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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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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빵은 대구'로 보는 대구빵의 어제와 오늘 (1) 대구가 기억하는 빵집
한강 이남 최고의 빵공장 '수형당' 1950~60년대 해태·삼립과 어깨 나란히대구 최초 즉석도넛 개발한 맘모스, 뉴욕·뉴델·안동 맘모스로 기술 전파삼덕동 형무소 앞 삼미제과, 매일 아침 수형자들에 잊지 못할 '빵고문'대구를 빵과 커피의 도시로 만들고 싶어 하는 대구시가 최근 '빵은 대구〈사진〉'란 제목의 '빵 스토리 북'을 출간했다. 지역 제과·제빵인들과 협업작업을 통해 어렵사리 대구빵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인문학적 고민을 해 본 것인데 기자도 동참했다. 이 책을 계기로 대구빵, 그 뒤안길을 나름대로 정리해보고 싶었다.원래 한국엔 빵이 없었다. 1910년쯤 일본의 파티시에(Pattissier·제빵사)가 한국에 들어온다. 1920년 한국 최초 양과자점인 '메이지야(明治屋)'가 서울 충무로에 등장한다. 경부선(1905년 개통)에 이어 경부고속도로가 개통(1970년) 전까지 한국 경제의 중심축이 대구라 해도 될 정도로 대구는 2차 산업의 메카 구실을 하고 있었다. 6·25전쟁이 몰고 온 풍부한 군수물자, 그리고 독보적인 섬유산업, 서문·칠성·약전시장이 가동한 광대한 식품산업 인프라 덕분이었다. 대구빵은 당연히 일본빵의 영향권에 있었다. 6·25전쟁 이후 미국발 밀가루 원조가 본격화됐을 때부터 대구는 비로소 명실상부 제빵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대구빵 역사투어'의 첫 단추는 한때 한강 이남 최고의 빵공장 중 하나로 불렸던 교동시장 내 '수형당(秀亨堂)'에서 시작해야 된다. 수형당(진병수)은 1946년쯤 등장했다. 1950~60년대만 해도 해태·삼립과 어깨를 겨뤘고 점차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면서 '수형 그룹'으로 웅비할 야심찬 프로젝트를 짰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수형당 편이 아니었다.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1982년쯤 침몰하고 만다. 수형당은 대구 제빵산업의 기틀을 잡아준 기업이다. 훗날 '대구빵의 중흥조'로 불리는 뉴델제과(최종수), 런던제과(조원길), 지역의 첫 케이크 전문점 최가네의 최무갑 사장, 풍차베이커리(권영오) 등도 수형당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수형당은 왜 침몰했을까? 관계자들은 주먹구구식 경영과 무리한 사업확장 등을 파산 이유로 꼽는다. 게다가 1970년대를 주름잡은 쟁쟁한 제과점들이 개발한 케이크가 수형당의 단팥·크림빵을 밀어낸 것이다. 사람들의 입맛이 변하고 있었지만 수형당은 그걸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미성당·편의방 등 각종 분식점과 별별 식당들이 등장했고 패스트푸드까지 대구를 향해 진격 중이었다. 최근 사라진 수형당의 영광을 살리기 위해 이월드(옛 우방랜드) 측이 이례적으로 수형당 브랜드를 부활 중이란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수형당이 전성기를 구가하던1950~60년대를 주름잡은 추억의 빵집들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삼미(三美)제과사, 삼송(三松)빵집, 송영사, 수형당 등은 광복 직후 대구의 '4인방 빵'으로 불렸다. 한때 중부경찰서 네거리는 '빵거리'로 군림한다. 이들 3인방의 뒤를 이어 옛 대구극장 초입 고려당, 중부경찰서 바로 북측에 일성당(사장 김도권), 바로 옆에 동양당, 종로초등 정문 맞은편에 덕인당, 대구역 앞 대우센터 뒤편에 구일제과점(박태준), 동성로 미도방 맞은편에 풍년당, 종로초등 근처에 풍곡당(사장 이을수), 약전골목 동문 근처엔 백일당, 학원서림 부근 맘모스 등도 자기 방식의 '빵몰이'를 한다. 