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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의 문학 향기[] 그리운 금강산
2007년 5월17일 문산역을 출발한 기차가 휴전선을 통과해 개성역까지 내달렸다. 철원 월정리역에 세워져 있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 안내판을 영화 이상의 현실로 만든 사건이었다. 하지만 시험 운행은 상시 운행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우리는 여전히 분단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그리운 금강산'이 줄곧 국민 가곡으로 애창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금강산의 절경과 가볼 수 없는 심경을 담은 이 노래는 1961년 한상억 작시, 최영섭 작곡으로 만들어졌다. 벌써 63년 전 일이다. (1절) 누구의 주재런가, 맑고 고운 산/ 그리운 만 이천 봉 말은 없어도/ 이제야 자유 만민 옷깃 여미며/ 그 이름 다시 부를 우리 금강산(2절) 비로봉 그 봉우리 짓밟힌 자리/ 흰 구름 솔바람도 무심히 가나/ 발아래 산해 만 리 보이지 마라/ 우리 다 맺힌 원한 풀릴 때까지(3절) 기괴한 만물상과 묘한 총석정/ 풀마다 바위마다 변함 없는가/ 구룡폭 안개비와 명경대물도/ 장안사 자고향도 예대로인가그리고 "수수만 년 아름다운 산, 더럽힌 지 몇 해/ 오늘에야 찾을 날 왔나, 금강산은 부른다"를 후렴으로 구성된 '그리운 금강산'은 그 후 가사가 일부 달라졌다. 1절의 "주재"가 "주제"로 변했다. 시인은 누가 금강산을 이토록 아름답게 만들었나 하는 뜻에서 "주재(主宰)"를 썼는데, 인쇄소가 흔히 사용되는 "주제(主題)"로 오인하여 임의로 바꿔버렸다. 그만하면 변질 수준이라 하겠다.1972년 남북적십자회담을 계기로 시인 스스로 일부 가사를 수정했다. "더럽힌 지 몇 해"는 "못 가본 지 몇 해"로, "우리 다 맺힌 원한"은 "우리 다 맺힌 슬픔"으로, "짓밟힌 자리"는 "예대로인가"로 바뀌었다. 정치 상황의 변화에 맞춘 퇴고였다.금강산은 관광이 열렸다가 막혔지만, 백두산은 중국을 경유해서 가볼 수 있다. 그러나 고려의 서울 개성과 고구려의 상징 평양은 언감생심이다.묘향산도 가 볼 수 없다. 묘향산은 서산대사가 "주인은 꿈을 나그네에게 말하고/ 나그네도 꿈을 주인에게 말한다/ 지금 두 꿈을 말하는 나그네/ 그 또한 꿈속의 사람이구나"라는 시를 남긴 명산이다. 선조는 임진왜란 직전 정여립의 난 관련 혐의로 서산대사를 압송해 고문했다. 묘향산에 가보게 되면, 서산대사가 1589년에 느꼈던 그 기분을 하산할 때 되새길 수 있으려나. 〈소설가〉
2024.05.17
가스公 '숨은 대어' 정성우 품었다
한국가스공사가 '숨은 대어' 정성우〈사진〉를 낚으면서 막강 가드진을 구축, 차기 시즌 비상을 꿈꾼다.16일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는 외부 영입으로 정성우와 자유계약 선수(FA)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계약기간 4년 보수 총액 4억5천만원(연봉 3억6천만원, 인센티브 9천만원) 조건이다.2015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창원 LG 세이커스에 지명된 정성우는 2021~2022시즌을 앞두고 첫 FA 자격을 얻어 수원 KT 소닉붐으로 이적했다. 3시즌을 KT에서 뛰면서 152경기에 출전해 평균 9.23점 4.14어시스트 1.14스틸을 기록하며 꾸준히 활약했다. 지난 시즌엔 54경기에 출전해 평균 8.2점 4.7어시스트 1.2스틸을 기록하며 팀을 정규시즌 3위까지 이끌었고,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일조했다.정성우는 보수 순위 40위 이내에 포함되지 않아 인적 보상이 불필요해 FA 시장에서 인기를 누린 '숨은 대어'다. 얇은 선수층을 두껍게 만들겠다는 가스공사의 의지가 담긴 셈이다.이로써 가스공사는 에이스 김낙현과 이번에 재계약한 필리핀 출신 아시아쿼터 샘조세프 벨란겔과 더불어 정성우까지 막강 가드진을 구축하게 됐다. 앞서 내부 FA로 차바위와 박지훈, 안세영 등을 잔류시키며 벌써부터 지난 시즌보다 향상된 전력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주말&여행] 경북 청도 남산 낙대폭포, 하늘서 쏟아지는 30m '물폭탄'…여름이여 오라
청도군청을 지나자 도로 옆으로 물길이 보인다. 범곡천이다. 이 물길은 군청의 주차장 아래를 지나 청화로 밑을 가로지르고 청도군보건소 주차장 아래를 지나고서야 다시 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는 한내길과 나란히 흐르다가 청도읍사무소 앞에서 청도천에 합류한다. 군청에서 범곡천을 거슬러 오르면 곧 대동지다. 아담한 크기의 이 저수지는 지금 둘레 산책길을 만드는 중인 듯하다. 몇몇 아저씨들이 길가에 둘러앉아 계신다. 쓱 둘러보니 아직 쉴 만한 그늘이 보이지 않는다. 태양 빛에 검붉게 그을린 한 아저씨의 얼굴과 머쓱하게 마주쳤고, 저편 물가의 수양버들이 살랑거렸다.남산서 흘러내린 물이 만든 '청도8경'봄이면 벚꽃 만발…겨울엔 빙벽 장관신경통 효험 소문…여름철 인파 몰려계곡따라 시원한 물소리·숲길 이어져◆청도 남산 범곡리 폭포골대동지를 지나면 지나온 온갖 관공서와 학교와 아파트와 집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산길이 시작된다. 허리 굽은 할머니들이 멈춘 듯 산을 오르신다. 천태종 청화사를 지나고 조계종 대웅사를 스치면서 그녀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차린다. 두어 번 저절로 끙끙 소리가 나는 가파르게 굽은 길을 올라 청도한옥학교를 지나면 사방 산인 깊은 골짜기에 든다. 커다란 초록의 덩어리들에 약간 기가 죽은 채로, 혹여나 차가 마주 오지나 않을까 마음 바쁜 길이다. 남산(南山)은 청도의 진산이다. 