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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일본엔 치매 카페가 7900개나 있다고?
최근 개봉한 일본 감독 하야카와 치에의 영화 '플랜 75'는 75세 이상 노인의 죽음을 국가가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이 영화는 초고령사회를 먼저 맞은 일본에서의 가까운 미래를 그린 것이다. 한국에서도 머지않은 미래의 모습이기에 이 영화를 본 한국 관객들에게도 고령화 사회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감독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청년과 노인이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서로의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일본이 경험하고 있는 사회적 현상을 한국도 겪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일본은 한국의 미래'라는 표현이 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특히 고령화의 경우 한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약 30%에 달하고, 그중 75세가 넘는 초고령자는 절반 이상이다. 2025년에는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그 시점을 이보다 더 빠른 올해 하반기로 예상하기도 한다.일본은 우리보다 앞선 2000년 초부터 고령사회를 맞이했다. 그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름의 노하우도 축적하고, 대처법도 마련해 나갔다. 이 때문에 한국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할 때 주로 일본의 사례가 등장한다.은퇴 및 시니어 트렌드 전문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 자신이 일본이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시점부터 현장을 취재한 내용을 분석해 담았다. 저자는 일본의 초고령화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크게 두 가지로 본다. 먼저 중장년층과 젊은 층의 가치관이 어우러지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고령화 정책과 기술이 '고령 친화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함께, 천천히'라는 키워드가 있다. 이는 초고령사회를 겪는 과정을 힘겹고 고통스럽지만은 않게 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일본 지역 사회에는 치매 카페와 같은 모임이 생겨난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에는 전국에 7천900여 개의 치매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보통 공공시설이나 빈 가게를 활용했는데, 최근에는 스타벅스 등 새로운 분위기의 치매 카페를 만날 수 있다. AI택시와 같은 혁신적인 교통수단도 일본에선 등장했다. 아이신이라는 기업이 2018년 선보인 '초이소코 AI 택시'다. 이 사업은 지역 고령자들의 외출을 촉진해 이를 바탕으로 지역 의료 및 간병비를 줄이려는 공공재의 성격을 띤다. 동시에 기업인 아이신에는 새로운 미래의 수익사업이 됐다.책에선 고령자들의 요양을 위한 일본의 혁신적인 시도도 소개한다. 일본에선 치매 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한 '버스가 오지 않는 정류장'을 만들어 이들의 배회를 예방하기도 한다. 의료와 간병이 하나로 통합된 '의료·간병 복합체' '커뮤니티 케어'도 눈길을 끈다.저자는 이전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노인들을 위한 '시니어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일본 편의점은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확대한다. 또 '메디컬 피트니스'와 같은 건강과 피트니스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도 생겨났다.책에는 고령화가 단순히 인구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와 문화의 변화라는 것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적응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저자는 "책에서 소개한 사례는 우리에게 생소하거나 이질적인 것들도 있다"며 "하지만 이런 사례들이 출현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 숨어있는 생각과 고민을 추적해보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에선 일본의 사례를 바탕으로 고령화를 사회와 문화의 변화라는 것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적응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김웅철 지음/매일경제신문사/272쪽/1만8천원