구일제과는 건과자로 유명했다. 60년대를 화려하게 물들인 맘모스의 기술은 뉴욕을 거쳐 뉴델로 이어져1970~80년대 대구를 '빵의 도시'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대구에선 처음으로 즉석 도넛을 개발해 지역 제빵 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켰고 그 흐름이 안동 맘모스로도 번진다. 그 무렵 잘 나가는 7개 제과점(삼미, 삼송, 고려당, 수형당 등) 주인들이 모여 '7인회'를 결성한다. 이들은 모두 북성로에 있었던 일본 빵집 이마사카 출신이었고 다들 유도 유단자였다. 특히 삼미제과사는 중구 삼덕동 대구형무소(1910년 대구감옥으로 출발해 1923년 대구형무소, 1961년 대구교도소로 개칭한 뒤 1971년 6월1일 화원으로 이전) 정문 바로 근처에 있어 수형자들에겐 잊지 못할 추억의 빵집이 된다. 바람이 불면 빵 굽는 냄새가 형무소 담 안으로 들어갔던 모양이다. 최 사장은 1950년대 초 수형당보다 앞서 군에 빵을 납품하기도 했지만 친구인 진 사장의 사업 수완을 이겨내지 못하고 1957년쯤 좌초된다. 현재 동성로 통신골목에 자리를 잡고 있는 최가네 케이크 사장 최무갑이 바로 그의 아들이다. 이젠 손자까지 뛰어들어 3대 빵 가문이 됐다. 아무튼 7인회는 뉴델제과 사장 최종수가 주축이 된 '과우회(菓友會)'로 발전한다.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빵은 대구'로 보는 대구빵의 어제와 오늘 (2)에서 계속됩니다한때 공장 빵 양산시대를 이끈 교동시장 내 수형당. 1950~70년대를 호령했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대처하지 못해 침몰하고 말았다. 대구시 중구 문화동 옛 수형당 자리(왼쪽)와 상표.대구에서 처음으로 모닝식빵을 선보인 풍차베이커리. 권영오 사장은 지난해 문을 닫았다.1982년 오픈해 메론빵 돌풍을 일으킨 밀밭베이커리 입구 전경.한때 동아백화점 여직원이 모두 단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던 공주당. 1982년 문을 열어 아직 영업을 하고 있다.구운 밤처럼 생긴 우레볼로 유명한 강대건 고려당은 1994년 향촌동에서 수성시장 옆으로 이전했다가 폐업된다.
[이춘호기자의 행간을 찍다] 하관(下棺)
주장하던 시절이 저물고 용광로 쇳물처럼 벌겋게.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고 자각한 것도 아니었겠지. 그게 무슨 이유인지 설명할 수도 없었고 다만 '삶의 중요한 목록'이라고만 정리해두었다. 주장이 거느리고 있던 신념과 믿음, 그것 때문에 잠시 궁벽진 곳으로 밀려 나 있던 희망과 꿈 같은 것들이 육중한 의무감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때론 먼 곳이란 얼마나 잔혹한 거리인가. '더 멀리'란 얼마나 참혹한 공간인가. 나는 멸시되고 나 이상의 나를 만나러 탐험을 떠났던 이들은 이상하게 모두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나이 탓이었을까. 삶의 '마디'를 회수하는 중이었던가. 그 마디라면 당연히 인류, 아니 인간의 몫도 아니었을 것이다. 운명을 믿지 않던 사람들도 하나둘 자신을 압도하는 그 어떤 거룩한 존재가 있다는 걸 실토하기 시작했다. 그 대목에 이르자 누구는 종교에 귀의하고 누구는 흙에 몰입하고 누구는 봉사와 헌신의 뜨락으로 걸어갔다. 비교하는 맘이 촛농처럼 녹아내리고, 차라리 나보다 남이 더 대단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일생의 뜨락에 무서리가 내리고 있다. 손을 펴 보니 남은 건 '혈육'뿐. 와락, 꽃송이처럼 달려드는 손자의 투명한 미소, 그것에 감전돼 종일 만면에 번지는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노경(老境). 그렇게 다들 그럭저럭 한 생이 저물고 있었다. 생명 위를 줄기차게 걸어 온 '내'라는 한 존재.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자들…. 만나지 못한 글과 말, 도서관 서고에 꽂힌 결코 읽혀질 리 없는 책들, 발길이 닿을 수 없는 대지, 북극과 남극의 빙하 속 기포들, 나무 속 나이테, 그리고 수십억 광년 전에 출발한 별빛들의 안부를 누가 물을 수 있단 말인가. 뇌리에 각인시켜 놓은 저주스러운 나의 연대기는 또 누가 삭제할 것인가. 그리고 사금처럼 남게 될 '양심'이란 블랙박스에 기록된 지난 삶의 오욕들은 누가 발라내 줄 건가. 