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모색, 동아시아 도시와 접속하다] "산업혁명 관점서 볼 수 없었던 도시 노동자 삶을 시민이 논의"
사람 중심 미래사회 구현 위해도시혁명 관점서도 방향 모색인간 삶·도시·자연 변화 집중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사이버물리시스템(CPS), 빅데이터, 메타버스, 플랫폼과 같은 단어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대화형 로봇(챗GPT)이 호기심을 북돋웠던 것을 보면, 조만간 이러한 기술들이 생활 전반에 밀려올 것임을 직감한다.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축되었던 사회활동이 다시 활발해지면서 당면한 경제침체에 대응할 대안이 필요하게 되었고, 인공지능기술 혁신이 그 대안이라는 점은 대체로 인정된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과연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스럽고,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 줄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2016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은 4차 산업혁명을 공식화하면서 일련의 기술발전을 통해 극도의 자동화와 연결성 강화가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모든 것이 연결되고 자동화된 사회로의 진화'를 예견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을 도시공간에서 구현하기 위한 '스마트도시' 계획이 촉진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도시에 ICT,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접목하여 각종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도시 모델'로 정의된다. 하지만 초자동화와 연결성의 인공지능기술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미래가치 지향의 사람 중심 도시'의 구현을 믿을 수 있을까?미래 사회에 대한 진정한 믿음을 위해 산업혁명이 아니라 도시혁명의 관점이 요구된다. 도시혁명이란 프랑스 철학자, 도시학자인 르페브르가 제안한 것으로 '성장과 산업화에 대한 이슈가 지배적이었던 때부터 도시적 문제의식이 지배적이게 된 시기에 이르는 변화과정'을 의미한다. 도시혁명이란 기존 사회의 급격한 전복이 아니라 산업혁명처럼 우리의 삶과 사회공간 전반에 걸친 장기적 변화 과정을 뜻한다.산업혁명 관점이 기술-에너지-산업의 고도화에 관심을 둔다면, 도시혁명 관점은 인간의 삶-도시-자연의 변화에 관심을 둔다. 삶의 터전으로서 도시는 역사적으로 기술혁신의 원동력이며 산업화의 묘판이었다. 도시혁명의 관점에서 보면 산업혁명의 관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도시 노동자의 삶과 자연환경의 황폐화 과정이 눈에 들어온다. 4차 산업혁명에서 불명확한 부분은 산업구조 변화와 생산성 증대 여부가 아니라 도시인의 삶과 자연환경의 변화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접근하기 위해 우리는 인공지능기술의 발전에 따라 작동할 사회공간적 모멘텀들이 도시사회의 발전에 미칠 영향을 이원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사회적 행위와 작동의 자동화 양식이 기능적 자율인가, 인간적 자율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의사소통과 교류의 방식이 단순한 사이버 기능적 소통인가, 인간적 대면적 소통인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생산성의 증대에 따른 경제적 부의 분배와 이용 방식이 대기업과 고기술노동자 중심의 사적 전유인가, 아니면 사회적 공유인가를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이에 더하여 도시에서 삶의 양식과 도시인의 정체성이 인공지능기술에 획일적으로 예속될 것인가,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을 함양할 것인가도 숙고해 볼 문제이다. 정보통신망의 초연결성에 따른 도시 내부 및 도시 간 체계가 위계적으로 연결될 것인가, 수평적 네트워크로 연결될 것인가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도시의 자연환경 이용과 관계에서 고밀도 이용과 자연 지배로 나아갈지, 저밀도 이용과 공생적 관계로 나아갈지도 다시 검토해 보아야 할 과제다. 우리는 도시혁명을 통해 도시사회로 나아가는 갈림길에 서 있다.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는 우리가 도시를 어떻게 이해하고, 도시에 대해 권리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도시는 개발업자, 기업 또는 정부가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도시인은 삶의 터전인 도시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실천할 권리를 가진다. 도시사회에 자율, 소통, 공유, 차이, 연결, 생태 등의 가치를 실현해야 할 주체는 인공지능기술이 아니라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다. 최병두<대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