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메일] 평범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
긴 설 연휴가 끝나고 한 해 중 가장 짧다는 2월을 시작한다. 평범한 시민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평범한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평범함이 뭐 대수냐"라고 할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문득 깨달을 때가 있다. '삶은 돌연한 사건과 우연한 만남의 연속으로 우리는 훗날 돌아볼 때에야 비로소 그 모든 일들이 특별했음을 깨닫는다' 카페 한 켠에서 지인을 기다리며 넘긴 책 속의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가치를 찾아주는 것이 바로 타인이라고 말한다.한국의 급속한 발달을 가져온 것은 고도성장을 기치로 무한경쟁시대를 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한 경쟁은 엘리트주의로 상징된다. 남들보다 더 잘하는, 더 잘 해내는 그 특별함에 사회는 찬사를 보내곤 한다. 사회는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고 지향한다고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평가되는 가치에서도 과연 함께 존중받고 있는 것일까. 분명 사회는 누구나 다 저마다의 역할이 있고 거기에 대해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결과가 아니라 과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평가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그러할까. 뭐든 결국 최고가 돼야 주목받고 칭찬받는 사회, 가장 특별해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일등이 누구인지 일등은 어떤 선택을 하는지, 일등에게는 어떤 것이 주어지는지, 일등의 그 특별함에 대한 소식이 이어진다. 그러나 정작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결과를 받고 어떤 선택을 하며 그들의 일상이 어떠한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만약 자신에게 타인보다 특별한, 우월한 무언가가 있다면, 남들보다 잘하는 무엇인가 있다면 망설일 것이 무엇인가. 바로 그 잘하는 바를 키우면 될 것이고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데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극히 평범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꾸리고 있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며 어떤 사회적 평가를 받는가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바로 그 평범하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평범함이 없다면 특별함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또 그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없다면, 평범한 그 노력이 없다면, 과연 이 세계가 공존하고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10여 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수업에 늦거나 성적이 낮거나 혹은 과제를 제출하지 않거나 결석하는 학생에게 조금 더 관심을 두려고 노력했다. 최고의 성적이 아닌 보통 성적을 받는 학생들도 다양한 활동 지원을 받고 사회의 관심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그것이 교수자에게 필요한 것이라 생각해서다. 실제로 그런 관심이 학생들을 변화시킨 경험도 다수 있었다. "평범한 저도 도전할 수 있을까요" " 펑범한 저도 해도 될까요" 대답은 언제든 "YES"다.지극히 평범함에서 때로는 예측하지 못한 특별함이 찾아온다. 평범한 사람들이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것이 정말 어렵고 소중한 것이다. 일부의 특별한 사람들이 모든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성과가 보태어져 전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이 가장 위대한 결과에 더해질 때 비로소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고 평범함의 가치가 모든 것을 대변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평범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평범함이 갑자기 특별한 것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 평범함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조금 더 특별해지는 것이다. 을사년 새해, 우리네 평범한 삶이 조금 더 응원받고 조금 더 나아지기를 희망한다.배정순 〈전〉경북대학교 초빙교수배정순 〈전〉경북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