2024.02.23
[정만진의 문학 향기] 졸업식 노래
1934년 2월23일 에드워드 엘가가 세상을 떠났다. 영국이 낳은 최초의 세계적 음악가로 평가받는 그의 타계 소식에 수많은 영국인들은 진심으로 눈물을 흘렸다. 엘가는 에드워드 7세 대관식 연주곡을 창작한 작곡가이다.시골 거주 무명 음악가가 그토록 대단한 이름을 얻게 된 것은 마흔 넘어 발표한 '수수께끼 변주곡' 덕분이었다. 가까운 벗들의 이미지를 한 곡 한 곡 묘사한 이 작품으로 그는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래서 2년 후 대관식에 쓰일 'Land of Hope and Glory'를 의뢰받는 광영을 맛본다.'Land of Hope and Glory'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번역된다. 엘가는 관현악곡집 제1번 곡에 'Pomp and Circumstance'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셰익스피어 희곡 '오셀로'의 제3막 제3장에 나오는 대사에서 따온 것이었다. 그렇게 보면 'Pomp and Circumstance'를 우리가 '위풍당당 행진곡'이라 부르는 데에는 상당한 의역이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위풍당당 행진곡'은 영국에서 제2의 국가로 우러름을 받는 위풍당당한 음악적 위상을 누리고 있다. 같은 영어권 국가 미국에서도 '위풍당당 행진곡'은 고등학교 졸업식 때 빠지지 않고 연주된다. 그만큼 애국심을 절묘하게 음악적으로 형상화해낸 곡인 까닭이다.'Land of Hope and Glory'가 영국 대관식에서 각광을 받은 3년 후, 1904년 2월23일 한일의정서가 체결되었다. 한일의정서는 "제3국의 침략이나 내란으로 말미암아 대한제국이 황실 안녕과 영토 보전상 위험에 처했을 때 대일본제국 정부는 신속히 군략상 필요한 곳을 수용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은 식민화 첨병 조약이었다.당시 외부 대신은 뒷날 을사오적으로 이름을 떨치게 되는 이지용이었다. 그는 정부 조직 가운데서도 세계 열강들의 동태를 늘 살펴야 하는 책임자였던 만큼 'Land of Hope and Glory'의 위풍당당한 곡조를 알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리사욕에 매달려 살아가는 속물들에게 지식과 실천은 별개의 덕목일 뿐이다.1946년 이래 윤석중 작사, 정순철 작곡 '졸업식 노래'가 애창되었다. 후배들이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선창하면, 당일 졸업생들이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화답했다. 마지막에는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라고 합창하며 눈물을 쏟았다. 이제는 그 노래도 사라졌다. 졸업 후 사회·경제적으로 비슷한 동기들끼리만 재회할 만큼 '공동체'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소설가>정만진 (소설가)
영남일보 신춘문예 등단 박지음 소설가, 28일 서울서 북토크
201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박지음 소설가가 '『관계의 온도』로 본 한국의 역사'를 주제로 오는 28일 오후 7~9시 서울 송파구 서울책보고에서 북토크를 개최한다.이날 박 작가는 앨버트 테일러의 집 '딜쿠샤'에서 찾은 3·1운동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관계의 온도'는 지난해 펴낸 박 작가의 두번째 소설집으로, '공간'을 키워드로 우리 사회를 관통한 역사적 사건들을 들여다 본 작품이다. 특히 3·1운동을 세계에 알린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가 머물던 종로구 행촌동의 '딜쿠샤'를 소설 배경으로 삼아 인물과 공간의 의미를 되짚었다.북토크 사회는 김미옥 서평가가 맡는다. 26일까지 선착순 50명에 한해 참가 신청을 받는다. 신청은 온오프믹스(www.onoffmix.com/event/293321)나 전화(02-6951-4977)로 하면 된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소설가 박지음. 영남일보 DB
2024.02.22
[금주의 베스트셀러] 1.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강용수)…
1.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강용수) 2. 꿰뚫는 한국사(홍장원 외) 3.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패트릭 브링리) 4. 세이노의 가르침(세이노) 5. 박근혜 회고록 1 어둠을 지나 미래로(박근혜) 6. 너를 위한 삼월(박서함) 7. 박근혜 회고록 2 어둠을 지나 미래로(박근혜) 8.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버지니아 사티어) 9. ETS 토익 정기시험 기출문제집 1000 Vol. 4 RC(ETS) 10. 이처럼 사소한 것들(클레어 키건)
2024.02.16
