맛이 풍기는 브라운톤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인테리어는 지역에 있는 해머디자인 최가람 대표가 맡았다. 외벽은 다크그린을 칠했고 내부는 자신의 커피에 집중할 수 있게 조도를 매우 낮췄다. 손님도 그렇게 많이 들어오지 못하게 공간 배치를 했다. 꽉 차봐야 14명 정도다. 그리고 절정의 커피를 제대로 음향하는데 상당히 방해가 될 수 있는 과도한 단맛의 디저트류의 케이크와 빵도 덧붙이지 않았다. 개념이 있는 손님을 환영한다. 커피의 물성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은 굳이 손님의 범주에 넣지 않았다. 블랙로드는 손님도 갑이고 직원도 갑이란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맘대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여기는 다양성을 존중한다.대표는 이치훈. 그는 부산 태종대에 있는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한 뒤 일정 기간 한진해운 항해사였다. 그때의 나에겐 날마다 이어지는 회식문화와 자기발전 없는 생활들이 너무나 회의감이 들었고 나만의 일을 하고 싶었다. 그때 갑자기 성경 전도서의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일이 즐거운 사람이야말로 가장 복되다'는 구절이었다. 그때 바로 커피를 시작하지는 못했다. 커피로 삶의 행로를 정한 건 대학 3학년 때다. 그는 발상의 전환을 해서 커피란 상품을 탐험이란 콘셉트에 녹여내는 신마케팅 기법을 개발했다. 부대표인 이호열의 인생목표는 '세상에서 제일 평범하게 살자'였다. 하지만 친구인 이 대표의 조금은 심오하고 조금은 철학적인, 그러나 깊고 긴 목적을 듣고 목표를 '세상에서 조금만 특별하게 살자'로 수정한다. 대구 중구 봉산문화1길 11 2층. 0507-1341-8627. 매주 일·월요일 휴무.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블랙로드의 가장 큰 매력은 출입명부 같은 커피도감을 체킹해가면서 단계별 모두 16종의 커피를 맛보게 한다는 것이다. 취향별로 디테일하게 정리한 노트인 도감은 환자 진료기록표처럼 벽장에 꽂혀 있다. 일종의 가이드북 겸 출입부다. 스태프들은 커피도감을 보고 고객에게 다음 단계의 커피를 권할 수 있다.이 집에 자주 오게 되면 이동 빈도에 따라 초·중·고급용 배지를 선물로 준다.블랙로드와 동고동락하는 검은색 커피잔. 위치를 알려주는 나침반 로고가 인상적이다.이치훈·배창훈·이호열·문슬기·장재혁(왼쪽부터). 5명의 교차점은 뭘까? '커피'다. 내친김에 국제적 명성을 가진 특별한 맛의 고품격 커피전문점(스페셜티 커피숍)을 추구한다. 이들의 사업 모토는 커피를 하나의 문화로 설정하고 단골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찾아줘 멋진 커피투어를 할 수 있게 가이드하는 데 이들은 이를 '탐험(Explore)'이란 콘셉트로 풀어나간다. 이들은 이를 위해 탐험가 같은 브라운 유니폼을 입고 근무한다.
2021.04.23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2021 외식 트렌드...집콕족 늘자 밀키트 급성장…대기업, 먹방 유튜버 모셔가기 경쟁
식당평가? 그건 참 난감한 일이다. 망하자고 식당 문을 여는 사장은 없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다들 열심히 하지만 그걸 소비하는 자들은 늘 후기를 달고 좋은 식당, 나쁜 식당을 차별한다. 그건 하나의 본능에 가깝다. 요즘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는 유명 먹방 유튜버는 누굴까? 단연 133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산적 포스의 '밥굽남'이다. 강원도 홍천에서 살고 있는 밥굽남의 처가는 대구다. 그는 2년 만에 대박이 났고 지금은 MBN '와일드 와일드 퀴즈'에 출연까지 하게 됐다. 대구 출신의 푸드마케팅 및 컨설턴트인 이경원씨는 발 빠르게 그의 명성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연결하기 위해 그와 손을 잡았다. 지난 2월26일 서울 여의도 복합문화시설 파크원에 새롭게 문을 여는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 '더현대 서울'에서 그의 이미지를 활용한 샤브샤브전문점 '강호연파'를 오픈했다. 물론 종일 장사진을 쳤다. 아울러 신세계·롯데 백화점 관계자도 그에게 러브콜을 하고 있다. ◆외식정보 알려주는 수단은세상이 달라졌다. 이젠 유명 유튜버가 기존 대기업의 파워를 압도하는 형국이다. 예전에는 대기업 임원에게 굽신거려도 만나주지 않는데 이젠 형세가 역전이다. 임원들이 파워 유튜버를 찾아 자기와 사업을 하자고 애걸한다. 대기업 자체에서 전속 유튜버TV를 가동해도 구독자 수가 오르지 않는다. 현재 국내 외식업체 수는 식당, 프랜차이즈업소, 제과점, 다방, 술집 등을 합쳐 100만개에 육박한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원이 41만여명, 이 중 대구에는 2만3천여개 업소가 포진해 있다. 평생을 돌아다녀도 다 가볼 수 없다. 대다수 식당주는 한국외식업중앙회에서 펴내는 유가 회원지 성격의 월간지 '사람과 음식'을 본다. 또 얼마 전 TV방송 최초로 외식업 종사자를 위한 전문방송인 '한국외식산업방송'(FTV·Korea Foodservice industry TV Network)이 출범했다. 이 프로는 KT올레TV채널 263으로 방영된다. 케이블TV의 경우 '올리브TV'가 요리전문 채널로 사랑받는다. 달라진 세상대기업 브랜드 파워 뺨치는 유튜버 임원들 찾아와 사업 같이하자 애걸외식업체 100만곳…가이드북 주목좀 더 전문적인 정보는 식당·요리잡지가 핸들링한다. 1985년 창간한 '월간식당', 96년에는 미식가와 요리사를 겨냥한 전문잡지 '쿠켄'이 리더격.해외식당 정보는 미슐랭가이드·자갓·론리 플래닛·밀레가이드가 세계 4대 레스토랑 가이드북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슐랭 가이드는 1900년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 미슐랭달 여행 정보를 담은 책을 발간한 것을 시작으로 하며, 여행정보 책인 '그린 가이드'와 레스토랑 정보책인 '레드 가이드'로 나뉜다. 미슐랭 가이드 한국편은 2011년 5월 프랑스에서 처음 발간된다. 자갓(ZAGAT)은 미국 예일대 법대 출신의 팀 자갓·니나 자갓 부부가 방문한 레스토랑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던 것에서 시작했는데, 79년 설립된 후 세계 100여개국 정보를 담기 위해 세계 380여만명의 설문조사 참가자를 확보하고 있다. 자갓 한국어판은 2006년 현대카드가 제휴를 맺으면서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됐고, 2010년 서울의 다이닝 문화를 소개하는 '서울 레스토랑 가이드북'을 발간했다.◆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의 전망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식품소비행동 전망 키워드로 △식생활을 바꾸다, 코로나19 임팩트 △특별함에서 일상으로, 새벽배송 △신선하고 간편하게, 2020 밀키트 △대한민국 단백질 패권 경쟁, 육류 간편식 △바다에서 찾은 대체 단백질, 수산가공식품 △집밥의 부활, 조미·향신·소스·유지류 △산지의 신선함을 담아서, 커뮤니티 농산가공 7가지를 꼽았다.코로나19 팬데믹 임팩트는 국내 식문화에 큰 변화를 촉발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간편식 시장은 팬데믹 임팩트로 인해 가속도가 붙었으며, 특히 간편식 신규 구입 소비자가 증가했다. 감소하고 있던 집밥 직접 조리 횟수는 팬데믹 임팩트로 인해 전환점을 맞이해 조미료 등 집밥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공유주방도 새 화두로 등장했다. 지난해 12월 '공유주방 영업 허가'를 명문화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유주방은 외식업 점포를 여러 공간과 시간대로 나눠서 다수의 사업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취한다. 외식업체 매출 식품소비행동 전망집밥 부활…간편식·조미료 소비 증가임대료 절약 공유주방 시장 1조원 규모딸기 뜨고, 수박 지고…한 입 과일 시대대비 약 10%를 차지하는 임대료를 대폭 줄이고 브랜딩과 마케팅도 도와줘 외식 창업의 진입장벽을 낮춘다. 현재 공유주방 업계에서 실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난 한 해 동안 공유주방은 빠르게 확장돼 왔으며 현재 국내 공유주방의 시장 규모는 약 1조원에 이르고 80여개의 업체가 활동하고 있다.올해 들어 다양한 형태의 밀키트 브랜드가 다수 론칭했다. 밀키트 브랜드는 크게 밀키트 전문 기업 브랜드, 대형마트 PB 브랜드, 외식업체 파생 브랜드, 식품제조사 파생 브랜드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작년 9월 기준 270개에 불과했던 밀키트 제품이 지난달 기준 제품 1천10개, 브랜드 수 61개로 급증했다.한 입 과일의 시대가 도래했다. 과일 시장에서는 1인 가구가 늘면서 간편하게 씻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작고 새콤한 과일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자리에서 끝낼 수 있는 딸기, 자두, 체리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크기가 큰 과일은 소비자에게 어필이 잘 안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배와 수박이다. 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세상이 달라졌다. 이젠 유명 유튜버가 기존 대기업의 파워를 압도하는 형국이다. 현재 국내 외식업체 수는 100만개에 육박한다. 이런 현실을 외식트렌드로 묶어내기 위해 다이어리알은 2005년부터 전국을 커버하는 외식트렌드 북을 펴내고 있다. 다이어리알이 펴낸 '2021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
