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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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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재미 더하는 K웹툰 올해도 '레벨업'
한국 웹툰이 새로운 한류 장르로 눈부신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전통적인 콘텐츠 산업 내에서의 확장을 넘어 기술과 융합된 웹툰으로 거듭나며 전 세계 만화 앱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신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지형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한국 웹툰만이 지닌 이야기 경쟁력과 높아진 IP 가치 등이 주효하게 작용한 덕이다. 웹툰과 다른 콘텐츠들의 연계, 다른 산업계와의 조우가 지난해 키워드였다면, 플랫폼 자체를 수출하고 보기 드문 새로운 콘텐츠 모델을 제시한 올해는 글로벌 생태계를 선도하는 '기술과 융합'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韓 웹툰 플랫폼 76개국서 수익률 1위픽코마 결제액은 모든 앱 중 6위 기록한류 新장르로 떠오르며 쾌속성장 속무빙툰 이어 음향·배경음악·더빙 삽입증강현실 접목 등 기술융합 확장 활발"영화·게임·메타버스 연계 염두에 둔블록버스터급 기획 웹툰 등장도 기대"◆대세 플랫폼으로 성장한 웹툰한국 웹툰의 가장 큰 경쟁력은 창의적인 소재와 차별화된 전개 방식에 있다.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액션과 로맨스, 판타지 같은 익숙한 장르는 물론이고 환생과 같은 동양적인 소재, 레벨업과 같은 게임적 소재 등이 해외 독자나 콘텐츠 소비자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웹 콘텐츠의 속성상 현재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트렌드와 욕구를 잘 포착해 빠르게 이야기에 적용하는 방식 역시 다른 여타 장르에 비해 트렌디하다.이는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시장 조사업체 'data.ai(구 앱애니)'가 조사한 구글 플레이 만화부문 앱 순위를 보면, 국내 웹툰 플랫폼이 97개국 중 76개국에서 수익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국내의 웹툰 산업 시장 규모는 2013년 1천500억원에서 2019년 1조원으로 6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한국 웹툰의 해외 진출 성과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곳이 만화의 본고장 일본이다. 일본 현지 법인 카카오 재팬을 통해 2016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웹툰 플랫폼 '픽코마(Piccoma)'는 2021년에 앱 다운로드 수 3천만건을 넘겼으며, 누적 거래액은 10억달러(약 1조1천800억원)에 달한다. 주목할 건 이 거래액들이 일본에서 창출된 것임에도 픽코마는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 앱을 통틀어 6번째로 많은 이용자 결제액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결제액 1위가 틱톡, 2위가 유튜브와 같은 전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콘텐츠 앱들이며, 6위인 픽코마 바로 아래에 글로벌 OTT 플랫폼인 HBO맥스나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 등이 위치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웹툰에서도 글로벌 수준의 인지도와 인기를 형성한 킬러 콘텐츠는 존재한다. 2018년 연재를 시작한 '나 혼자만 레벨업'은 일본에서만 1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했으며 전 세계에서 3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한국 웹툰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요인 중 글로벌 OTT에 유통되는 콘텐츠 중 세계적으로 흥행한 한국 작품의 원작이 웹툰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킹덤' '스위트홈'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이태원 클라쓰' 등 넷플릭스에서 성공한 국내 콘텐츠 중 상당수가 웹툰 IP를 활용한 작품들이다. '무빙'과 'Dr. 브레인' 역시 각각 디즈니+와 애플TV+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되는 등 글로벌 OTT들의 콘텐츠 수급 전쟁에서 한국 웹툰이라는 소스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나로만 즐기는 콘텐츠는 없다웹툰은 사실 기술과 만화 간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인터넷 및 모바일 기술을 적용하여 디지털 기기에 최적화된 만화 방식을 개발했고, 현재도 다양한 신기술 적용을 시도하는 중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 웹툰이나 카카오 웹툰에서는 음향이나 배경음악이 담긴 웹툰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성우 더빙을 비롯해서 인물의 대사를 모바일 메신저처럼 나열하는 서비스 등을 선보인 바 있다. 