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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저녁 8시, 대구 달서구 월성동 번화가 모습. 평소라면 송년회와 연말 모임으로 북적였을 시간대지만, 거리는 한산하기만 하다. 가로수에 장식된 조명은 연말 분위기를 내려고 애쓰고 있지만, 텅 빈 음식점들과 적막한 골목이 대조를 이룬다. 강승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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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대구 중구의 한 거리. 소상공인 등 대구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계엄령 이후 대구에서 연말 모임을 취소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이남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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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연말연시를 맞아, 인파가 넘쳐나야 할 포항 중앙상가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준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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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토요일 저녁시간, 평소 손님들로 북적이던 안동의 식당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운홍 기자 |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이 연말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대구경북지역 동네상권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정치적 영향이 소비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든 것다. '희망'을 느낄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움츠려 들기 마련이다. 돈을 쓰기도, 벌기도 쉽지 않은 시기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연말 탄핵정국을 지나고 있는 지역 동네상권 분위기를 들여다봤다.
◆대구 식당가 "연말 장사에 찬물, 상인들 울상"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너무 속상합니다."
지난 7일 대구 달서구 월성동의 한 중심 상권. 평소라면 송년회와 모임으로 떠들썩했을 연말 저녁 시간대지만, 이날은 고요했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골목에 늘어선 고깃집과 술집엔 텅 빈 테이블을 바라보며 한숨 짓는 주인들로 가득했다. 행인보다 가게 밖에서 담배를 피우며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이 더 많았다.
북구 동천동(칠곡 3지구) 일원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직장인들로 붐비는 이 곳은 점심과 저녁 모두 한산했다. 한 고깃집 주인은 "주요 고객은 공무원들인데 지금은 회식 자체를 피하는 분위기"라며 "이번 주에만 단체 예약 3건이 취소됐다"고 했다.
수성구 황금동 들안길 일원 고급 음식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형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단체 손님은커녕 가족 단위 손님도 줄었다"며 "매출은 평소보다 반토막이 났다"고 했다. 가게 안에는 종업원들이 테이블을 닦거나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매장 한쪽에 있던 B씨 부인은 "올해는 연말 대목으로 적자를 메울 생각이었다. 지금은 포기했다. 이젠 직원 월급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혀를 끌끌찼다.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소비 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은 탓이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되면서 평범했던 일상이 흔들리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같은 연말 불황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대구의 한 자영업자는 "이대로는 내년 상반기까지도 매출 회복은 어려울 것 같다"며 "하루빨리 정국이 안정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대구 유통·호텔·관광 등 "연말특수 실종 우려"
10일 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계엄선포 이후 대구지역 유통·호텔·관광 등엔 연말 모임 및 행사를 취소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대구지역 호텔업계는 기업 중심으로 행사 취소 문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객실 예약에는 큰 타격이 없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적 국면으로 이어질 것에 대비하는 호텔도 있다. 실제 수성구의 한 호텔은 450여명, 200여명이 예약한 연말 호텔 컨벤션 대관 2건이 취소됐다.
대구 한 호텔 측은 "탄핵 국면이 장기화되면 호텔 마이스(MICE/회의·포상·컨벤션·전시회) 전반으로 이용 수요가 감소될 것 같아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연말 특수를 노린 호텔 레스토랑 부분에서 전년 대비 일반 소비자 판매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라고 했다.
관광·여행업계도 초비상이다. 한국을 여행 위험 국가로 지정하는 국가가 늘면서 대구 관광객 수가 줄어드는 것을 체감하는 업체들이 적잖다. 실제 대구의 한 놀이동산은 계엄선포 이후 단체 예약 취소 건은 없었다. 하지만 일반 고객은 30~40%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 한 여행사는 여행 예약 10건 중 2건이 취소되면서 손해를 봤다.
대구지역 한 면세점 관계자는 "계엄선포 후 환율이 치솟아 물품 가격이 비싸지면서 고객들로부터 불만이 들어오기도 했다. 매출은 약간 떨어졌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비행 운행 및 관광객 감소로 인한 매출 타격이 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경북 상권 "1~2개월 예약도 모조리 취소 "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은 경북지역의 연말 경제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지난 8일 낮 포항 중앙상가 일대. 100여개 상가 중 손님이 들어차 있는 경우는 당최 보기 힘들다. 연말 송년회를 준비하는 음식점들은 탄핵정국 여파를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특히 기업 등 단체 손님을 대상으로 하는 송년회 및 연말 모임이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한 식당 상인은 "탄핵정국의 뒤숭숭한 분위기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라며 "악재가 계속 겹치니 상인들이 느끼는 경기는 역대 최악이다"라고 호소했다.
구미지역 상인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구미국가산단 근로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강동지역 인동·옥계동, 산동면과 강서지역 원평·형곡동 중앙시장, 송정동 복개천, 상모사곡동의 상가 밀집지역은 내년 1월 초까지 예약된 단체 회식이 여러 건 취소돼 울상을 짓고 있다. 구미 중앙시장의 한 식당 주인은 "구미산단 기업들의 불황으로 매출이 줄어든 상인들은 송년·신년회가 시작되는 12월 초부터 매출이 조금씩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습 비상계엄 선포·해제라는 날벼락을 맞고 1~2개월 전에 예약된 단체 회식도 모조리 취소됐다"라고 말했다.
안동에서도 지난 4일부터 연말 모임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안동은 공직사회 의존도가 높아 자영업자들은 연말 특수 대부분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송년회와 회식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계엄 사태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50대 사장은 "송년 모임 예약이 4건이나 취소됐고 단체예약 문의도 더 이상 오지 않는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로 이렇게 손님이 오지 않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답답해 했다.
경주지역 관광업계에도 비상계엄 사태 충격파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평소 연말연시 여행객으로 붐볐던 보문단지 주변 관광지엔 관광객들의 발길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경주의 한 펜션 사장은 "연말 예약이 작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했다. 보문단지의 한 식당 주인은 "여야간 정치권 싸움까지 이어지니 답답하다"고 했다. 경주시민 최모(52)씨는 "연말이면 가족들과 외식을 하거나 축제를 즐기는 게 당연했지만, 환율이 치솟고 주식 시장까지 폭삭 주저앉아 올해는 그럴 여유가 없다"며 "정부가 빨리 안정을 되찾아 경제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백종현기자 baekjh@yeongnam.com 전준혁기자 jjh@yeongnam.com
장성재기자 blowpaper@yeongnam.com 정운홍기자 jw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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