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경북 대형 산불이 남긴 상처
“집이 순식간에 사라졌어요.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르게 번졌다. 25일 불길은 강풍과 함께 더욱 거세져 안동을 거쳐 청송, 영양, 영덕까지 확산됐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는 마치 전쟁터처럼 변해버렸다. 검게 탄 산과 폐허가 된 마을, 그리고 절망에 빠진 주민들이 그 충격을 대변하고 있었다. 청송군 진보면의 대피소에서 만난 김 모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멍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불이 마을 쪽으로 번진다는 방송을 듣고 급히 대피했다. 다시 돌아와 보니 집이고 하우스고 모두 다 타버렸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로 인해 3만 7천여 명이 대피해야 했고, 주택과 공장, 창고 등 2천356개소가 전소됐다. 특히 청송군에서는 불길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읍내와 파천면, 진보면으로 확산되며 44개 리가 피해를 입었다. 주택과 축사, 창고 등 700여 채가 소실됐고, 달기약수탕지구의 상가 26채도 불에 타 버렸다. 비닐하우스와 저온창고 등 265개의 농업시설도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영양군 역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석보면과 입암면을 중심으로 약 5천ha의 산림이 소실됐으며, 농업시설과 축사 등 102동이 전소되었다.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힘을 내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청송군과 영양군에 마련된 각 대피소마다 자원봉사자들과 주민들이 함께 따뜻한 식사를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이번 산불은 149시간 만에 주불(主火) 진화를 완료했다. 현재는 잔불 정리와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주택 복구 및 긴급 생계 지원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피해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잃어버린 삶의 터전을 복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난을 계기로 산불 예방과 대응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재기를 위해 노력하는 주민들에게 사회적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정운홍기자 jwh@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