그렇게 구겨진 연대기의 그물에 전혀 걸리지 않는 투명하기 이를 데 없이 살아온 그냥 계절 같이 살아 온 냉수처럼 존재하기만 했던 너무나 착하고 소박한 이들. 딱히 누구한테 신세를 지지도 않았고, 딱히 누구한테 무례함을 주지 않았고,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간신히 남아 있는 재산에 감사하며 나날을 소파처럼 보냈다.그 하오의 틈 속으로 장마전선이 몰려온다. 선발대로 보낸 맥주의 거품 같은 저녁 바람, 그것을 발목에 걸고 산책하고 있는 거미줄. 그 위에서 말라죽은 하루살이의 허물 같은 시신까지 바람결처럼 홀가분한…. 자신을 가장 오래 지켜봐줄 배우자의 손길, 그게 조물주가 인간에게 준 최후의 위안과 감사라 여기며 그럭저럭 무명(無名)스럽게 가끔 슬리퍼처럼 가끔은 슈퍼마켓 앞 플라스틱 의자처럼 벽에 걸린 후줄근한 잠옷처럼 또 가끔은 갓 뜯어낸 누룽지의 탄 자국 같이…. 그 모든 아우라의 총합을 '만족'이 여기던 6월 어느 하루 한 시인이 죽었다. 76년 오크통 안에서 숙성시킨 와인 같은 사내, 바로 문인수다. 그는 망자가 된 모친을 위해 딱 두 줄짜리 '하관'이란 감동적인 시를 채굴한다. 그걸 뭉클하게 포착한 윤일현 대구시인협회장이 조사(弔辭)로 재인용했다. 모친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묘비명이기도 했다.'이제 다시는 그 무엇으로도 피어나지 마세요/ 지금, 어머니를 심는 중'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집밥해결사' 밀키트, 이젠 건강식으로 즐겨요
'밀키트(Meal Kit) 신드롬'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밀키트, 이는 'Meal(식사)+Kit(세트)'라는 '식사 세트' 의미로 '쿠킹 박스' '레시피 박스'라고도 불리며 '가정간편식(HMR)'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예전 여러 식재료를 한꺼번에 가정으로 배송해주는 '식재료 꾸러미'와도 조금 차이를 보인다. 가정간편식은 이미 어느 정도 요리가 되어 있어서 데우거나 약간의 첨가로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반면, 밀키트는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을 말한다. 진화하는 밀키트 시장 메뉴에 맞게 손질된 재료와 소스 요리 초보자도 10~15분이면 뚝딱 간편하면서도 조리하는 즐거움 줘 CJ·이마트·야쿠르트도 제품 출시 코로나 영향, 시장 2년새 5배 급증◆요리에 소질없어도 무방조리 전 냉장 상태의 식재료를 배송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길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신선한 재료를 직접 요리해 외식보다 저렴하면서도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요리 초보자도 밀키트 제품을 이용하면 10~15분 만에 찌개나 볶음 등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또한 현관문 앞까지 배달돼 따로 장을 보지 않아도 된다. 모든 재료가 잘 손질돼 있어 따로 씻거나 다듬는 번거로움도 없다. 이에 편의성을 갖추면서도 직접 조리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처음부터 밀키트가 대박을 친 건 아니다. 나름 시행착오를 거쳤다. 한동안 밀키트가 '핫'했지만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가격이 비싸고 밀키트로 출시되는 메뉴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밀키트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본격적인 성장세로 돌아선 것. 밀키트 배달 사업은 2008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됐다. 외식물가가 비싼 스웨덴에서 스타트업 '리나스 맛카세'가 손질된 식재료를 정기 배송하면서 본격화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2012년 스타트업 기업인 '블루에이프런'이 밀키트 배달 서비스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밀푀유나베가 첫단추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345억원이던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천882억원으로 442% 급증했다. 