옛 문헌에는 오산(鰲山)으로 기록되어 있다. 관아의 동헌에서 남쪽을 보면 연이은 산의 모습이 자라의 머리와 등처럼 보인다고 생긴 이름이다. 화양읍 청도읍성에서 석빙고 지나 남산 오르는 길을 남산골 또는 남산계곡이라 하고 남산 동쪽에 청도읍과 경계가 되는 골짜기를 대동골이라 하는데 두 골짜기 사이에 폭포골이 있다. 청도군청과 대동골, 폭포골이 아우러져 범곡리를 이루는데 옛 읍성이 있는 화양에서 보면 동쪽인 인(寅) 방향이라 순우리말로 범곡이라 부르고 한자로 범곡(凡谷)이라 쓴다. 범곡리는 학교를 비롯한 행정 및 교육 중심지이자 아파트 및 주거 단지가 밀집한 곳으로 청도군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호랑이와는 관계가 없는 범곡이지만 범이 산대도 믿길 만큼 서늘한 산빛이다. 폭포골은 폭포가 있는 골짜기다. 남산 정상에서 흘러내린 물이 폭포를 만들고 대동지를 채운 뒤 청도천이 된다. 천은 범곡천, 폭포는 낙대폭포(落臺瀑布)다. 낙대, 거창하거나 소소한 어떤 의미부여도 없이 그저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름이다. 교행이 어려운 산길 끝에 숨 돌릴 만한 주차공간과 안내소가 자리한다. 몇 대의 차가 서 있고 음악 소리와 계곡 물소리가 들린다. 간이 화장실은 약간 놀랍도록 깨끗하다. 청도군 종합 안내도 옆에 쓰인 낙대폭포 안내문을 읽은 뒤 폭포로 향한다. 판석이 깔린 널찍한 길이다. 계곡 쪽 가장자리를 따라 안전 목책이 서 있고 약간 턱진 야자매트가 깔려 있다. 길 가운데는 몽돌 지압길이다. 한 여인이 야자매트를 밟으며 내려온다. 계곡물 소리와 새소리 가득하다. 모퉁이를 돌자 또 한 여인이 야자매트를 밟으며 여배우처럼 내려온다.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 야자매트 길은 청량한 그늘에 덮여 폭신하다.◆낙대폭포잠시 후 길이 갈라진다. 계속 진행되는 판석의 길은 빛의 길, 계곡을 건너 이어지는 길은 숲에 감싸인 데크로드다. 이정표가 없어 잠시 망설이다 계곡을 건넌다. 천천히 서성서성 오르며 저 아래에서 강아지와 함께 오고 있는 부부를 기다린다. 그들은 계곡을 건너려다 말고 판석의 길로 나아간다. 아차 싶었지만 무슨 고집인지 멈추지 않고 데크 로드를 따라 숲으로 든다. (결국 두 길은 폭포 앞에서 만난다.) 내내 계단이다. 이따금 골짜기 너머 부부의 모습이 보이지만 자꾸만 머리 위로 열리는 숲 때문에 아차, 했던 순간도 부부의 걸음도 다 잊어버린다. 아주 오랫동안 이 숲길을 잊지 못하겠구나 한다. 골짜기는 깊고 가느다란 나무들은 동아줄처럼 높다. 계단이 끝나고, 숲의 볕뉘 속에서 반짝이는 무언가 때문에 눈을 질끈 감는다. 폭포다. 빛 때문에 깜깜해진 쉼터를 더듬더듬 가로질러 폭포 가에 선다. 그때 오르막의 끝에 다다른 부부도 홀연 멈추어 서서 폭포를 바라본다. 잠깐 시간이 멈춘 듯했고, 이윽고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폭포의 높이는 30m에 이른다. 그래서 백척폭포라고도 부르고 범곡에 있다고 범곡폭포라고도 불린다. 또 옛날부터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 해서 약수폭포(藥水瀑布), 낙대약폭 등으로 불려왔다. 지금도 여름이면 폭포수를 맞으러 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폭포수를 맞기 좋도록 아래 소를 욕탕처럼 정비해 놓아 인공폭포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낙대를 올려다보면 지구(地球)의 지구적(持久的)인 행동을 의심할 수 없다. 봄이면 폭포 주변으로 벚꽃이 만발하고 겨울에는 빙벽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여름의 짙은 녹음과 가을의 빼어난 단풍은 지금도 충분히 떠올릴 수 있다. 햇빛 많은 판석의 길을 따라 내려간다. 노란 산괴불주머니가 자주 눈에 띈다. 아카시아 꽃은 어찌 벌써 분분한 낙화 중인가. 저 아래에서 돗자리를 지닌 할머니가 천천히 올라오신다. "폭포까지 먼가요?" "아니에요. 금방이에요." 안내소에서는 여전히 음악 소리가 들리고 등산복을 야무지게 차려입은 남자가 이제 막 등산을 시작한다. 그가 폭포를 보고, 폭포의 정수리를 밟고 올라 남산 정상에 선 모습을 떠올려 본다. 아침 햇살이 남산에 비치는 모습을 오산조일(鰲山朝日)이라 한다. 언젠가 이른 아침 팔조령을 넘어 청도로 들어섰을 때 금빛으로 빛나는 남산의 모습에 오산조일의 아름다움을 실감한 적이 있다. 청도천변의 평평한 땅에서부터 불쑥 솟아나 그리 높지 않은 산임에도 몹시 돌올하고 어쩐지 신성하다는 느낌이었다. 과거 오산조일은 청도8경 중 으뜸이었지만 지난해 청도9경이 새롭게 선정되면서 제외되었다. 낙대폭포는 청도8경 중 제7경이었고, 지금은 청도9경 중 제6경으로 여전히 청도의 아름다운 풍광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 Tip대구부산고속도로 청도IC에서내리거나 경산에서 청도소싸움경기장 방향 25번 국도를 타고 청도로 들어왔다면 모강교차로에서 우회전, 대남교차로에서 좌회전해 청도군청으로 간다. 파동과 가창, 팔조령 터널로 이어지는 30번 국도를 탔다면 샛별교차로에서 좌회전, 유등지 지나 서상교차로에서 좌회전해 청도군청으로 간다. 군청 주차장 앞 양정길 따라 조금 가면 대동지가 나타나고, 산길을 약 1.9㎞ 오르면 낙대폭포 초입의 주차장에 닿는다. 소형차 10여 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주차장에서 10여 분 거리에 낙대폭포가 있다.길이 휘어지는 곳이 갈림길이다. 계속 진행되는 판석의 길은 빛의 길, 계곡을 건너 이어지는 길은 숲에 감싸인 데크 로드다. 결국 두 길은 폭포 앞에서 만난다.데크 로드를 따라 숲으로 든다. 내내 계단이다. 골짜기는 깊고 가느다란 나무들은 동아줄처럼 높다.낙대폭포 옆에 신둔사로 가는 등산로가 있다. 등산로는 대동골, 남산계곡, 남산 정상 등으로 이어진다.청도 9경 중 하나인 낙대폭포. 높이는 30m에 이르며 백척폭포, 범곡폭포, 약수폭포, 낙대약폭 등으로 불린다.