이는 모바일이 MZ 세대를 중심으로 콘텐츠 소비의 주된 통로가 되고, 짧은 길이의 콘텐츠를 선호하는 디지털 콘텐츠 소비행태에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증강현실(AR) 기술 역시 시도가 활발하다. 2016년 연재된 단편 시리즈 '폰령'에서는 등장인물이 한 명씩 목격하는 귀신 캐릭터가 AR을 통해 독자 바로 앞에 나타나는 효과를 연출했다. 또한 2017년 연재된 하일권 작가의 '마주쳤다'에서는 독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찍으면 AI 기반으로 독자를 닮은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방법이 활용되기도 했다. 카카오웹툰은 지난해 8월 오픈과 함께 '평면 디스플레이 시대 가장 진보한 플랫폼'을 선언했다. 다양한 디바이스의 변화에 맞춰 웹툰의 변화를 꾀하겠다는 의도인데,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무빙툰이나 컷툰 등의 형식은 물론 한때 네이버웹툰이 시도했던 스마트툰, 그리고 2017년 연말 내놓은 '마주쳤다' 등 AR 기술을 활용한 시도들이 이뤄졌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2021년 영화 '승리호'의 성장이 보여준 세계관 공유의 가능성 역시 주목되는 지점이다. 홍작가가 그러낸 '승리호' 웹툰과 넷플릭스가 판권을 구매해 선보인 영화 '승리호'가 서로 연계되며 시너지를 보여준 만큼, 기획단계부터 웹소설, 웹툰, 영화, 드라마는 물론 게임, 메타버스를 염두에 두고 세계관을 짜는 블록버스터급 기획물의 등장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네이버 웹툰 '마주쳤다'의 광고 이미지. 독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찍으면 독자를 닮은 주인공이 등장한다.
[연예가] '안나' 시리즈 출연 수지 "이 캐릭터 만난 건 행운"
배우 수지〈사진〉가 색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돌아온다.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 유미의 이야기를 그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를 통해서다. 이 작품은 영화 '건축학개론' '백두산', 드라마 '배가본드' '스타트업' 등을 통해 흥행배우로 거듭난 수지의 다양한 매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유미 역의 수지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하고 당당한 모습부터 삶에 지친 모습까지 극 중 캐릭터의 상반된 면모를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다. 수지는 "유미의 폭넓은 감정선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여러모로 힘든 순간들이 많았지만 배우로서 이런 캐릭터와 작품을 만난 건 커다란 행운이었다"며 "매 순간이 도전이었던 만큼 나 스스로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름에 공개된다.
[연예가] 김수미×신현준×정준호 '귀신경찰'의 코믹 트리오
김수미·신현준·정준호〈사진〉가 영화 '귀신경찰'로 의기투합한다. 5월 크랭크인하는 '귀신경찰'은 우연히 어설픈 초능력을 얻게 된 사람들의 좌충우돌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 '가문의 영광' 시리즈 이후 11년 만에 재회한 김수미와 신현준은 다시 한번 찰떡 호흡의 진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스크린을 통해 첫 호흡을 맞추게 된 연예계 절친이자 앙숙(?)인 정준호와 신현준은 지금껏 본 적 없는 톰과 제리급 케미를 예고한다. 넘사벽 매력으로 각자의 입지를 탄탄히 다져온 세 배우인 만큼 어떤 호흡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영화 '비천무' '무영검' '마지막 선물',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의 연출을 맡은 김영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개봉작] 약속의 네버랜드
감독:히라카와 유이치로 출연:하마베 미나미·죠 카이리 장르:판타지 등급:12세 이상 관람가줄거리:외부와 완벽히 단절된 그레이스 필드 하우스 고아원. 평화롭고 완벽해 보이는 이곳에는 끔찍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 비밀을 알게 된 엠마, 노먼, 레이는 고아원의 총책임자인 마마의 눈을 피해 함께 탈출하기로 한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개봉작] 불도저에 탄 소녀
감독:박이웅 출연:김혜윤·박혁권·오만석 장르:드라마 등급:15세 이상 관람가줄거리:갑작스러운 아빠의 교통사고를 접한 스무 살 혜영. 피해자는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급기야 유일한 삶의 터전인 중국집까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게 된다. 혜영은 이 모든 일에 의문을 품고 홀로 사건을 되짚어 가는데….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개봉작] 앰뷸런스
감독:마이클 베이 출연:제이크 질렌할·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장르:액션 등급:15세 이상 관람가줄거리:인생 역전을 위해 완벽한 범죄를 설계한 형 대니와 아내의 수술비를 마련해야만 하는 동생 윌. 함께 자랐지만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형제는 각기 다른 목적을 위해 인생을 바꿀 위험한 계획에 뛰어든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개봉작] 수퍼 소닉 2