[신간] 롱빈의 시간…그들의 몸·기억 속에서 그 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
베트남 전쟁 민간인 학살의 참상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전쟁 속에서 난무하는 폭력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한 남자가 50년 동안 죄의식으로 새긴 고통의 기억을 생생하게 담았다. 현재 베트남전 참전 한국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관련 국가배상소송에서 1심은 승소했지만 한국 정부의 항소로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그 의미가 더 각별하게 다가온다.소설은 베트남어학과 대학원생인 '이나'가 시급이 꽤 높은 알바 자리를 소개받고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곳에서 이나는 휠체어를 탄 노인 '구자성'을 만나 구술 기록 계약을 맺는다. '죽기 전에 어떻게든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려 한다'는 구자성이 제시하는 계약 조건은 다소 황당하고 부담스럽다. 죽지 않는 한 중간에 그만둘 수 없고, 만일 그만두면 지불한 돈의 10배를 물어야 한다. 또 구술한 내용을 절대 외부에 발설하지 말고 동남아 여행에도 동행해야 한다.까다로운 조건이었지만 이나는 구술 작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구자성은 아무 이유 없이 종종 입을 닫기 일쑤여서 일은 좀체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나는 구자성이라는 결코 쉽게 만날 수 없는 캐릭터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싶기도 하다. 구자성은 한때 돈을 많이 번 이야기, 결혼 사흘 만에 파경을 맞은 이야기, 그 뒤로 여러 여자를 만났다는 이야기 등을 토막토막 들려준다. 그러던 중 3주가 지나도록 입을 떼지 못한다. 인내심이 바닥나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 이나가 그만두겠다고 통보하러 간 날, 구자성은 베트남 여행을 제안하며 추가 계약서를 내놓는다.그렇게 떠난 베트남 여행에서 이나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구자성이 베트남전 참전군인이었다는 것. 다낭에 와서도 좀체 입을 열지 않던 그가 열흘째 되던 날, 호출한 택시 기사에게 "롱빈을 아시오?"라고 묻는다. 50년 전 한국군이 잠시 주둔했던 곳이라는 말에 이나는 그제야 구자성이 왜 베트남에 오자고 했는지 알게 된다.소설은 이때부터 롱빈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민간인 학살'이라는 참혹한 진실과 마주한다. 구자성의 의식과 무의식 밑바닥에 똬리를 틀고 앉아 그를 평생 괴롭혀 온 죄의식과 고통의 뿌리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최소한의 도덕과 양심이 전쟁의 광기로 인해 어떻게 무너지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한 사람의 몸과 영혼을 어떻게 갉아먹는지를 선연하게 보여준다.저자 정의연은 작가의 말에서 "이번 작품을 쓰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꼼꼼하게 분석했다"고 한다. 특히 한국군 참전군인들을 만나 당시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뿐만 아니라 전쟁이 벌어진 마을에 직접 찾아가 여전히 깨지고 무너진 마음을 추스르며 생을 붙들고 있는 수많은 민간인 학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도 그 시간을 살고 있다. 그들의 몸 안에서는 전쟁이 무한 반복 재생되고 있다"고 밝힌다.정의연은 2004년 소설동인무크 '뒷북' 창간호에 '다락방과 나비' '풀벌레의 집'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그 여자를 보았네', 2009년 '그와 함께 산다는 것' 등을 발표했다. 2015년 작품집 '스캔'을 출간했으며, 2020년 '그 여자'가 제12회 현진건문학상 추천작에 선정됐다. 2022년 베트남전 참전군인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상처를 그린 단편 '그가 아직 살아있는 이유'를 발표했다.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정의연 작가의 '롱빈의 시간'은 베트남 전쟁 중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다룬 장편 소설이다. 폭력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한 남자가 50년 동안 죄의식을 떨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민낯을 전한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정의연 지음/ 나무와숲/288쪽/1만5천원
[새로 나왔어요]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