[세계를 보는 창] 반발 커지는 팁문화…미국인도 이젠 부담
최근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A씨는 미국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집까지 우버(Uber)를 이용했다. 자차를 이용할 경우 공항 주차장 이용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다. 무사히 집에 도착한 A씨는 우버에서 날아온 모바일 안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운전기사에게 얼마의 팁을 주겠느냐?'는 메시지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없었던 안내문이다.미국에선 이처럼 이른바 '팁플레이션(Tipflation, 팁+인플레이션)'이 소비자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미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현재 미국 내에서 부과되는 팁 비용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포브스 어드바이저(Forbes Adviser)는 올 상반기 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31%가 팁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26%는 '현재 수준이 과하다'고 밝혔다. '당연하다'는 응답자는 23%에 불과했다.이미 '길트 티핑(guilt tipping, 죄책감으로 주는 팁)' '팁 피로' '팁 크립(tip creep)' '팁 수치심(팁의 인색함으로 인해 생기는 수치심)' '팁플레이션' 등의 신조어가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있다. 여기에 다수의 업소가 최근 테이크아웃 등에도 팁을 요구하면서 소비자들의 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점점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노팁(No Tip) 식당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실 미국만큼 팁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도 드물다. 팁을 주지 않는 게 무례한 행동으로 인식될 정도다. 음식점의 경우 보통 점심 10%, 저녁 15% 정도 수준의 팁을 추가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요즘 부쩍 늘어났다. 계산서 금액에 18~25%를 추가하는 것이 다반사다. 게다가 점점 더 많은 소매업체가 단순 서비스에도 팁을 추가하고 있다. 과거엔 식당 혹은 바(Bar)에서 통용됐던 팁을 거의 모든 서비스 업종에서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자동 세차장, 보톡스 시술, 스무디를 만드는 로봇 카페 등에서도 팁을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 기업, 특히 서비스 업종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살인적 인플레이션으로 각종 비용이 뛰는 상황에서 소매업자들은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부족하다. 대신 직원들이 팁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셈이다.팁플레이션은 고용주 입장에선 '손 안 대고 코 푸는' 좋은 방법이다. 스타벅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최근 드라이브 스루(차를 탄 채로 이용) 매장에서도 팁을 받는다. 지난해 9월부터 '신용카드 팁 시스템'을 새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이 시스템 도입 이후 신용카드 구매 건수의 거의 절반에서 팁이 포함됐다. 로봇카페·테이크 아웃도 팁 요구청구액 늘어 18~25% 추가 다반사미국사회 내서 부정적 시각 확산비대면 태블릿 결제 시스템 도입소비자 선택권 제한 교묘히 받아피로도 누적 평균 팁비율 감소세◆디지털 팁의 '넛지 효과'팁플레이션의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태블릿 결제' 시스템 확산이다. 과거엔 팁을 보통 현금으로 지불했다. 식사 후 테이블에 지폐를 남기거나 결제할 때 'Tips'라고 쓰인 유리병에 돈을 넣는 식이었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도 소비자들은 영수증에 팁 액수를 따로 쓰는 것으로 결제 금액이 결정됐다. 그렇지만 요즘 미국에선 대부분 업소가 터치스크린 형태 단말기나 휴대용 태블릿을 사용한다. POS 시스템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코로나 팬데믹 영향이 컸다. 가급적 대면 접촉을 줄이려다 보니 이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당당하게 그리고 교묘하고 끈질기게 팁을 달라고 고객에게 요구한다. 팁을 얼마 줄 건지를 묻고, 고객이 입력을 마쳐야만 결제가 완료되는 식이다.문제는 이 같은 '디지털 팁' 도입으로 이전보다 팁을 주는 비율도 은근슬쩍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넛지 효과'(Nudge effect,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다. POS 시스템에선 보통 고객의 편의를 위해(?) 객관식으로 팁 비율을 제시한다. 레스토랑의 경우 그 최소비율이 일반적으로 18% 또는 20%부터 시작한다. 최대 30%까지 제시하는 곳도 있다. 물론 업주가 비율을 설정한다. 만약 10%만 팁으로 주고 싶다고 하더라도 입력하는 창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찾기 어렵다. "입력 버튼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그냥 18%를 눌러요"라는 것이 대다수 고객들의 답변이다. 팁 비율 상승보다 소비자를 더 당황스럽게 하는 건 디지털 팁을 요구하는 매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웬만하면 팁을 안 주고 넘어갔을 매장에서도 디지털 결제 과정에 팁 선택 버튼이 있다. 실제 테이크아웃이 주를 이루는 커피숍이나 샌드위치 가게에서도 무조건 팁 버튼을 눌러야 결제가 끝난다. "'팁 없음'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바로 앞에서 웃는 얼굴로 직원이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쉽지 않다." 대다수 소비자들의 볼멘 반응이다. 구매가가 저렴한 일부 매장은 백분율이 아닌 일정 금액으로 팁 선택지를 제시하기도 한다. 예컨대 3.75달러(약 5천170원)짜리 빵을 사는데 팁을 '1달러, 2달러, 3달러' 중 선택하게 하는 식이다. 비율로 치면 엄청나다.◆미국 팁 문화의 유래미국의 팁 문화는 언제부터 유래됐을까. 17세기 영국과 유럽 상류층의 문화였던 팁은 이후 미국으로 넘어왔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남북전쟁 이후 흑인들이 서비스업에 대거 종사하면서 팁 문화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낮은 임금을 주는 대신 팁에 의존하게 한 것이다.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은 임금을 책정할 때 연방정부가 정한 연방 최저임금과 각 주가 정한 주별 최저임금 가운데 더 높은 것을 적용한다. 그런데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은 팁을 받는 근로자와 받지 않는 근로자가 다르다. 팁을 받지 않는 일반 근로자는 시간당 7.25달러(약 9천995원), 팁을 받는 근로자는 시간당 2.13달러(약 2천936원)이다. 주별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50개 주 가운데 단 8개 주에서만 팁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나머지 42개 주에선 팁을 받는 근로자에겐 더 적은 최저임금을 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팁을 받는 종업원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팁 수준 예전으로 회귀하나이처럼 인플레이션과 소비자들의 팁에 대한 피로도가 누적되자 최근 평균 팁 비율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수준으로 회귀하는 조짐을 보인다. 클라우드 기반 POS 시스템 관리 업체인 '토스트'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소비자들이 식당에서 준 팁 비율은 평균 19.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2분기의 19.4%와 같은 수준이다.평균 팁의 비율은 2021년 1분기 19.9%로 상승했다가 2021년 4분기 19.8%, 2022년 3분기 19.6%, 2023년 2분기에는 19.4%로 내리면서 연이어 감소세를 보였다. 2018년 1분기 평균 식당 팁 비율이 19.7%였던 점을 고려할 때, 최근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과 더불어 팁에 대한 스트레스가 급증하면서 팁을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디지털 결제 서비스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 소비 지출 감소 및 지원금 지급 등으로 소비자들의 재정 상황이 안정돼 팁이 증가했다"며, "하지만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팁 비율이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그럼에도 팁 비용이 하방경직성이 강한 만큼 예전으로 돌아가는 데는 저항선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권영일〈경북 수출지원 해외서포터스(미국)〉〈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한 고객이 매장에서 물건을 산 후 POS시스템을 이용해 결제를 하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디지털 팁을 도입했다. 그 결과 기존의 팁 액수가 크게 올라 소비자들의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중장년층의 새 도전 '시니어 모델'(2)흰머리도 나잇살도 패션 아이콘…숨겨온 열정 폭발