감독:제프 파울러 출연:제임스 마스던·짐 캐리 장르:액션 등급:전체 관람가줄거리:도시의 악당들을 물리치며 바쁘게 지구를 지키고 있는 히어로 소닉. 버섯 행성으로 쫓겨나 소닉에게 복수를 계획하던 천재 악당 로보트닉은 엄청난 힘을 지닌 신비의 에메랄드를 차지해 세상을 지배할 야망을 꿈꾸며 지구로 돌아온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금주의 영화] 천국에서 무덤까지…일자리를 잃고 궁지에 몰린 연인의 처절한 생존기
젠산(데이빗 다스트말치안)과 루비(카렌 길런)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삶에 나름 순응하며 살아가는 청춘들이다. 청소 일을 마친 루비는 젠산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에 있는 휴지통을 뒤져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고, 피자가게에서 일하는 젠산은 그녀를 위해 초코바와 즉석복권을 구입한다. 매일 반복되는 그들의 소소한 일상이다. 그런 두 사람이 어느 날 차례로 해고를 당한다. 위기감을 느낀 젠산은 한탕을 바라고 마지막 월급을 불법 투계장 도박에 모두 건다. 하지만 때마침 들이닥친 경찰의 급습으로 도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충동적인 범죄를 저지른다. 젠산은 고향 캔자스로 함께 도망치기 위해 루비를 불러낸다. 그런데 약속 장소에 나타난 그녀의 손에는 박스에 담긴 앞집 갓난아기가 들려 있다. 루비는 아기를 유괴한 게 아니라 혼자 울고 있어서 데려왔다고 말한다. 아기를 다시 돌려주려는 젠산과 그럴 수 없다는 루비의 말다툼이 이어진 끝에 일단 아기와 함께 도주하기로 한다. 영화 '천국에서 무덤까지'는 잘못된 선택으로 궁지에 몰린 두 사람의 일탈과 사랑을 숨죽이며 따라간다. 아이를 좋아했던 루비는 그 이유만으로 늘 의심과 경계의 대상이었고, 젠산은 회사의 구조 조정으로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됐다. 굳이 두 사람의 전사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그간 많은 질시와 편견을 받으며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있었음을 짐작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극적 봉합을 거부한 채 차가운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그들의 처절한 생존기에 초점을 맞췄다. 범죄 장르물에 가까운 색채를 띠며 반사회적인 양상으로 선회한 것이다. 카메라는 이성적 판단에 저항하며 유사가족을 만들려는 두 사람을 불안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본다. 합의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려했던 젠산의 의지가 시간이 경과 되면서 많이 퇴색됐기 때문이다. 루비의 비뚤어진 모성애를 경계했던 그는 유사가족의 유대감을 통해 삶의 비루함을 벗어나고 싶은 바람을 드러낸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많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이는 강박으로 작용해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시각각 그들을 엄습한다. 현실로부터 벗어나려는 그들의 소망은 사실 이룰 수 없는 판타지에 가깝다. 영화는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그들 여정의 끝을 지켜보게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천착한 건 장르적 화려함이나 기교보다는 현실적 상황에 맞춘 인간 본성이다. 물론 그마저도 상상할 수 없었던 마지막 반전으로 커다란 충격을 선사한다. 독특한 매력으로 다수의 마블 영화에 각각 출연했던 데이빗 다스트말치안과 카런 길런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장르:범죄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금주의 영화] 루이스 웨인: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천재 고양이 화가 이면에 가린 가장의 무게와 슬픔
동물 그림에 유독 애착을 보인 천재 화가 루이스 웨인(베네딕트 컴버배치)은 괴짜 취미를 가진 발명가이기도 하다. 전기가 삶의 가장 심오한 비밀을 푸는 열쇠라고 생각한 그는 이와 관련한 발명에 오랫동안 매진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다섯 명의 누이동생들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부담감은 늘 루이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그에게 잡지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의 편집장 윌리엄 잉그램(토비 존스) 경이 삽화가 자리를 제안한다. 평소 루이스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뿐만 아니라, 빠르고 탁월한 크로키 실력을 눈여겨 봐왔던 그다. 마침 어린 여동생들의 가정 교사로 온 에밀리(클레어 포이)에게 첫 눈에 반한 루이스는 그녀에게 지불할 급여와 집안의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제안을 수락한다. 그리고 여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에밀리와 결혼한다.'루이스 웨인: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는 고양이가 부정적으로 여겨지던 영국 빅토리아 시대, 의인화된 고양이 그림을 통해 유럽 전역에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킨 루이스 웨인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연인 에밀리와 반려묘 피터와의 행복했던 순간을, 보기만 해도 미소짓게 만드는 고양이들의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포착한 루이스의 특별한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다. 