2021.03.12
이윤화 음식평론가 "제대로 먹는 것이 중요한 시대…배달해야만 살아남는 것 아니다"
국내 레스토랑 가이드북의 선두주자인 <주>쿠켄네트 '다이어리알(DiaryR)'. 2005년부터 서울 지역을 축으로 전국의 괜찮은 식당 정보를 연간판 형식으로 출간하고 있다. 트렌드에 대한 사회 각 분야의 책들이 매년 쏟아져 나오는데 외식에 대한 트렌드를 전문적으로 체계화한 책이 부재함을 느껴 2017년부터 외식트렌드 시리즈를 펴낸다. '2021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다이어리 알 출간)는 15개의 서울의 골목 상권과 맛지도를 분석 정리했고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정한 전국 2천200개의 고급 맛집 정보를 함께 수록했다. 김성화씨와 함께 2021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를 공저한 음식평론가 이윤화〈사진〉씨. 그녀는 요리사를 위한 최고의 요리잡지로 불리는 월간지 쿠켄 부설 쿠켄요리연구소 연구원으로 시작해 점차 식당 콘텐츠를 다져왔고 일본식당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무려 2년간 700여개 업소를 샅샅이 뒤져 그중 193개를 엄선, '도쿄에 가면 요리가 있다'란 단행본으로 내기도 했다. 지리산 식재료를 터치한 '지리산은 맛있다'도 펴냈다. 2013년에서는 200개의 신규레스토랑을 포함해 서울의 700군데 맛집을 총망라한 '서울판'과 전국 15개 시·도의 현지인들이 인정한 내공 있는 맛집이 담긴 '전국판'이 있다. 맛집에서 느끼는 교감이 그리워 비스트로를 열어 술과 음식을 매칭시켰고 식품회사 '면사랑'에서 음식마케팅도 겸하고 있다."2000년에 설립된 다이어리알은 맛집 길라잡이 역할을 20년 이상 해오고 있습니다. 맛집 사이트를 운영하고 2005년부터 레스토랑가이드북을 내며 외식현상을 분석해 왔습니다."올해는 당연히 외식트렌드의 강력한 키워드는 'COVID-19'였다. "코로나로 인해서 모든 사람은 필수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확실히 구분하게 되었죠. 제대로 먹는 것, 온라인으로 즐기는 것, 집안에서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외식업 상황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크게 실패할 수밖에 없죠. 그리고 이제 영원한 충성고객이 없고 영원히 살아남는 브랜드도 없습니다. 유행주기도 짧아 한번 반짝 유행하다 사라지는 세상입니다. 세상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생산해내는 외식업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습니다.룖이번 책에서는 배달, 간편식, 푸드테크 등 다양한 산업으로 분화하는 '넥스트 노멀 시대 속 외식 트렌드'의 흐름과 '외식 공간이 가지는 의미'의 변화, 랜선 사회의 식당 속 '더욱 중요해지는 콘텐츠의 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동시에 주목해야 하는 국내 다이닝과 바, 카페 트렌드와 키워드도 잘 정리해놓았다. "코로나 시대라고 외식 공간에서 팔던 모든 음식이 배달로 또는 온라인택배로 변형되어야만 살아남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 처한 상권과 아이템이 다르기에 유행에 휩쓸리기 전에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을 잊기 말기 바랍니다. 고군분투하는 모든 외식활동가를 응원합니다." 글·사진=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하강곡선 그리던 대구 제빵계서 케이크로 새로운 시대 열었다
'빵 권하던 시절'이 있었다. 빵집은 문만 열면 돈을 벌었다. 한동안 빵집의 생존을 위협하는 경쟁자는 거의 없었다. 그 때문에 제빵인도 점점 구태의연해진다. 새로운 기술 개발에 매달리지도 않았다. 매너리즘에 빠져 미래의 빵에 대해서 고민할 열정을 뺏긴 것이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들면서 대한민국 제과업계의 지형도는 이전과 판이하게 돌아갔다. 다국적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습격이 시작됐다. 빵 말고도 다양한 간식거리가 쏟아져 나왔다. 온갖 스타일의 다방과 레스토랑으로 인해 다과점 구실을 한 지역 제과점의 매력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그래도 대다수 제과점은 '설마 제과점이 어떻게 될까'라며 안이하게 대처했다. 80년초 밀탑제과, 89년 파리바게뜨의 새로운 버전의 공세를 뉴욕, 뉴델, 런던제과 등 지역 최고의 빵장수들은 현실을 제대로 분석해내지 못한다. 세상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건너가듯 빵 시장도 많이 달라졌다. 케이크만 해도 이전의 딱딱한 버터케이크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다. 솜사탕 같은 '생크림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판이 달라지면 주인의 마인드도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대구는 우물안 개구리 유전자가 다분했다. 돈을 좀 벌면 재투자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90년대말 1천여 개에 육박하던 1급 빵집은 2000년대로 건너오면서 풍차베이커리, 공주당, 밀밭베이커리, 삼송베이커리 등 몇 개만 제외하곤 나머지는 프렌차이즈빵한테 밀려나버린다. 그런 틈새에서 발상의 전환을 한 빵집이 있었다.◆ 케이크 특화브랜드…최가네케익동성로 최가네 케익경주 출신 최무갑 사장 창업한강 이남 첫 케이크 전문점10년 전쯤 가족에 가업 넘겨서울·일본서 일 배워 대구로미니케이크 좋은 반응 얻자신개념 무스케이크 '나폴레옹'각종 신제품으로 돌풍일으켜경주 출생인 최무갑(81) 최가네케익 1대 사장인 그가 10년전쯤 반세기 이상 이어오던 가업을 가족한테 넘겨주었다. 두 아들(재호·재익)을 축으로 딸(수연)은 매니저, 그리고 아내(김미연)는 케이크디자이너로 일사불란한 팀워크를 보여준다. 이 집은 한강 이남에서 최초로 케이크 하나에만 집중한다. '케이크 특화 시대'를 개척한 것. 처음에는 보수적인 입맛의 대구에서 이렇게까지 케이크가 불티나게 팔려나갈지 그도 전혀 예상치 못한다.최무갑의 가계는 빵 하나로 뭉쳐졌다. 아버지(최팔룡)도 '빵인생'이었다. 삼미제과사, 삼송빵집, 송영사, 고려당, 수형당 등 일제강점기 북성로 일본 빵집 이마사카 출신 제빵인 7명이 모여 7인회를 만들때 일원이 된다. 7인회는 나중에 뉴델제과 최종수 사장 축으로 '과우회(菓友會)'로 발전하게 된다. 이들은 일본 연수를 통해 선진 제빵 기술을 가져온다.아버지가 창업한 삼미제과사는 삼덕동 대구형무소(1910년 대구감옥으로 출발해 23년 대구형무소, 61년 대구교도소로 개칭한 뒤 71년 6월1일 화원으로 이전) 정문 바로 근처에 있어 수형자들에겐 잊지 못할 추억의 빵집이 된다. 바람 잦은 날엔 빵 굽는 냄새가 형무소 담 안으로 들어간다. 재소자들의 침샘을 마구 자극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고문'이었다. 면회인들은 삼미의 빵을 사들고 갔다. 출소자들도 복수(?)하듯 삼미 빵 등을 배터지게 먹고 집으로 갔다. 아버지는 50년대초 수형당보다 앞서 군에 빵을 납품하기도 했지만 친구인 수형당 진병수 사장의 사업 수완을 이겨내지 못하고 1960년대로 건너오면서 좌초하고 만다. 최무갑은 '바람잦은 삶'이었다. 빵에 집중하려 하면 꼭 '마(魔)'가 들어 일을 망치게 했다. 그래도 빵 하나만은 버리지 않아 오늘의 영화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젊은날 수형당에서 일을 배우다가 서울로 올라가 고려당 등 중심가 여러 빵집에서 일을 배운다. 그러다가 대구로 내려와 뉴델제과 공장장을 하면서 동분서주의 나날을 보낸다. 이후 독립해 동성로에서 '킹뉴델제과점'을 오픈했지만 롱런하지 못한다. 재차 대구백화점 옆에서 '로마제과'를 오픈했는데 그 무렵 12·12 쿠데타가 일어났고 이후 툭하면 데모대가 거리를 점령하는 바람에 영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부도가 난다. 그 어름 서울 도쿄호텔 제과부에 취업했고, 이후 경주도쿄호텔 기술자로 고향으로 내려간다. 그 시절 경주 대표빵이랄 수 있는 황남빵의 인기를 실감하곤 그걸 벤치마킹해 '경주최가네빵'을 개발해 호텔은 물론 나중엔 별도 가게를 내 경주에서 팔기 시작한다.