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人사이드] 조명래 팔공산연구소·팔공산문화포럼 회장
"팔공산이 곧 국립공원 승격기념식을 개최하고 올 연말(12월 31일)을 시작으로 23번째 국립공원이 됩니다. 팔공산의 찬란한 유산을 잘 보존해서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명품 국립공원이 되도록 영남일보 독자를 포함한 시민들께서 모두 힘을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조명래 팔공산연구소 회장은 팔공산을 아끼고 사랑하며 연구하는 '향토사학자'다. 그는 팔공산을 사랑하는 이유로 "논어에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 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知之者不如 好之者好之者不如 樂之者)'라는 말처럼 팔공산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하나씩 알면 알수록 그냥 기쁘고 즐거운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경북 청송에서 태어난 조 회장은 학창 시절을 서울에서 보내고 1981년 3사관학교 18기로 군 생활을 시작했다. 1987년 대위로 전역한 뒤 이듬해 개원한 운수연구원(現 대구시 교통연수원) 창립 멤버로 입직해 2018년 정년 퇴임했다.
그는 2009년 팔공산연구소 창립 멤버로 시작해 2013년부터 지금까지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후 지난해부터는 팔공산문화포럼의 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포럼은 명산 팔공산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 산촌의 산림과 문화자원의 발굴 및 보전 육성을 목표로 한 민간단체다. 회원으로는 조 회장을 비롯해 홍종흠 전 대구시문화예술회관장,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비례) 등이 소속돼 있다. 조 회장은 2011년 영남일보 특집 '팔공산자락 걷기 좋은 길'을 자문했고, 3년 뒤인 2014년 대구경북연구원의 '팔공산 둘레길' 코스 개발에 참여했다. 2018년 '팔공산. 그 짙은 역사와 경승의 향기'와 2021년 '팔공산 지명유래' 책을 간행했으며 팔공산에 관련된 여러 논문을 발표했다.
팔공산은 신라 시대 5대 산(山)으로 꼽히던 '오악(五岳)' 중 하나였지만 국립공원으로 승격하지 못하고 있다가, 팔공산의 이번 승격으로 오악(지리·태백·토함·계룡·팔공산) 모두 '국립공원' 타이틀을 달게 됐다.
▶팔공산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2003년부터 경주 불국사 안내 자원봉사를 해왔는데, 2007년 7월 점심도 거르고 5시간 연속으로 안내하다 보니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으로 팔공산 산행을 자주 했다. 그때 팔공산에는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유산이 널려 있어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현장을 답사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팔공산에 빠져 있게 됐다."
▶팔공산 연구의 현주소는."신라 '중사오악'에서 '중악'인 팔공산의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유산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장 많이 연구한 사람에 포함될 정도로 연구 및 저술 활동이 부족한 실정이다. 2023년 10월 현재, 국회도서관에 소장된 팔공산 자료는 모두 281건으로 무등산 자료 496건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특히 2010년 12월 광주시가 환경부에 무등산 국립공원 지정을 건의한 이후에 발간한 자료가 288건인데 반해, 같은 기간 팔공산은 156건에 불과한 것은 지역사회의 관심과 열정, 지방자치단체 지원 여부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무등산국립공원' 지정을 위해 광주·전남지역 76개 단체와 기업 등이 참여했지만,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단체는 소수에 불과하다. 팔공산 연구소와 <사>팔공산문화포럼은 두 단체 모두 회원들의 정성 어린 회비로 운영하고 있다. 팔공산연구소는 스터디 모임, 포럼은 공식 단체의 성격이다."