에밀리와 반려묘 피터는 루이스에게 살아갈 힘과 인생의 방향타 역할을 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윌리엄 잉그램 경이 있다. 1차 세계대전 발발로 암울했던 시기지만 윌리엄 잉그램 경은 과감히 신문 두 면을 할애해 루이스의 고양이 그림을 크리스마스 특집호에 싣는다. 결과적으로 이는 큰 화제를 모았고, 이후 그의 그림은 그림엽서를 시작으로 잡지, 포장지, 달력, 책, 장난감 등 거의 모든 물건에 인쇄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소설 '타임머신'의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의 말처럼 자신만의 고양이 스타일을, 고양이 사회를, 고양이 세상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세상에 퍼트린 것이다.영화는 루이스의 불행한 삶도 조명한다. 그림밖에 몰랐던 그가 삽화를 부업으로 삼고 엉뚱하게 발명에 매진했던 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재정적인 압박 때문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는 좀처럼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화가로서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탓이다. 에밀리까지 유방암으로 먼저 보내면서 심리적 타격을 입은 그는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당시 영국 총리까지 나서서 웨인의 병원을 옮겨주었는데, 루이스의 그림 가운데 후기에 해당하는 아라베스크나 프렉탈 형태의 그림들이 이 기간에 탄생했다. 러닝 타임 내내 스크린을 수놓는 아름다운 풍광과 다채로운 고양이 그림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중 백미는 루이스 웨인으로 완벽 현신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다.(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놓치면 후회!] 사상 최대 규모의 쿠폰 범죄 코미디 영화 '쿠폰의 여왕' 4월 중 개봉
쿠폰으로 백만장자가 된 사례가 있다? '쿠폰의 여왕'은 사상 최대 규모의 쿠폰 범죄 실화를 다룬 범죄 코미디 영화다. 영화를 연출한 에런 고젯과 지타 풀러필리는 웹서핑을 하던 중 한 쿠폰 블로그에서 쿠폰 사냥꾼에 대한 실화를 접하고 영감을 받았다. 실제 애리조나주에서는 쿠폰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범죄를 저지른 평범한 세 명의 여성이 지역 경찰에 의해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에서 약 2천500만달러 상당의 가짜 쿠폰과 21대의 차량, 40피트 길이의 보트 등을 압수했으며, 이 사건으로 인해 40여 개의 제조업체가 피해를 입는 등 쿠폰 범죄라고는 믿을 수 없는 스케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4월 중 개봉한다.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코미디 영화 '쿠폰의 여왕'
전통 깨는 국제영화제, 파격을 '플레이' 하다
전통의 영화제들이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변화의 일환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소통의 창구를 열고 현실을 반영해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제75회 칸영화제는 차세대 영화 애호가들을 겨냥해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과 공식 파트너 계약을 맺었고,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트위터를 통해 '영화 팬들이 뽑는 인기상'을 선정했다. 부산국제영화제도 전통적 개념의 프로그램 섹션을 유연화해 OTT 드라마, 숏폼, 미드폼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꾀한다. 위기 상황에 내몰린 극장업계와 달리 OTT·숏폼 콘텐츠 등의 약진이 가속화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한 선택이다. 칸영화제, 숏폼 플랫폼 '틱톡' 공식파트너 선정주요 행사·백스테이지·배우 인터뷰 동영상 제공아카데미는 트위터 연계 '대중이 뽑은 영화' 신설BIFAN 올해도 틱톡 통해 숏폼·웹드라마 상영 부산국제영화제도 OTT섹션 추가 등 변화 나서◆전통 깨고 숏폼·SNS와 손잡아"칸의 파격이다." 역사와 권위를 중시해 왔던 칸영화제가 공식 파트너로 틱톡을 선택했다는 소식을 접한 영화인들의 반응이다. 틱톡은 전 세계 1020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플랫폼으로, 유튜브 등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서 '숏폼 열풍'을 불게 한 장본인이다. 칸영화제는 이번 틱톡과의 협업을 통해 영화제 기간 진행되는 대표적인 행사의 공개를 모두 틱톡 플랫폼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레드카펫 행사와 백스테이지 공개, 영화제 참가 배우들의 인터뷰 등의 메인 행사를 모두 틱톡 숏폼 콘텐츠로 제공할 예정이다. 