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하늘이 도왔다…비가 산불 확산세 늦추고 눈이 재발화 위험 낮춰
최악의 산불을 꺾은 것은 이번에도 '하늘'이었다. 진화작업이 더딘 가운데 쏟아진 빗줄기가 화기(火氣)를 누그러뜨렸고, 이례적으로 3월에 흩날린 눈발이 재발화 위험을 낮췄다. 지난 27일 밤부터 다음 날 새벽 사이, 경북 지역에 1㎜ 남짓의 적은 양의 비가 내렸다. 특히 안동 지역은 짧지만 굵은 빗줄기가 20분간 이어지며, 마치 하늘이 직접 진화작업에 참여한 듯 산불 확산 속도를 크게 늦췄다. 산림당국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헬기를 집중 투입해 마침내 다음 날인 28일 오후 5시 산불 주불 진화 완료를 선언했다. 그리고 기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주불이 잡힌 직후 안도의 숨을 돌리던 주민들에게 뜻밖의 선물이 찾아왔다. 29일 오후, 3월 말 봄의 기운이 짙어가는 안동 하늘에서 이례적인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주불은 진화됐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연기가 발생하며 재발화의 우려가 있었던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날린 눈은 현장 곳곳에 남아 있던 잔불 위에 소리없이 내려앉으며 자연의 소방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 시기에 눈이 내린 것은 매우 드문 일인데, 잔불 정리 작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자연이 준 뜻밖의 선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불 진화가 완료됐다고 했지만 곳곳에 피어오르는 연기에 밤잠을 설치며 불안에 떤 안동시 남후면의 주민 박모씨는 이날 오후 하얗게 날리는 눈발을 보며 긴장했던 마음도 어느새 차분히 가라앉았다고 한다. 박 씨는 “산불이 다시 번질까 매일 불안했는데, 이렇게 눈이 내려 잔불까지 모두 꺼졌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이처럼 비가 대형 산불의 마지막을 해결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 2000년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해 삼척, 동해, 강릉, 경북 울진까지 확산된 동해안 산불이 마지막 날 내린 비로 꺼졌고, 2022년 울진에서 강원 삼척까지 퍼진 산불 역시 열흘째인 날 내린 비 덕분에 주불 진화가 선언된 바 있다. /손병현 기자 why@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