"제 어릴 적 꿈은 패션모델이었어요. 젊은 모델은 여성 기준으로 키가 175㎝는 돼야 할 수 있는데, 키가 그만큼은 안 크더라고요(웃음). 모델의 꿈은 마음속에만 묻어두고 가정주부로 몇십 년을 살아 왔는데, 시니어 모델이란 직업을 알게 되고 꿈을 펼치게 됐어요." '시니어 모델' 전성시대다. 주부였던 박세영(56)씨는 중년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했다. 뒤늦게 어릴 적 꿈꿨던 모델로 데뷔하면서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빠른 고령화와 함께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최근 액티버 시니어(활동하는 시니어)가 뜨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을 받는 직업군이 시니어 모델이다. 누구나 원하고 마음만 먹으면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신체조건 무관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 바른 자세·워킹 연습은 '최적화된 운동' 건강 UP 패션쇼 등 특별한 무대경험 통해 노후생활 활력 모델활동하다 광고·영화 분야로 진출영역 넓혀가◆키 작아도, 나이 많아도…자신감만 있으면 OK'시니어'라 하면 통상 65세 이상의 사람을 가리키지만 이들 세계에선 그렇지 않다. '시니어'란 단어가 폭넓은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적게는 40대, 많게는 90대의 노인도 시니어로 칭해지며 모델로 활동한다. 이 말인즉슨 시니어 모델에게 나이는 많든 적든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찾은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 '모델라인'의 모델 연령대도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도하영 모델라인 원장은 "일반적으로 시니어라 하면 백발의 노인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니어'와 '모델'이란 단어가 만나면 그런 이미지가 옅어진다. 시니어 모델이 된 순간부터 몸도 마음도 젊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체형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키가 크고 슬림해야 하는 젊은 패션모델에 비해 신체적 조건이 덜 까다롭다. 일반적인 모델 기준보다 키가 작거나 마르지 않아도 된다. 도 원장은 "키가 작더라도, 살집이 있더라도, 신체에 불편한 곳이 있더라도 자신감과 열정만 있으면 누구든 시작할 수 있다. '시니어'나 '모델'이란 단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사람이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 시니어 모델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매력으로 시니어 모델이란 직업군이 주목을 받으면서 최근엔 흰머리 자체가 하나의 스타일이 되기도 했다. 흰머리가 이들의 개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가 된 것. 시니어 모델이라서 더 '힙하게' 보일 수 있는 시대가 된 셈이다.◆진출 분야 폭넓어…광고·영화로도 진출이처럼 시니어 모델은 진입 장벽이 낮아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노력과 투자는 필요하다. 모델이기 때문에 워킹부터 시작해 자세, 표정 연기, 무대 동선, 무용까지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 개인마다 편차는 있지만 기본 8개월 이상은 배워야 첫 패션쇼 무대에 설 수 있다. 얼마 전 시니어 모델에 도전한 김우람(43)씨도 "키가 큰 편이라 가족의 추천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배울 게 많다. 표정처럼 디테일한 부분 하나하나 신경 쓰고 연습해야 한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워킹과 자세다. 이날 모델라인에서 만난 시니어 모델들도 인터뷰 내내 올곧은 자세를 유지했다. 6년 차로 활동 중인 박보겸(57)씨는 "이전에는 8자 걸음으로 걷고 다리도 오다리였는데, 시니어 모델 활동을 하면서 그런 나쁜 자세들을 전부 교정했다. 평소 집에서도 다리를 줄로 묶고, 앉아 있을 때도 허리를 펴는 것을 습관화했다"고 말했다.다양한 것을 배우는 만큼 진출 분야도 폭넓다. 크고 작은 패션쇼뿐만 아니라 지면·방송 광고를 찍기도 하며 영화배우가 되기도 한다. 패션쇼에 서기 위해 배운 자세, 연기 등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기 때문이다. 김경미(65)씨도 시니어 모델 활동을 하다 최근 상업 영화에서 조연을 맡게 됐다. 과거 영화 촬영에선 노인 배역을 맡을 사람이 많지 않아 중년 배우가 분장을 하고 노인 역을 맡는 경우도 있었는데, 최근엔 시니어 모델이 많이 캐스팅되는 추세다. 김씨는 "영화배우라도 워킹 연습, 바른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니어 모델의 쓰임새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문적으로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도 작품에 임하기 위해 모델 워킹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한다.SNS 활동은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들 사이에선 활발하다. 요즘 시니어 모델이 자신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인스타그램 등의 SNS이기 때문이다. 패션쇼 캐스팅도 SNS 메시지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시니어 모델들은 포트폴리오가 될 만한 활동들을 자신의 SNS에 수시로 기록하며 자기 PR(홍보)를 한다. 이를 잘 활용하는 모델의 계정은 팔로어 수도 많다. 자신은 적은 편이라고 밝힌 박세영씨의 계정만 해도 7천이 훌쩍 넘는다.◆건강·동안 비결 되기도…"더 늙어서도 할래요"이곳에 모여 땀을 흘리는 사연은 다양하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감이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모델 활동을 시작한 후 철저한 자기 관리로 몸과 마음 모두 20대만큼 건강해졌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모델 워킹은 바른 자세로 걸음을 걷게 해주는 최적화된 운동으로 중장년 세대에게 모델 활동은 건강을 챙기는 좋은 취미가 되기도 한다. 5년 차로 활동 중인 도순희(68)씨는 나이가 들면서 무릎 연골이 닳아 수술 직전까지 갔었는데, 시니어 모델이 되고 무릎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가끔 하이힐을 신지만 바른 자세를 습관화한 것이 무릎에 도움이 된 듯하다고 밝혔다.과거 대다수 시니어가 여생을 소일거리를 하며 보내거나 집에서 손주를 돌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면, 시니어 모델들은 외적인 젊음을 추구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지광준(52)씨는 주업이 남초 직군인 건설기계 분야다. 처음 시니어 모델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는 '남자가 과연 할 수 있겠냐'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패션쇼에 나가고 잠깐 외출할 때 입는 옷도 신경 쓰는 등 모델 활동에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고 나니 주변 반응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백보현(64)씨도 "예전에 백화점에 가면 '저 옷을 내가 입을 수 있을까' 하며 지나치곤 했는데, 이제는 독특한 디자인의 옷도 마음에 들면 입어보는 편이다. 그만큼 모델 활동을 하며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며 당당해졌다"고 밝혔다.다이애나 애실은 '어떻게 늙을까'에서 노년에 일어나는 일들은 그 자체로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하니 뜻밖의 도전을 즐기라고 썼다. 새로운 도전으로 늦깎이 나이에 인생 2막을 연 이들도 가능한 오랫동안 모델 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지육(50)씨는 "60~70대가 되어도 지금처럼 (패션쇼) 무대에 서는 등 특별한 경험들로 즐겁게 노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2022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1회 대구 시니어 패션 페스티벌에서 모델라인의 시니어 모델들이 무대에 서 있다. 대구 수성구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 모델라인의 도하영(가운데) 원장과 모델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조현희기자〉지난해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2회 대구 시니어 패션 페스티벌의 참가자들이 행사가 끝난 뒤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체리의 세계식문화산책]〈끝〉유목민과 채소
