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네덜란드 반도체 협력 명문화…尹대통령 국빈방문서 '반도체 외교전'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을 명문화하는 등 양국의 경제협력 강화에 나섰다. 특히 윤 대통령은 13일(이후 현지시간) 마르크 뤼터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도 발표할 예정이다.윤 대통령은 12일 네덜란드의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본사를 찾아 기업인 간담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네덜란드 기업의 반도체 협력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양국 정부 간 직접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해 반도체 혁신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노력에 기여해주시길 바란다"고 ASML 측에 당부했다.윤 대통령은 또 "ASML과 삼성·SK하이닉스 간 투자 협력에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내년 2월에 ASML 주도로 한·네덜란드 대학원생 엔지니어가 함께 참여하는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가 개설되는데, 양국이 함께 인재를 키워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국 정부와 기업은 이 자리에서 3건의 협력 MOU를 체결했으며, 삼성전자와 ASML은 내년부터 1조원 규모 공동 투자를 통해 국내에 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이날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우리 기업 인사와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벤자민 로 ASM 최고경영자(CEO) 등 네덜란드 측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기업인들은 약 30분간 이어진 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의 미래와 한국과의 협력을 주제로 전략 대화를 이어갔다. 이후 윤 대통령은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클린룸'을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극자외선(EUV) 장비 공정도 참관했다.이같은 반도체 협력 강화는 13일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네덜란드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네덜란드 양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평시 각별한 협력을 도모하기로 했다"며 "위기 발생 시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 극복 시나리오를 함께 집행하고 이행해나가는 동맹관계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공동성명에 반도체 동맹을 포함함으로써 국가 간 안보 협력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협력 강화의 목표와 의미, 방법 등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또한 반도체 동맹 구축에 따라 양국은 이를 실천하기 위한 경제·안보·산업 분야 양자 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양국은 외교 당국 간 연례 경제 안보 대화를 신설한다. 양국 산업 당국은 또 반도체 정책을 조율하기 위한 반도체 대화를 설치하고, 핵심 품목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한 공급망 협의체 구성도 추진한다.한편 이날 윤 대통령은 국빈 일정을 소화했다. 먼저 윤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공식 환영식 후 네덜란드 왕실이 주재한 리셉션에서 왕실 공식 수행원들을 만났다. 이어진 단독 친교 오찬에서 윤 대통령 부부는 우리나라의 전통 식기인 방짜 유기와 'K-뷰티'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한국 화장품을 선물했다. 마지막으로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는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 등 축구를 고리로 한 한국과 네덜란드의 인연도 소개됐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협력 협약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윤 대통령,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 연합뉴스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막시마 왕비와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