그간 레드카펫 내의 개인 촬영까지 금지시켰던 칸영화제의 파격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칸영화제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은 "이번 틱톡과의 협업을 통해 영화제 관객의 다양화를 추구하고 영화제에서 가장 흥미롭고 감동적인 순간을 틱톡 크리에이터와 커뮤니티의 시점을 통해 공유하는 새롭게 해석된 영화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칸의 이 같은 파격적인 시도는 점차 숏폼 콘텐츠를 만들고 감상하는데 익숙해진 미래 영화 애호가의 관심을 다시 영화제로 되돌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번 선택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라는 의견도 팽배하다. 칸영화제는 여전히 넷플릭스 등 OTT 영화의 경쟁부문 초청 및 상영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관 개봉 후 15개월간(당초 36개월) 스트리밍 금지'라는 프랑스 영화법과 '모든 경쟁 부문 영화는 프랑스에서 극장 개봉을 해야 한다'는 칸영화제의 규칙에 따른 조치다.칸이 공식 파트너로 틱톡을 선정한 것은 단순히 기업의 투자를 받는 파트너십을 넘어서는 체질 개선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칸은 틱톡단편영화제까지 신설해 그랑프리(작품상)·각본상·편집상 부문을 시상할 예정이다. 틱톡의 숏폼 콘텐츠를 단편영화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SNS를 통한 대중적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월 개최된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올해 최초 트위터로 대중이 선정한 영화와 영화 속 장면을 시상하는 '오스카 팬 페이버릿' 부문과 '오스카 치어모먼트' 부문을 신설했다. 아카데미는 2018년 처음으로 SNS를 통해 대중이 선정한 인기 영화를 시상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대내외적인 부정적인 반응에 부딪힌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내 팬데믹으로 개봉작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아카데미 시상식도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는 분석이다.◆넷플릭스 품고 틱톡 활용하는 국내 영화제 국내 영화제도 시대에 발맞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오는 7월 열리는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지난해에 이어 숏폼 플랫폼 틱톡과 협업을 펼친다. 지난해 프로그램의 이벤트 형태로 1~3분 이내의 숏폼 9편과 15분 분량의 인터렉티브 드라마 2편, 13부작으로 구성된 웹드라마 1편 등 총 12편이 '틱톡 세로시네마'에서 공개된 바 있다. 국내 유일의 실감형 콘텐츠 섹션인 '비욘드 리얼리티'도 다시 선보인다. 올해 비욘드 리얼리티에서는 칸영화제 XR·뉴이미지영화제 등이 공동 기획한 'XR3'를 마련했다. BIFAN의 김종민 XR 큐레이터는 "사회 전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우리의 일상은 영화와 같은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면서 "가상은 이제 현실과 동떨어진 이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개최된 충무로영화제 역시 디렉터스 위크 옴니버스 개막작 The CMR의 단편 12편을 틱톡에서 공개했다.춘사영화제는 지난해부터 넷플릭스 영화들을 후보작(자)에 포함시켰고, 앞서 전주국제영화제·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이 OTT를 함께 운용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전주국제영화제에 따르면 웨이브 상영 관람 건수는 전년 대비 66%(3천653건) 상승한 이용 기록 9천180건이었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OTT 온라인 상영을 택했지만 온라인 상영관의 활용도가 높은 것을 확인했다"며 "작품을 더 널리 알리고 소비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 것이니 만큼 팬데믹이 완화되더라도 영화제들이 이 방침을 계속 고수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연예가] 전여빈 이번엔 '1인 2역'…한국판 '상견니' 캐스팅
배우 전여빈〈사진〉이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리메이크한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에 캐스팅됐다. 타임슬립 로맨스를 다룬 '너의 시간 속으로'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가 운명처럼 과거로 돌아가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여빈은 우연히 시작된 타임슬립으로 1998년을 살아가는 권민주와 그녀의 몸에 들어가게 된 한준희를 연기한다. 얼굴은 똑같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두 캐릭터를 동시에 선보이며 연인을 잃은 슬픔부터 죽은 남자친구를 닮은 사람과 마주한 충격과 혼란까지 섬세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전여빈은 영화 '죄 많은 소녀' '해치지 않아', 드라마 '멜로가 체질' '빈센조' 등을 통해 다채로운 매력을 뿜어내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 캐스팅을 확정지은 영화 '거미집'과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의 공개도 앞두고 있다.
