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건의 날에 성찰해야 할 회색빛 건강미래
'세계 보건의 날'(4월7일)을 맞아 우리의 건강, 지역의 건강을 돌아보게 된다. 코로나19 대유행을 지나면서 인간의 초개발·초성장·초이동 등의 부작용에 의한 지구 응전의 몸부림이 가혹함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신종 감염병에 의한 불확실성에 대응하느라 기세를 키우며 자신만만하던 인간세는 3년 만에 녹다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인간세에 의한 지구의 몸살에 과연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불안감이 커져 가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 기후변화와 건강에 대한 정책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다르게 눈을 돌려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너무나 많은 세계 최악의 건강지표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감고 있는 듯하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 저출생, 고령화 속도, 노인빈곤율, 건강인식, 50대의 고립감, 삶의 질, 미래불안 수준 모두 최악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 불평등은 개선되지 않고 있고 지방소멸로 가는 열차는 가속이 더 붙어 필수 의료서비스의 공정한 제공은 언감생심이 돼 가고 있다. 또한 건강검진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건강증진을 위한 예산은 건강보험·실손보험 등의 치료서비스를 위한 예산의 1%에도 미치지 못해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환자만 건져내는 형국이다. 건강증진·질병예방과 같은 '중상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조차 없는 상황인 것이다. 코로나19의 유행에 덮여 몇 년간 잊고 살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보호와 삶과 죽음, 그리고 건강증진의 지표가 이토록 허접해 이미 불건강사회, 불안사회, 위험사회의 한복판에 서 있음에도 국가나 지역의 건강정책은 미진하기 짝이 없다. 위정자들이 건강정책의 의미를 동네에 큰 병원 몇 개만 있으면 별문제 없다고 생각한다면 건강의 의미를 모르는 것이고, 알고도 우선순위에서 밀어낸다면 정책의 윤리성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추계할 때마다 그 규모에 놀라는 만성질환이 급증하고 있으며 어르신의 복합질환으로 투약도 어려운 지경이지만, 이런 어려움을 상담하고 지원해 줄 인력이 없거니와 건강정책은 답보 상태에 있다. 또한 지체할 수 없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도 입법안의 마련과 논의가 더딘 상태이고 이름은 '통합'인데 통합은 요원하다. 전문적으로 협력이 되지 않는 것이 한국의 전문가라는 자조 섞인 말이 있듯이 우리의 전문가들은 각자 자기 밥상만을 따로 차려 끼니를 해결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중앙과 지방정부는 건강정책·사업조직을 강화하기보다는 별문제 없다고 판단해 축소하고자 하는 기조를 유지하는 경향도 있다. 건강은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건강친화적인 환경과 지역보건의료체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코로나19 터널을 빠져나가면서 맞이하는 보건의 날에 최악의 생명·건강 지표를 향상시키기 위한 도전적인 지역건강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를 기대한다.이경수 〈영남대 의과대학 교수·대한보건협회 대구경북지부장〉이경수 〈영남대 의과대학 교수·대한보건협회 대구경북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