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우리는 언제나 문제를 만나고, 그 해결책을 찾으면서 살아간다
이 책의 저자 칼 포퍼(1902~1994)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빈대학에서 수학, 물리학, 철학, 음악 등을 전공했고, 청소년 시절에 열렬한 마르크스주의자였으나 곧 마르크스주의의 전체주의적 성격을 발견하고 결별했다. 그의 비판적 합리주의는 20세기 과학철학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 그의 저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열린 사회가 공리주의를 앞세운 전체주의의 닫힌 사회보다 과학적이며 합리적이라는 철학을 제시해 주었다.이 책은 그간의 여러 강연에서의 연설문을 모은 책이다. 그중에서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에서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은 언제나 문제를 푸는 시행착오라고 말하면서 우리의 삶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우리는 살아가면서 끝없이 문제를 맞닥뜨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도된 해결책들'을 여러 가지 대안으로 시행착오의 방법으로 검증하고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고, 그 결과로 그동안의 오류를 '제거'한다는 것이다.과학을 진정한 과학으로 만드는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비판적 접근'이며, 이는 과학 이론의 객관적, 공개적, 언어적 공식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반증을 통해 전혀 새로운 사실들을 배우며, 어떤 가설이 잘못됐다는 사실뿐 아니라 왜 잘못되었는지도 배운다는 것이다. 여기서 '시도된 해결책들'을 '잠정적 이론들'로, '제거'를 '비판적 논의를 통한 제거 시도'로 대체하면 과학 이론의 모델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 모델은, "1. 기존 문제, 2. 잠정적 이론, 3. 실험적 검증을 포함하여 비판적 논의를 통한 제거 시도"를 말한다.어떤 이론의 비판적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첫째, 참(진리)인가의 여부이고, 둘째는 논리적이며 경험적인 내용인가이며, 셋째는 진리에의 접근성이라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생명체는 문제를 해결합니다. 모든 생명체는 실력이 있건 형편없건, 또 성공하건 성공하지 못하건 간에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명가이자 전문가입니다. 모든 동물의 생이 다 이렇습니다. 예를 들면 거미도 그렇지요. 인간의 기술이 하수 처리나 물과 식량의 비축 같은 문제를 해결한다면 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런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동물이건 인간이건 생명체는 모두 살아가면서 수많은 문제에 부닥치고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생존하지 못하므로 문제해결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과 동물은 문제해결을 위해서 많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그중에서 가장 좋은 안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은 '비판적 접근'의 관점에서 반증의 안을 시도하는 한편 동물들은 이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고, 마지막 단계 즉, 시행착오 후에 최적의 안을 얻은 뒤 그동안의 검증에서 실패한 여러 가지 안을 '제거'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번 경험하여 얻은 최적의 안 이외의 안은 다음 선택에서 제외되어야 효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번에 맞닥뜨린 문제에서 지난번에 시도되었던 방법을 되풀이해서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도록 시도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진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그렇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끝없이 '문제'를 만나게 되고,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그래서 얻은 최적의 안 이외의 시도들 즉, 시행착오로 확인한 실패안을 '제거'하지 않음으로써 어리석게도 오류를 되풀이하고 실패를 거듭하게 됨을 깨닫게 되는 어리석음을 알겠다.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사〉 대구독서포럼 이사칼 포퍼 지음·콘텐츠그룹포레스트·2023·355면·2만원전진문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사〉 대구독서포럼 이사)