지구촌에는 다양한 유목민이 많았다. 그들은 중앙아시아, 중동, 몽골, 북아프리카 사막 지대 등에 대규모로 이동하며 살았다. 인류사에서 최대의 제국을 건설한 몽골 제국의 주인공도 유목민들이었다. 세계사를 통째로 바꾼 그들은 오늘날까지도 여러 음식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 몽골 제국이 아랍, 지금의 이라크 땅에서 들여온 소주도 한국인의 식문화를 좌우했다. 육상 실크로드 역사도, 동서양 음식도 유목민들과 관련이 깊다. 어디든 새로 돋아나는 초지를 찾아서 이동을 하던 그들은 대부분 육식 생활을 즐겼다. 20세기에 들어 유목민 사회에 놀라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다양한 채소를 즐기며 식생활이 바뀌고 있다. 그러자 평균 수명도 늘고 있다. 고려인으로 불리는 한국계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정착 생활이 낯선 유목민들에게 농업을 전수했다.목축하며 육식했던 몽골·아랍인현대 들어선 각종 성인병 시달려K푸드 나물 즐기자 수명 10년 증가전쟁통 '초근목피' 연명하던 음식이젠 인류 건강 지키는 구원투수우즈베키스탄에도 농업과 목축업을 겸한 농축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단순 농업이 아니라 30만평 규모의 스마트팜 농업도 하고 있다. 대부분 유목 민족이었던 중앙아시아 사람들, 그들은 양고기, 염소고기 등 소비층이 넓다. 현지인들은 말고기도 즐긴다. 유럽 일부 지역이나 중국에서 살고 있는 유목민과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평소 채소와 말고기도 고루 먹는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판매하는 전통식 말고기 요리는 짜다. 양고기보다 질긴 느낌이다. 한국에서는 제주도에 가면 말고기를 쉽게 시식할 수 있다. 말은 한반도 어디에서든 귀하게 대접을 받았던 동물이다. 고려시대에 대단히 인기 있는 수출 품목이었다. 그러니 일반인은 말고기를 먹을 기회도 없었다. 오늘날에도 한국의 일반적인 식당에서는 말고기를 쉽게 먹지 못한다. 그러나 양고기는 전국적으로 고루 퍼졌다. 전통적으로 유목민들이 즐긴 말고기, 양고기가 농업국이나 선진국에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몽골 초원을 달리던 유목민들이 말고기나 양고기 등을 말려두었다가 끓는 물에 넣어 먹던 음식에서 유래한 샤부샤부, 이 또한 유목민들의 식생활에서 탄생된 문화이다. 오늘날 샤부샤부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특별한 요리이다. 21세기에는 정착해서 농업을 하는 유목민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생산 종류도 늘었고 한국형 스마트 농법도 도입해 대규모로 수십만 평씩 농업을 하는 이들도 생겼다. 채소 재배가 가능하자 오이나 토마토, 기타 채소를 1년 내내 생산하고 공급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몽골의 경우만 해도 한류 바람으로 상추나 다른 채소들, 김치 소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비만 인구가 서서히 줄어들었고 수명이 10년쯤 늘기 시작했다. 한식의 매력이 몽골이나 다른 유목민 나라에서도 잘 통한다. 매운 음식이나 기타 다양한 한국 음식이 유목민들의 식생활에 녹아들고 있다. 그들은 한국 라면도 좋아한다. 유목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해산물 제품도 앞으로 주목할 일이다. 유목민 사회에서조차 김이나 다시마, 미역 같은 한국산 해산물이 식재료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고려시대 제주 탐라목장은 대표적인 말 생산지였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라는 말이 전국적으로 유행한 시절도 있다. 그러나 21세기가 되자 모두 옛이야기가 되었다. 사람들이나 말의 이동이 자유롭고 음식도 지구촌 왕래가 활발하다. 유목민으로서 말을 타던 이들이 이제 말 대신 승용차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고 세상을 오간다. 우리가 말고기, 양고기를 먹는가 하면 그들도 김치와 채소, 김밥을 먹는다. 유목민이 고기를 쌈장을 찍어 상추에 싸서 먹는 시대이다. 한식이 지구촌 이웃들의 평균 수명도 늘린다. 오늘날 세계 인구는 80억명 이상 늘었다. 기아로 허덕이는 이들도 많고 5초에 1명씩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비만으로 고생하는 환자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유목민들은 과거와 달리 움직임이 대폭 줄었다. 그리고 밤늦게 먹고 잔다. 고스란히 뱃살로 간다. 그래서 체중이 100㎏ 넘는 이들이 나라마다 수두룩하다. 음식이 달거나 짜거나 기름지다. 그런 이들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을 달고 산다. 놀라운 것은 한국인과 비교해 평균 수명이 20년쯤 차이가 난다. 이는 매우 심각한 일이다. 전 세계 어딜 가도 한국처럼 각종 나물 문화가 발달한 나라가 없다. 과거 전쟁 등으로 한국인이 먹고살 것도 없던 시절에 산과 들에서 자라는 대부분의 식물 이파리는 먹거리였다. 사계절이 있어서 긴 겨울날과 봄까지 먹고살 길이 없었다. 여름과 가을에 온갖 식물의 잎을 따서 말리고 쪄서 저장했던 한국인, 과거 한국인의 식생활은 빈곤의 상징과도 같았다. 오죽하면 '초근목피(草根木皮)'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한국은 오랜 세월 불교 문화권이었다. 그러다 보니 채식 위주의 담백한 절밥도 발달했다. 베트남, 캄보디아 불교 승려들은 고기를 먹고 술도 즐긴다. 그러나 한국의 사찰 음식은 채식 위주였다. 사찰식과 일반적인 한식이 건강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불과 30년 전 이런 세상이 오리라는 건 상상도 못했다.비만은 단지 외모, 날씬하면 보기가 좋고 뚱뚱하면 보기 싫다의 문제가 아니다. 매우 비만인 사람의 경우 돌연사가 오기도 한다. 외국만 그런 게 아니라 한국도 돌연사가 늘어난다. 나이가 많지 않은 이들 중에도 갑자기 쓰러져서 사망하는 경우가 꽤 있다. 비만은 혈관에도 치명타이다. 다양한 사례의 돌연사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뿐이다. 지구촌 비만 문제를 해결할 지름길이 한식에 있다. 한식이 세계화되면 인류의 행복에도 기여하게 된다. 온갖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다. 짜고 기름지고 단 음식을 즐기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가공식품과 인스턴트 식품이 늘고 있다. 입에서 맛있는 음식이 과하면 모두 지방으로 쌓이고 과도한 내장 지방 등은 생명을 위협한다. 식생활이 건강과 삶, 생활의 질을 좌우한다. 이는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맨발 걷기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이탈리아나 지중해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토마토와 오이, 올리브를 즐긴다. 당연히 그 지역에는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21세기 들어 지중해식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고 발효 음식 최강국인 한국의 전통음식과 나물 반찬을 따라갈 수 없다. 어느 여성이 나물 사업으로 대박을 터트린 건 유명하다. 그만큼 사람들이 건강을 중시하고 있다는 의미다.인간에게 의식주는 중요하다. 집은 크기가 작아도 살 수 있고 옷은 많지 않으면 깨끗이 입으면 된다. 그러나 음식은 날마다 먹지 않으면 살지 못한다. 지구촌 한류열풍에 한식도 들어가 있다. 한식이야말로 지구를 구하는 구원 투수가 될 분야다. 세상의 어떤 성공이나 부귀영화보다 건강한 삶이 가장 멋지게 성공하는 것 아닐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말은 전혀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식이 건강식이라는 사실이 그저 자랑스럽다. 로컬 AI블루테크 크리에이터육식생활을 즐긴 유목민 사회에서 최근 나물 등의 한식이 유행하면서 평균 수명이 늘고 있다. 위부터 유목민의 음식인 샤부샤부, 한식인 채소쌈과 다시마 부각.이연실(체리) 로컬 AI블루테크 크리에이터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중장년층의 새 도전 '시니어 모델'(1) 우아한 자태, 당당한 워킹…런웨이서 눈부신 인생 2막