국내 밀키트 문화의 첫 단추는 국물요리인 '밀푀유나베'였다. 배춧잎과 깻잎, 고기를 잘라 겹겹이 냄비에 쌓은 뒤 끓이는 밀푀유나베는 조리가 까다로운 음식이다. 하지만 밀키트를 활용하면 단 20분 만에 요리를 완성할 수 있어 손님 초대용 메뉴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레스토랑 외식 메뉴를 밀키트로 만든 'RMR(레스토랑 간편식)', 해외여행을 못가는 아쉬움을 달래주는 '글로벌 이색 메뉴 밀키트'까지 등장했다.국내 밀키트 시장은 2016년부터 불이 붙는다. 프레시지, 마이셰프, 닥터키친 등 스타트업이 개척했다. 이후 밀키트 시장이 커지자 한국야쿠르트 등 식품업계와 GS리테일과 이마트 등 유통업계까지 모두 뛰어들어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1위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2019년 4월 밀키트 전문 브랜드 '쿡킷'을 처음 선보인 CJ제일제당은 현재 20여 종에 불과한 밀키트 메뉴를 100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신메뉴 개발엔 특급호텔 근무 경력이 있는 CJ 소속 셰프 11명이 참여할 모양이다.이마트는 지난해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던 자사 밀키트 브랜드를 '피코크'로 합쳤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협업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상품군을 늘리고 있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은 최근 200여 종의 밀키트를 모아놓은 밀키트 전문관을 열었다. 롯데백화점은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 '셀럽스픽'을 출시했다. 국내 식품 전문가들이 선정한 전통식품을 재료로 한 밀키트를 선보이는 일종의 '편집 브랜드'라 보면 된다.친환경농산물 제품 출시경북친환경영농법인 '진정한팜'전국 농가 200여곳과 계약 재배닭고기·장어…솥밥시리즈 인기참외 넣은 들기름국수도 선보여"가성비 좋은 양질의 메뉴 강점"◆경북친환경영농법인 친환경 밀키트 출시무농약 유기농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가격이 월등히 비싸서 건강을 생각하지만 쉽게 구입 못하는 소비자가 많다. 코로나로 인해 면역증강에 더욱더 관심이 집중돼 있는 요즘 무농약 유기농 농산물이 주목을 받고 있다.친환경 농산물, 하지만 여러 제약조건이 많다. 특이하게 우리나라엔 친환경 농산물 전문 도매시장이 없다. 서울 가락동 농산물시장이나 대구 매천시장 등은 생산지 농장에서 소비자로 바로 직거래하는 유통 구조다. 친환경농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는 한살림이나 아이쿱자연드림 같은 곳은 소매점이다. 따라서 건강하고 좋은 최상급의 식재료를 구입해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나 레스토랑 업주는 산지의 농장과 직거래를 하거나 소매점에서 매입을 해야 한다. 소형의 오너셰프가 운영하는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한 비스트로나 비건 베이커리 같은 경우는 한살림이나 자연드림에서 식재료를 매입해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기 때문에 판매단가가 당연히 비싸질 수밖에 없다.전국 200여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서울·경기권, 경북 일부의 1천여 학교에 단체급식용 친환경농산물을 납품하고 있는 올해 16년차 경북친환경영농조합법인(이사장 고병훈). 군위에 있는 이 법인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재고가 쌓이고 매출까지 반토막 난 것. 고민을 하다가 파워 푸드블로거 겸 푸드디렉터 전문양씨의 제안으로 공동으로 '진정한팜'이라는 브랜드를 가진 친환경 밀키트를 돌파구로 정했다. 