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이상반응 의심 47만건·사망1천849건…다른 소송에도 영향 줄듯
국내에서는 지난해 2월26일 코로나19 백신(이하 백신) 1차 접종이 시작됐다. 현재까지 90%에 육박하는 국민이 1·2차 접종(1차 87.9%·2차 87.1%)을 완료했다. 처음 접한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위험에서 자신과 주변인을 보호하기 위해 백신 접종을 한 이들도 있지만, '방역 패스' 등으로 일상생활에 제약이 생기며 불가피하게 접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다.
많은 국민이 백신 접종을 하다 보니 접종 후 크고 작은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그런 가운데 30대 남성 A씨가 '예방접종 피해 보상 신청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앞으로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백신 '이상반응' 인과성 증명 쉽지 않아2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누적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는 4천511만1천542명, 2차는 4천467만5천492명, 3차는 3천358만8천471명, 4차 접종자는 738만7천75명으로 집계됐다.이중 최근까지 접수된 국내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의심 신고는 총 47만7천531건. 이중 사망 신고가 1천849건이었다.정부는 이상반응과 백신 접종 사이 인과성 여부를 평가해 보상을 해 준다고 했다. 하지만 인과성 인정을 받기가 너무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지난 달까지 누적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건수는 8만6천456건으로, 이 가운데 6만3천69건(72.9%)에 대한 심의가 완료돼 사망 8건을 포함한 2만434건에 대한 보상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 완료된 사례 중 약 32.4%에 대해서만 보상이 결정된 것이다. 지난해 가족이 백신 접종 후 심한 이상반응 의심 증세를 보이다가 사망 했다는 대구시민 A씨는 "백신 이상반응을 증명하기 위해 이곳저곳 뛰어다녔지만, 얼마 전 보건당국으로부터 '인과관계 없음'이란 통보를 받았다. 처음부터 인과성 인정을 받기가 너무 어려웠고, 기준도 불분명 했다"라고 말했다. ◆각각 소송 사안 따라 판결 달라질 듯최근 원고 승소 판결이 난 소송 외에도 현재 백신 이상반응 피해와 관련한 다른 소송 여러 건이 더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백신 이상반응 피해 관련 유사 소송들의 결과는 각각의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고의 상황이 조금씩 다 다르고, 재판부는 큰 틀의 원칙 하에 개별적인 사안을 고려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이번 원고 승소 판결에서 관련 법리로 거론된 두 개의 대법원 판례는 다음과 같다.우선 "예방접종과 장애 등 사이의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적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봐야 한다. 한편 그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방접종과 장애 등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밀접성이 있고, 피해자가 입은 장애 등이 그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 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으며, 장애 등이 원인불명이거나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정도의 증명이 있으면 족하다"고 판단한 대법원의 2014년 판례다.또 "예방접종 후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막연한 추측을 근거로 현대의학상 예방접종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 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는 없다. 특히 피해자가 해당 장애 등과 관련한 다른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다거나, 해당 예방접종이 오랜 기간 널리 시행됐음에도 해당 장애 등에 대한 보고 내지 신고 또는 그 인과관계에 관한 조사·연구 등이 없다면, 인과관계 여부를 판단할 때 이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한 대법원 2019년 판례도 있다.여러모로 이번 소송 결과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상당하다.
코로나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김두경 회장은 "승소는 마땅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인과성 인정을 받기가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듯 어려운 데 당연한 것 아니겠나"라며 "지난 정부는 왜 평범한 국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까지 걸게 만들었으며, 또 왜 현 정부는 이번 재판 결과에 항소를 했는지 모르겠다. (백신 이상반응 관련) 심의 기준이나 과정 등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처음 시작된 지난해 2월26일 대구 한 보건소에서 시민이 의료진의 안내를 받아 접종실로 향하고 있다. 영남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