대구로 온 그는 1997년 아카데미극장 옆 골목에서 '최가네빵'을 오픈한다. 참으로 많은 빵집을 전전한 끝이었다. 1년쯤 지났다. 영업이 나아지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봤다. 파리바게뜨, 신라명과, 크라운베이커리, 뚜레쥬르, 스텔라베이커리 등 쟁쟁한 브랜드가 자신을 고사시키고 있었다. 깊은 밤 곰곰이 생각해 본다. 고만고만한 빵, 이것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일본 노포처럼 자기만의 빵을 내밀지 못하면 망하고 말 것 같았다. 여러종류의 빵을 다 포기하자. 대신, '케이크 하나에만 집중하자'고 다짐한다. 처음에는 뷔페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쿠키만한 3개 1천원짜리 미니케이크부터 판다.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조금 변형시켜 1개 3천500원짜리 둥근 미니케이크로 넘어갔다. 쾌속항진이었다. 케이크 하나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99년 간판부터 갈았다. '최가네케익'이었다. 통케이크, 조각케이크부터 대박을 친 신개념 무스케이크인 나폴레옹, 그리고 2004~5년 대구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조각 딸기케이크, 최근에는 각종 초콜릿 등을 연이어 연착륙시킬 수 있었다.초창기 무스케이크를 만들려면 괜찮은 젤라틴을 확보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재료를 확보하기 힘들었다. 인맥을 동원해 호텔 관계자들이 조합형태로 만든 동구 동촌에 있는 호텔용품센터에서 외국으로부터 수입된 생크림과 젤라틴을 구해온다. 특히 딸기케이크는 1980년대 후반 일본 음식 투어를 하던 중 신선한 아이디어다 싶어 벤치마킹한 것이다. 처음에는 경주도쿄호텔에서 먼저 선보여 히트쳤고 2001년쯤 최가네 최대 효자품목으로 자리잡게 된다. 반달모양의 반들거리는 빨강 무스케이크인 '나폴레옹'은 한 파워푸드블로거가 잘 홍보해주는 바람에 대박이 난다. 3년쯤 현재 자리로 이전한다. ◆마들렌 베이커리수성교 마들렌 베이커리에띠앙 인수로 시작된 마들렌형은 경영·동생은 빵기술자모두가 재고관리 힘들던 시절당일생산 당일판매 원칙 다짐고가재료로 건강빵 선도 신념생크림 케이크 유행시키면서조각케이크 새로 편집해 판매2001년 수성교 동쪽끝 근처 삼우아파트 골목 안에서 '에띠앙'이란 빵집이 문을 연다. 그게 훗날 직영점 15개란 만만찮은 신장세를 보이게 되는, 모듬 조각케이크와 무스케이크의 신지평을 열어간 '마들렌베이커리'의 뿌리가 된다. 후에 윈도우 베이커리에서 양산베이커리 브랜드로 변신한다. 에띠앙의 여주인은 마들렌 형제에게 자기 가게를 인수하라고 권유했다. 형 최병진은 경영에 일가견이 있었고 동생 최병표는 빵 기술자였다. 2002년 에띠앙은 '마들렌'으로 이름이 바뀐다. 최가네케익과 함께 신개념 케이크 시대를 리더한다.형제는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삼촌의 섬유공장에서 일하는 바람에 대구에서 성장한다. 동생은 공고를 나와 전자회사에 다니다가 자기 길이 아니다 싶어 사직서를 던진다. 그리고 21세 때 시내 동양제과제빵학원에 들어가서 기술을 배운다. 남구 봉덕동 미리네아파트 근처 셰프블랑제 만평점에서 생애 첫 빵집 직원이 된다. 한달간은 살인적 업무에 혹사당한다.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던 시절이었다. 오전 6시에 일을 시작, 다음날 오전 4시에 일이 끝날 때도 있다. 이어 서울로 상경해 시내 '목마베이커리'에서 3년 정도 일을 하다가 다시 대구로 내려왔다. 명덕네거리 근처 한 빵집 책임자로 발탁된다. 직원인 상황과 책임자인 상황이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기술과 경영의 상관관계에 대해 심도있는 경험을 갖게 된다. 그러던 차에 수성교 근처 빵집 에띠앙과 인연을 맺는다. 1년쯤 있다가 그 가게 사장으로부터 인수제안을 받는다. 그 소식을 접한 아버지가 서울 SK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일을 하던 장남에게 지원요청을 구한다. 형도 미련없이 짐을 쌌다. 그렇게 형제는 6천여만원을 갖고 마들렌베이커리시대를 개척하기 시작한다. 당시만 해도 스텔라, 풍차, 삼송, 풍미당, 공주당 등이 있었지만 1980년대 절정을 맞던 대구베이커리는 하강커브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들의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마들렌은 '당생당판' 원칙을 세운다. '당일 생산한 건 오직 당일에만 판매한다'는 다짐이다. 당시 여느 빵장사들은 '그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너나없이 재고관리에 골머리를 앓던 시절이었다. 방부제 등을 넣어 하루라도 더 연장해 빵을 팔려고 했다. 물성이 좋은 빵이 나오기 힘든 시절이었다. 형제는 빵문화가 달라지고 있음을 감지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도 폭증하는 국면이라 보기만 좋은 빵이 아니라 프리미엄급 식재료를 사용한 건강빵시대를 선도하고 싶었다. 그게 그들의 신념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생크림'이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렇다 할 만한 생크림이 없었다. 다들 카스텔라 시트 위에 아크릴 코팅을 해놓은 듯한 뻐덩뻐덩한 버터케이크에 기댔다. 그런 와중에 동서 골드라벨이라는 식물성생크림이 시판되고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소비자의 입맛은 버터케이크에 길들여져 있었다. 업자들이 식물성생크림을 권유해도 좋아는 보여도 정작 그것으로 갈아타는 업주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형제는 그렇게 생크림케이크시대를 어렵게 열어젖혔다. 기존 통케이크, 그리고 갖은 과일류를 얹은 모듬케이크, 낱게로 팔리는 조각케이크를 새롭게 편집해 팔았다.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최가네케익의 다양한 케이크.삼미제과사를 운영한 아버지로부터 기술을 배운 최무갑, 그는 동성로 뉴델에서 시작해 훗날 킹뉴델, 로마제과, 연이어 경주도쿄호텔 제과부 기술자로 일을 하다가 1999년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케이크 하나만 특화한 케이크전문점 시대를 연다.최가네케익을 안정궤도에오르게 한효자 품목인 나폴레옹마들렌은 여러 물성의 조각 케이크를 통케이크처럼 세팅한 모둠 케이크시대를 열기도 했다.모둠·무스케이크의 신지평을 연 마들렌 기술자 최병표. 그는 당일 생산한 건 오직 당일에만 판매한다는 당생당판의 제조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2021.01.15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생태환경운동가 이기송 새만금유기농단지 대표
전북 군산·김제·부안, 이렇게 3개 군을 품고 있는 새만금간척지 유기농 단지. 거기에 도착했을 때 말로만 듣던 매머드 간척지의 천문학적 넓이가 어느 정도인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일망무제, 꼭 몽골 초원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결코 넓지 않은 한국인데 이런 광활한 대지가 간척사업을 통해 일궈냈다는 게 대단해 보였다. 나는 현재 우리나라의 농법이 유기농을 지향해야 하면서도 현실은 비유기농적이고 반유기농적이라는 걸 절감하고 있다. 유기농에 대한 찬반양론도 팽팽하다. 좋은 농사와 생존에 걸린 농사는 그 인식이 엄청나게 다를 수밖에 없다. 농약농사와 무농약농사가 팽팽한 갈등을 그리고 있다. 과연 어떤 유기농전문가를 만나야 한국의 유기농의 현실진단과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생태환경운동가이기도 한 그는 합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이후 국내외에서 유기농운동과 환경운동 분야에서 30여 년째 일하고 있다. 2003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유기농 심사원 자격증을 취득한다. 2004년 유기농에 대한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정리한 책 '흔한 것이 귀한 것'(좋은땅 출간)을 펴냈다. 그리고 갈수록 유기농을 실천할 수 있는 청정한 토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걸 알고 17년 전 42만9천㎡(13만평) 넓이의 새만금간척지 유기농단지를 장기 임차한다. 그렇게 해서 찾은 전문가가 바로 농업회사법인 <주>새만금유기농단지 이기송 대표다. 유기농단지는 새만금 5공구에 설정됐는데 모두 12개 업체가 농지를 불하받았다. 그도 3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맺고 그 대열에 합류했다. 현재 여기서 유기농을 하는 데는 이 대표가 유일하다.예전엔 바다였던 곳을 농지로 둔갑시켰으니 급선무는 토질 정상화였다. 염분제거작업을 거쳐 2018년 겨울부터 보리농사를 시작했다. 올해 거기서 유기농 보리순을 동결건조분말로 만들어 관계요로에 유통시키고 있다.