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오늘 잠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잠은 우리에게 가장 필수적인 활동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면 부족은 아주 심각한 상태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낮에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청소년기 학생들에게 필요한 최소 수면시간은 8.25시간이라 합니다. 그런데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2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평일 수면시간은 7.2시간이고 고등학생들은 5.8시간이라 합니다. 심지어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되면 하루 평균 4.86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한다고 합니다. 2020년 미국 하버드대 신경생물학과 Dragana Rogulja 교수 연구진이 'Cell'지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면 부족은 모든 종류의 신체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합니다. 초파리를 이용한 연구에 따르면, 수면이 부족한 초파리들이 다른 신체 질병과 연관되어 죽기 시작하는 변곡점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인간 또한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수면과 생존 간의 연관성 연구에서 발견한 아주 중요한 결과는 절대적인 수면의 양이란 점입니다. 즉 절대적인 수면 시간이 보장되지 않으면 결국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카페인 등과 같은 각성제를 이용해 졸음을 이기는 방법은 장기적으로 건강에 절대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또 연구진은 잠이 부족한 초파리의 장기들에 있는 세포들의 손상 정도를 관찰하였는데, 그 결과 장내 물질의 산화 정도가 초파리의 생존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이 수면 부족인 초파리들에게 항산화제를 주거나 장에서 항산화제를 생성하는 유전자를 작동시키니, 초파리들이 잠을 거의 자지 않거나 전혀 자지 않아도 멀쩡히 생존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즉 수면에 있어 장이 뇌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죠. 아직 수면 부족으로 인한 신체 질병들이 산화로 인한 내장 손상의 결과인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겠으나, 만약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장내 항산화제를 복용하여 수면 부족으로 인한 생명 위협을 낮출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속해서 같은 연구진은 초파리를 이용해 잠을 잘 자게 하는 물질을 찾는 연구도 진행하여 그 결과 CCHamide-1(CCHa1)이란 뉴로펩타이드가 이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2023년 3월 Cell지에 발표하였습니다. CCHa1은 신경계와 장에 모두 존재하는 뉴로펩타이드로, 연구진은 장에서 CCHa1을 고갈시키면 초파리가 더 쉽게 깨어남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런데 장에서 CCHa1을 생성하는 세포는 장에 존재하는 세포로 신경세포와도 연결되어 소통을 합니다. CCHa1 분비 세포는 장에 있는 물질들의 맛을 구별하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이 세포가 장내 단백질을 감지하여 그 농도가 높으면 더 많은 CCHa1을 만들어 뇌에 신호를 보내 깊은 잠에 빠지게 한다고 합니다. 배가 고프면 잠이 안 오고 말똥말똥해지는데, 이는 장내 단백질 농도가 낮아 CCHa1을 덜 만드니 잠이 안 오나 봅니다. 그럼 반대로 저녁에 삼겹살을 푸짐하게 먹으면 잠을 잘 잘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그간 향기박사는 학부모님들에게 수면 전도사라 소개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간 잠이 하루 동안의 일을 뇌에서 정리하는 시간이라 생각했던 향기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깨달은 바가 많습니다. 잠은 단순히 뇌의 작용만이 아니라 장을 비롯한 다른 신체장기들과도 긴밀하게 연계된 복합적인 행동이란 점과 식이요법의 선택이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주목하게 됩니다. 앞으론 우리 학생들이 충분히 잠을 자야 하겠지만 시험 준비 등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충분히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라면, 부모님들이 식단에 관심을 갖고 좋은 단백질을 보충해줘 자녀들의 수면 부족이 건강을 심하게 손상하게 하는 것만은 막아달라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가르치십니다. 오늘 저녁은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여러분 자녀들과 단백질 풍부한 저녁을 함께하며 "오늘 잠을 내일로 미루자 말자"고 따뜻한 격려말씀을 건네시면 어떨까요.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