[연예가] 안방극장 돌아온 김태우, JTBC 주말드라마 출연
배우 김태우〈사진〉가 JTBC 새 토일드라마 '클리닝업' 출연을 확정했다. '클리닝업'은 우연히 듣게 된 내부자거래 정보로 주식 전쟁에 뛰어든 증권사 미화원들의 예측불허 인생 도전기를 그린다. 김태우는 극중 어용미(염정아 분)의 전 남편 진성우 역을 맡았다. 팍팍한 결혼 생활을 견디지 못해 이혼 후 용미에게서 두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다. 용미를 못 미더워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게 생각하는 성우는 복잡다단한 전 남편의 감정선을 그리며 극에 풍성함을 더할 예정이다. 매 작품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김태우는 앞서 tvN '철인왕후'에서 김좌근 역할로, MBN '보쌈-운명을 훔치다'에선 광해군 역할로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상반기 방송된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시네 토크] '뜨거운 피' 정우 "밑바닥 인생 날 것의 캐릭터 작품 중 가장 큰 성장통 겪어"
부산 변두리의 한 작은 포구 구암.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밑바닥 인생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된 이곳은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법도 규칙도 필요 없는 그들만의 룰과 힘의 논리가 적용된다. 희수는 그런 구암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구암의 실세인 만리장 호텔 사장 손 영감(김갑수)의 충성스러운 오른팔이자 구암 사람들의 온갖 민원을 처리해주는 만능 해결사다. 1990년대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이후를 다룬 영화 '뜨거운 피'는 구암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지역 건달들의 끈적한 이야기다. 배우 정우가 그 중심에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하게 된 희수를 연기했다.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지만 영화 속 희수는 그의 호소력 짙은 연기와 만나 훨씬 장르적인 인물로 탄생했다. 연출을 맡은 천명관 감독이 "그의 인생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 것처럼 정우에게도 굉장히 큰 도전이자 값진 경험이었다. 콧소리 섞인 시원한 웃음과 넉살 좋은 사람 특유의 여유도 그래서 잠시 봉인했다. 그만큼 그의 첫 누아르 영화인 '뜨거운 피'를 대하는 각오는 남달랐다. "MSG가 들어가지 않은 정통의 누아르 영화다. 감히 말하자면 부산을 배경으로 했던 작품 중 가장 리얼 하고 날 것의 캐릭터였다"고 말한 그의 목소리에 결기와 자신감이 느껴진다.본능적으로 끌려 선택한 누아르물투자 난항·원톱 주연으로서 부담감부산 출신에 사투리 연기는 내 장기기존의 전형화된 건달 모습 벗어나인간미·유머 가미 매력 어필 중점항상 충혈된 눈과 홀쭉한 볼 유지▶누아르 장르는 첫 도전이다. 어떤 점에 매료됐나."본능적으로 이끌렸던 것 같다. 부산을 배경으로 건달의 세계를 다뤘다는 점에서 기존의 작품들을 답습한 전형적인 모습이지 않을까 라는 우려와 의문도 생겼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확신을 가졌다. 이성보다 가슴에 먼저 와닿더라. 누아르 장르는 나도 처음이라 어떤 영화가 나올지 궁금했고, 한 인물의 서사를 그렸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 될 것 같았다."▶부산이 배경인 데다 지승현(철진 역) 배우까지 다시 오랜 친구로 등장한다. 덕분에 2009년 영화 '바람'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때의 짱구(정우 분)가 이 세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 희수의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투리 연기도 그렇고 아무래도 다른 작품보단 편하게 접근했을 것 같다."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늘 누런 점퍼를 입고 있는 홀아비 느낌의 짱구랄까.(웃음) 텍스트만으로 부산의 바닷 내음이 진하게 느껴졌고, 출렁이는 파도와 굵은 밧줄, 포구의 녹슨 닻 이미지가 연상됐다. 특히 부산 사투리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는데, 언어는 감정 전달에 있어 가장 쉽고 편안한 수단이지만 사투리마다 억양이라든지 풍기는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때문에 부산이 고향인 나는 언어적으로 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가 담고자 한 톤 앤 매너를 유지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현장이 주는 에너지를 온전히 흡수하면서 나와 캐릭터를 일치시켜야 하고, 가벼워 보이지 않고 떠 보이지 않게끔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결코 녹록지 않았다."▶희수는 인간적인 조폭이지만 적을 상대할 때는 서늘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연기를 하면서 중점을 둔 건 뭐였나."한 인물의 서사를 그리는 작품이다 보니 희수를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톤이 달라질 수 있다. 