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 사료용으로 지난 6월 파종해 수확기에 든 수단그라스가 무진장하게 펼쳐져 있었다. 한 축산업자를 위해 그 공간을 배려해준 것이다. 한쪽 옆 단지에선 콩이 시험재배 중이었는데 염분 때문에 생장속도 더뎌 보였다.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광활한 이곳을 멀리서 보면 천국 같지만 실제 농사를 짓는 건 지옥 같은 일이다. 그는 최소 5년 이상은 적자만 보지 말고 현상유지만 하자고 다짐한다. 이하 일문일답.농약·화학비료 사용 안된 땅한반도 생긴 후 줄곧 '천연'오염시킨다는 것 안타까워유기농과 일반농산물 영양소유의미한 차이 없다고 해도관행농산물과는 그 이상 차이몇년 전 살충제 달걀 난리때비싸도 유기농 달걀 사먹듯유기농 소비 늘면 공급도 늘어소비자가 농업결정·문제해결원래 바다였던 곳…제염문제유기물 부족해 척박한 토양강력한 경쟁식물 제거하는데최소 5년 이상…비용도 막대자연은 그때 필요한 것 생산자연생태계 공급원칙 따라야▶새만금간척지 농장이 어떻게 조성되어 현재에까지 이르게 되었는가."1991년 새만금간척지 사업이 시작되어 2010년 방조제공사가 완공되면서 방조제 내측에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4만100㏊ 면적이 확보되었으며 호수면적을 제외하고 2만8천300㏊의 토지를 확보했다. 이 중 9천430㏊의 농생명용지가 할당되어 총 8공구까지 아직도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에 5공구(김제시 광활면)가 처음으로 농업용지로서 조성이 완료되어 2017년 말 30년간 임대가 이루어져 저희 법인이 42만9천㎡(13만평)의 농장을 확보한 것이다."▶척박한 간척지인 새만금간척지를 유기농단지로 선택한 특별한 동기나 목적은 뭔가."유기농이란 그동안 비록 수십 년 동안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해 왔을지라도 3년 이상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것을 말한다. 새만금 간척지는 3년 이상이 아니라 한반도가 생긴 이래로 농약이나 화학비료의 사용이 전혀 없이 보존된 그야말로 천연에 가까운 유기농지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고이 보존된 대단위 천연의 농지를 이제 와서 농약과 화학비료로 오염시킨다는 것은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염분이 제거되고 유기물이 보충된 토양으로 회복되기만 하면 최고의 인프라와 함께 최적의 유기농단지로서 미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이번에 여기서 시험영농재배로 유기농보리순을 제품으로 출시한 걸로 알고 있다."지난겨울 파종해 3개월 만에 15~20㎝ 자란 보리순을 수확했다. 더 키우면 성분의 농밀도가 저감돼 그 선에서 순만 수확하고 나머지는 갈아엎어 녹비를 만들어 버렸다. 현재 보리순은 수경재배, 하우스재배, 천연노지재배 등 3가지 방식으로 수확된다. 노지에서 재배해 봄에 수확한 보리순이 가장 자연적인 생산물이라 할 수 있을 거다."▶유기농이 가격만 비쌀 뿐 일반농산물과 영양분석에서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유기농산물과 관행농산물이 과연 어떤 점에서 뚜렷한 차이는 뭔가."유기농과 일반농산물의 주요 영양소 분석을 해볼 때 특별히 유의미한 차이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 그동안 대부분의 연구결과다. 그러나 유기농산물과 관행농산물의 차이는 영양적인 측면 이상의 다른 차이가 있다."▶예를 좀 들어달라."어느 겨울 자연상태로 방치한 제주도 감귤 농장의 못생긴 못난이 감귤 한 박스를 주문해 먹었다. 단단하고 아주 시고 달고 맛이 좋았다. 아껴 먹었는데 한 달이 지나도 조금 마르긴 해도 썩는 귤이 전혀 없었다. 바로 노랗게 잘 익은 이쁜이 감귤을 한 박스 주문했다. 이쁘긴 한데 신맛도 단맛도 별로 없이 싱거웠다. 몇 개 먹지도 못했는데 1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한 개도 남김없이 다 썩어버렸다. 자연의 준엄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못난이 유기농귤은 '귀한 보약이니 한 알도 버리지 말고 잡수시라'는 의미로 썩지 않게 오래 보존시킨 것이고, 이쁜이 감귤은 '이런 건 먹어도 유익될 게 하나도 없는 쓰레기이니 얼른 버리라'란 의미로 썩혀 버리게 한 것이다. 영양학적 분석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자연이 보여주는 지극히 과학적인 설명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생산자보다 소비자의 마인드가 더 중요한 것 같다."몇 년 전 살충제 계란문제로 온 나라가 야단이었다. 얼핏 보면 양계업자들이 닭을 사육할 때 살충제를 포함한 동물약품을 사용한 것이 문제의 원인처럼 보인다. 물론 살충제를 살포했으니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것이니 살충제를 살포한 농가가 문제인 건 맞다. 그런데 왜 농가는 산란계에 살충제를 살포할 수밖에 없는가. 우리나라 하루 계란소비량은 4천300만개가 넘는다. 국민 1인당 1주당 6개가량의 계란을 먹는 셈. 이만한 수요량을 감당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현재와 같은 지옥 같은 생육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좋은 환경에서 동물약품의 사용 없이 생산한 건강한 계란이라면 동물약품으로 범벅된 30개 먹을 값으로 차라리 3배의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10개만 먹겠다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많이 나와서 그것을 많이 요구하게 되면 자연히 생산자는 당연히 좋은 시설을 갖추어서 질 좋은 계란을 생산할 것이다.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소비자들의 선택이 한국농업을 결정한다. 소비자들이 국민의 건강도 결정한다. 생산자들이 아무리 온갖 정성을 들여서 참으로 보약 같은 농산물을 애써 생산해 놓았다 할지라도 '못생겼고 작고 볼품없어 나는 싫어'라는 마인드라면 구태여 그런 보약농산물을 또 생산하려고 고집하는 농부는 없을 것이다."▶새만금간척지 농사에서 아쉬움이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라면 무엇일까요."우리나라 총 경작지 중 유기농면적은 약 3만㏊로서 약 1.5%. 새만금간척지에 조성되는 농업용지는 모두 9천430㏊로서 우리나라 전체 유기농면적의 약 3분의 1에 해당된다. 물론 극복해야 될 과제가 있습니다. 염기가 많은 간척지의 제염문제, 유기물이 부족한 척박한 토양, 갈대와 같은 강력한 경쟁식물의 제거입니다. 많은 시간과 경비가 투입되어야 할 문제다. 최소 5년에서 10년을 내다보아야만 한다. 한반도가 생긴 이래로 한 번의 농약이나 화학비료에도 오염되지 않은 천연의 땅으로 보존되어온 이곳을 이제 와서 농약과 화학물로 결코 오염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나는 함께 손을 잡은 파트너와 함께 '오로지 유기농 (only organic)'만을 고집한다. 정상적인 지력을 회복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화학농법에 의해 오염되지 않고 잘 관리된 광활한 간척지농지에서 생산된 먹거리야말로 향후 만인의 국민에게 새로운 건강을 주게 될 금쪽같은 땅, '새만금'이 될 것이라고 희망을 품고 있다."▶대표님만의 영농철학은 뭔가."자연생태계는 아주 지혜롭게도 그 지역의 사람들에게 그때의 몸에 꼭 맞는 중요하고 귀한 먹거리를 가장 많이 흔하게 생산하는데 이게 바로 자연생태계의 생산공급 원칙이다. 다시 말해 그 지역에, 그 철에 가장 손쉽게, 생산비도 가장 적게, 농약이나 화학비료의 도움이 없이도 잘 생산되는 흔한 작물이야말로 우리 몸에 가장 귀한 거다. 예를 들자면 보리순, 쑥, 질경이, 민들레, 엉겅퀴, 망초 같은 것이다. 앞으로도 이곳에서는 어려운 농사보다는 가장 흔한 것, 농사짓기가 가장 쉽고 편한 것, 농약이나 비료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그러면서도 흔하면서 귀한 농산물만을 생산하려 한다."글·사진=이춘호 음식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30여년째 유기농 생태운동가의 삶을 살아온 이가 새만금유기농단지 이기송 대표다. 유기농단지는 새만금 5공구에 설정됐는데 모두 12개 업체가 농지를 불하받았다. 그도 3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맺고 그 대열에 합류했다. 현재 여기서 유기농을 하는 데는 이 대표가 유일하다. 아직 염분제거가 다 끝나지 않은 자신의 농지 옆 농로에 앉아 소실점을 뒤로하고 한국 유기농의 성공을 기원하며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올해 첫 유통을 시작한 동결건조분말로 만든 새만금유기농 보리순. 새만금단지 첫 농산물 가공식품이다.사료용으로 파종돼 수확을 앞두고 있는 수단글라스 속에 앉은 이기송 대표. 그는 이 순간 가장 숭고한 유기농 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한다.
