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핵직구] 새만금과 부끄러운 한국 언론
롤러코스터 같았던 새만금 잼버리 대회가 끝나자 전문가들과 언론은 많은 책임론을 쏟아냈다. 여가부 등 현 정부와 여당, 전 민주당 정부와 야당, 전북도와 부안군 등 지방자치단체, 토건 카르텔 책임 등 분석도 다양했다. 이제 감사원이 전북도를 시작으로 본격 감사에 나섰으니 대회 파행에 대한 행정적인 문제점들은 곧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아직 짚지 못한 책임론 하나가 남아있다. 바로 언론(言論)의 책임이다.언론인 출신으로 언론을 비판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고, 스스로 삼가온 측면도 있다. 그러나 침묵만 하기에는 작금의 언론의 역할이 너무 중요하고, 때로는 치명적이기에 스스로 반성한다는 차원에서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과연 이번 새만금의 성공을 위해 주최국인 한국의 언론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말이다.언론의 책임과 관련해 '조선일보 독자 권익보호 위원회'는 지난 18일자 지면에서 중요한 언급을 했다. 독자 권익보호 위원회란 주로 외부인사들로 구성돼 해당 언론사 기사에 대해 사후 비판을 하는 기구이다."새만금 잼버리 문제가 터지기 전에 개막 소식을 다룬 기사에는 대원들이 활짝 웃는 사진과 함께 조직위가 밝힌 각종 프로그램 등 장밋빛 전망을 전했다. 이런 허황된 내용은 금방 들통났다. 다음날 기사에는 온열 질환자 대거 발생, 부실한 샤워장, 부족한 화장실 등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는데, 그전에 그런 경고나 우려 같은 게 한마디도 없었다. 현장을 취재했다면 화장실이나 폭염 등 문제점이 안 보였을까. 기자는 현장에 있으면서도 처음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썼다. 이후 사태가 심각해지자 뒤늦게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 행태를 보였다."외부 위원들의 지적은 정확하고 뼈아프다. 비단 이런 언론이 조선일보뿐이었을까. 그나마 사후에라도 반성하는 언론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만약 거대 중앙 언론들이 수개월 전부터 새만금의 문제점들을 파헤치는 기획 기사들을 내놓았더라면 필시 용산 대통령실이 미리 움직였을 것이고, 나라의 이미지가 실추되기 전 새만금의 파행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물론 전북 지역 언론들의 경고와 아우성은 있었다. 그러나 이런 지역 기사들은 네이버 포털(Portal)의 두꺼운 벽을 넘지 못해 전국적인 이슈가 되지 못했다. 네이버의 프런트면에 기사를 내보낼 수 있는 뉴스콘텐츠제휴사(CP)는 90%가 중앙 언론사이고, 지역 언론사 CP는 10%에도 못 미친다. 이 지역 CP의 기사조차 순수한 지역 뉴스는 소수에 불과하다. 국내 뉴스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포털의 이런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는 클릭 수에 중독된 삼류 뉴스만 넘칠 뿐 언론의 사회 감시 및 경고 기능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한국 언론이 또 하나 부끄러워해야 할 점은 새만금 파행의 주요 기사들을 외신(外信)들에 빼앗겼다는 점이다. '영국 스카우트 새만금 철수' 등 영국 BBC와 가디언이 연일 특종 기사를 쏟아냈으나, 국내 언론은 이를 번역해 포털에 올리거나 조직위의 변명만을 대변하는 뒷북 기사에 급급했다. 국내에서 벌어진 참상을 한국 언론이 아닌 외신들이 먼저 세계에 타전하는 처참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지속됐다.새만금 실패에 이어 한국 언론의 실패였다. 문제는 이런 부끄러움을 한국 언론이 자각하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참담할 뿐이다. 강효상 경인방송 대표강효상 경인방송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