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인요한과 제왕절개(帝王切開)...그들은 누구인가
박재일 칼럼/ 인요한과 제왕절개(帝王切開)...그들은 누구인가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혁신위원장으로 이중 국적 미국계 의사인 인요한(John Alderman Linton·63)을 영입했다. 외국계가 정당의 핵심 직책에 오른 건 전례없는 일이다. 그의 가문은 불가사의하다. 4대에 걸쳐 한국에서 의료, 선교, 사회봉사 활동을 펼쳐왔다. 인 위원장은 아예 한국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고, 미국 유학을 거쳐 현재 연세대 부속병원 세브란스의 국제진료센터장을 맡고 있다. 작금의 대한민국에 산재한 숱한 학교와 병원들은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 시절, 인 위원장 가문처럼 미국 등지의 해외 선교사들과 사회사업가의 손을 거쳐 시작됐다. 오래전 기자협회 주관으로 필자는 미국연수를 다녀왔다. 오하이오주(州) 클리블랜드 주립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수학했다. 클리블랜드는 미국3대 의료도시로 손꼽힌다. 심장병 수술로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곳에서 난 우연히 연세대의 '세브란스'가 클리블랜드 출신인 걸 알았다. 새삼 놀랐다. 석유재벌로 대부호였던 세브란스(Louis Henry Severance·1838~1913년)는 수만리 조선땅에서 온 의사 선교사(Oliver R. Avison)의 호소에 1만5달러, 3만달러를 연이어 쾌척하고 병원을 짓게 했다. 당시 1만달러는 지금 1천억 가치가 있다고 한다. 123년전이다. 연세대는 연희전문학교와 세브란스에서 따왔다. 몇 년전 연세대 교정을 잠시 둘러본 적이 있다. 이한열 열사의 상징물 근처, 광혜원(廣惠院)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최초(1885년)의 서양식 병원이다. 제중원(濟衆院)으로 바뀌고 이게 오늘날 세브란스와 서울대병원의 뿌리가 된다. 전시실에 걸린 이것 저것을 살펴보다 지도 같은 100여년전 조감도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날 연세대 캠퍼스 꼭 그대로 였다. 푸른눈의 그들은 100년을 내다보고 대학 교정을 그렸다. 탄성이 나왔다. 대구에도 세브란스 같은 병원이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이다. 예전에 대구경북연구원 의뢰로 '우드브릿지 존슨(Woodbridge O. Johnson)'이란 선교사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도 의사였다. 1897년 대구에 왔다. 그가 대구에 개설한 제중원이 동산병원의 모태이고, 그가 사택에 심은 사과나무로 대구는 사과의 도시가 됐다. 존슨이 활동할 당시, 서양 의술은 의심의 대상이었다. 칼로 사람을 잡는다는 식이었다. 맹장염에 걸리면 원인도 모르고 대충 죽는 시절이었다. 그가 메스로 맹장수술을 했다. 사람들이 놀란 것은 당연하다. 재미있는 것은 제왕절개(帝王切開) 수술이다. 로마의 시저(카이사르) 황제가 이 수술로 태어났다고도 하는데, 그냥 두면 죽을 수 있는 산모의 배를 갈라 아기를 꺼내는 방식이다. 조선땅 최초의 제왕절개 수술은 존슨이 했다는 설(說)도 있다. 서양의 의술과 과학, 기부문화는 일종의 혁신이었다. 인요한의 정치권 등장은 생경하지만 그래서 한편 흥미롭다. 물론 걱정도 있다. 권력을 다뤄야 하는 정치는 참으로 민감하다. 제왕절개 하듯 화끈하게 도려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혁신(革新)은 말그대로 가죽을 도려내는 작업이다. 어느 누가 그 고통을 감당하겠느냐란 딜레마가 정치에는 존재한다. 일전에 영남일보에서 인요한이 강의를 했다.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 이 나라의 성장 괘도에 나름 통찰력을 보였다. 인요한이 가문의 피를 이어 받아 대한민국 정치 혁신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난 최소한 한 발작 이상은 가리라 확신한다. 정계 발디딘 미국계 인요한 4대째 한국, 불가사의 가문 대부호 '세브란스'의 기부 동산병원 서양의술, 존슨 혁신의 그들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