2020.10.09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냉장고의 불편한 진실
냉장고도 저기압과 고기압처럼 두 개의 세계로 분리돼 있다. 바로 냉장실과 냉동실이 있다. 냉장이란 얼리지 않고 식품의 온도만 낮추는 것이며 보통 가정용 냉장실의 온도는 4℃ 부근이다. 반면 냉동은 식품 내부의 수분을 얼리는 것으로 가정용 냉동실의 온도는 -18℃로 맞춰져 있다. 식품의 온도를 주변보다 낮추면 식품에 있는 미생물의 성장과 활성이 억제되고 효소활성을 포함한 화학반응이 억제된다. 그렇다면 냉장고 식품은 늘 신선하고 안전할까. 식품을 냉장실과 냉동실 중 어디에 넣는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냉장고 내부에서도 식품의 변질은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냉장실에 보관하는 대부분의 과일과 채소는 얼지 않는 최저온도에서 저장하는 것이 가장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다. 그래서 상업적으로 과일과 채소를 저장할 때는 0℃ 부근에서 저장한다. 하지만 일부 과일과 채소는 이런 온도에서 저장하면 더 빨리 변질된다. 가지, 감자, 고구마, 바나나, 오이, 토마토, 호박, 풋고추 등이 이에 해당하며 저장온도가 낮으면 더 빨리 상하므로 저온장해(Chilling injury)를 받는 과채류라 한다. 이런 식품을 냉장실에 일주일 이상 두면 표면의 색이 바뀌거나 과육이 허물어져 부패되면서 식품가치를 잃게 된다. 저온장해를 받는 식품은 냉장고에 넣는 것보다 비닐 봉지에 담아 선선한 뒷베란다 같은 곳에 두는 것이 더 좋다.냉장고에 넣어놔도 식품 변질가지·감자·바나나·호박 등은저온서 보관하면 더 빨리 변질상대습도 90% 넘어야 신선 유지가정용 냉장실은 그보다 낮아지퍼백에 밀폐하면 오래 보관◆냉장고 습도냉장실에 식품을 넣을 때는 냉장고 내부의 습도를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신선한 과일과 채소는 주변 상대습도가 90% 이상 돼야 신선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가정용 냉장실의 습도는 90%보다 낮아 냉장고에 식품을 그냥 넣으면 잘 시든다. 그래서 쇼핑한 신선식품은 지퍼 백 등에 담고 밀폐시켜 냉장실에 두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식품을 냉동실에 넣으면 냉장할 때보다 훨씬 더 저장성이 높아진다. 냉동식품은 다른 가공식품보다 안전하고 먹기 편리하며 품질, 맛과 영양 유지에 탁월하다. 특히 전자레인지(Microwave) 보급이 확산되면서 식탁에 냉동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텔레비전을 보면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 저녁식사인 '티비디너(TV dinner)' 시장이 연간 40억달러를 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냉동식품이라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식품이 얼면 내부의 수분이 얼음으로 변하면서 부피가 커진다. 이때 생성된 얼음이 식품의 내부 조직을 파괴시켜 맛이 나빠지고 영양성분이 손상된다. 또한 동결식품은 저장 중 표면성분이 변질되는 '동결화상(Freezer burn)'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 외 식품의 지방산화, 효소적 갈변, 엽록소 및 비타민의 파괴, 단백질변성도 일어난다. 냉동식품의 저장기간이 긴 것은 사실이지만 엄밀하게 냉동고 안에 있는 식품도 상한다는 말이다. 특히 가정용 냉동실에 둔 식품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가정용 냉장고의 성능이 상업용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냉동식품을 사서 먹을 경우 유통기간을 반드시 확인하고 지켜야 한다. 냉동실에 넣어 둔 식품을 언제까지라도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해서는 안 된다.냉동실 안에서도 3개월이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다. 또 냉동실은 습도가 낮은 편이기 때문에 식품이 건조해지고 저온성 세균이 활성화된다. 냉동실 안에서도 식품의 종류나 익힘 정도에 따라서 보관 기간이 달라진다. 건어물은 1개월, 밥은 2개월, 데친 채소는 3개월, 국물은 1개월, 생닭은 12개월, 소고기는 6~12개월이 냉동 기한이다.◆채소 과일 보관법무엇보다 채소가 원하는 환경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마늘이나 월동배추, 시금치와 같이 겨울을 날 수 있는 작물은 비교적 서늘하게(영하 2℃~ 1~2℃) 보관하고, 수박이나 오이처럼 여름이 제철인 채소는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10~15℃) 저장한다. 바나나, 오렌지, 아보카도와 같은 열대 과일은 실온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습도가 높은 곳에서 자라는 파프리카·가지와 같은 작물은 다른 작물에 비해 많은 수분이 필요하다. 물컵이나 물통을 같이 넣어 수분을 보충해줄 수 있다.채소를 냉장 보관할 때는 가능한 한 재배 환경과 비슷하게 보관해야 한다. 배추처럼 위로 성장하는 채소는 세워서 보관한다. 눕히면 일어나려는 습성 때문에 영양분이 손실된다. 껍질과 뿌리는 제거하지 않고 먹기 전에 손질하면 끝까지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 사과는 성숙호르몬인 '에틸렌'이 방출되어 다른 과일을 쉽게 상하게 하므로 분리해서 보관하는 게 좋다. 랩이나 비닐 팩으로 하나씩 밀봉 후 냉장 보관하면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면서 신선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배는 신문지를 한번 감싼 후 비닐 팩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냉장고나 김치냉장고 바닥에 신문지를 깔면 습기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어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포도의 경우 포도 봉지에 싸인 채로 넣거나 신문지로 한 겹 더 싸서 냉장 보관한다. 밤을 오래 보관하려면 속껍질까지 벗긴 후 물에 담갔다가 말려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오이는 물기를 닦아 비닐봉지에 넣은 뒤 꼭지 부분이 위로 가도록 세워놔야 한다. 당근은 흙이 있는 상태로 보관하거나 씻지 말고 필요한 부분만 잘라 사용하고 종이 타월에 포장해두거나 쓰고 난 양파망에 넣어 페트병에 세워서 보관하면 오래두고 먹을 수 있다. ◆냉장고 잘 사용하기투명용기 및 정리표를 이용해 버리면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음식을 만들다 보면 식재료가 남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투명한 밀폐용기를 활용해 식재료를 보관하는 것이 좋다. 불투명한 용기에 보관 시, 조리할 때마다 무엇이 들어있는지 일일이 열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부들은 식재료를 사놓고 어떤 식재료가 냉장고에 있는지 몰라 버리는 경우가 많다. 현명한 주부라면 냉장고에 음식과 보관 일자 등을 적어두는 '정리표'를 만들어 부착해놓자. 정리표를 활용하면 냉장고 속에 어떤 내용물이 있는지 한 번에 찾을 수 있어 에너지 절약 효과가 있으며 불필요한 식재료 구입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게다가 날짜나 재료의 유통기한을 지속적으로 체크하다 보니 늘 신선한 식재료를 이용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식빵이나 오렌지 껍질 등을 활용해 냉장고 속 퀴퀴한 냄새를 없애보라. 음식물을 냉장고에 보관하다 보면, 냄새가 한데 섞여 악취가 발생되기도 한다. 냉장고 안 악취는 음식의 맛과 신선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수시로 관리해주는 것이 좋다. 냉장고 전체에 배인 냄새를 제거하고 싶다면 유통기한이 지난 식빵을 활용해보자. 