프란츠 카프카(1883~1924) 사후 100주년을 맞아 시 116편과 드로잉 60개를 수록한 카프카 드로잉 시전집이 출간됐다. 한국카프카학회 회장을 역임한 편영수 명예교수의 번역으로 소개되는 국내 최초 카프카 시전집이다. 1부는 고독, 2부는 불안, 불행, 슬픔, 고통, 공포, 3부는 덧없음, 4부는 저항, 5부는 자유와 행복의 모티브를 중심으로 묶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58_ㅋㅏㅍㅡㅋㅏㅅㅣㅎㅘㅈㅣㅂ_ㅈㅏㅋㅔㅅ15mm.i 프란츠 카프카 지음/편영수 옮김/민음사/1만5천원
[새로 나왔어요] 세일라 벤하비브
세일라 벤하비브는 외국인, 이주민, 난민, 망명자 등 이른바 '이방인' 문제에서 비롯하는 정치적·법적 쟁점에 주목해 온 정치철학자다. 이 책은 다문화 사회에 부합하는 문화 개념인 '비본질주의적 문화'부터 문화 간 대화의 토대가 될 '숙의 민주적 모델'과 '민주적 반추', 난민 문제와 직결되는 '보편적 환대권'과 '국경의 다공성' 등 벤하비브의 사상을 구성하는 10가지 키워드를 풀어낸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세일라 벤하비브 정채연 지음/커뮤니케이션북스/1만2천원
[새로 나왔어요] 미국사를 뒤흔든 5대 전염병
황열병, 천연두, 콜레라, 소아마비 등 미국 사회를 휩쓸었던 다섯 가지 전염병의 역사적·시대적 배경과 맥락을 살펴본 책. 이를 통해 5명의 대통령이 어떻게 전염병을 통제하고 대처했는지를 살펴봤다. 이 책은 특별한 역사와 소소한 일상의 시간이 만나는 지점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역사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시리즈 8번째 책이다.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김서형 지음/믹스커피/1만8천원
[새로 나왔어요] 중동 인사이트
중동 관련 이슈는 우리에게 먼 이야기가 아니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한국 기업은 중동에서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따온다. 또 대형 선박을 건조해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기도 한다. 중동은 국제 정세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곳이다. 책은 정치외교·경제산업·사회문화 분야에서 '현재의 중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소주제로 구성됐다.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이세형 지음/들녘/2만2천원
[책속의 길]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인간의 우매함을 빗댄 말이다.사람들은 잡초와 해충을 없애려고 죽음의 비술 살충제를 물에 희석하여 식물에 살포를 하게 된다. 식물에 7PPM의 살충제를 살포하면 건초더미를 먹은 소에게서 3PPM이 검출되며, 소의 젖으로 버터를 만들게 되면 65PPM이 검출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DDT는 지방을 만나면 증폭을 하게 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버터를 먹은 사람은 신장, 간, 고환에 축적이 되어 신경계, 백혈병, 암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한다. 문제는 몇 개월 또는 몇 년 후에야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그 원인을 추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경제가 발전하면서 자본주의에 의해 부를 축적하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이유로 살충제의 오남용을 일삼았다. 그로 인해 생물의 먹이사슬 균형을 깨트리고, 곤충의 죽음과 대지가 오염되었다.적어도 인간은 통제가 가능하다. 환경을 파괴하는 물질을 잘 다루기만 하면 문제는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느릅나무가 딱정벌레로 말라죽기 시작하자 대부분의 도시들이 DDT를 뿌리기 시작했는데 뉴욕 주만큼은 DDT를 뿌리기 전에 말라죽은 느릅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사용했다. 이 방법으로 열효율도 높이고 해충도 죽여 발병률을 0.2%까지 낮추었다고 한다. 이처럼 DDT 사용 대신 자연적 방재로 사람들이 원하는 목표를 충분히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착각에 자연을 훼손하고 통제하려 한다. 자연도 인간의 일부나 마찬가지다. 자연은 결코 인간이 만든 틀에 순응하지 않는다. 인간이 우월하다고 믿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실험이 화학물질의 실질적 사용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목표로 하는 곤충만 박멸할 수 있는 안전한 물질의 발견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향숙<새마을문고중앙회 대구시지부 이사·(사)산학연구원 기획실장>이향숙
[신간] 말과 정치문화, 연극의 싸움의 기술…"배우도 정치인도 진실의 언어 구사해야 시청자·유권자 선택 받아"