기자는 '안정추구형' 투자자다. 재태크를 할 때 큰 수익을 기대하는 것보단 원금손실 가능성이 적은 상품에 투자한다. 아마 평소 성격이 반영돼 그런 듯하다. 겁이 많은 성격이다. 불확실한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도전이란 짜릿하면서도 두려운 행위다. 경험하지 못한 일을 한다는 점에선 기대되고 즐겁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잘해 낼 수 있을까'와 같은 걱정도 크게 든다. 낯설고 복잡한 것들보다 익숙하고 잘해 낼 수 있는 것들을 찾게 될 때가 많다.나이를 먹을수록 편한 것들을 찾게 된다는 말이 있던가. 나도 그런 사람으로 남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최근 도전에 대한 자극을 받았다. 단어로만 접한 100세 시대를 실감하게 됐다.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일로 즐겁게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로 활동하는 중장년층을 의미하는 '액티브 시니어'란 단어도 자주 언급된다. 액티브 시니어는 단순히 새로운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으로만 볼 수 없다. 전문성까지 갖춘 경우가 많아 때론 젊은 세대와도 경쟁한다. 인생의 경험에서 나오는, 자신만이 가진 강력한 개성을 보여준다. 급변하는 시대지만 시니어들의 열정만큼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들은 요리도 배우고 그림도 그리고 랩에도 도전한다. 그중에서도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건 '시니어 모델'이다. 바꿀 수 없는 조건에 구애를 덜 받기 때문이다. 젊은 패션 모델의 경우 뼈가 길고 슬림한 사람이 대다수다. 하지만 시니어 모델은 나이, 사이즈,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나 의지만 있으면 도전할 수 있다. 나이가 많아도, 키가 작아도, 살집이 있어도, 남성이어도, 여성이어도 그 자체로 아름다움의 대상이 된다. 이런 매력이 알려지면서 오래전부터 모델을 꿈꿔 온 중장년 세대가 하나둘씩 시니어 모델로 데뷔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시니어 모델을 치면 관련된 정보뿐 아니라 현재 활동 중인 모델들의 프로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자신만의 개성과 자신감으로 패션계의 런웨이에 오르고 있다.하지만 시니어 모델의 등장은 단순히 패션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세상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도전하고 꿈을 이루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고 있다. 동년배들은 물론이고, 젊은 세대에게도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준다. 도전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2030 여성이 주로 사용하는 패션앱 '지그재그'는 2021년 원로 배우 윤여정을 모델로 발탁해 큰 화제를 모았다. 오픈서베이가 'MZ세대 패션앱 트렌드 리포트 2021'에서 15∼39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0%가 "지그재그의 윤여정 모델 발탁은 앱의 이미지 변화 및 구입 의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이는 배우 유아인을 모델로 한 무신사(52.0%), 김태리를 앞세운 에이블리(57.0%)보다 높은 수치다.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노년층에 대한 인식도 바뀌면서 시니어 모델들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니어 모델 산업이 주목을 받는 것에 비해 데뷔 과정, 활동 영역 등 이들의 자세한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이번 호 위클리포유에선 현역으로 활동 중인 시니어 모델들을 만나 그들의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작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2회 대구 시니어 패션 페스티벌에서 모델라인의 시니어 모델이 워킹을 선보이고 있다. 대구 수성구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 모델라인의 모델들이 음악에 맞춰 워킹을 선보이고 있다. 조현희기자
[제12회 경북 해양수산 활성화 심포지엄 〈하〉] 동해어업 환경의 변화…자원고갈 대비해야
세션 2 지속 가능한 연근해어업 혁신방안 (신용민 부경대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교수)영세구조·인접국 협력 미흡면허제·진입장벽 구조 전환우리나라 연근해어업 연간생산량은 이제 90만톤(t) 수준에서 고착되면서 보다 혁신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몇 가지 수치로 살펴보면, 어획 어업의 감소세가 지속하고 있다.2023년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최대 생산량 대비 55.6% 수준으로 떨어졌고 다획성 어종의 생산량 감소로 연관 산업의 동시적 쇠퇴가 나타나고 있다.동해안 지역의 경우 최대 생산 실적과 비교해 2023년 55.4%, 경북은 43.5% 각각 감소했다. 동해안을 대표하는 명태는 이제 역사서에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어종이 될 우려가 있으며, 오징어는 명태의 길을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정부는 '제3차 수산업·어촌 발전 기본계획'과 '수산혁신 2030 계획'을 통해 우리 어업의 미래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어류양식업의 정체가 장기간 지속하고 어업을 영위할 주체는 급감하고 연근해어업 경영체의 수지는 악화하고 있다.연근해어업의 지속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수산자원을 공유하는 인접국과의 어업협력이 필수적인데, 이를 외면한 상태에서 TAC(총허용어획량) 기반의 양적 자원관리체제로의 전환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116년이나 된 어업 제도와 이에 따른 영세한 어업생산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어 급속히 국제화된 시장에 대응하기 힘겨운 상태가 되었다. 면허제도와 허가제도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 영세한 생산구조를 규모화하는 진입장벽의 완화, 인력 부족에 대응한 기술 투자의 유도, 생산자의 창의와 효율성을 조장하는 시장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세션 2 동해안 어업의 경영실태와 지원 방안 (이창수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단기 지원책, 위급 상황 모면고령화 등 중장기 대책 필요동해안은 예로부터 어장으로서 가치가 높고, 수익성이 높은 어업이 활발히 이뤄졌다. 최근에는 어업생산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고 특히 살오징어의 생산량 감소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동해안 어업인구는 전국 대비 8.8%이지만 어선 세력은 9.2%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20t 이상 어선 세력의 비중이 크다. 주요 업종은 근해채낚기어업, 동해구 외끌이 중형 저인망어업, 동해구 중형 트롤 어업, 근해 통발 어업 등이지만, 역사와 어촌, 수산업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해 포기할 수 없다.오징어 어획 실적 부진이 매우 두드러지는 가운데 다른 어종의 어황도 좋지 않다. 기타 어종 중에는 도루묵 자원의 감소가 두드러지며 붉은 대게 등은 수출에 지장을 받는 등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수협의 경우 위판량 감소에 직면해 수익 감소로 수협 고유사업이 위축되고 있다. 현재는 정부의 단기지원으로 위급한 상황은 일시적으로 모면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어업인 건의사항으로는 2%대 저리 융자 등 특별경영안정 자금 지급, 동해안 오징어 어업에 대한 융자금 이자, 공제금 등을 6개월에서 1년간 지원 등이다. 이는 현실적,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며,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나 수협을 통해 단기 지원이 가능하고 실제 정책이 실행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비슷한 사항의 발생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중장기적으로는 고령화에 따른 어업 규모 축소, 소규모 어업으로의 전환 분위기 속 현실적 방안 모색이 중요해지며 나아가 국제적 수산자원 관리 노력도 필요하다. 