방법은 식빵을 태운 후 알루미늄 포일에 싼 다음 구멍을 내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된다. 숯과 비슷한 흡착 효과를 볼 수 있어 냉장고의 오래되고 퀴퀴한 냄새를 제거할 수 있다. 또한 면 주머니에 말린 오렌지 껍질을 담아 냉장고 안에 넣어두면 오렌지 특유의 상큼한 향이 냉장고 속 불쾌한 냄새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냉동하면 내부수분 얼어 조직파괴보관기간 늘지만 영구적 아니야건어물 1개월·소고기는 최장 1년투명용기·정리표로 낭비 줄이고식빵·숯 등 사용하면 냄새 잡아식품종류 칸별로 나눠 관리도 '팁'최근에는 냉장고를 구매하고도 정리정돈을 어려워하는 주부들을 겨냥해 멀티 보관이 가능한 냉장고가 인기를 얻고 있다. 디오스 김치톡톡은 칸별로 냉장·냉동·김치보관 등을 따로따로 설정할 수 있는 멀티형 김치냉장고다. 김치를 보관하지 않을 때는 일반 냉장고로도 사용할 수 있다. 상칸은 냉장·냉동식품 보관에 적합하며, 중칸에는 육류·야채·과일을, 하칸에는 쌀·잡곡·야채류를 두면 좋다. 따라서 김치는 물론 다양한 식재료들을 최적의 상태로 보관 가능하며, 주부들이 냉장고를 손쉽게 관리 및 정리할 수 있어 편하다. 육류는 한 번 먹을 분량씩 나눠서 냉동한다. 나누지 않고 한꺼번에 냉동한 육류는 전부 녹여야 하므로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일이 생긴다. 또 간단하게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서 냉동해두면 반쯤 녹은 상태에서도 가열해서 요리할 수 있다. 냉동실에 성에가 생겼을 때는 음식물을 모두 꺼낸 후 분무기를 이용해 뜨거운 물을 뿌려두면 된다.식품별 보관방법도 유의해보라.새우젓은 염도가 높아 냉동실에 넣어도 거의 얼지 않는다. 두부는 신선한 상태로 냉동실에 보관하면 장기간 먹을 수 있다. 두부를 얼리면 구멍이 생겨 변질됐다는 생각에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두부 속 구멍은 단백질이 응축되며 생긴 것이므로 양념이 더 잘 밸 수 있고 더욱 쫄깃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밀가루, 부침가루, 튀김가루 등 산소와 접촉하는 면적이 넓은 가루 음식은 잘 밀봉해서 냉동 보관하면 장기 보관할 수 있다. 최근 시판하는 간장은 염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므로 개봉한 간장은 꼭 냉장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마요네즈를 냉장 보관하면 기름이 분리되는데, 기름이 분리된 마요네즈는 더이상 사용가치가 없다고 보면 된다. 마요네즈는 10℃ 정도의 실온에서 보관하면 1년 정도 먹을 수 있다. 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2020.09.18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식품첨가물의 불편한 진실
매년 5월14일은 '식품안전의 날'이다. 그날만 되면 우리의 식품이 얼마나 안전한 가에 대해 고민하는 목소리가 급증한다. '식품공전'에 의거,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가공식품에는 다양한 첨가물이 의무적으로 들어가게 돼 있다. 그 첨가제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냉장고를 열어 다양한 소스제품의 뒷면을 꼼꼼히 살펴보라. 일단 단무지 라벨을 보자. 합성감미료, 합성보존료 등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 있다. 주원료인 무와 소금 외에 사카린나트륨, 소르빈산칼륨, 아황산나트륨, 구연산과 비타민C, 치자황색소 등이 패키지처럼 들어간다. 사카린나트륨은 단맛을 내고, 구연산과 비타민C는 산패를 방지한다. 소르빈산칼륨은 식품의 보존성을 높이려고 넣는데 알레르기에 민감한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아황산나트륨은 식품의 산패를 방지하고 부패를 막아 보존 효과를 높이는 산화방지제다. 하얀 빛깔보다 노란빛을 띤 단무지가 더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그래서 과거에는 단무지에 '식용색소 황색 제4호'를 첨가했다. 하지만 현재는 단무지 등 절임식품에 식용색소 황색 제4호 같은 합성착색료는 쓸 수 없다. 합성착색료라 불리는 식용 타르 색소는 석탄이나 석유에서 추출한 것으로, 음료수·사탕·과자 등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우리 생활 주변에서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은 50만 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가운데 유해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유해화학물질은 900종 정도만 지정돼 있다. 식품첨가물은 650여종, 물론 그 첨가량에 허용치가 있다. 첨가물의 허용기준치를 정하는 데는 해당 물질의 독성 검사를 거친다. 보통 쥐 등의 실험동물에 이들 물질을 장기간 공급하고 나타나는 부작용을 체크해 결정한다. 많은 식품첨가물에 'LD50'이라는 수치가 있다. 이는 실험동물에 일정 기간 식이로 얼마를 투여했더니 투여군의 50%가 죽었다는 수치다. 대부분의 첨가물에 이런 측정치가 정해져 있다. 그러면 우리가 먹는 식품에는 어느 정도의 양까지 허용하는 걸까. 동물에 경구 투여했을 때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양의 100분의 1을 사람의 ㎏당 안전한 양으로 정하고 1일 섭취허용량을 50㎏ 성인을 기준으로 표시하고 있다(Acceptable Daily Intake, ADI). 식품파동에 '케미포비아' 확산크릴오일 시판 제품 41개 중 12개식약처서 '부적합 판정' 내렸지만해당 조사관은 "평생 먹어도 무해유해성 판단 기관 아니다" 선그어왜곡된 정보 바로잡을 필요성전문가 "첨가물, 양념의 법률용어"유해물질 허용기준은 제도적 장치천연·전통식품만 안전하다는 주장오히려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아◆크릴오일 파동사례지난 6월9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중 판매 중인 41개 크릴오일 제품 중 12개를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소비자들은 크릴오일은 '독약'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식약처의 반응은 이와 딴판으로 돌아갔다. 식약처는 크릴오일 조사 결과 보도자료에 '부적합' '전량 회수' '수사 의뢰' 등의 다소 강력한 표현을 썼다. 소비자들이 '부적합'을 '유해하다'로 이해한 것도 식약처의 이 같은 단어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부적합 크릴오일을 먹었을 때 어떤 문제가 있느냐'는 질문에 식약처 해당 조사관은 "평생 먹어도 해가 없다"고 답했다. 또 "식약처는 식품첨가물 관련법 등을 준수했느냐를 판단할 뿐, 인체 유해성을 판단하는 기관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가공식품과 포장식품 범람에 식약처가 케이스별로 첨가제 유해 여부를 다 족집게처럼 잡아낼 수도 없는 처지다. 식품공학에 문외한이랄 수 있는 소비자들은 누가 나쁘다고 한 마디만 해도 당국과 특정 식품을 '마녀사냥'하듯이 때려 잡으려 한다. 그것 또한 식품테러랄 수 있다.◆첨가제와 식품파동불량만두(2004)·멜라민분유(2008)·가짜 백수오(2015)·살충제 계란(2017) 등 국내 식품안전사고들이 일어날 때마다 식품 이슈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식품업계 및 정부 대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계기라는 평가와 근원적이고도 종합적인 분석보다는 문제 제품 위주의 단편적인 사후 처방에 그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가공식품이나 생활용품에 들어간 화학원료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케미포비아(화학물질공포증)'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는 안전하다 주장해도 소비자는 왠지 첨가제는 '천사를 가장한 악마'라는 선입견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이에 식품회사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급적 자연(천연)에 가까운 식품을 팔려고 한다. 