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영빈관 말고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마련하라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예산안과 관련하여 국회의 본격적인 심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영빈관 신축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대통령 자신이 황급히 해당 예산안을 거두어들이는 바람에 여론의 급속한 악화는 가까스로 막은 모양새지만, 사안의 최초 추진 또는 지시 주체가 누구냐를 두고 야당은 더욱 치열한 공세를 이어가는 중이다.이와 같은 사태의 전개가 보여주는 바는 명백하다. 어쩌다 보니 윤석열 정부의 대표 정책이 되어 버린 대통령실 용산 이전 프로젝트가 아직도 국민 대다수의 마음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다간 이 문제가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어 산적한 국정과제들이 겉돌다가 결국 어떤 것도 추진하지 못하는 곤경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취임 4개월이 지나도록 정부 구성조차 완료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내외의 위기 징후들이 이미 수두룩하게 돌출하고 있지 않은가.모두가 알고 있듯이, 대통령실 용산 이전 프로젝트는 윤석열 대통령의 자승자박이 낳은 결과물이다. 대통령 선거기간 누구도 요구하지 않았고 누구도 주장하지 않았던 이 프로젝트를 당선 이후 그 자신이 앞장서서 새로운 정부의 대표 정책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곤란한 상태를 풀어내는 것 역시 고스란히 대통령 자신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첫째, 대통령실 용산 이전 프로젝트의 입안 및 추진과정에서 국민적 공론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에 관하여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라도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 사실 국가원수의 집무실을 옮기는 문제는 심지어 전제 왕권 국가에서도 민심을 거슬러 추진하기 어려운 수준의 사안이다. 하물며 국민이 주권자인 민주공화국에서 이러한 문제를 국민적 공론화 없이 특정 대통령의 결심과 고집으로만 추진해서야 되겠는가.둘째, 이와 같은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가 국민 다수의 마음을 일부라도 돌이킬 수 있다면, 프로젝트의 수정 및 보완을 시도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안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 프로젝트를 한국 사회에서 이미 수차례의 국민적 공론화를 거쳐 실질적인 합의에 이른 세종시 완성 프로젝트와 연결하는 것이다. 이는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가 수도 서울의 대통령 집무 공간임을 명확히 하고, 내각과 주요 정부 부처가 있는 세종시에도 별도의 대통령 집무 공간과 숙소를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방안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 프로젝트를 세종시 건설 프로젝트라는 더 원대한 프로젝트의 부분으로 편입시키는 선택이나 다름없다. 그러면 윤석열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이 시작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구체화했으며,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거쳐 확립된 세종시 건설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집행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최근 정부의 관련 부처는 대통령 세종 집무실의 완성을 국회 세종 의사당이 문을 여는 2027년에 맞추기로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헌법상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내각 및 행정 각부와 상시 소통을 진행해야 하는 까닭에, 대통령의 세종 집무실은 국회 세종 의사당의 개원 시점과 상관없이 올해 말까지라도 신속하게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물론 앞으로 4년 반 동안 용산과 한남동, 세종을 끝없이 순환하는 것은 귀찮고 힘든 일일 수 있다. 지금껏 예상하지 못했던 의전 및 경호 문제도 무수히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당선자 시절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신의 결심과 고집으로 대통령실 용산 이전 프로젝트를 강행한 이상, 이는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가 마땅히 감내해야 할 몫이 아니겠는가.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