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나의 뮤즈와 멘토
우리는 위대한 예술가들과 더불어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를 떠올릴 때가 있다. 그들은 단순한 연인이 아닌 깊은 안목으로 예술가들을 돕는 조력자가 됐고, 남성 예술가들의 그늘에 가려 자신들의 재능은 숨긴 채 뮤즈라는 존재로만 남기도 했다.살바도르 달리의 뮤즈 아내 갈라(Gala)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광인 같은 예술가 달리의 구심점이 됐다. 오귀스트 로댕의 카미유 클로델, 구스타프 클림트의 에밀리 플뢰게, 파블로 피카소의 도라마르, 앤디 워홀의 에디 세즈윅, 프랜시스 베이컨의 동성애인까지 그들은 예술가들에게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아이디어를 주고 예술 그 자체의 원천이 되기도 했기에 예술가들만큼이나 의미 있는 존재들이다. 뮤즈는 남자 예술가들의 연인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0세기 여류 화가에게도 뮤즈가 있었다. 프리다 칼로에게 디에고가 있었듯이.그러나 '뮤즈'라는 단어는 어느 순간부터 현대 예술가들이 쉽게 사용하지 않는 단어가 됐다. 의미는 다르겠지만 현대 예술가들에게는 멘토가 있다.멘토는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겸비한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을 의미한다. 멘토는 예술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것을 넘어 코칭을 하거나 숨어있는 잠재력을 끌어내 주기도 하는 등 예술가들과 기꺼이 같이 걷는 존재다.예술 창작 활동을 하는 나에게도 이런 멘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아무도 없는 사막에 물 한 모금 없이 홀로 걷는 느낌이 들 때면 나 역시 불안했기 때문이다. 힘든 시기, 평론가들의 조언이 힘이 됐지만, 다른 젊은 예술가들처럼 멘토링을 통해 작품을 성장시킨 적은 없었기에 더 그랬다. 각 분야의 정상에 오른 이들에게 1명 이상의 멘토가 있었다는 어느 연구결과를 보면서 더 큰 불안감도 들었다. 하지만 울컥할 정도의 감동을 주는 작가라고 해서 멘토가 되는 것도 아니고, 몇몇 철학자의 이론을 언급하며 작품을 해석해 준다고 해 멘토가 되는 것 또한 아니라고 생각한다.예술가는 힘든 일을 스스로 극복하며 예술로 승화시키길 기대하지만, 헤쳐나가기 힘든 상황 속에서는 내 손을 잡아줄 누군가가 절실할 때가 있음을 나는 안다. 그 순간 비예술 분야의 사람이 내 멘토가 될 수도, 책 속의 철학자가 멘토가 될 수도 있다.나에게 있어 멘토는 부모님이었던 것 같다. 예술가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분들이지만 내가 아는 누구보다 지혜로운 삶을 살아오셨다. 예술가를 시각 철학자라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는 나에게 가장 훌륭한 철학자인 부모님이야말로 내 뮤즈이자 멘토다.박정현<설치미술작가>박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