건강기능식품 역시 첨가물이나 화학적 부형제를 배제한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신선식품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동원F&B는 지난해부터 원물 간식 브랜드 '저스트(JUST)'를 통해 최소한의 가공으로 자연 재료 본연의 맛과 영양을 살린 간식을 선보이고 있다. 양파칩과 당근칩, 코코넛칩 2종, 무화과·살구 건과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는데, 양파칩과 당근칩은 생양파와 생당근을 통째로 썰어 진공저온공법으로 튀겨낸 제품이다. 건과일은 자연건조했으며 설탕·색소·보존재를 넣지 않았다.◆식품학계의 생각은한국식품영양과학회는 2018년 6월12일 식품첨가물의 국내외 최근 동향 및 활용 전망을 주제로 2018년 한국식품영양과학회 산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들은 '국가에서 안전하다고 인정하여 식품에 사용을 허용하고,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일부 식품첨가물에 관한 왜곡된 정보들이 일부 대중매체를 통해 전파되고 있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식품공학계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는 "나는 안전하다는데 한 표를 던지고 싶지만 조금은 불안한 구석이 없진 않다. 현재 사용 중인 대체감미료엔 천연물질로서 첨가량에 규제를 받지 않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그 양을 제한한다"고 말했다.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탄소문화원장)는 첨가물을 더 부드럽게 수용한다. 그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논란도 대부분 무의미한 것이다. '식품첨가물'은 가공식품에서 사용하는 '양념'을 뜻하는 법률 용어다. 단맛을 내는 감미료, 원하는 색깔을 내도록 해주는 착색제, 원하지 않는 색깔을 제거해주는 표백제, 식품의 산화를 방지해주고 유해 미생물을 제거해주는 보존제 등이 모두 식품첨가물이다. 양념을 넣지 않고 음식을 조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품첨가물을 넣지 않으면 가공식품을 생산할 수는 없다. 가공식품을 '식품첨가물 범벅'이라고 한다면, 가정에서 조리한 음식도 '양념 범벅'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해물질의 허용기준은 인체 유해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고속도로의 속도제한과 마찬가지로 유해물질의 농도가 허용기준을 넘었다고 반드시 위험하고, 허용기준을 넘지 않았다고 반드시 안전한 것이 아니다. 허용기준은 가공식품의 생산과 유통을 제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연에서 생산되는 '천연' 식품과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전통' 식품만 안전하다는 극단적인 자연·생태주의 주장도 경계해야 한다"면서 우리를 안심시킨다. 그는 심지어 "전통식품에 대한 안전성이 현대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확인된 경우도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춘호 음식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기자의 생각은 감정적 대응 익숙 첨가물 편견 대신'동고동락' 자세를소비자는 최소량이라도 믿을 수 없다고 고집하고, 과학자는 최소한의 양이라 믿고 먹어도 된다고 한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는 어떤 현상에 대해 과학적 사실도 일순간 붕괴시켜버리는, 일종의 감정적 대응에 무척 익숙해져 있다. 현재 인류가 구축해놓은 이 천문학적인 문명의 이기는 온전히 자연과 천연의 상태로 존재하는 건 하나도 없다. 제주도가 중국발 미세먼지와 거리가 먼 것 같지만 실은 육지와 동일하게 노출돼 있다. 그 미세먼지는 물 좋고 공기 좋다는 심신산골 채소 위에도 동일하게 스며든다.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내뱉는 치약물에 들어가 있는 마모용 초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그대로 생수로 회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형광등 불빛 아래서 생수를 들여다보라. 미세먼지가 둥둥 떠다닌다. 어쩌겠는가.소시지 등 가공육은 첨가물의 보고랄 수 있다. 소비자의 걱정대로라면 우린 다 암에 걸려 병원 입원실에 누워 있어야 될 것 같은데 의사의 도움을 적절하게 받는다면 우린 평균 100세를 살 수 있는 초장수시대를 살고 있다. 이 또한 얼마나 아이러니한 사실인가.우린 천연식품만 먹고살 수가 없다. 첨가물이 들어간 식품과 동고동락해야 된다. 그러니 첨가물은 무조건 나쁘다란 인식은 '나는 현대인이 되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생각을 좀 바꿔야 한다. 제대로 된 첨가물, 천연에 가까운 첨가물을 더 개발하도록 식품학자와 식품회사에게 요구를 해야 된다. 첨가물은 나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상태의 첨가물시대를 우리 소비자들이 유도해야 한다. 그게 '식주주의(食主主義)'국민의 의무랄 수 있다. 이춘호 음식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2020.08.21
[이춘호 기자의 푸드로드] 경상도 국수열전 (3) 구룡포 국수기행②
일본인이 운영하던 대형 국수공장을 한국인이 받아 1960년대까지 키워나간다. 구룡포 읍내에만 무려 7개의 국수공장이 있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게 제일국수공장이다. 이 공장은 스타벅스와 탄생 연도가 같다. 1971년. 국수보다 공장 입구가 더 먹음직스럽다. 타일로 마감된 70년대식 건물로 신축된 지 38년 됐고 277.2㎡(84평) 크기다. 외관이 꽤 그럴듯해 포토존으로 주목받는다. 국수공장이라고 하지만 공장이란 표현은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냥 '방앗간'이맞을 것 같다. 지난해 가을 이 장터가 모던하게 성형수술을 받게 된다. 비가림시설이 가설된 아케이드 버전. 맛이 없다. 그게 없을 때는 예스러움이 감돌았는데 리모델링되니 멋적게 된 것 같다. 페인트를 덧발랐지만 간판은 예전 그대로다. 1대 사장 이순화 할매의 남편 친구가 구룡포우체국장이었는데 그 국장이 예전 사용하지 않는 우체국 현판을 잘 다듬어 간판으로 선물해준 모양이다. 거기에 적힌 전화번호의 변천사가 꽤 흥미롭다. 처음에는 432번, 이어 2432번, 다시 76국 2432, 마지막엔 '276-2432'가 되었다. 특허가진 해풍국수 1번지 제일국수공장이순화의 구룡포 제일국수·해풍국수한쪽 구석에 놓여진 오래된 국수기계 해풍으로 반건조, 창고 숙성에 15시간건조 거친후 600g 한묶음에 2천500원7년 전 아들 하동대가 가업을 이어받는다. 그는 나름 경영마인드를 갖고 있다. 상호를 오래 남기려고 특허도 받아뒀다. 이순화의 구룡포 제일국수·구룡포해풍국수.1층 테라스는 건조장. 거기 서서 동쪽을 향하면 파도소리가 넘실댄다. 하지만 국수기계는 퇴락할 대로 퇴락해버렸다. 1층 오른쪽 구석에 딱 한 대 놓여 있다. 20㎏ 밀가루 한 포를 넣으면 600g짜리 24인분 정도 만들어낸다. 25년 전 덜컥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일은 할매가 독차지할 수밖에. 반죽하고 면발 빼내고 그걸 건조장에 걸어놓고 마르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걸 적당한 길이로 자른뒤 종이 띠지로 묶어 좌판 부추처럼 팔았다. 초창기에는 곰표, 해바라기표, 백설표, 지금은 큐원중력분 밀가루를 사용한다. 한 번에 밀가루 15~20포가량을 쓴다. 국수 품질을 좌우하는 건 뭘까? 건조에 가장 공을 들여야만 한다. 