일단 희수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올곧은 표현이 가능할 것 같았다. 누아르라고 해서 주인공이 멋스러운 세단과 고급 정장을 입고 다니며 폼을 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마냥 무겁고 진지하게만 보이는 것도 피하고 싶었다. 그런 부분을 거둬내고 청춘의 느낌이 살아있는 나만의 희수를 그리고 싶었다. 보통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그가 주변의 배신과 음모로 인해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모습인데 어떤 이유에서든 매력적으로 보였으면 했다. 다소 유머스러움이 있는 캐릭터라면 후반부 어떤 감정으로 치달을 때 차별화를 느낄 수 있고 더 강한 진폭이 느껴질 거라고 생각했다."▶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포진한 가운데 원톱 주연을 맡았다. 부담스럽진 않았나. "엄청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부담감도 여러 형태로 다가왔다. 예산이 적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중간에 투자에 난항을 겪은 적이 있다. 그 진행 과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처럼 고향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알다시피 코로나로 인해 한국영화가 어려운 시기를 거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쉽게 투자가 될 감독과 배우라도 지금은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제작되는 영화도 현저하게 줄었다. 그 와중에 내가 원톱 영화의 주연을 맡았으니 잘하는 건 둘째치더라도 나를 믿고 투자하신 분들과 제작 관계자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어느 때보다 책임감이 컸고 열정과 열망이 정말 많이 끓어 올랐다. 선배들에게 묻어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더 큰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희수를 포함해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기존 누아르에서 보여준 '간지'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하루하루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 밥벌이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영화에 담고 싶었던 건 희수의 어떤 모습인가."희수는 근사하게 폼 잡고 사는 삶보다 건강하고 좋은 삶을 원한다. 욕심 없이 흘러가는 대로 자신을 맡기는 인물이기도 한데 희수를 둘러싼 환경이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그런 희수의 욕망과 그가 처한 치열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나름 포인트로 삼은 게 희수의 눈이다. 그의 눈은 항상 충혈돼 있다. 작품 성격상 희수는 맑은 눈이 보이면 안 될 것 같아 늘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그래서 불안했다. 긴장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두문불출했고 음식의 양도 줄였다. 촬영 내내 극 중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스트레스를 감내했다. 그리고 다음날 모니터에 비친 충혈된 눈과 홀쭉해진 내 얼굴을 보면 그제야 비로소 안심이 됐다."▶평소에도 이번처럼 작품 속 캐릭터에 몰입하는 편인가. "작품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 소개된 '이 구역의 미친 X'라든가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 '멘탈 코치 제갈길'은 워낙 밝고 유쾌한 작품이라 현장에서도 웃고 떠들면서 재밌게 촬영하고 있다. 밤샘 촬영을 해도 피곤함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하지만 '뜨거운 피'는 현장에서 웃고 떠들고 장난치면서 임할 수 있는 성격의 작품이 아니다. 희수만 보더라도 늘 손에 피를 묻히고 있고, 칼을 들고 있고, 항구 주변은 온통 쇳덩어리로 둘러싸여 있다. 그런 환경에서 희희낙락하며 촬영에 임할 수는 없다. 작품을 생각하고 캐릭터를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극 중 인물처럼 행동하면서 살게 된다. 감독님은 그런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숙소에서 대본만 보지 말고 바깥바람도 쐬면서 가볍게 술 한 잔 기울이라고 말씀하셨지만 내 마음이 편칠 않았다. 촬영을 마친 후에도 그 감정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었다."▶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오랫동안 감독 데뷔를 준비해온 천명관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그와의 호흡과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현장에서 보는 감독님은 늘 여유와 느긋함이 넘쳤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를 편안하게 해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 현장 리허설은 꽤 많았다. 