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끝없는 의정 갈등…합리적인 출구 전략 모색해야
총 4천610명을 모집하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대입 전형 시행계획이 지난달 30일 발표됐다. 전국 39개 의대 정원이 1천497명 늘어나고 71%(3천284명)가 비수도권 지역이라는 게 핵심이다. 이로써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최종 확정됐다. 지난 수십 년간 여러 정부에서 실패한 증원을 현 정부가 끝내 이뤄냈단 점에서 놀랍다. 그러나 현재 의료 현실은 참담을 넘어 답답하다. 의료공백 사태가 넉 달째 이어지고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여전히 집단이탈, 동맹휴학 중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나라가 흔들릴 확실한 액션을 하겠다"며 총파업을 시사해 판을 더 키울 태세다.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사실상 의정 갈등 2라운드가 시작됐고,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대다수 시민은 피로감을 호소하며 양쪽 모두 원망한다. 현재 정부는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의료계는 의료의 질 저하와 의료 시스템의 혼란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은 대립 상황 속에서 갈등을 해소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의료계와 정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계는 의료의 질을 유지하고 환자들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정부 역시 국민 건강 증진이 가장 큰 목표다. 결국 의정은 같은 방향을 지향하는 셈이다. 양측은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된다.공정하고 투명한 대화의 장도 열어야 한다. 정부는 의료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의료계 역시 정부 입장을 이해하는 노력을 해보자. 이를 위해 정기적인 회의와 공청회를 통해 양측 의견을 교환하고, 건설적인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면 안 된다.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의견 수렴 중에는 서로 목소리를 높여도 된다. 그러다 보면 의견이 모인다. 의대 정원 증원은 단순히 숫자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인 의료 인력 수급 계획과 관련된 복잡한 문제다. 따라서 객관적인 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현재 의료 인력 부족 문제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따른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면 된다. 의료계는 그 데이터를 토대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의료 인력 수급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려워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장기적인 의료 인력 수급 계획의 일환임을 명확히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국민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여론 조사를 하거나 시민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단 계산이 나온다. 의료계가 고개 숙이도록 기다리지 말고, 정부가 먼저 손을 적극적으로 내밀면 어떨까 싶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한국 속담처럼 절실한 마음을 갖고 설득해보자. 그게 정부의 역할 중 하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르다. 그게 나라와 국민을 위한 길이다.강승규 사회부 차장강승규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