반죽하고 재래식 기계에서 면을 뽑기까지 한나절, 야외 건조장에서 해풍으로 반건조 상태가 되면 창고에 넣어 숙성시키는 데 15시간가량, 이를 새벽에 꺼내 다시 널어 완전 건조 과정을 거친 후 알맞은 크기로 자르기까지 또 한나절. 그런 국수 600g 한 묶음 가격은 2천500원. 싼가? 비싼가? 나도 잘 모르겠다.7년전 가업 잇는 아들증설한 별도 공장, 관광객 사진 스폿종일 입구 작업대 앞에 호령하는 할매 단골이 오면 띠지로 재바르게 묶어내겨울 북동풍 하늬바람 쐰 국수 맛 최고이젠 일이 힘에 부친다. 아들이 전면에 나섰다. 시설 현대화는 피할 수 없다. 근처에 별도 공장을 증설했다. 여긴 월 1회 정도 기계를 돌린다. 사진작가, 여행자 등은 이 기회를 노린다. 어쩜 관광 버전의 공장이랄 수 있다.할매는 종일 입구 왼쪽 작업대 앞을 호령한다. 그래서 이 공장은 사랑방이다. 단골이 오면 시시콜콜 세상잡사를 공유한다. 공장의 인심 탓인지 공장 코밑까지 좌판 부대가 차지해버렸다. 좌판 아지매들이 할매 들어랍시고 이렇게 치켜세워준다. '할매가 이 장터 터줏대감 아이가.' 할매가 빙그시 웃는다. 1인분 무게를 정확하게 달아주는 투박하게 생긴 추저울이 눈길을 끈다. 단골이 국수를 사러 올 때마다 재바르게 국수를 묶어주는 띠지, 분명 할매의 손마디는 추저울을 닮았다. 억척스러우면서도 짠하다. 구룡포읍 사람들은 먹을 게 마땅찮으면 여기 잔치국수를 사간다. 아무튼 여기가 갑자기 유명해진 건 2009년 초 포항 출신 가수 함중아가 한 TV프로그램에서 이 공장을 소개하면서부터다. 제일국수는 일명 '해풍국수'로 통한다. 여기 국수는 바닷바람이 스며들어가야 제맛이 형성된다. 과메기와 비슷한 습성이랄까. 관건은 바람인데 겨울이 되어야 원하는 바람이 불어온다. 겨울철 북동풍인 하늬바람이 불 때 국수 맛이 최고로 좋단다. 바람이 강하고 습도가 높으면 물을 많이 넣어 반죽을 질게 하고,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면 물을 적게 부어서 반죽해야 된다. 날이 궂을 때는 소금을 적게 넣고 바람이 약하거나 추울 때는 소금을 많이 넣는다. 이런 감각은 누구에게 배워줄 수도 배울 수도 없다. 국수할매 원래는 옹기장수한평생 가족 위해 일 밖에 모르는 삶아들이 가업잇고 향토뿌리기업 선정처음에는 국수가 아니었다. 옹기 장사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전을 깔았다. 할매 친정 아버지는 감포에서 우체국장은 물론 읍의원까지 지낼 정도로 유지였다. 그런 맏딸 처지가 영 말이 아니었다. 할매도 옹기는 너무 쪽박신세인 것 같아 좀 모양새가 있는 국수공장으로 슬쩍 건너갔다. 술 좋아하는 남편이 뒷일을 감당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걸 관장할 수 없어 기술자를 뒀고 3남매까지 거들어야만 했다. 몇년 있다가 기술자가 떠나자 그때부터는 가족 모두 매달려야만 했다. 24시간이 일투성이였다. 잠과 휴식과 일의 경계가 사라진다. 그런 어느 날 남편의 손가락이 롤러 사이에서 날아가 버렸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만 했고, 결국 일은 전부 할매 차지였다. 한평생 놀러간 건 호미곶에 두번 간 것뿐이다. 아들이 가업을 잇고 나자 2014년 이 공장은 '향토뿌리기업'에 선정된다. 할매 잔치국수100여년 역사 명성 '소문난 할매국수'가족같이 지낸 제일국숫집 것만 사용강렬한 육수, 추억·세련된 SNS 맛집제일국수공장이 바늘이라면 실 같은 국수가게가 바로 지척에 있다. 구룡포에서 가장 유명해져버린 잔치국수집, '소문난 할매국수'. 85세로 작고한 이순식 할매는 지난 38년간 바로 가족 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제일국수만 삶아 팔았다. 7남매 중 다섯째인 딸 이상교가 가업을 이었고 며느리 박안예도 여기서 돕고 산다. KTX메거진, tvN 수요미식회 덕분에 인기짱 국숫집으로 발돋움한다.이 집도 이래저래 100여년 역사를 지니고 있다. 딸은 너무 노쇠해진 모친을 현재 가게 2층 살림집에 3년간 모신다. 가게가 너무 협소하고 허름하다 보니 아파트에 길든 젊은층은 선뜻 들어서기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리모델링을 했다.처음으로 이른 점심 삼아 잔치국수를 먹어봤다. 육수가 엄청 강렬하다. 가스오부시와 디포리, 거기에 어묵국물까지 가미한 듯하다. 물어보니 멸치는 디포리 계열은 아니고 중멸이었다. 초창기엔 허기를 면하라고 삶은 계란도 서비스로 제공했다. 3년 전부터는 어묵도 곁들임 메뉴로 판다.딸은 모친을 빼닮았다. 그녀의 서비스 감각은 거의 서울 홍대클럽 수준이다. 노동이 전부였던 시절의 옴팡집의 추억스러움과 SNS맛집의 세련미가 합성된 묘한 국수집이다.모리국수의 명가를 찾아서모리국수 가장 유명한 가게 '까꾸네'토박이들이 제일로 꼽는 '모정식당'4~7월 제철 미역초, 여름 국수맛 절정구룡포는 이제 '모리국수포'로 불린다. 가장 유명한 업소는 선모텔 뒷골목에 있는 '까꾸네', 하지만 미식가와 토박이들은 시장 골목에 자리한 '모정식당'을 지목한다. 고부 간의 정이 스며들어가 있는데 한때 '꿀꿀이식당'으로 불렸다. 8년 전 79세로 타계한 강덕기 할매, 그리고 5년 전 가업을 이은 며느리 김복순의 삶이 걸려 있다. 2인분이 기본인데 주인은 기자를 배려해 3인분 같은 1인분을 요리해냈다. 미역초, 건새우, 콩나물, 대파, 그리고 공장표 생면을 사용한다. 국물부터 먹었다. 엄청난 국물맛이다. 엄지척,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내겐 이 집이 딱이다. 모리국수를 이야기하려면 '미역초'의 내막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상당수 관광객은 '미역초'를 해초로 착각한다. 헤엄칠 때 그 놈의 몸통이 꼭 미역의 율동을 닮아 그런 별칭을 갖게 된다. 모리국수에 없어서 안 될 주재료가 바로 미역초다. 일명 물메기, 일부에선 무점등가시치, 남해에선 고랑치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부산, 통영 등 남해안권에서 잘 잡힌다. 동해안 삼척·강릉·동해 등에서는 물메기와 닮았지만 전혀 다른 어종인 물곰이 잘 잡힌다. 미역초는 매년 4~7월이 제철. 모리국수의 맛도 하절기에 절정을 맞는다. 그런데 미역초 물량이 갈수록 줄고 가격도 만만찮아 미역초를 빼고 그 자리에 아귀를 넣는 업소도 늘고 있다. 모리국수는 구룡포 어부들의 해장국이랄 수 있다. 모리국수는 바다생선이 축으로 되니 해물탕 버전이고 어탕국수는 민물 잡어가 축을 이룬다. 비린 맛은 어탕국수가 더 세다. 모리국수는 너무 잡다한 생선이 들어가선 안 된다. 그리고 고춧가루를 듬뿍 넣는다. 칼칼한 맛이 치고 올라와야 한다. 그렇지만 메기매운탕처럼 기름기가 진하면 텁텁해진다. 미역초가 제1재료가 된 이유다.후발주자인 '성은식당'은 특이하게 홍게를 넣어준다. 김영수 사장이 최근 기존 업소를 이어받았다. 구룡포초등 앞에 가면 '순이네모리국수'가 있는데 여긴 오징어, 홍합, 게, 골뱅이, 겨울에는 오징어 내장도 넣어준다. 지척에 있는 '구룡포전통시락국수'는 40년 역사의 중국집 정호반점을 접고 '구룡포 시락국할매'로 불렸던 모친(백피리)의 손맛을 내외가 2년 전 전수했다. 사용하는 시래기는 무청이 아니고 배추 우거지를 사용한다. 고명으로 꽁치완자가 올라간다. 고개를 돌려 바다를 보니 국숫발처럼 구불구불 거리고 있다. 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한때 부잣집 딸로 부러움 없는 시절을 보냈지만 시집살이를 하면서부터 시작된 신산스러운 일상의 노역을 반세기 이상 감내해왔다. 동고동락하고 있는 작업대가 그 할매의 유일한 놀이터이자 위안의 쉼터랄 수 있다.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모리국수 주재료인 물메기.현지서는 '미역초'로 불린다.7년 전 가업을 이은 하동대 2대 사장은 상호 특허를 내는가 하면 세련된 해풍국수 포장지까지 만들어 전국에 유통시킨다.묵직한 멸치다시가 인상적인 구룡포시장 내 할매집 잔치국수. 제일국수공장 국수를 사용한다.한때 고래산업의 전진기지와 대게 유통의 메카로도 불렸고, 과메기 특수를 지나 지금은 모리국수시장으로 유명해진 구룡포 전통시장 입구 전경.모정식당과 함께 모리국수 돌풍을 일으킨 까꾸네 모리국수.
2020.07.24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료개혁특위 "의료개혁 시기상 미룰 수 없는 과업…소통 통해 의견 좁힐 것"
경북대,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155명' 조정에 대구경북 타 대학 결정도 관심
많이 본 뉴스
오늘의운세
원숭이띠 4월 26일 ( 음 3월 18일 )(오늘의 띠별 운세) (생년월일 운세)
영남생생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