연극평론가 김건표 교수(대경대 연극영화과)가 한국 사회 정치문화 현상을 연극 구조를 통해 다룬 칼럼 50여 편을 엮은 칼럼집. 김 교수의 칼럼은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 위조 파문을 보면서 시작됐다. 그는 "학력 지상주의에 빠진 한국 사회의 구조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면서 정치문화 현상을 연극 구조로 분석한 칼럼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그는 연극과 정치 문화가 말(언어)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닮았다고 본다. 다른 점도 있다. 정치 언어는 대중적인 선동성이 강하지만, 연극의 언어는 이중적이면서도 진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칼럼 '대중의 진심과 정치인의 진실'에서 "진심이 없는 기술의 연기는 관객이 먼저 느낀다. 기술만 부리는 정치는 진실인 척하는 가면 쓴 정치의 기술"이라며 "배우도 정치인도 관객과 민심의 가슴을 얻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행동할 수 있는 진실의 언어를 구사하는 정치인과 배우 (연기자)만이 결승점에서는 유권자와 시청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이어 김 교수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국민적 지지를 받는 것을 한 비대위원장의 말투(언어 구사)에 있다고 진단한다. 한 비대위원장의 언어는 단문인데도 논리가 명확하고 투박하면서도 진심이 묻어있고, 나이에 상관없이 이해할 수 있는 말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연기든, 진실한 정치인의 내면이든 대중은 한 위원장의 말속에서 동일한 감정으로 느낄 만큼 진심이 묻어나기 때문에 공격적인 언어를 구사해도 정치투사의 이미지보다는 분열과 혐오 정치에 염증을 느낀 대중들한테 해결사의 이미지가 강해 지지가 견고한 것"이라고 주장한다.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쓴 칼럼 '윤석열 정부의 문화와 정치 사람이 중요한 시대'에선 "정치적 이벤트도 대중과 공감의 속도를 높이는 방법인데, 국가 정책의 격을 높일 수 있는 전문가가 부재하기 때문에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최미애기자김건표 지음/연극과인간/224쪽/1만5천원
[신간] 퀴팅(더 나은 인생을 위한 그만두기의 기술)…행복·충만한 삶 위한 '그만두기 전략'
영문학 박사학위를 준비하던 저자 줄리아 켈러(Julia Keller)는 오랜 고민 끝에 대학원 생활을 그만두고 탐사보도 전문기자 밑에서 인턴으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작은 마을의 신문사에서 일했고, 이직 끝에 시카고 트리뷴에서 기자로서 최고의 이력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저자는 기자 생활을 그만두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그의 첫 소설은 우수한 데뷔작에 시상하는 배리어워드(Barry Award)를 받고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퀴팅(Quitting)', 즉 그만두는 것이었다. 이 책은 끈기만을 인생의 정답으로 알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진정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채택해야 할 전략으로 퀴팅을 제안한다. 기자 출신인 저자는 특유의 취재력을 발휘, 전 세계 150명에 달하는 신경과학자, 진화생물학자, 심리학자 등의 전문가에게서 퀴팅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헤쳤고, 퀴팅으로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략적으로 퀴팅의 유용성을 이야기한다. 1부에서는 퀴팅이 얼마나 중요한 생존전략인지를 새와 벌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알려준다. 꿀벌은 침을 쏘면 내장이 빠져나가 죽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꿀벌은 포식자가 집단을 헤칠 가능성이 크고, 벌집에 알이 많다면 죽음을 각오하고 벌침을 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꿀벌은 벌집을 지키는 것을 그만둔다. 이처럼 동물은 어떤 일이 효과가 없으면 그 일을 하지 않고 멈춘다. 그들에게 불필요한 행동은 없고 적합한 행동만 있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노력의 대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계속 매달리는 사람에게 환호하고 응원한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그만두고 나면 괜히 마음 졸이며 고민하는 유일한 생명체가 인간이다. 이 책에서는 퀴팅이 단순히 마지막 선택지가 아닌 뇌가 보내는 구조신호에 대한 합당한 반응임을 알려준다. 