날 것 같은 연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가급적 리허설을 줄이는 게 맞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작품의 성격상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리허설을 많이 해서 감정과 집중도를 끌어올리는 작품이 있는 반면 리허설 없이 현장에서 즉흥적인 연기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번에는 준비도 많이 했지만 준비한 것을 다 지워버리고 본능적으로 연기할 때도 많았다. 감독님은 별다른 주문 없이 나를 믿고 맡기셨는데 그런 신뢰와 에너지가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힘들게 촬영한 만큼 보람도 컸을 것 같다. 그래서 유독 기억에 남는 신도 있을 것 같은데."배경은 겨울인데 실제 촬영한 건 무더운 여름이었다. 두터운 옷을 입고 촬영에 임하려니 집중이 쉽질 않았다. 특히 선상에서 펼쳐진 수미상관 구조의 오프닝과 엔딩 장면이 그 절정이었다. 워낙 중요한 장면이고 선배님 대부분이 등장하는 신이라 계속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날 땡볕에 달궈진 갑판의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도 감독님과 나는 더 좋은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 몇 번이고 더 찍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나중에 편집할 때를 생각해서라도 여러 버전의 장면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집중했고, 또 힘들었던 만큼 기억에 남는다."▶예전 인터뷰에서 너무 치열하게 연기에 임하는 것을 경계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작품의 경우는 어떤가."나에게 성장통을 준 작품들이 있다. 많은 분은 '바람'과 '응답하라 1994'를 많이 기억해주시는데 개인적으로는 '바람'을 연출한 이성한 감독님의 '스페어'가 나의 첫 성장통이 된 작품이다. 하지만 내 필모를 통틀어 가장 큰 성장통을 준 작품과 캐릭터는 '뜨거운 피'의 희수라고 말할 수 있다. 왠지 모르게 그가 굉장히 쓸쓸하고 안쓰럽다.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이해하려고 애쓸수록 애틋한 감정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보통은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을 통해, 감독님을 통해, 때로는 대본을 통해 에너지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오롯이 나와의 싸움이었다. 그래서 힘들고 지쳤지만 한편으론 나를 크게 성장시켜준 것도 사실이다."▶한동안은 이와 비슷한 작품은 피하고 싶을 것 같다."의식적으로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되레 아직도 보여주지 않은 재료들이 많이 있다. 사투리 연기도 이젠 핸디캡이 아닌 장점이 됐다.(웃음) 지금까지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을 보여줬다면, 이젠 해보지 않았거나 잘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영역의 것도 시도해보고 싶은 자신감과 욕심이 생겼다. 기존과는 다른 방식과 장르의 작품들을 해보고 싶다. 덧붙여 일상적인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만큼 오래도록 연기자로 살아가고 싶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 제공=키다리스튜디오
[놓치면 후회!] 자립영화 '역할들' 31일 개봉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던 배우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한 자립영화 '역할들'이 31일 개봉했다. '역할들'은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복싱을 하는 범석과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기 위해 이삿짐을 나르는 종구, 길거리에서 김밥을 팔며 매일 악몽을 꾸는 송하, 그리고 무대에 서는 날을 꿈꾸며 공연 음향 스태프로 일하는 원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네 배우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지만, 배우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 살면서 하게 되는 다양한 역할들에 대한 영화로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연기뿐만 아니라 연출·촬영·조명 등 영화 현장의 모든 역할을 배우들이 직접 진행한 것도 눈길을 끈다. 현실을 연극무대처럼 사용해 '연극배우들이 만든 영화'의 장점을 살린 것도 이 영화의 개성 중 하나다. 전국 독립영화전용관과 예술영화전용관에서 만날 수 있다.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대협 "법원 행태는 모순…정부 의대생 복귀 호소는 오만" 주장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정부, 대학 "2025학년도부터 의대 증원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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