매일 법인 내 마련된 밀키트 키친 스튜디오로 출근하는 전씨는 밀키트 시장이 아직 사각지대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가정간편식은 뭔가 부실하고 여느 밀키트는 건강이 취약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겨주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솥밥시리즈, 스키야키, 닭갈비, 민물장어에 이어 샤브샤브, 카레 등 기존 밀키트에서 모방할 수 없는 20여 종의 신감각 음식을 공급할 계획이다.가장 인기가 좋은 건 시그니처 챕터 1인 '친환경솥밥시리즈'. 6종의 채소와 닭고기로 구성된 '채소닭고기솥밥' '버섯새우솥밥' '가지소고기솥밥' 등 6종의 솥밥시리즈를 출시한데 이어 장어솥밥과 문어솥밥까지 추가했다. 숯불에 구운 허브장어를 쌈채소와 함께 세트로 출시했는데 진정한팜 온라인쇼핑몰에서 4시간 만에 품절사태가 일어났다. 참외를 넣은 '들기름비빔국수'는 여름을 겨냥했는데 오이 대신에 참외를 넣었다는 게 포인트. 현재 솥밥밀키트는 모든 계층이 다 좋아하는 핫 메뉴로 자리를 잡았다. 메뉴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모씨는 "제대로 된 음식을 해먹을 겨를이 없는 시절이 됐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전국에선 드물게 친환경 전문 밀키트를 개발했다. 누구나 아는 메뉴를 양질로 가성비 좋게 구성했다는 게 우리 밀키트만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신선도 유지어렵고 포장 과다...해결해야 하는 문제점도 많아아직 손봐야 하는 부분도 많다. 밀키트의 최대 단점 중 하나는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유통기한이 4~5일 이내로 짧다는 것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건비 부담이 크다. 또 사전 주문 방식을 통해 가정으로 배달되는 경우가 많아 수요 예측이 어려운 점도 문제다.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만들어 배송하는 시스템인데 수요 예측이 쉽지 않고 신선식품이다 보니 신선도를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렵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야채를 얼리면 색이 변질되거나 식감이 나빠져 냉동 밀키트에 필요한 급속 냉각 기술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고 말했다. 비싼 가격도 문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보통 2인 기준 평균 1만원이 넘는 가격이 직접 재료를 사서 해 먹는 것보다 비싸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또 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포장지를 과다하게 사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 밀키트 제품들은 각 재료가 따로 포장돼 있어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밀키트, 이는 'Meal(식사)+Kit(세트)'라는 의미로 '쿠킹 박스' '레시피 박스' 라고도 하는데 '가정간편식(HMR)'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메뉴에 맞게 손질된 재료와 양념까지 공급하기 때문에 별다른 요리기술이 필요치 않은 게 특징이다. 사진은 군위에 있는 경북친환경영농조합법인 친환경농산물 전문 밀키트 브랜드 '진정한팜'이 올해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채소닭고기솥밥' 밀키트.밀키트 내용물을 냄비에 넣고 밥을 짓기 직전. 밀키트는 메뉴에 맞는 수제 소스까지 함께 포장되어 있다.재택근무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간편하게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밀키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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