세션3 동해안 출현 어종의 변동 (이선길 동해수산연구소 연구관)총어획량 등 한중일協 구성기후변화 어업자원 관리 대응1988년 UN 산하 정부 간 협의체로 설립된 IPCC는 지난해 3월 제6차 종합 평가보고서를 통해 △최근 온난화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 △기후변화의 위험성 증가와 함께 극한 환경 발생 가능성도 커지고 있음을 경고했다.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북서 태평양해역의 지속 가능한 수산자원은 전 세계 평균(64.6%)보다 낮다(55%)고 한다. 우리나라의 어획량은 1990년대 중반(약 150만t)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계속 감소하는 경향(현재 약 100만t 수준)을 보인다.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동해에서 조업하는 어업들도 변하고 있다. 90년대에는 근해통발, 근해채낚기였던 것이 최근에는 정치망과 연안자망에서 약 45%를 어획하고 있다.1990∼2000년대의 주요 우점종은 살오징어와 붉은 대게였으나 최근에는 살오징어의 어획량이 급감했지만, 표층성 부어류인 청어, 전갱이, 방어, 고등어, 삼치 등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동해의 주요 어종인 오징어의 어획량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10만∼12만t 수준이었던 것이 2021년 2만5천850t 2022년 1만5천692t, 2023년 5천718t으로 급감했다.살오징어 어획량의 감소 원인으로 △기후변화의 영향 △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입어 척수 증가 △살오징어 자원량의 감소 등으로 추정된다. 이를 위해 △총허용어획량, 금어기, 금지 체장 준수 등의 자원관리제도 강화 △한·중·일 등의 살오징어 자원관리를 위한 국제협의체 구성 추진 △기후변화의 영향에 의한 자원감소 메커니즘 구명과 기후변화 요인을 자세히 분석하는 미래 자원변동 예측 기술 개발을 들 수 있다. 세션3 동해안 대게 자원의현황과 미래 (윤석진 동해수산연구소 연구사)수온↑ 암컷대게 사망률 급증연안 수심대 별 서식지 뚜렷대게는 동해의 주요 상업 대상 종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동해안과 일본 서부 연안, 오호츠크해 등에 주로 서식하며 산란기는 3~4월로 동해 연안 200~400m 부근 해역이 산란장이다.2007년 어획량 약 5천t을 정점으로 최근 5년간(2019~2023년)은 약 2천t을 웃도는 수준의 어획량을 보이고 있다.최근 5년간 어획량을 보면 경북이 약 82%를 차지하고 강원도 15%, 울산 3%이며 이 가운데 연안 자망에서 51%, 근해 자망 30%, 연안 통발 11% 등의 어획량을 기록했다.대게 TAC 조업을 살펴보면 2019년 7월~2020년 6월 793회 조업에 916t을 어획했지만, 2022년 7월~2023년 6월에는 648회 조업, 575t 어획에 그칠 만큼 줄어들었다.해양수산부는 2019년부터 대게 자원 회복을 위한 연구와 정책과제를 진행 중이다.연구에 따르면 연안 수심대 별로 치게(어린 게)와 암컷 대게의 집단서식지 분포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또 현장 실험에서 암컷·어린 수컷 대게의 연안 방류 시 5~6월 수온 상승으로 사망률이 급증했다.경북 앞바다의 수온은 2040년 표층 0.5~0.9℃ 상승, 2100년에는 수심 200m 1.4~3.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수온 상승에 따라 미성어 암컷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이번 발표는 대게 자원의 현황을 자세히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어업과 동해 대게 자원 관리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정리=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
경북 산사태 피해 지역에 '주민 대피 시설' 들어선다…피해 복구 '속도'
지난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북 산사태 지역에 주민대피시설이 들어서는 등 피해 복구에 속도가 나고 있다.16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발생한 경북 북부 산사태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다목적 주민 이용 시설 건립에 착수했다. 총 40억원 규모로 예천군, 봉화군, 영주시, 문경시에 지상 2층(연면적 260㎡) 규모의 다목적 이용시설이 건립된다. 재난 발생 시 대피 거점으로 쓰일 이 시설은 경북도가 지난해 발표한 '산사태 안전 시범 마을'의 일환이다. 앞서 도는 경북 북부지역 산사태 발생 직후 '극한 호우 산사태 대응 체계 혁신TF(테스크포스)'를 구성한 뒤 인근 주민들이 이용할 다목적 시설 건립 계획을 수립했다.지난해 말까지 부지 선정을 완료하고 올해 초 부지 매입을 위한 행정 절차까지 마쳤다. 공사를 입찰받은 경북개발공사는 이달 중 지역 건축가와 설계안을 마련한 뒤 8월 착공해 내년 5월 완공한다는 계획이다.경북개발공사 관계자는 "평상시 주민 편의 공간으로 사용하고 재해나 비상상황 발생 시 대피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산사태 피해 복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도는 451억원을 산림복구예산으로 편성, 도내 산사태 피해지 149ha와 임도 10㎞ 구간, 사방댐 2개소, 계류보전 2㎞ 등에 대한 피해 복구를 진행하고 있다. 복구 사업 124건 중 122건이 착수한 상태이며, 이날 기준 추진율은 45%이다. 이중 산사태 방지에 효과적인 사방댐 보수 등 필수 사업은 우기가 시작되는 6월 말까지 마무리 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박성수 경북도 안전행정실장은 "행정 절차상 일부 지연됐던 산사태 복구 사업 대부분이 착수한 상태"라며 "우선 순위에 따라 산사태 복구 사업을 실시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대규모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봉화군, 영주시, 문경군에 주민대피시설이 들어선다. 사진은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산사태 당경북 예천군 은풍면 용두리 모습. 영남일보 DB
대구·경북 오늘의 날씨 (5월17일)…낮 최고기온 대구·구미·포항 28, 안동 26도
경북대 학칙개정안 부결…대학본부 "재심의 요청"
의대 정원 증원 등의 내용이 담긴 경북대 학칙 개정안이 교수회 평의회 심의에서 부결됐다. 대학 본부 측은 의대 증원과 관련해 재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16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대 교수회 평의회는 이날 2025학년도 입학 정원 등이 담긴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다. 해당 학칙 개정안은 학생정원 조정, 무전공 확대, 학과 신설, 의대 모집 정원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무전공 확대, 학과별 학생정원 조정, 국제학부 신설 등에 대한 다양한 이견이 있어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학 본부는 교수회에 의대 증원과 관련해 재심의를 요구할 방침이다.경북대 관계자는 "이날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도 앞두고 있어 여러 학칙 개정안 내용 중 의대 증원 부분은 분리해서 표결에 부칠 것을 교수회 측에 요청했으나 안건을 일괄 상정하고 표결해 부결됐다"라며 "이에 꼭 의대 증원 문제 때문에 부결이 됐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교수회에 의대 증원과 관련해 재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북대의 학칙 개정안은 학내 법제 심의위원회와 학장 회의를 나란히 통과했으며, 교수회와 대학평의원회 심의 절차가 남은 상황이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자유성] 선한 기부
기부(寄附·donation)는 자선사업이나 공공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돈·물품·재능 등을 대가 없이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려는 인간의 행위 중 상당히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로 여겨진다. 흔히 '착한 부자'는 드물다고 하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정신적·물질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특히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들 가운데 유난히 기부를 많이 하는 스타들이 제법 있다. 그들의 기부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선순환 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연예인 기부천사의 원조 격인 원로가수 하춘화의 기부액은 데뷔 이후 50년이 넘은 지금까지 2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진다. 가수 김장훈, 농구스타 출신 방송인 서장훈, 가수 겸 배우인 장나라 등도 100억원이 넘고, '가왕' 조용필과 방송인 유재석, 션·정혜영 부부, 아이유, 김연아 등도 총 50억원 이상의 기부를 꾸준히 실천 중인 연예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부는 팬들까지 합세, 의미와 가치를 돋보이게 만들기도 한다.이런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오는 7월부터 백화점·마트 상품권이나 네이버 등 각종 온라인 포인트의 기부를 가능토록 하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부금품의 범위 확대와 새로운 거래 유형 추가를 통해 기부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다. 스마트폰이나 각종 전자기기가 활성화되기 이전에 제정된 관련법에 시대 흐름이 대폭 반영된 만큼 기부행위는 보다 자유롭고 편리해질 전망이다. 장준영 논설위원