▶'팔공산 지명유래'를 집필하게 된 동기는."2005년 대구의 한 신문사에서 간행한 '팔공산하'는 산악인의 관점에서 팔공산 등산로와 지명을 정리한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지만, 지명을 채록하는 르포형식이다 보니 '카더라'라는 말만 있고 그 유래에 대한 설명이 없어 아쉬움이 많았다. 그러다 2013년 유방선(柳方善)의 '태제집(泰齋集)'에서 '등천왕봉(登天王峯)-영천공산봉명(永川公山峯名)' 시와 조형도(趙亨道)의 '동계집(東溪集)'에서 '천왕봉(天王峯)' 시가 팔공산 지명연구의 시발점이 됐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등의 정통 사서(史書)와 세종실록지리지, 경상도지리지, 경상도속찬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여지도서 등의 지리지(地理書), 대구, 칠곡, 군위, 의흥, 신녕, 영천, 하양, 경산 등 읍지(邑誌)를 비롯한 고문헌과 팔공산에서 수행했던 고승과 팔공산을 유람했던 조선 선비들의 문집과 일기, 그리고 조선지지자료, 한국지명총람 등 근현대 자료를 수집하여 샅샅이 살펴보고 조사·분석해 '팔공산하'와 비교하면서 봉명 118개소, 고개 61개소, 명소 51개소 등 모두 230개소의 지명을 인문학 관점에서 그 유래를 밝혀 고증한다고는 했지만 부족한 점이 하나둘이 아니다. 다행히 팔공산연구소 회원과 대구경북연구원 오창균 전 원장이 적극적으로 도와준 덕분에 '팔공산 지명유래'를 출간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드린다."
▶국립공원이 될 팔공산의 가장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신라 시대 중사오악에서 중악이라는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유산, 불교와 유교, 천주교가 어우러져 있는 화합과 공존의 공간이다. 그리고 멸종 위기종을 포함한 야생생물 5천300여 종이 서식하는 생태자원의 보고라고도 할 수 있다."
"팔공산 연구의 핵심은 신라 시대 중사오악(中祀五岳)에서 중악(中岳)이라는 역사적 정체성을 되살려 팔공산의 가치를 드높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신라 시대 팔공산을 중사오악에서 중악으로 정했던 이유는, 신문왕이 통일신라의 발전동력을 삼기 위해 달구벌 천도의 사전 정지작업의 하나로 보고 있다. 신라는 팔공산을 통일 전쟁의 전진기지로 삼아 삼국을 통일했다. 또 팔공산은 6·25전쟁 당시 1950년 낙동강 방어선에서 팔공산을 동서로 연하는 다부동-가산-신녕-영천 전투에서 승리해 우리 대한민국을 지켜냈던 호국의 성지로, 우리 민족의 진취적 기상과 도전정신이 팔공산에 어려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악(岳)자가 들어가는 산은 대체로 험하다고 하는데, 본래는 중국 고대에 산을 관리하던 관직이다. 악자가 들어가면 나라에서 관리하는 산을 의미한다."
▶국립공원 팔공산의 시작을 위해서 지자체와 시민들이 할 일은."팔공산이 드디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2013년 무등산 국립공원 지정 때와 2016년 북악(北岳) 태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을 때 오악(五岳)에서 팔공산만 국립공원이 되지 못했음에도 누구 하나 이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먼 산 바라보듯 무관심했던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 '팔공산국립공원준비단'에는 여러 단체가 찾아와 많은 요구 또는 건의를 하고 있다.
국립공원에 속하는 사항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맡겠지만, 바깥 지역의 일들은 지자체가 수용해 적극적으로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 팔공산 정상에 봉우리가 몇 개 있고, 그 봉우리 이름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지자체에서도 팔공산을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지만, 시민들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고, 공부할 기회도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팔공산연구소와 팔공산문화포럼에서 지난 9월 팔공산국립공원준비단을 방문해 '팔공산시민대학' 교육을 연 2회 이상 실시하고, 시민대학 수료자를 팔공산자연관광해설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 팔공산 역사·문화유적, 유산에 대한 아카이빙(Archiving)을 구축해 연구의 구심점으로 삼고, 자료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스토리텔링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팔공산 연구에 대한 지자체의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지역민에 대한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도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이 브랜드 가치 상승과 더불어 대구경북 자긍심 함양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조명래 팔공산연구소 회장이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박지현 수습기자 lozpjh@yeongnam.com팔공산의 봉우리와 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수태지에서 바라본 팔공산 정상부 모습. 경북 칠곡군 가산부터 이어지는 팔공산 능선의 모습. 조명래 팔공산연구소 회장이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박지현 수습기자 lozpjh@yeongnam.com응해산에서 바라본 중대동 지구와 팔공산 능선. 팔공산연구소 제공
202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