이처럼 1부에서는 퀴팅이 그동안 우리가 생각해왔던 것과 다르게 생존에 효과적인 행동임을 생물학, 신경과학, 뇌과학, 사회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다. 2부에서는 새뮤얼 스마일스의 '자조론'을 비롯해 끈기를 설파하는 자기계발 산업의 논리를 파헤친다. 끈기만을 최상의 성공 조건이자 인간을 평가하는 항목으로 제한해 버리면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끈기에 대한 담론이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왜곡하는지 분석한다. 하지만 퀴팅은 노력이나 끈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을 감지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을 선택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인생에 또 다른 옵션을 추가하려면 다른 행동을 취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퀴팅의 기술'임을 이 책은 강조한다. 3부에서는 퀴팅이 단순히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내팽개치고 완전히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퀴팅은 망설이는 행위가 될 수 있고, 새로운 목표를 좇기 전에 심사숙고하는 기간일 수 있으며, 잠시 멈춰서서 방향을 전환하는 행동일 수 있다. 3부에서는 퀴팅을 망설이는 이유를 하나하나 되짚어 봄으로써 단순히 '그만둔다'는 결정을 넘어 퀴팅에 이르기까지 나만의 서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설명한다. 특히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만두기에 대한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만두기는 실패가 아닌 용기 있는 결정이자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누구나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지만, 두 손에 가득 들고 있는 것을 내려놔야 다른 것을 내 손에 쥘 수 있다. '퀴팅(Quitting)'은 이 모든 것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줄리아 켈러 지음/박지선 옮김/다산북스/348쪽/1만8천원
[정만진의 문학 향기] 윤동주와 낙타바늘
2017년 2월16일 네덜란드 작가 딕 부르너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날마다 파란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 하얀 토끼 '미피'의 아버지이다. 1955년에 첫 그림책이 나왔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선물한 곰 인형을 좋아하는 미피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1945년 2월16일 '서시'의 시인 윤동주가 세상을 떠났다. '서시' 외에 '별 헤는 밤' '자화상' 등도 사람의 마음에 물결을 일으키는 명시로 평가받는다. '쉽게 쓰여진 시'에는 "(부모님의)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중략)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라는 구절이 있다. '늙은 교수'? 늙은 교수라는 풍자적 표현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언행을 일삼는 교육자로부터 졸업장을 받아야 하는 청년 학도의 비애가 담겨 있다. 특히 윤동주의 시대는 일본제국주의와 그를 추종하는 반민족행위자들이 득세하는 때였으니 그 망극함은 더할 나위 없이 애통했으리라.미피와 그의 친구들은 "우리는 학교에서 재미있고 신기한 것을 배우죠. 여러분은 무엇을 배우나요?"라고 묻는다. 윤동주와 동문수학했다는 사실을 시시때때로 자랑하는 어떤 '늙은 교수'는 종종 특정 정치세력을 찬양하고 그 반대편을 공격하는 내용을 신문에 기고하거나 방송에서 발언해 세인의 주목을 끈다. 미피와 다른 뜻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학교 안팎에서 '재미있고 신기한' 여러 가지를 배우는 셈이다. 만주 룽징 명동촌 '윤동주 생가' 외벽에 "청소 당번 문익환, 지각생 윤동주, 떠드는 학생 송몽규"라 적힌 작은 칠판이 걸려 있다. 그 칠판에는 세 사람이 함께 '조선족 최초의 명동 소학교'를 다녔다는 사실도 기록되어 있다. 독립지사 송몽규는 1945년 3월7일 옥사했다. 윤동주 시인보다 불과 19일 뒤의 순국이었다. 그 칠판에 '늙은 교수'는 왜 못 올랐나를 두고 억측을 해서는 안 된다. 그는 윤동주의 명동소학교 동기동창이 아니라 숭실중 같은 반 급우이다. 윤동주는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했다. 자신이 얻은 열매가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쉽게 챙겨진 것이다 싶으면 종교의 가르침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성경은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고 했다. 이슬람교는 수입의 일정 부분을 가난한 사람에게 내놓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교리는 '한국에서 이슬람교도가 증가하기는 어렵겠다' 싶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소설가>정만진 (소설가)