[이재윤 칼럼] 洪 시장·李 도지사 초청 홈커밍 데이는 어떤가
며칠 전 '대구 파워풀 페스티벌' 행사장을 둘러보다 이해리 시인의 '꽃이 진다'는 전시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내 삶이/꽃인 줄 모르고/꽃 찾아 떠돌다/돌아 오니/꽃이 진다". 페스티벌 슬로건 '아름다운 도약 비상하는 대구'는 내 삶 가까이 있는 꽃을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22대 국회는 대구경북에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안긴다. 보수의 성지는 '국회 소수당'이 지친 몸을 의탁하는 도피성처럼, 고립된 섬처럼 외면받고 이지메 당하는 중이다. 여소야대 지형으로만 보면 분명 위기다. 이게 다는 아니다. 호남 중심 거대 야당의 당 대표(이재명)와 원내대표(박찬대) 모두 TK 출신이다. 처음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여당 원내대표가 TK 출신(추경호·달성)인 게 든든하다. 전임자에 이어 대구 출신이 연달아 바통을 건네받은 건 드문 일이다. 이뿐만 아니다. 개혁신당은 당선인 3명 모두 TK 연고자다. 이준석 대표는 어머니가 상주, 아버지가 칠곡 출신이다. 이주영, 천하람 당선인 고향은 대구다. 조국혁신당 비례 1번 박은정(원화여고 졸), 김준형·차규근(이상 달성고 졸) 당선인도 마찬가지다. TK 친화적 인물들이 정치권 주요 포스트를 두루 차지하고 있다. 국무총리, 여당 당 대표까지 TK 인사들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치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인적 자산의 과(寡)·다(多)는 정치력의 명료한 척도다. 고립된 섬은 결코 외딴섬이 아니었다.TK 유력자들이 즐비하면 뭐 하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이전에도 당 대표, 원내대표, 장·차관이 숱했지만, TK 네트워크는 단단하지 못했고, 역동성은 부실했고, 성과는 미약했다. 내 안의 꽃부터 발견하는 게 시작이다. TK 친화적 인사들은 김춘수의 '꽃'과 다르지 않다.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것이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자신의 뿌리를 알리면 우리에게로 다가와 꽃이 된다. 지금은 모래알이다. 이들을 얼키설키 연결하고 겹치며 맞물린 관계로 격자형 네트워크를 엮어야 한다. 지역 당정협의회를 활성화하고, 대구시·경북도가 공조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호남의 니즈(Needs)와 결합해 훌륭한 솔루션으로 작동해온 '달빛동맹', 박찬대 원내대표가 늘 자랑스럽게 여기는 '민주당 안동·예천 지역위원회' 같은 사례를 여럿 생성하는 것도 필수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처음으로 오늘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다. '달빛 동맹'을 더 공고히 하는 행보다. 홍 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정례적으로 입법부와 여·야 수뇌부를 초청, 근사한 '홈커밍 데이' 자리를 만드는 건 어떤가. 위상을 드높이고 품격을 고양하며 소통의 통로를 만드는 데 제격이다. 홈시크를 달래며 노스탤지어를 북돋우고 애향심을 고취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홍 시장이 대구지역 당선인들을 호텔로 초청, 식사를 대접했다. 그러면서 "여소야대의 어려운 상황에도 당선인과 힘을 모아 극세척도(克世拓道)의 자세로 한반도 3대 도시 영광을 되찾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모임이 '의기투합'으로 평가된 건 좋은 조짐이다. 시장-의원 관계가 꽤 소원했었다. '무늬만 국회의원인 무능한 사람'이란 폄훼가 적잖았다. 22대 국회 TK 진용이 일신(一新)했다. 6선 1명을 비롯해 4선 2명, 3선 6명이 배출됐다. 초·재선만 소복하던 과거와는 다른 위용이다. 이들의 손에 입법과 예산, 정책 입안의 솔루션이 다 있다.논설위원논설위원
[사설] 국회 '우원식 號'에 대한 苦言(고언)…"국회법 20조를 새겨라"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사실상 확정됐다. 어제 민주당 당선인 총회에서 우 의원이 단일 후보로 선출됐다. 명심(明心)을 업은 듯한 추미애 당선인의 승리가 유력했으나 예상을 깬 결과였다. 그의 '파란'을 축하하면서도 기우 섞인 고언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법 제20조를 마음 깊이 새기시라.국회법 제20조는 "국회의장은 중립성 보장을 위해 당적을 보유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의장의 중립 의무'에 방점이 찍힌 입법이다. 지난 22년 동안 이 전통은 한 번도 깨지지 않았다. 민주당의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 원칙이 심각한 도전을 받았다. '친명' 교통정리에 '명심' 충성 경쟁의 구태가 개탄스러웠다.우 의원이 선출된 게 한편으로 안심이 되는 이유다. 내심 대구 세탁소집 둘째 딸 추미애 당선인에 대한 기대가 없지 않았지만, 그의 언행은 실망스러웠다. "당심이 명심이고, 명심이 곧 민심이다. 개혁 국회로 힘을 모으는 게 당심을 받드는 것"이란 그의 발언은 궤변이었다. 우 의원은 비교적 합리적인 당내 비주류 인사다. '을 지키기 민생실천위'를 오랜 기간 이끌면서 현장과 민생을 잘 이해한다. '민생 국회'의 회복이 22대 국회의 첫 과제가 아닌가. 문 정부 첫 여당 원내대표로서 협상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도 들었다. '협치'에 대한 기대를 갖는 이유다. 그가 수락 인사에서 '명심'을 운운하지 않고 '민심'을 강조한 건 좋은 시그널이다. 그도 '명심'을 얻었다고 다닌 게 사실이다. 백번 양보해 경선 과정에서 피치 못한 처신이었다 하더라도 이제 엄중한 직(職)을 수행함에 있어서는 '사구종신(舍舊從新)'의 결연한 의지를 세워야 한다.
[사설] 윤 정부 '5만달러 소득, 70% 중산층' 비전, 늦었지만 기대돼
윤석열 정부가 남은 임기 3년을 한국경제 도약의 마지막 기회로 판단하고 경제 3개년 로드맵을 다음 달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을 거치면서 헝클어진 민생을 추켜세우고 국가 경제 동력을 확실히 키우겠다는 의도다. 바람직한 정책 집중이다. 3개년의 핵심 비전은 대통령 임기 내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 중산층 70% 육성, 수출 5대 강국 도약으로 집약된다. 모처럼 들어보는 야심 찬 목표들이다. 대통령실과 정부 각 부처는 세부 실행방안과 수치를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체질을 민간 주도로 완전히 바꾸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국민자산 형성을 통해 국가경제의 질을 높이겠다는 의도다.실제 1인당 국내총생산은 오랜 기간 3만달러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중산층의 경우는 국민이 체감하는 것과는 달리 2017년 57.6%에서 2022년 62.8%로 상향하고 있다. 윤 정부는 이를 70% 선으로 끌어올려 계층 간의 갈등 요소를 줄이겠다는 목표다. 수출은 2021년 세계 6위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8위로 떨어졌다. 5위인 일본을 따라잡아야 한다. 지난 4·10총선의 집권 여당 참패 요인으로 미래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집권 세력이 이른바 '이·조 심판(이재명·조국 심판)'이란 정치적 구호와 과거 슬로건에 머물러 국민에게 희망을 불어넣지 못했다는 비판이었다. 정부 관계자도 "향후 전국 단위 선거도 없고 당분간 개혁 드라이브를 통해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적기"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뒤늦었지만 국가경제와 민생 부분에 국정의 초점을 모으기로 한 점은 기대할 만하다. 남은 임기 3년이 긴 시간은 아니지만, 목표를 갖고 매진한다면 후일 평가가 뒤따를 것이다.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대협 "법원 행태는 모순…정부 의대생 복귀 호소는 오만" 주장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정부, 대학 "2025학년도부터 의대 증원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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