[정만진의 문학 향기] 정치가와 정치꾼
1881년 2월9일 도스토옙스키가 세상을 떠났다. 1866년에 발표된 '죄와 벌'의 라스콜니코프는 "선택된 강자는 인류에 도움이 된다 싶을 때면 사회의 도덕률을 무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져 있는 '선민(選民)' 대학생이다. 라스콜니코프와 비슷한 가치관에 사로잡힌 인물이 김동인의 1930년대 단편소설 '광염 소나타'와 '광화사'에 나온다. 작곡가 백성수와 화가 솔거는 뛰어난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살인 · 방화 등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고 여기는 인간형이다. 누군가는 이들을 탐미주의자로 미화하기도 한다. 더욱 문제는, 김동인 본인이 그런 탐미주의적 가치관의 소유자였다는 점이다. 그리스도교적 인식으로 서구 사회의 혁명사상을 비판하면서, 폐쇄적 시대 분위기 속에서도 인간성 회복의 길을 찾아야 마땅하다는 휴머니즘 사상을 위대한 문학으로 형상화한 도스토옙스키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뜻이다.라스콜니코프는 살인을 감행한 후 스스로 예상한 바 없는, 즉 인간 본성의 죄의식에 사로잡혀 번민하다가 '거룩한 창부' 소냐에게 죄를 고백하고 시베리아 유형을 떠난다. 그에 비해 김동인은 자신의 분신인 작중인물 K를 통해 살인범이자 방화범인 백성수를 끝까지 옹호한다.정치판에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1950년 2월9일 매카시 상원의원이 "국무부 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고 발언하면서 미국은 아무나 공산주의자로 몰아 처벌하는 광풍에 휩싸였다. 하지만 매카시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 뒤에도 누가 공산주의자인지 말하지 않았다.1990년 2월9일 우리나라 정치판에도 이른바 '삼당합당'이라 불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들은 "온건 중도 민족 · 민주세력의 통합을 향한 새로운 국민정당을 창당한다!"라고 선언했다. 다른 정당 구성원과 지지자들을 '과격' 좌파로 규정한 매카시즘적 공격이었다.1589년 기축옥사 때 선비 1천여 명이 죽임을 당했다. 권력 다툼을 왕권 강화의 기회로 이용한 선조는 사건 처리 책임자에 정철을 임명했다. 정철은 '사미인곡' '속미인곡' 같은 미사여구 가사와 '훈민가'로 대변되는 교훈 시조를 쓴 문인이다. 하지만 그는 정치꾼에 불과했던지 도스토옙스키처럼 깊은 철학을 언행일치로 보여주지는 못했다. 네루는 "정치가는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한국사회에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흘리게 만드는 정치꾼이 더 많은 듯하다. 뿐만 아니라 정치꾼과 문학가를 겸직하는 자들도 한둘이 아니니 이를 어쩔 것인가! <소설가>정만진 작가
2024.02.09
[어린이&청소년 BOOK] 미래에서 내 짝꿍이 왔다…작은 실천으로 기후위기 극복
예전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고 있지만 사용하는 물건을 바꾸는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소중함'이라는 가치는 물건이 새것인지 헌것인지, 신형인지 구형인지와는 관계없다. 이 책은 물건의 소중함에 대한 교훈과 함께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것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우리에게 달렸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동화다. 주인공 우찬이의 최대 고민은 휴대폰이다. 아빠가 쓰던 휴대폰을 물려받아 쓰고 있는데, 친구들에게 구형이라고 놀림 받으면서 럭셔리 휴대폰을 사 달라고 부모에게 조르고 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구형 휴대폰을 쓰레기통에 버려버리고 만다. 그러는 사이 신비한 교환학생 마레를 만나 마레의 조상을 찾는 모험에 함께하면서 우리의 작은 행동들이 미래의 지구를 좌우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미래_표지 김보경 글/김정진/그림/꿈터/116쪽/1만2천원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료개혁특위 "의료개혁 시기상 미룰 수 없는 과업…소통 통해 의견 좁힐 것"
경북대,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155명' 조정에 대구경북 타 대학 결정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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